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74)
074
공자는 참 대단한 아이였다. 솔직히 어떤 점이 대단한지 손에 꼽으라고 하면 난감했다.
‘한두 가지여야지.’
그래도 그중에 제일 눈에 띄는 건, ‘존재감’이었다.
덕수 씨는 공자가 촬영한 순간을 떠올렸다.
‘공자는 천재야.’
또래보다 크다지만 그래도 아직 작은 아이였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만 서면, 그 작은 존재가 쑥쑥 커졌다.
‘성인 배우보다 더 커 보여.’
물론 컷 소리가 들리면 공자는 다시 작고 예쁜 아이로 돌아왔다.
덕수 씨는 지나가다 신문 가판대를 바라보았다. 이름 모를 스포츠 신문에 공자의 기사가 작게 적혀 있었다.
[마공자 에이스미디어랑 계약>-아이들을 위한 율동 비디오
-마수정 양아들 마공자, 완판 신화 이어갈까
1면 메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지면을 할애할 줄이야.
‘노출이 너무 많군.’
덕수 씨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런 건 아이의 교육에 좋지 않았다.
‘그래서 마수정 씨가 일을 없앤 걸까.’
공자가 출현해 달라는 영화나 드라마가 쌓였다고 했었다.
‘공자는 나가고 싶어 할 거 같은데…….’
조그마한 천사는 일이라면 눈가를 사르르 접을 정도로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본 아주머니께서 말했었다.
‘공자는 전생에 소였을 거야.’
‘아니, 벌 아닐까?’
‘개미일지도?’
그때 자신이 말했었다.
‘소도 벌도 개미도, 일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렇게까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어딘가가 고장난 사람일 것이다.
‘그럼 공자는 왜 그래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자니까요.’
순간,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공자니까.’
‘공자니까 좋아할 수 있죠.’
‘원래 말 빨리하는 애는 똑똑해요.’
‘공자는 한글도 빨리 익혔잖아요.’
‘천재라니까.’
‘착하고요.’
‘저런 애가 어디 있어요. 진짜 천사라니까요.’
그래도 결론은 같았다.
‘그래도 공자는 일을 쉬어야 해.’
하지만 아이는 일을 원했다.
‘그래서 의논 끝에 정한 게, 율동 비디오였지.’
마수정은 이거로 공자의 일 중독을 약간 완화시켜 보자고 했다. 물론 덕수 씨는 매우 환영이었다.
‘음악만 나오면 흔들흔들할 정도로 춤을 좋아한다니까…….’
분명히 귀엽게 해낼 것이다.
덕수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일 거리를 걸어갔다. 물론 덕수 씨를 본 선량한 시민들은 어깨를 떨면서 피해 갔지만, 온종일 공자 생각뿐인 덕수 씨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 * *
톱스타란 무엇인가.
오랜 기간 엑스트라로 머물렀던 나는 답을 알았다.
‘브랜드지.’
연예인이 뜬다는 건 사실 이름 석 자인 브랜드 싸움의 시작이었다.
그럼, 브랜드를 이루는 게 무엇인가.
실력?
물론 실력도 보긴 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만약 진짜 연기력으로만 평가받는 곳이라면 나는 진작에 톱으로 올라가고도 남았다.
‘그러니까, 아니라니까.’
나는 총 코인을 보며 생각했다.
‘관리 잘해야겠다.’
오늘도 촬영에 힘쓰는 어머님. 소자, 톱이 된 거 같습니다.
[총 코인: 923,442>그간 좀 쓰기도 했는데 벌써 이 정도군요.
‘비록 아역이지만, 톱은 맞겠지?’
나는 씩 웃었다.
‘역시 잘생긴 게 최고야.’
제일 좋아. 언제나 새롭고 신선해.
얼굴이 천재적이니까, 전생에 그렇게 힘들었던 톱스타 자리가 그냥 오잖아.
‘물론, 운도 무지하게 좋았지만.’
재벌 3세 엄마의 애정과 재력이 아니라면 이렇게 쉽진 않았겠지.
‘뭐, 얻은 건 운이 좋아서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지는 내 노력이지.’
나는 조용히 내가 얻은 이미지를 복기했다.
‘착하다, 천재다.’
나는 바로 이마를 짚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둘 다 아닌데?
