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81)
081
“으음?”
엄마는 웃으면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말했다.
“생각났어어.”
“어제?”
“녜.”
“아하하하하!”
엄마는 맑게 웃으면서 침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엎드려 있는 나를 달랑 들어서 침대에 내려놨다.
‘음, 내가 아무리 어려도 이제는 무게가 좀 있을 텐데.’
그런데도 엄마는 나를 소형견처럼 들어 올렸다.
‘코인으로 근력을 강화해서 그런가.’
엄마는 나를 안전하게 침대에 두고 다시 누웠다. 그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라. 왜 보고만 있지?
“마마?”
고개를 갸웃거리자, 엄마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음, 공자야. 미안.”
엥? 갑자기 왜 사과를 하십니까?
“공자가 부끄러워하는 게 너무 귀여워서 말이야.”
“마마…….”
“아, 진짜. 아침부터 이렇게 귀여운 걸 보다니.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엄마는 웃으면서 나를 꼭 껴안았다. 따듯한 품속에서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부끄러워하는 게 왜 귀여운 거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그냥 이 얼굴로 색다른 행동을 해서인가.’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냈다.
‘엄마가 귀엽다면 귀여운 거겠지.’
깊이 생각하지 말자.
“음, 그런데 공자야. 어제 일 떠올리고 부끄러워하는 거야?”
“녜!”
나는 엄마의 잠옷 자락을 꽉 잡았다.
“공자 이상했져?”
“귀엽기만 했는데?”
“음, 마마라서 귀여운 거 아닐까여?”
남들이 보기에는 그 율동이 그냥 몸부림일 수도 있잖아요.
“음. 아니야, 공자야. 관객분들도 다 귀엽다고 했잖아.”
아, 그렇긴 했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자야. 사람들 다 즐거워했잖아. 비록 우리 공자가 정누리 씨의 노래에 충동적으로 나가서 율동했어도 말이야.”
아아, 어머니.
“처음에는 박자가 살짝 안 맞더라. 그래도 곧 제대로 따라가던데?”
엄마의 평가가 적나라했다.
“그 전에 인터뷰로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아 있었잖아. 공자가 그렇게 율동해 줘서 얼마나 다행이었는데.”
아, 역시 그것도 아시는군요.
“솔직히 엄마도 고민했었어. 딱딱해진 분위기를 풀어줄 말을 해야 하는데, 영 떠오르지 않았거든. 그런데 공자가 시간도 끌어주고, 분위기도 밝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어.”
아하하하하.
‘다행이군요.’
제 희생이 헛되지 않았군요. 굉장히 보람찬 일인데, 왠지 눈가가 촉촉해지네요.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공자가 아니야.”
엥. 이건 무슨 말입니까?
“엄마가 더 부끄러워. 나만 믿으라고 했는데 말이야.”
아.
‘그렇게 말하긴 했지.’
엄마는 내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장한 일을 해놓고 부끄러워하다니. 어휴, 내 천사. 공자야, 관계자분들이 다 공자 칭찬했어.”
어라.
‘그건 몰랐네?’
언제 또 칭찬을 한 것입니까?
“다 우리 공자가 복덩이래. 그렇게 좋은 일을 한 건데 왜 부끄러워해.”
나는 양손을 내려놨다. 엄마는 나를 안고 큰 침대에서 한 바퀴 굴렀다.
“내 천사. 나만의 복덩이인 줄 알았는데, 나라의 복덩이가 되어버리네?”
아하하하.
‘설마요.’
그냥 우연일 뿐이죠.
“그 뒤로 공연 잘 됐어. 그 아이돌 그룹도 무사히 잘 치렀고. 중간에 깃발 퍼포먼스가 멋졌어.”
음, 그 깃발 퍼포먼스에 뭔가 있었군.
‘양국의 우호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했겠네.’
부드러운 손이 내 등을 토닥였다. 나는 엄마의 배 위에서 물었다.
“병원 갔다는 분은 괜찮아여?”
“응. 수술받았대.”
“다행이예여.”
국제 행사는 잘 치러진 모양이었다.
나는 엄마 잠옷에 얼굴을 비볐다.
‘그래. 잘됐으면 된 거지.’
흑역사를 쌓은 거 같지만, 어리니까 괜찮을 거야.
“공자야. 사실 오늘 우리 돌아가야 해.”
나는 고개를 들었다. 엄마는 내 앞머리를 넘겨줬다.
“그런데 우리가 들를 곳이 있거든.”
와, 관광입니까?
“엄마가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나는 활짝 웃었다.
“언제 가여?”
저 해외여행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어머니.
“벌써 가고 싶어?”
“녜!”
“와, 우리 공자 신났네. 그래. 씻고 밥 먹고 빨리 가자.”
엄마는 나를 안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코알라처럼 얌전히 매달려 갔다.
‘어딜 가는 거지? 사막을 구경? 아니면 쇼핑몰?’
거기 가면 기념품 파나?
‘넉넉하게 사서 돌려야지.’
누굴 주면 되려나.
나는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세수를 했다. 조금 기대가 되었다.
* * *
엄마는 금수저였다.
‘성진 그룹의 오너가지.’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배우기도 했다.
‘커리어가 좋아.’
코인 때문에 근력을 강화해서인지, 엄마의 여전사 이미지가 좀 더 굳어졌다.
‘전생보다 훨씬 좋아.’
나는 엄마가 찍는 영화 제목을 들을 때마다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충무로는 당분간 액션의 시대야.’
그 안에서 계란 노른자같이 중요한 역은 쏙쏙 맡았다.
‘엄마는 CF도 잘 찍으시지.’
강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찾는 사람은 매우 많았다. 잘 모르지만, 엄마는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엄마는 돈이 많아.’
