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75)
075
이제 됐다.
‘나는 할 수 있다! 가 아니구나.’
나는 갓 태어난 사슴처럼 다시 옆으로 쓰러졌다.
털썩-
덕수 씨는 그런 나를 서둘러 부축했다.
“갑자기 일어나면 안 됩니다.”
“연습해야 해여.”
“안 됩니다! 쉬어야 합니다!”
나는 침대 밖으로 나가려고 난간에 다리를 얹었다.
“나갈 거예여!”
“안 됩니다.”
덕수 씨는 나를 덜렁 안아서 다시 원위치 시켰다.
덕수 씨가 나에게 근엄하게 말했다.
“아야 합니다.”
와. 덕수 씨. 그런 얼굴로 아야라고 하지 맙시다.
순간,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이, 이건 무슨 테러입니까!’
의욕이 빠르게 증발하는군요. 대단한 효과입니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데, 덕수 씨가 배를 토닥였다.
“공자는 뭔가를 먹고 쉬어야 합니다.”
때마침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죽 한 그릇을 들고 계셨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안무는 몸이 낫고 나서 익혀도 충분합니다.”
“촬영은 2주 뒤잖아여!”
“충분합니다.”
덕수 씨는 식은 죽을 한 숟가락 먹여줬다.
‘그냥 내가 들고 먹어도 되는데!’
무심코 팔을 들려다가 깨달았다. 어깨 관절도 무지하게 당겼다.
‘우, 움직이면 아프구나.’
아까는 흥분해서 잘 몰랐는데 말이야.
‘말린 이유가 있구나.’
나는 조용히 죽을 받아먹었다. 하지만 이건 짚고 넘어가야 했다.
“선생님. 2주는 절대 길지 않아여.”
“충분히 익힐 수 있습니다.”
“선생님. 공자 아까 몇 번 했게여?”
“77번 했습니다.”
많이도 했군.
그런데 말입니다.
“저 그거 하고도 율동 못 익혔어여!”
덕수 씨가 당황한 게 느껴졌다.
“선생님! 공자는 몸치예여!”
그것도 매우 지독한!
“그, 그렇군여.”
“하지만 잘해야 해여!”
왜냐하면, 이미지가 천재니까요.
나는 방긋 웃었다.
“공자 열심히 할께여!”
안 되면 되게 할 겁니다.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근육들이 욱씬거렸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일단, 드십시오.”
덕수 씨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모르는 척, 죽만 열심히 먹었다.
* * *
“어, 오케이. 어휴.”
덕수 씨는 감독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감독은 당황했는지 콧잔등에 난 땀을 닦았다.
“아, 이러면…….”
감독은 작게 중얼거렸지만 덕수 씨는 똑똑하게 들었다.
“아니, 음……. 그게……. 미리 알긴 했지만, 음…….”
무슨 반응이 저럴까.
덕수 씨는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감독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좀 화가 났다.
‘우리 공자는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왜 칭찬을 안 합니까.
덕수 씨는 재빨리 다가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유 감독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유 감독은 놀랐는지 어깨를 움찔 떨었다.
“좀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죄송합니다.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군요.”
얼굴로 밀어붙이자, 감독은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섰다. 덕수 씨는 정중하게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 공자가 뭘 못 했습니까?”
감독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니요! 잘했어요! 그 율동 선생님이 말한 대로입니다. 비디오로도 봤고요.”
“그렇습니까? 그런데 왜…….”
덕수 씨는 유 감독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공자는 잘했어.’
눈앞에 있는 겨우 5살이 다 되어 가는 아이는 굉장히 열심히 연습했다.
‘눈을 감으면 선합니다.’
공자는 그동안 자나 깨나 율동 연습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판소리에서 득음한 거처럼 득무를 했다.
‘갑자기 리듬감이 생겼어.’
한번 쓰러지고 일어서더니 그 뒤로는 율동이란 걸 할 수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눈가가 시큼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울 수 없었다. 덕수 씨는 눈가를 꾹꾹 누르며 감정을 꾹 눌렀다.
감독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 그러니까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덕수 씨는 다리를 굽혀서 고개를 내렸다.
조명을 등져서인지 그늘이 생겼다. 감독은 사색이 된 채 침을 꼴깍 삼켰다.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안 때리실 거죠?”
덕수 씨는 눈을 깜박였다.
“저는 폭력을 쓰지 않습니다.”
“아, 그렇구나. 폭력은 안 쓰시는구나.”
감독은 계속 중얼거렸다.
“폭력만 안 쓰시는 건가?”
덕수 씨는 눈살을 찌푸렸다.
“대답만 솔직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다시 감독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는 매우 솔직하게 말했다.
“그, 그게요! 너무 잘했어요!”
이건 또 무슨 말이지?
감독은 작게 말했다.
“원래 이런 건 아이 선별도 오디션을 보거든요.”
그렇군.
덕수 씨는 턱을 매만졌다. 생각해 보면 그게 당연했다.
‘실력 점검이 필요한 일이지.’
하지만 공자는 그냥 캐스팅이었다.
“물론 중간중간에 실력을 테스트하긴 했지만, 사실 우리는 공자에게 율동 잘하는 것까진 원하지 않았어요. 그냥, 유명값이죠.”
덕수 씨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감독은 한걸음 물러서며 물었다.
“그, 그러니까요. 공자가 너무 잘했어요. 아이돌 같은데요! 그, 조기교육 시키나요? 역시. 마수정이 그냥 내버려 둘 리 없죠! 애가 풍족해서 그런가, 춤도 잘 추네요.”
“아닙니다.”
“네?”
“공자는 그런 교육 받지 않았습니다.”