‘뭐, 착한 거야. 연예인 중에서 착하지 않은 이미지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그렇다 치는데…….’
문제는 천재였다.
‘저, 천재 아닙니다!’
말 좀 빨리 하고 연기 쪽에서야 확 도드라질 수 있지만, 아무튼 말입니다! 부담스럽습니다!
‘그래도 대중도 내가 물리, 화학의 천재가 되는 걸 바라진 않겠지만 말이야…….’
솔직히 연기도 성인이 되면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알 수 없긴 했다.
‘나는 결코, 천재가 아니었어.’
오히려 노력파에 가까웠다.
‘그래. 아무튼 천재.’
이런 이미지를 가지게 되다니.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중간에 서서히 변화시킨다고 쳐도 말이야.’
지금 당장은, 웃기지만 나는 천재였다.
‘그러니까, 연예인으로 천재여야 해.’
그래서일까요.
‘뭘 해도 다른 아역보다 잘해야 해.’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덕수 씨가 말했다.
“다 숙지했습니까?”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하, 한 번만 더여.”
“알겠습니다.”
덕수 씨는 리모콘을 눌렀다. 곧 TV 화면에는 연습실 배경이 가득 찼다.
나는 필사적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댄서가 손을 허리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명랑하게 외쳤다.
“자, 어린이 여러분! 따라 해볼까요?”
댄서는 손을 귀에 댔다.
“대답이 작다!”
댄서는 다시 손을 귀에 대고 두리번거렸다.
“네, 알겠습니다. 자, 시작!”
명랑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고래 가족! 랄랄라라!
댄서는 손발을 열심히 움직였다. 허리를 살짝 움직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따라 했다. 하지만 바로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까 말이야…….’
허리 동작이 맞지 않았다.
-도망가자~ 요리조리~
팔이 이상했다.
-잡았다! 랄랄라!
다리가 엉켰다.
노래가 끝났다.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잔인한 결론이 나왔다.
‘나, 춤 못 춰.’
그것도 심각하게.
등에서 땀이 났다. 덕수 씨가 그런 나에게 슬쩍 다가와서 말했다.
“그, 연습하면 될 겁니다.”
“선쌩님…….”
나는 물기 어린 눈으로 덕수 씨를 바라보았다.
“진따요?”
“네, 그럼요.”
“선쌩님…….”
나는 진심으로 속삭였다.
“거짓말 못 써여.”
우리 그렇게 살지 맙시다.
덕수 씨가 눈을 깜박였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내, 내게 이런 약점이 있을 줄이야.’
내가 몸치라니! 앞으로 액션 연기는 어떻게 해!
‘죽었을 때 소원을 댄스킹으로 빌었어야 했나.’
왜 건강한 것만 빌었지. 톱스타가 되려면, 춤도 잘 춰야 하는 걸 왜 몰랐지!
나는 오랜만에 절망했다.
‘그래. 세상이 쉬울 리가 없어.’
항상 더럽게 어렵던 애들이었다.
덕수 씨는 서둘러 위로했다.
“거, 거짓말 아닙니다.”
“선쌩님…….”
나는 조용히 화면을 가리켰다.
“공자 지금 30번째 따라 하고 있어여.”
“그, 그렇죠.”
“인정하세여. 공자는 율동이 힘들어여.”
생각해 보니까 기가 막혔다.
‘어떻게 30번이나 따라 했는데 이렇지?’
보통 한 10번 하면 나아지잖아!
‘아무리 아이라도 이 정도 하면 안무를 아예 외운다고!’
그런데 나는 제자리였다.
“그, 사, 사람은 원래 못하는 게 한 가지는 있습니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말입니다.
‘몸을 잘 써야 연기도 잘하죠.’
저 액션 연기도 할 거라고요.
‘미치겠네.’
이걸 어떡하지.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 일은 관둘 수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선썡님. 공자는 일 포기 안 해여.”
“못 하는 건 안 해도 됩니다.”
“그러기에는 늦었어여.”
이미 받아온 일이잖아. 하려면 사전에 했어야지.
‘덕수 씨. 제 사전에 포기가 있긴 한데요.’
나는 심호흡을 했다.
‘지금은 아닙니다.’
나는 비적비적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에 어깨가 무거웠다.
‘그래. 익숙하지, 이런 거.’
