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78)
078
‘음, 어디 아픈 걸까?’
나는 정누리 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밝게 웃었다.
“괜찮아! 나는 항상 이래. 무대 공포증까지는 아니고, 약간 심한 긴장쟁이야. 에효, 부끄럽네. 잊어줘!”
정누리 씨는 달아오른 얼굴에 손부채질을 했다.
“어린애 앞에서 긴장했다고 투정을 부리다니. 정누리야, 이러지 말자. 잊어줘, 공자야! 꼭!”
아니, 잊을 리가요.
좀 의외이긴 했다.
‘긴장을 잘하는 성격이시구나.’
아이돌인데도 이럴 수 있구나.
엄마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이번 무대가 국제 행사잖아요. 긴장하는 게 당연하죠.”
“아하하하. 맞아요, 선배님. 솔로 무대라서 더 긴장했나 봐요. 어쩌다 보니 드라마 OST가 빵 떠서요. 혼자 무대를 이렇게 많이 설지 몰랐거든요!”
그렇구나.
그때 엄마가 의외의 말을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누리 씨가 [인연> OST 부르셨죠?”
어라.
‘그건 몰랐네.’
음, 내가 나오는 드라마였구나.
누리 씨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녹음할 때는 드라마가 이렇게 흥할지 몰랐어요. 덕분에 사장님 어깨춤 많이 추셨어요!”
“목소리 너무 예뻤어요.”
“헤헤. 칭찬 감사합니다, 선배님. 저 진짜 기뻐요. 사실요, 별거 아니지만요.”
누리 씨는 은밀하게 속삭였다.
“저, 곰자예요.”
나는 눈을 깜박였다.
‘곰자라면, 내 팬이신가?’
누리 씨는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며 말했다.
“공자야. 누나가 사랑해.”
저, 정말이요?
‘대, 대놓고 말씀하시다니!’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그러고 보면 팬을 만난 건 난생처음인데?’
전생에서는 나를 아는 사람은 많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팬이라고 하는 분은 없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엄마 팔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감사해여…….”
“어머, 공자야? 왜 그래?”
나는 엄마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어, 얼굴 화끈거리니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처음이란 말입니다. 음, 아닌가. 병원에서 둘러싸여 본 적은 있었지.
‘그런데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왜 지금 생생하게 느껴지지?
얼굴이 더 타올랐다. 나는 계속 엄마 품으로 파고들었다.
“어머?”
엄마는 내 등을 토닥이며 맑게 웃으셨다.
“누리 씨, 공자 굉장히 부끄러워하네요. 솔직히 저 이런 모습 처음 봐요.”
“어흑. 지금 그래서 선배님께 안겨 있는 거예요? 세상에. 더 귀여워!”
이런 미친.
나는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내리눌렀다.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어.’
진정하자, 마공자. 내가 귀엽지만, 아직은 그뿐이다.
나는 천천히 고개만 돌렸다가, 순간 움찔했다.
‘나, 날 보고 있네.’
누리 씨는 입을 가리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일까. 눈이 굉장히 반짝였다.
시선이 마주치자, 누리 씨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바로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어, 미치겠어요. 이 세상 귀여움이 아니야!”
“그렇죠. 우리 공자 귀엽죠?”
“아, 선배님. 저 지금 가슴 치고 있어요. 킹콩처럼요. 이러지 않으면 공자를 꽉 안아버릴걸요. 어휴. 진정하자, 내 존재.”
누리 씨는 심호흡하며 말했다.
“세상에. 왜 부끄러워해요? 와, 미치겠다! 심장이 두근거리잖아! 내가 부정맥 걸리면 다 공자 탓이야.”
엄마는 나를 꽉 안고 웃었다. 누리 씨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공자 인기 많잖아요. 공자가 지나만 가도 앓는 곰자들 많았을 텐데. 면역이 없어 보여요.”
“잘 몰라요. 일부러 제가 그렇게 만들기도 했고요.”
누리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교육상 좋지 않죠.”
“그래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죠. 벌써 이렇게 들켰잖아요.”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눈을 깜박이며 생각에 잠겼다.
