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80)
080
“정말인지, 내가 천사를 키운다니까.”
엄마는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우리 공자, 엄마에게 용기 주려고 그렇게 장한 말을 한 거지?”
비, 비슷하긴 합니다만.
“엄마가 불안해 보였니? 음, 조금 부끄러운걸. 공자야. 엄마는 강하단다. 엄마 이제 과일만 있으면 손으로도 짤 수 있어!”
그, 그러십니까. 압니다. 제가 코인 썼으니까요.
‘그래도 육체적으로 강한 거랑, 무대 위에서 시간 끄는 거랑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만.’
엄마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웃었다.
“공자야, 엄마를 믿으렴.”
아하하하.
엄마는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정 안되면 엄마가 고래 가족 율동이라도 해서 시간 끌 테니까!”
엥?
‘아, 아니 그건 조금!’
저기요, 어머님. 지금 이미지가 쿨하고 멋진 여전사이신데 고래 가족 율동, 괜찮겠습니까.
‘한다면 차라리 제가 하겠습니다.’
물론 하고 나서는 3시간쯤 침대 위에서 발차기할 거 같지만요.
그때 스탭이 말했다.
“지금입니다.”
엄마는 내 손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조명이 점점 밝아졌다. 무대에 올라서자마자 환호성이 들렸다.
‘무대 뒤편이랑 무대 위는 정말 차원이 다르다니까.’
환한 조명이 내려왔다. 나는 관객을 보며 웃었다.
“사보하! 사보하!”
“콩자! 콩자!”
플래카드들이 눈에 띄었다.
-공자야 사랑해
-공자 귀여워
나는 플래카드가 있는 쪽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히잡을 쓴 많은 여성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
플래카드를 본 건 난생처음이었다.
‘나를 보고 이렇게 좋아하다니……. 그것도 바다 건너 분들이!’
이한조였을 때는 어림도 없던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환하게 웃었다. 사회자가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우리 공자가 인기가 많네요. 마수정 씨, 공자 군. 인사 부탁드립니다.”
엄마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마르하바안! 안녕하세요. 마수정입니다.”
좌석에 앉은 분들이 소리쳤다.
-꺄앗!
-못져요!
엄마, 인기 많구나.
‘하긴 우리 엄마는 강하고 아름다우니까!’
엄마가 자랑스러워서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엄마는 여유롭게 웃으면서 관객들을 보았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귀한 자리에 나오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다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사회자가 물었다.
“공자도 인사해야죠. 할 수 있나요?”
당연하죠.
“녜!”
“어이구, 대답도 잘하네. 공자야, 인사하자!”
나는 두 손을 배에 대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마르하바안! 안냐세요! 공자예여!”
그 순간, 아까와는 비교가 안 되는 큰 함성이 무대 위를 가득 채웠다.
-꺄아앗
-끄아악
-콩자! 콩자!
아니, 왜 이렇게 좋아해 주시지?
‘그럼 화답을 해드려야지.’
별거 아니지만요.
나는 웃으면서 다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앞에 있던 분이 외쳤다.
“자데본!”
저거 귀엽다는 말이지?
나는 방긋 웃으며 그분과 눈을 맞췄다. 그러자 그분은 어깨를 흔들면서 다시 소리쳤다.
“자데보오오온!”
중동 분들도 열정이 장난 아니셨다. 함성이 가라앉자 사회자가 다시 진행을 했다.
“마공자는 우리나라의 보물입니다.”
와.
‘제가 언제 나라의 보물이 됐나요.’
국보 지정도 해주나요?
‘겉치레라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
나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맞은편, 3층 관람석 앞자리에 아랍 왕과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는 대통령 내외가 보였다.
‘음, 보물이란 소리 들으니까 왠지 애국해야 할 거 같다.’
음,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시간 끌기가 필요했지.’
뭘 하면 시간을 끌 수 있을까.
살짝 고민할 때였다. 3층 좌석에 아까 봤던 문화 지식 개발부 장관이 보였다. 그분은 내 쪽을 보며 밝게 웃고 계셨다.
‘그러고 보니 고래 가족도 알고 있었지.’