생각해 보면 전생에서는 항상 이런 걸 느끼고 살았다.
‘캐스팅부터, 현장까지 죄다 이랬지.’
정산마저 잡음이 많았다.
‘전 소속사랑 소송도 했었고 말이야.’
과거를 생각하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옆에서 덕수 씨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그, 노력하면 될 겁니다.”
아, 노력이요.
‘이럴 때는 노력하면 될 겁니다, 가 아닙니다. 덕수 씨.’
나는 덕수 씨 팔을 잡고 일어났다.
‘노력이라도 해야 해요!’
왜냐하면, 촬영 날짜는 다가오니까요!
나는 덕수 씨를 바라보았다.
“100번 반복해 주세요.”
“네?”
“100번 안 되면, 1000번 할 꺼예여.”
그 정도 하면 승부가 나겠지.
“그, 무리하면 안 됩니다.”
“선썡님. 원래 노력은 무리하는 거예여.”
빨리 반복이나 해주세요.
덕수 씨는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율동을 재생시켰다. 나는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브라운관을 바라보았다.
나는 팔을 뻗으며 중얼거렸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 * *
‘네가 이겼다.’
젠장. 졌다.
나는 침대 위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덕수 씨는 내 몸을 주물러 주며 말했다.
“괘, 괜찮습니까?”
“안 괜찮아여. 선썡님, 아파여.”
그러니까, 한 50번째부터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덕수 씨가 말렸지.’
나는 조금 아래로 몸을 밀었다.
“거기 더요.”
덕수 씨는 계속 안마를 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리했습니다.”
압니다.
‘물이랑 초콜릿 챙겨 먹고 다시 체조를 따라 하려고 했는데.’
당 떨어진 노인 같았지만, 내가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급한 마음에 직접 CD 리모컨을 조작하고 다시 일어설까 할 때였다. 나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일어나 보니 익숙한 천장이네.’
덕수 씨는 내 몸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아주머니께서 유아용 파스를 사 온다고 했습니다.”
“그런 것도 있어여?”
몰랐네.
‘그런데 유아가 근육통을 느낄 일이 있는 건가.’
뭐, 있을 수도 있겠지.
나는 몸을 뒤틀며 신음을 흘렸다.
“으앙.”
“포기합시다.”
안 된다고요, 선생님.
덕수 씨가 침착하게 날 설득했다.
“공자는 리듬감이 없습니다.”
그런가요.
‘뭐, 리듬 느낄 일이 있어야죠.’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역시 소원으로 춤도 잘 추게 해달라고 해야 했어.’
젠장. 어, 어라?
번뜩 떠오른 생각에 내가 발버둥을 치자, 덕수 씨가 놀라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나는 신음을 내뱉었다.
“제가 바보 같아여.”
젠장.
‘코인을 쓰는 걸 왜 생각 못 했지.’
뭐, 내 몸을 강화하는 건 더럽게 비싸긴 했지.
‘그런데 나 코인 많이 모았잖아.’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다.
‘머리가 안 좋으면 손발이 고생이라더니.’
팔과 다리를 까딱할 수도 없었다.
“우, 울지 마세요.”
나는 코를 훌쩍였다. 그러자 덕수 씨가 서둘러 위로했다.
“춤 좀 못 춘다고 공자 바보 아닙니다.”
그게 아닙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여. 공자는 바보 맞아여.”
그래. 리듬감이 부족하다고 했지.
나는 일단 총 코인부터 확인했다.
‘총 코인!’
자막이 둥실 떠올랐다.
[총 코인: 923,542>두고 볼 필요도 없었다.
‘코인 사용! 리듬감 올려줘. 대가에 따른 코인 양도 알려주고!’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500개가 소모됩니다.> [아역 배우: 마공자의 리듬감을 올리기 위해서는 922,542코인이 필요합니다.>와.
‘아주 싹싹 털어먹네.’
코인아. 너 짰니? 아니면 뭔가 아는 거니?
곧 다음 자막이 올라왔다.
[대가로 한 달 동안 음악만 나오면 리듬을 탑니다.>대가는 할 만했다.
‘뭐, 음악 나오면 손가락 하나 정도 까딱거리나 보네.’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실행.’
[3분 뒤에 실행됩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언급한 대가가 실행됩니다.>나는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