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77)
077
“아직 공자는 너무 어린데…….”
엄마는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거 해도 괜찮을까.”
나는 단숨에 눈치챘다.
‘저거 일 때문이겠지?’
아이고, 어머니! 무엇을 고민하시나요.
‘해야죠!’
지금 아들이 백수가 되어서 뒹굴고 있습니다. 일이 필요하다고요!
엄마의 눈빛이 걱정스러웠다. 나는 일단 활짝 웃었다.
‘잘 설득해야 해.’
어린애답게.
‘젠장. 어렵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마마!”
“응?”
“공자는 많은 걸 보고 싶어요!”
나는 창밖을 가리켰다. 유리창 너머 잘 만들어진 정원이 한눈에 보였다.
“저 너머에는 다른 게 있어여!”
정원은 물론 아름다웠다. 사람 손으로 공들여 꾸며진 곳에는 빈틈이 없었다.
“조긴 예쁘지만, 저기서는 살 수 없어여!”
그렇습니다. 어머니.
‘빨리 나가서 작품 하게 해주세요.’
뭐, 제가 어려서 그런 거 알고 있습니다. 품 안에 자식이니까 보호하고 싶으시겠죠.
‘솔직히 과보호는 아니지만.’
오히려 용감하게 내보냈다는 것에 가깝긴 했다.
엄마는 한참 동안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결국은 조금 웃었다.
“내 천사에게는 항상 놀라지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늘 또 놀랐어.”
그, 그러십니까. 뭐, 뭐가요. 일하고 싶다는 게요?
“맞아, 공자야.”
엄마가 눈을 깜박였다. 나는 긴 속눈썹이 나풀거리는 걸 응시했다.
“정원에서만 살 순 없지. 게다가 저기는 성진 그룹의 정원이니까.”
엄마는 나를 돌아보았다.
“그래. 많은 걸 봐야지. 공자야, 저 담장 너머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단다. 그런데 정원처럼 아름답지 않아.”
압니다, 어머니.
‘솔직히 재벌 3세의 양아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먹고 자고 입는 걸 누군가가 신경 써준다는 건 매우 좋은 일이었다. 매우 편하더군요.
‘그 편함이 돈과 등가교환이란 것도 압니다.’
엄마는 내 뺨을 살짝 쓸었다.
“나도 모르게 너를 보호하고 싶었나 봐. 밖은 너무 험하니까.”
뭐, 절 위해서 그러신 거 압니다.
‘요즘 좀 심각하게 스케줄이 없었지만요.’
하긴 이제 5살 다 되어 가는 아이에게는 오히려 이게 나을지도 모르지만요.
“하지만 우리 공자는 저 너머를 벌써 보려고 하는구나.”
“녜! 공자는 나가보고 싶어여!”
“그럼, 엄마가 도와줄게.”
엄마는 나를 번쩍 들어서 꽉 안았다.
“나는 공자 엄마니까 말이야!”
와, 어머니.
‘진짜 쉽지 않을 건데. 이거.’
이런 선택 아무나 못 해.
‘나 진짜 엄마한테 효도해야겠다.’
나중에 반항하면 뒤통수를 때리세요!
엄마는 웃으면서 창가로 갔다. 우리 둘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같이 웃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엄마가 작게 속삭였다.
“공자야.”
“녜!”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무슨 말을 할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영화? 드라마?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시켜주세요.’
나는 숨소리도 안 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엄마는 그런 내 뺨에 뽀뽀하며 말했다.
“중동 가자.”
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웬 중동?’
오일 머니 펑펑 나는 그곳을 왜요?
‘보통 중동에 가면 건축이지?’
나는 내 팔을 바라보았다. 미취학 아동의 팔은 가늘기 짝이 없었다.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엄마가 소리 내어 웃었다.
“아하하하하하! 공자, 당황했구나!”
“녜.”
“중동이 어딘지 알아?”
아, 보통 이 나이대는 모르나?
‘아니지. 애들을 무시하면 안 되지. 지리에 관심 있으면 충분히 알 수도 있지 않나.’