덕수 씨는 씩씩거렸다. 왠지 굉장히 억울했다.
“우리 공자 노력했습니다.”
“네? 아, 뭐 했겠죠. 안무 잘 외워 왔네요.”
“아…….”
덕수 씨는 이마를 짚었다. 왜일까 가슴속에 뜨거운 게 울컥 올라왔다.
“그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아, 뭐. 애가 듣던 대로 성실하긴 하네요. 그것도 조기교육의 산물인가?”
덕수 씨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전형적으로 남의 말은 듣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군.’
덕수 씨는 마지막으로 설득했다.
“우리 공자가 열심히 율동 연습을 했습니다.”
“네. 잘하네요. 발레 같은 것도 배우나 보죠?”
덕수 씨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아까 자신이 했던 말도 역시나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다시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할 때였다. 등 뒤에서 뭔가가 자신을 안았다.
덕수 씨가 돌아보았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공자가 배시시 웃고 있었다.
“선생님! 공자 졸려여!”
“아, 그렇군요.”
덕수 씨는 서둘러 아이를 안아 올렸다. 그러고 보니 낮잠 재울 시간이었다.
“촬영은 끝이져?”
“그렇습니다.”
“그럼 집에 가여!”
“그러죠.”
덕수 씨는 감독을 노려보며 말했다.
“가보겠습니다.”
“아, 가세요! 공자야! 잘 가렴!”
“녜! 안녕히 계세여!”
공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씩씩하게 외쳤다.
“안녕히 계세여!”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스탭들은 다들 잘 가라고 손짓했다. 아이는 방긋 웃으면서 팔을 흔들었다.
‘귀엽군.’
사실 귀엽기만 한 게 아니었다.
‘그냥 가도 될 텐데.’
촬영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매너를 이 조그마한 아이가 다 보여줬다.
덕수 씨는 아이를 안고 가다 걸음을 멈췄다. 순간 아까의 억울함이 치솟았다.
참으려고 했다. 하지만 촬영장이 제법 멀어져서일까. 눈가에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아, 안 돼.’
하지만 이미 눈가가 축축했다. 아이는 그 모습을 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또 우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분도 참 마음이 여려서 큰일이었다.
“선생님! 공자 괜찮아여!”
“큽. 다 들었습니까?”
당연하죠. 가까이 있었으니까요.
‘잘하는 걸 바라지 않았다니.’
그럴 수도 있겠지.
‘나는 패키지 상품에 포장지니까.’
하지만 홍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포장지를 무시하면 상품이 어떻게 팔려.’
뭐, 생각해 보면 율동도 전문 영역이긴 했다. 자격증은 없지만, 오디션을 보고 뽑는 것도 맞았다.
‘연기야 보장이 되었다지만, 율동은 아니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덕수 씨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억울하지 않습니까?”
“별로여.”
“공자가 얼마나 노력했습니까. 쓰러질 정도로 연습했는데, 저쪽은 조기교육이라고 합니다.”
나는 까르륵 웃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져!”
“그런 거 안 받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하지만 선생님! 우리 집에 연습실 있어여!”
내가 만들어 달라고 하니, 엄마가 만들어줬다.
“보통은 없잖아여.”
그게 조기교육이랑 뭐가 다릅니까.
‘축복받은 환경인 건 맞지.’
감독이 그런 식으로 평가해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여!”
말하고서 아차 싶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나를 안고 가는 덕수 씨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아, 일 쳤다.’
선글라스 사이로 흐르는 눈물이 매우 무서웠다. 나는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덕수 씨는 눈가를 비비며 말했다.
“큽. 어른들의 편협한 생각을 어린 공자가 이해할 이유는 없습니다.”
음, 맞는 말이군.
‘보통 아이라면 말이야.’
그런데 나는 아니잖아요.
“선생님. 잘한다고 다 칭찬받는 거 아니예여!”
받으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그, 그래도요! 노력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말입니다.
“감독님이 몰라줘도 돼여!”
덕수 씨의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자 열심히 한 거 선생님은 아시잖아여. 그럼 됐어여!”
뭐, 엄마도 알고 말이다.
덕수 씨가 코를 훌쩍였다. 나는 선생님 팔을 토닥였다.
“정말 저만 알아도 됩니까?”
“녜!”
그렇다고 하자.
‘팬분들이 모르는 건 좀 섭섭하지만.’
뭐, 아역 배우의 팬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그래도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낫겠지.
“크읍. 흐읍. 허억!”
와. 덕수 씨, 왜 눈물을 안 그쳐요.
“크읍. 공, 공자는 진짜 천사입니다.”
아니, 뭐 이걸로 천사까지야. 엄마도 그렇고, 나를 너무 대단하게 보네.
‘그냥 경험이 많은 거뿐인데 말이야.’
나는 뭐라 말하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냥. 조용히 눈물 그치길 기다리자.’
자극하지 말고.
덕수 씨는 한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나는 조용히 덕수 씨 주머니에 있는 아기 수건을 꺼내주었다.
‘운전하기 전까지는 그쳐줬으면 좋겠는데.’
가능하려나.
“크읍, 흡.”
와, 더 심해진다.
‘솔직히 별로 노력한 것도 아닌데.’
조연 배우 이한조에게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 많을 텐데 말이다.’
천재 이미지 유지하려면 가야 할 길이 멀었다.
나는 조용히 수건으로 덕수 씨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노력해야 하나.’
지나친 애정 때문에 번거로울 수도 있구나.
‘그건 몰랐네.’
나는 덕수 씨가 보지 못하게 입을 가렸다. 왜일까. 조금 웃음이 나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