익힐 때는 피를 토할 만큼 필사적이었는데, 의외로 인기가 많다니 다행이었다.
‘그거 추면 5분은 훌쩍 가겠지?’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뭐. 쪽팔림을 버리면 출 수는 있는데, 오디오가 없잖아.’
무반주로 춰도 되긴 하지만, 그러면 날 이상한 애로 볼 거 같은데…….
‘그냥 일반적인 시사회 자리도 아니고, 높으신 분들이 계시니까 안 되지.’
역시 너무 나간 생각이었다.
내가 생각에 빠져 있을 사이, 사회자는 열심히 행사 진행을 이어갔다.
“정말 귀엽네요. 자, 이번에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이 자리를 빛내주신, 정누리 씨입니다.”
짝짝짝-
다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인터뷰가 뒤에 있구나.’
하얀 드레스를 입은 정누리 씨가 옆으로 다가왔다. 사회자는 바로 물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양국의 교류를 위한 자리에 초대되어서 매우 영광입니다.”
교과서적인 좋은 멘트였다. 아마 저렇게 마무리하는 게 베스트겠지. 하지만 사회자는 필사적으로 몇 분을 늘려야 했다.
“정누리 씨는 그룹 얼라이트의 메인 보컬을 맡고 계신 분이기도 합니다. 어떠십니까.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은 좀 다른가요?”
와, 정말 잡다한 질문이었다.
“많이 다른 거 같아요. 저는 살짝 부담을 많이 느끼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멤버들이 그리워요.”
“그렇군요. 역시 홀로 하는 건 뭐든 힘든 법이죠.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줄 수 있을 때, 우리는 좀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습니다.”
필사적인 외교 멘트였다. 조명이 강해서일까. 사회자 이마에 난 땀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고생하시네.’
뭐든 양국의 우호로 연결하려면 힘들긴 하겠다.
사회자는 다시 한번 정누리 씨에게 질문했다.
“이건 좀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요즘 정누리 씨가 관심을 갖게 된 새로운 취미 같은 게 있을까요?”
이런.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취미가 없을 수도 있잖아요.
정누리 씨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사회자도 땀을 닦았다.
둘 다 당황한 게 한눈에 보였다.
‘사회자도 고의는 아닌 거 같다.’
뭐라도 해보려고 하다가 삐끗한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 생각이었겠지.’
그래도 대본에도 없는 질문을 이렇게 갑자기 하다니.
정누리 씨의 눈동자가 갈팡질팡하다가 순간 나를 봤다.
‘엥?’
정누리 씨가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러더니 바로 대답했다.
“요즘 공자의 ‘고래 가족’을 보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어요. 아, 잘 모르실 텐데요, 저기 있는 귀여운 공자가 동요에 맞춰서 율동을 하거든요. 그게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았어요.”
정누리 씨는 통역사를 위해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통역이 끝나자마자, 히잡을 쓴 관객들이 큰소리로 외쳤다.
“’ana ‘aerifu.”
음, 이거 무슨 말일까.
통역사가 우리에게 말했다.
“아신다고 하네요.”
엥?
‘고래 가족을 안다고?’
왜 그걸 아시는 겁니까. 바다 건너 사막에서 사시는 분들이.
‘하, 한류 때문인가.’
새삼 대단하네.
정누리 씨가 말했다.
“저, 노래도 외웠어요.”
“오, 그럼 짧게 한 번 부탁드려보아도 될까요?”
화색이 된 사회자가 요청하자, 정누리가 마지못해 노래를 시작했다.
“작은 고래~ 랄랄라라~ 깊은 바다~”
관객들이 손뼉을 쳤다. 몇 소절만 부탁한 것이었는데 어째 분위기가 아예 완창하는 거로 잡혔다.
나는 양국의 높으신 양반들을 바라보았다.
‘이 분위기에서는 얌전히 있는 게 교과서지.’
하지만 지금 ‘시간 끌기’라는 주어진 과제가 있었다. 노래는 짧고, 끝나면 또 할 말이 없어질 텐데.
‘와, 이거 조금 모험이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어떻게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끌어야 하고, 나는 아직 어려.’