뭐, 대강 둘러대자.
나는 해맑게 말했다.
“사막이 있어여!”
엄마는 웃으면서 내 뺨을 비볐다.
“맞아. 사막이 있는 곳이야. 공자야. 우리 거기 가자!”
“마마! 거기 가서 공자가 머 해여?”
저, 제가 무슨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거기 가서 뭐 하죠? 아니, 애초에 중동을 왜 가시는 겁니까. 설명 좀 해주세요!
“음, 엄마도 잘 모르지만 아마 사람 많은 곳에서 웃는 게 일일 거야.”
무슨 팬 싸인회라도 하나요?
“그런데 만나는 사람들이 사막에 높으신 분들이거든.”
엥?
“물론 우리도 제일 높은 양반이랑 가긴 해.”
네?
“국가 행사거든. 공자는 드라마 때문에, 나는 영화 덕분에 초대한 거 같아. 갈까 말까 했는데, 나라에서 하자고 하는 건 거절하기가 좀 그래. 스케줄이 밀린 것도 아니고.”
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 그러니까 대통령이랑 같이 중동에 간다는 거네요, 어머니.’
무슨 문화 국제 교류 행사라도 거하게 하나 보죠?
“공자한테는 색다른 경험이 될 거 같아.”
그, 그렇죠.
‘색다르다 못해 아주 무지개색입니다, 어머니.’
스케일이 장난 아니네요.
나오는 건 웃음밖에 없었다.
“기대된다. 우리 공자 여행 가는 거 처음이네?”
아하하하하. 그렇군요.
‘그러고 보면 2회차 인생에서 처음 가는 해외여행인데 말이야.’
그걸 대통령과 중동으로.
나는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왕관을 쓰면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고 할 때 뭔 개소리냐 싶었는데…….’
유명세에는 뭔가 있긴 하군요. 스케일이 크다.
‘국가홍보 CF 때문에 정부가 나를 잘 본 건가.’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생각을 포기한다.’
세금만 잘 내면 되지.
나는 고개를 숙였다.
‘가서 얌전히 웃기만 하면 되겠지, 뭐.’
사극 ‘인연’이 한류 바람을 타고 올라서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외로 수출됐다는 걸 알긴 했다.
‘그런 거치고는 코인이 확 오르진 않던데?’
확인해 봐야 하나, 이거.
‘코인 내역 보기!’
나는 조용히 자막을 펼쳤다.
[인도 시청자: 243,523가 당신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좋아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 0.01 증가합니다.>저기요, 자막님?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왜 코인이 소수점으로 올라!
[러브 앤 피스 코인은 국가별 인구를 고려합니다.>왜 그런 걸 고려하는데!
‘이, 이건 무슨 차별이야.’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코인은 은근히 소금물이었다.
‘짜.’
종종 느꼈지만, 인플레 방지를 위해서 여기저기 뭔가를 깔아놓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해외 인구 무시하냐.’
러브 앤 피스 코인은 한국 특화인가.
‘무슨 척화비 세운 것도 아니고.’
글로벌 시대에 이러지 맙시다, 진짜.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멀리 보자. 뭐, 아무리 소수점이라도 머릿수에는 못 당하는 법이지.’
나는 자막을 보며 방긋 웃었다.
‘아무리 인플레이션을 방지해도, 소용없게 만들어주마.’
조금만 커봐라. 아주 여기저기 잔뜩 나와서 죄다 홈런을 때려버릴 테다.
그렇게 이를 갈고 있을 때였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자야. 좋니? 혹시 엄마랑 중동 가는 거 싫어?”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여! 마마! 공자 심장이 콩닥거려요!”
좋아서요. 대통령과 나가는 거면, 뭐라도 찍겠지?
‘기자들도 같이 가겠고 말이야.’
적당히 노출될 기회였다. 나는 씩 웃었다.
‘좋은 이미지 좀 심어줘야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쓰레기 같은 기사들이 아예 안 나오진 않겠지만 말이다.
“공자야. 사실 여행이 아닐 거야. 눈치 봐야 하는 사람들도 많고, 말도 잘 따라줘야 하거든.”