‘음, 나 생각보다 더 인기가 많나?’
몰랐네.
‘유명한 줄은 알았는데 말이야.’
이 정도였어?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그냥 운 좋게 팬 한 분을 만났을 수도 있어. 침착하자.
나는 조심스럽게 누리 씨를 불렀다.
“저, 저기 누나.”
“응, 응!”
“공자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여!”
진심입니다.
누리 씨는 눈을 깜박이다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마른세수를 하며 신음을 뱉었다.
“귀여워……. 미쳤나 봐. 너무 귀여워.”
엄마는 그런 누리 씨를 보며 조금 웃었다.
“내 천사. 오늘도 사람 한 명 죽이네.”
아니, 엄마. 누가 들으면 제가 진짜 사람 죽인 줄 알겠습니다.
“공자야.”
“녜!”
“누나가 널 좋아하는 게 신기하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녜!”
“그렇구나. 음. 그런데 공자야. 널 좋아하는 분이 생각보다 많아.”
그, 그렇습니까.
“엄마는 공자가 지금 이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쉬운 게 아니거든.”
아, 어머니.
‘훌륭한 교육이십니다.’
버릴 말이 없었다.
‘팬분들은 매우 소중하죠.’
잘 나가면 그걸 별거 아니라고 여기는 모양이지만요.
“맞아여, 마마! 좋아한다는 건 기적이예여!”
나는 누리 씨를 보며 활짝 웃었다.
“공자 열심히 할께여!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여!”
지켜봐 주십시오, 곰자님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누리 씨는 다시 한번 의자 위에 쓰러졌다.
“누리 씨?”
“아니, 선배님. 선배님 아들은 진짜 너무, 너무너무 최고예요!”
“그렇지? 내 아들이지만 나도 가끔 놀란다니까.”
“아직 어린데 왜 이렇게 예쁜 말만 해요. 저 심장이 두근거려요. 아니, 왔어요. 부정맥.”
“어머나.”
“그런 의미에서, 소원 좀 빌어봐도 되나요?”
누리 씨는 꾸물꾸물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공자야. 곰자로서 소원이야.”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진 한 번만 찍자.”
아하.
‘정말 별거 아니군요.’
누리 씨는 엄마를 보면서도 고개를 숙였다.
“저, 괜찮나요?”
“괜찮아요.”
“저, 선배님도 같이…….”
엄마는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 손짓했다. 누리 씨는 활짝 웃으면서 달려왔다.
찰칵-
누리 씨는 단지 사진만 찍었을 뿐인데, 너무 좋아했다.
‘진짜 곰자이신가 보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생기다니.’
열심히 살아야겠다, 마공자.
‘팬분들, 아니 곰자님들.’
제가 잘할게요. 그러니까.
‘부디 오래오래 절 지켜봐 주세요.’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음, 조금 정치인 같다.’
나는 배시시 웃었다. 책임감이 어깨를 눌렀지만 뭐,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 * *
팬분들에게 잘하겠다고 결심한 지 대략 11시간 후.
나와 엄마는 특별전세기를 타고 중동으로 날아왔다.
‘일단 하루 쉬는 게 일정이었지.’
오늘은 호텔에서 푹 쉬면 되고, 다음날 국제 행사를 한다고 했다.
‘대통령 할아버지는 내일 온다고 했었어.’
어떤 행사를 하려나. 나는 무슨 일을 하려나.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이었다. 솔직히, 이럴 줄 몰랐다.
“콩자! 콩자!”
“ant wasima!”
나는 깜짝 놀라서 눈을 깜박였다.
‘여기서도 날 알아보는 분들이 계시는구나.’
한낮에 거리에, 히잡을 쓴 분들 십여 명이 소리를 질렀다.
경호원들이 바로 사람들 사이로 길을 열어주었다. 엄마는 나를 번쩍 안았다.
“어이쿠. 빨리 가야겠다.”
나는 내 이름을 부르는 분들을 바라보았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는 듯했다.
나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ant wasima! ant wasima”
음, 저거 무슨 뜻일까.
그분들은 열광적으로 소리를 지르셨다. 엄마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공자야. 저건 잘생겼다는 뜻이야.”