실수해도 어린애가 한 거니 좀 봐주지 않을까.
“랄라라~ 모험을 떠나네~”
관객분들이 손뼉을 쳤다.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서 수없이 익혔던 율동을 시작했다.
“엄마 고래~ 따라라~ 아기 고래를~ 보내며~ 따라라~ 흑흑흑~”
박자에 맞춰서 살짝 뛰었다. 1초밖에 안 되는 순간이 마치 하루 같았다.
‘지금이라도 관둘까.’
나는 심호흡을 했다.
‘안 돼.’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썬다.
“도망가자~ 요리조리~”
나는 팔을 쭉쭉 뻗었다. 내가 뭘 하는지 알게 된 관객들은 다행히도 웃고 있었다.
나는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율동 하며 그리고는 높으신 분들이 앉은 3층을 보았다.
‘다, 다행이다.’
양국의 정상들이 다 웃고 있었다.
‘저쪽이 웃지 않으면 바로 관두려고 했는데…….’
오히려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
드디어 노래가 끝났다. 숨을 들이켜니 박수 소리가 울렸다.
“어이구, 귀여워라. 공자, 잘했어요.”
칭찬 감사합니다만, 아직 제 무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숨을 헐떡이다가 엄마 옆에 살며시 붙었다. 사회자는 그런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니, 공자야. 왜 그래?”
사회자는 나에게 마이크를 대줬다. 나는 조금 작게 말했다.
“조금 부끄러워여…….”
성실하신 통역사는 그것마저 통역하셨다. 관객분들이 바로 큰소리로 웃으셨다.
-아아핫
-푸하하하하!
극장이 커서일까. 웃음소리가 벽에 부딪혔다. 나는 웃음의 바다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요, 웃으세요.’
여기까지가 내가 준비한 거였다.
나는 펄럭이는 국기 앞에서 중얼거렸다.
‘저는 할 만큼 했습니다.’
별거 안 했는데 겁나 애국한 기분이네요.
“공자가 부끄럽구나. 이 작은 친구가 출현한 작품은 [인연>이라는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전 세계로 뻗어나갔습니다만, 특히 이곳에서 인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그 이유는 우리가 같은 정서를 공유해서가 아닐까요.”
사회자는 훌륭하게 본 궤도로 돌아왔다.
‘음, 급한 불은 꺼졌네.’
게다가 시간도 벌어줬다.
‘다행이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는 내 손을 살랑 흔들었다.
우리가 무대에서 내려간 건 5분 뒤였다. 나는 객석으로 내려오고 나서 조용히 잠들었다. 왠지 굉장히 피곤했다.
* * *
‘낯선 천장이다.’
나는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낯설지만 모르는 곳은 아니었다.
‘호텔이네.’
엄마는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계셨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나는 커튼을 살짝 젖혔다. 새벽인지 하늘이 붉었다.
‘사막의 일출은 이렇구나.’
뭐, 호텔은 도시 안에 있어서 그냥 대도시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태양이 떠오르는 걸 보고 있자니 어제가 떠올랐다. 나는 조용히 커튼을 펴고 쭈그려 앉았다.
‘와,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를 때라서 화끈하게 질렀지만, 창피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 나이 먹고 율동을 했어.’
그것도 양국 대통령 앞에서.
‘이거 박제되었겠지?’
아놔.
나는 마른세수를 했다. 왜 창피함은 내 몫일까.
‘아악.’
나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연기자가 되고 나서 부끄러움은 모아다가 다 버렸는데…….’
그런데도 어제는 창피했다.
‘잊, 잊히겠지.’
신문 기사로 남긴 하겠지만 본 사람은 얼마 없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카메라가 있던데…….’
순간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다.
‘동영상으로 죄다 박제되어 있으려나?’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아악!’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뭐, 국내에만 얘기가 안 나오면 되겠지.’
그럴 거야. 그렇고말고.
‘잊자! 잊을 수 있다!’
그런데 얼굴이 화끈거려서 일어날 수가 없네요. 그때였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공자 뭐 하니?”
엄마였다. 나는 비적비적 일어나서 말했다.
“부끄러워하고 있어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