뭐, 국가 행사니까 당연하겠죠.
하지만 말입니다.
“마마랑 같이 가잖아여! 공자는 그것만으로도 신나여!”
엄마의 눈동자가 떨렸다. 나는 방긋 웃으며 엄마 품에 파고들었다.
엄마가 웃는지 떨림이 느껴졌다.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공자야. 엄마도 그래. 그것만으로 기대돼.”
손길은 여전히 다정했다. 나는 씩 웃었다.
‘자식은 어렸을 때 귀여운 모습으로 효도한다고 하던데…….’
음, 미리미리 효도하는 게 좋겠지.
‘애는 금방 자라니까 말이야.’
나는 이번 국가 행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나 더 추가했다.
‘엄마한테 재롱부려야지.’
씩 웃음이 나왔다. 이번 여행이 꽤 기대되었다.
* * *
‘재롱부릴 분위기는 아니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명찰을 건 사람들이 굳은 표정으로 지나갔다.
‘국가 행사라서 그런가.’
공무원분들의 표정이 딱딱했다.
‘뭐, 그건 그거고.’
나는 고개를 들어 엄마를 보았다. 머리를 뒤로 묶은 엄마는 오늘따라 더 생기가 넘쳐 보였다.
“공자야. 날씨 좋지?”
네, 좋네요. 비가 오지만요.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축축하지만, 엄마가 좋다면 좋은 거지 뭐.’
나는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려요!”
“그러네.”
“공자는 비 조아요!”
사실 별 상관없지만요.
‘자연은 그냥 자연일 뿐이니까.’
하지만 재롱을 부리려면 이래야지.
엄마는 내 뺨을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그래? 엄마는 비 오는 거 그냥 그랬는데, 오늘부터 좋아해야겠다.”
“공자가 좋아하니까여?”
“응. 우리 공자가 좋아하니까!”
나는 엄마 품에서 꺄르륵 웃었다. 한참 엄마가 내 볼을 비빌 때였다. 옆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와, 진짜…….”
뭐지.
나는 엄마 품에서 고개를 살짝 뺐다. 비행기 옆 좌석에 긴 생머리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음, 누구지?’
겉모습을 보면 연예인 같긴 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안녕!”
“안냐세여! 공자예요.”
“꺄아, 귀여워. 인사했다. 안녕, 공자야. 안녕하세요. 마수정 선배님.”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엄마가 웃으면서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저번에 한번 뵈었는데, 기억하세요? 저 정누리예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활동도 잘 보고 있어요.”
어, 아는 사이인가.
그녀는 볼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어, 진짜. 기억하세요? 어떡하지. 좋아라.”
와, 우리 엄마 인기 많다.
“그, 그때 제가 미숙한 연기력으로 폐를 끼쳤어요.”
“어머, 누리 씨 폐 끼치지 않았어요.”
“NG 엄청나게 냈었으니까요. 그때 위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와, 어머니.
‘실수 많이 한 분을 다독이셨나 보다.’
나는 엄마에게 작게 속삭였다.
“마마!”
“응, 공자야.”
“멋있어여!”
엄마는 내가 이런 말을 할지 몰랐는지, 살짝 볼을 긁었다.
아, 부끄러우신가 보다.
“음, 별거 아닌데 공자가 멋있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네?”
엄마가 나를 꽉 안았다. 나는 까르륵 웃으면서 몸을 비틀었다.
누리 씨가 계속 우리를 보고 있었다.
“누나도 중동 가세요?”
“응. 우리 얼라이트 다 가면 좋은데, 나만 가네.”
아, 얼라이트.
‘이름은 들어봤었어.’
누구신가 했는데, 아이돌 그룹 멤버 중 한 분이셨군.
‘혼자 가신다니, 솔로 데뷔하신 분인가 보다.’
누리 씨가 웃으며 말했다.
“초대받아서 기뻐. 음, 중동에서 공연은 처음이지만.”
그렇군요.
“좀 긴장했나 봐. 컨디션이 별로네.”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