내가 먹고 자고 입는 게 다 범상치 않았다. 처음에는 적응하는 게 힘들었지만, 솔직히 지금은 아니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이제는 가격표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 그래도 말입니다.’
나는 조용히 차를 바라보았다. 우리를 데려간다는 차는 척 봐도 범상치 않았다.
‘방탄유리지, 저거?’
외장과 내장이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총 같은 무기들도 살짝 보였다.
‘뭔가 이거, 관광용은 아닌 거 같은데요.’
어머니, 어디를 가시려고 그래요.
우리 앞에 나타난 차에서 총을 가진 사람이 내렸다. 척 봐도 군인인 남자는 엄마와 악수를 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타자, 공자야.”
저기요. 어머니.
“어디 가여?”
“음, 좋은 곳?”
군용차를 타고요? 무슨 중동 마피아라도 보러 가십니까?
“가는 곳 치안이 좀 별로라서 안전한 걸 빌렸어. 얼마 안 걸릴 거야.”
아니, 그런 곳을 왜 가요.
막 말리려고 할 때였다. 엄마는 나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공자랑 꼭 봐야 하는 곳이야. 사실 그걸 보려고 국제 행사 참가했어.”
어라.
‘이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다.’
나는 얌전히 군용차에 탔다. 제법 큰 차 안에는 다른 분이 더 계셨다.
엄마까지 올라타자 남자가 말했다.
“레츠 고!”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웃었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생각해 보면 말이야.
‘이런 차로 오기도 쉽지는 않겠다.’
이걸 어떻게 구해 온 거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차 안을 구경했다. 여기저기 무기들이 보였다.
엄마가 말했다.
“공자야. 아무거나 만지면 안 된다?”
안 만져요.
“만지면 아야 해.”
아야만 하겠습니까. 무시무시한 것들이 보이는데요.
‘아니, 도대체 어딜 가기에 그러세요.’
진짜, 어디 털러 가는 거 아니겠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시트에 기댔다. 군용이라서 그런가, 차가 유난스럽게 흔들렸다.
안에 있던 군인이 말했다.
“꼬마, 머리 조심해.”
어라? 한국어?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군인이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일했다.”
그렇군요. 무슨 일을 하셨나요.
막 이걸 물으려고 할 때, 군인이 작게 중얼거렸다.
“사장님 나쁘다.”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나 너 안다. 드라마 봤다.”
아, [인연>을 보셨나 보다.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여기도 시청자분이 계셨군요.
“연기 잘했다. 공자, 이거 돼?”
군인은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군인은 바로 내 옆에 붙은 채 스마트폰을 들었다.
군인이 말했다.
“원, 투, 쓰리. 김치!”
와, 요즘도 김치 하면서 찍는 사람이 있나.
‘꽤 오래전에 일하셨나 보네.’
군인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차가 크게 덜컹거렸다. 나는 목을 가누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낯선 시가지의 모습이 보였다.
‘사막 도시에서 군용차 타고, 팬 분과 사진이라니…….’
생각해 보면 어제 이 나라 왕족한테 꽃도 줬지.
뭔가 상황이 좀 이상했다.
‘생각하지 말자.’
살다 보면 이럴 수도 있겠지, 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군인은 행복한 표정으로 스마트폰 액정을 넘기며 말했다.
“히히. 자랑해야지.”
진짜 좋으신가 보네.
나는 방긋 웃었다. 뭐, 팬분이 좋으면 나도 좋았다.
* * *
의외로 도착은 빨랐다. 군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목적지다.”
나는 차 안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공자야, 나가면 안 돼.”
어라.
“도착한 거 아니에여?”
“도착한 거 맞아.”
엄마는 나를 창가로 끌어왔다.
“보렴, 공자야.”
어라.
나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얀 텐트와 철조망…….’
차는 천천히 나아갔다. 나는 여기가 어디인지,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난민 캠프 같은데…….’
하지만 지금에 나라면 몰라야 했다.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예여?”
“갑자기 가족과 집이 없어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야.”
엄마는 내 어깨를 안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분들은 전쟁으로 집을 잃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철조망 너머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저 나이대면, 우리 공자보다는 형이겠다.”
그렇겠군요.
“이곳에는 아마 엄마 아빠를 잃은 아이들도 몇백 명 될 거야.”
전쟁의 참사였다. 나는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공자야. 어제 우리가 본 건 화려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 번쩍번쩍했지.’
극장은 크고 넓었고, 호텔은 호화로웠다.
“하지만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이런 곳도 있단다. 엄마는 이곳을 공자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나는 고개를 돌려 엄마와 눈을 맞췄다.
“공자가 너무 어려서 고민은 좀 했지만 말이야.”
와, 어머니.
그런데 이유가 뭘까.
‘왜 엄마는 이걸 보여주는 걸까.’
엄마는 나직하게 고백했다.
“공자야. 그거 아니? 엄마는 살아오면서 예쁘고 좋은 것만 보고 자랐어. 엄마는 태어나면서부터 돈이 많았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배우가 되고 나서는 이것저것 많은 것을 보게 되었지. 그래서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고 그랬지만, 사실 확 와닿지는 않았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스크린 너머의 세상이니까요.’
엄마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해외로 촬영하러 가게 됐어. 남미였는데 어쩌다 보니 파벨라, 빈민촌을 보게 됐어.”
나는 눈을 깜박였다.
“공자야. 그곳을 보고 엄마의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
엄마는 내 어깨를 안았다.
“구정물을 마시고 씻지도 못하는 곳. 얼키설키 만든 오두막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살더라. 엄마는 그런 곳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몰랐어.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말이야.”
엄마는 담담하게 말했다.
“공자야. 우리 집 벽 너머에는 이런 세상이 있단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