와, 어머니.
“마마, 아랍어 아세여?”
“인사랑 잘생겼다는 말만 알아. 그나저나 우리 공자 귀여움을 아랍에서도 아나 보네?”
나는 까르륵 웃었다.
“드라마 때문인가 봐여.”
“그러게. 공자야. 아까 공무원 아저씨들과 얘기했는데, 우리 공자는 국가 만찬장에서 왕한테 꽃을 전해 주면 된다더라.”
아, 화동이군.
‘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해야겠군.’
뭐, 꽃 전해 주는데 열심히 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국가홍보 CF가 외교적으로 인기 많았다고 하더라.”
아하. 그거.
엄청나게 말리던 CF가 평가가 좋다니.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애국한 기분이다.’
역시 그때 대통령 할아버지 다크서클 지우는 데 코인 쓰기 잘했어.
‘뭐, 화면에만 안 나오게 했지만.’
엄마는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좀 어려운 자리일 거야.”
당연히 그렇겠죠.
“뭐, 공자라면 걱정하지 않지만 말이야.”
나는 배시시 웃었다.
“공자 잘 할게여! 마마!”
그럼요.
‘보통 아이라면 걱정하시겠지만, 저는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두 번 사는 인생, 이왕이면 애국하면 좋죠. 뭐.
‘물론, 꽃 전해 주는 건 소소하지만요.’
엄마는 내 눈가에 살짝 입술을 댔다 떼며 말했다.
“내 천사. 아직 어린데 어려운 자리에 너무 많이 가는 거 아닌가 살짝 걱정이네.”
“마마. 공자는 이런 데 와서 조아요!”
“정말?”
“녜!”
집에서 백수로 뒹굴뒹굴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하면 안 되겠지.’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집에서 볼 수 없는 게 많아여!”
그러니 마음 놓고 내보내세요.
엄마는 나를 고쳐 안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어떻게 이렇게 예쁜 말만 하는 걸까.”
“공자 예쁜 말 해여?”
“응. 너무너무 고운 말만 해.”
아하.
나는 배시시 웃었다.
“그거 다 마마한테 배운 말이에여!”
엄마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아, 진짜. 또 녹네. 우리 공자 때문에.”
엄마는 나를 꽉 안았다. 나는 다리를 살짝 흔들며 씩 웃었다.
‘효도는 미리미리 할 수 있을 때 해둬야지.’
별거 아닌 말에 이렇게 기뻐하시다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
엄마는 나를 안고 계속 걸어갔다. 낯선 공간을 바라보았다. 들리는 언어가 달랐다.
‘진짜 아랍이네.’
11시간 전에는 한국이었는데.
‘그러고 보면 인생 2회차에서 첫 여행이잖아.’
그래서일까. 꽤 기대되었다.
* * *
대통령 할아버지는 여전하셨다.
‘오늘도 다크서클이 굉장하시네요.’
대통령 할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다리를 굽히며 씩 웃으셨다.
“어이구. 잘 지냈니?”
높으신 분이 안부까지 물으셨다. 나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녜!”
“건강해 보이는구나. 그새 컸네. 골고루 먹었구나?”
나는 꽃다발을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녜! 공자 골고루 먹고 열심히 컸어여! 음, 그치만 공자도 싫은 음식 있어여!”
대통령은 작게 물었다.
“싫어하는 음식이 뭐지?”
아이고. 대통령 할아버지.
‘뭘 그런 걸 물으십니까.’
솔직히 없었다. 제가 이 나이 먹고 반찬 가릴 때입니까.
‘하지만 애답게 말해야겠지.’
나는 대통령 귓가에 속삭였다.
“샐러리여.”
대통령 할아버지는 눈가의 다크서클이 흔들릴 정도로 크게 웃으셨다.
“그렇구나. 그걸 싫어하는구나.”
“녜!”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는데 외교부 사람이 말했다.
“각하, 들어가셔야 합니다.”
대통령 할아버지가 일어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러면 뒤에서 따라가면 되겠지?’
한걸음 물러서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대통령 할아버지가 내 손을 꽉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