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84)
084
저걸 어떻게 참은 거지.
어깨의 상처는 아직 피도 안 굳어 있었다.
그때였다.
마적 녀석이 갑자기 어깨를 떨었다.
‘뭐, 뭐야,’
녀석은 눈가를 문질렀다. 그제야 알았다. 바닥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니, 왜.
‘잘 참다가 우는 거지.’
내가 말을 잘못한 건가?
‘어린애 마음은 어렵다니까.’
그때였다. 놈이 나를 확 안았다. 덕분에 나는 몇 걸음 뒤로 갔다.
“우아아아앙!”
놈은 공룡처럼 울었다.
‘왜, 왜 이러는데!’
내가 뭘 했다고!
당황스러워서 눈만 굴리는데, 덕수 씨가 코를 훌쩍였다.
‘이, 이런 미친!’
설마 덕수 씨도 우는 거 아니겠지?
하지만 이런 일은 항상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흡, 크억, 크흡.”
덕수 씨의 눈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나는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공기에 습도가 높다.’
왜 내 주위에는 우는 사람이 많은 걸까.
‘중동에도 한 분 계셨잖아.’
운명인가. 아니 뭐 그런 게 운명이야.
하는 수 없었다. 나는 마적의 다치지 않은 어깨를 토닥였다.
“우아아아아앙!”
아, 젠장.
‘더 운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덕수 씨에게 부탁했다.
“선생님! 물 좀 주세여!”
“큽, 목마릅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 말고, 얘여. 저러다 탈수할 거 같아요.”
“큽. 알겠습니다. 그런데 탈수가 아니라 탈진입니다.”
아, 잘못 말했네.
덕수 씨는 물을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계속 토닥이는데 엄마가 말했다.
“역시 공자는 천사야.”
저기요, 엄마. 왜 갑자기 또 천사예요.
“아, 내 아들 너무 착해. 그런데 적아. 밥 먹고 가렴.”
놈은 내 티셔츠 위에서 울먹였다.
“엄마한테 혼나요.”
“이유경이 저녁까지 굶으라고 했지? 괜찮아. 뭐라 그러면 고모가 억지로 먹였다고 해.”
“네…….”
와, 밥까지 굶겼구나.
‘그런데 이유경이라면, 나에게 악플 달았다가 엄마한테 빠따질 당한 그분 아닌가?’
이 집안 둘째 며느님.
‘그럼 적이 이놈은 자기 엄마에게 혼나서 이렇게 넝마가 된 건가.’
그래도 이건 심한데.
‘치료도 안 해주고.’
하긴 가정폭력의 7할은 친족이라고 하더라.
‘아직 애인데 너무한데.’
아직도 울고 있는 녀석이 딱했다. 나는 작게 속삭였다.
“굶기면 여기로 와.”
“으, 응?”
“여기 먹을 거 많아.”
냉장고만 열면 빵이건 과일이건 그득그득 있었다.
“큽.”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계속 녀석을 달랬다. 마적이 눈물을 멈춘 건, 10분이나 지난 뒤였다.
* * *
마적은 식사까지 다 하고 본채로 돌아갔다. 나는 엄마 옆에 앉으며 물었다.
“마마. 적이 엄마는 적이 싫어해여?”
인간적으로 그렇게 때리는 건 아니잖아.
엄마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싫어하진 않을 거야.”
“그런데 왜 그렇게 때려여?”
“아마 화풀이일 거야. 요즘 그 집이 일이 많잖아.”
“그거 적이랑은 상관 없잖아여.”
엄마는 쓰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게나 말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마디로 자기가 화난다고 애를 그렇게 때렸다는 거네.’
진짜 그렇게 살지 말지.
‘적이 녀석, 싹수없는 금수저인 줄만 알았는데.’
저렇게 맞고 살 줄이야.
‘그래서 성진 그룹이 나중에 박살이 난 건가.’
나는 엄마 어깨에 기댄 채 한숨을 내쉬었다.
“적이가 여기 온 거로 혼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게.”
“적이 또 다칠까여?”
“글쎄. 그건 모르겠다. 그런데 공자야. 속상하지 않니?”
음, 영화 못 찍는 거 묻는 건가.
“공자는 괜차나여.”
솔직히 괜찮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보단 엄마가 더 힘드실 테니까요.’
매번 바쁜 엄마가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었다.
“그래? 어떡하지. 이제 못 쉴 거 같은데?”
나는 눈을 깜박였다.
“뭐, 있어여?”
“응. 오늘 오시기로 했어.”
와. 어머니.
나는 볼을 꼬집었다. 알싸하게 아픈 게 현실 맞았다.
“무, 무슨 작품이여?”
어머니, 어떤 감독이 오시는 겁니까!
“우리 공자가 꼭 했으면 하는 역이야. 대본을 보자마자 공자 역할이란 걸 알았어.”
와.
‘이게 꿈이야 생시야.’
성진 그룹 분식 회계로 난리가 났는데도, 날 찾는다고?
‘지금 시기에 날 캐스팅 하려는 거면 투자 목적은 아닌 거 같아.’
나는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건, 진짜인 거 같은데?’
아역 연기자 ‘마공자’를 원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복도 끝에서 내가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가왔다. 나는 바로 소파에서 일어났다.
“어머, 벌써 오셨네. 안녕하세요, 감독님?”
“어이구. 들어오는 게 힘드네요.”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요.”
“아, 그래서 주위에 뻗치기 하는 기자들이 있는 거군요.”
엄마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있어요?”
“네. 아마 우리 사진도 찍혔을걸요?”
“어머나. 나중에 이상한 말 나올 수도 있겠네요.”
“아, 그래서 브이하고 들어왔습니다. 사회면에 실려보는 게 꿈이었는데, 이번에 이룰 거 같아요.”
와.
‘이분 대단한걸?’
분식 회계 때문에 기자들이 뻗치기를 하고 있는데, 승용차 운전하면서 브이 하고 왔다는 거잖아.
“어머, 감독님. 농담도!”
“농담 아닙니다. 저는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이라서요.”
감독은 나를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다리를 굽혔다.
“안녕.”
“안냐세요.”
“어우야.”
감독은 내 얼굴을 요리조리 보았다.
“이야. 진짜 카메라만 대도 엄청나겠는데?”
“그러게요. 생각보다 더 예쁘네요.”
“[인연>이 한류 열풍으로 휩쓰는 이유가 있다니까. 그거 내가 공자 얼굴 때문이라고 했잖아.”
“에이. 또 그 말씀하신다.”
“와우. 마수정 씨.”
“네.”
감독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걱정되시겠습니다. 이런 아들 두고 다니는 것도 힘드시겠네요.”
엄마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하하하하! 아시네요.”
“뭐, 걱정돼서 잠이나 주무시겠습니까. 공자가 지금 여섯 살이라고 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크네요.”
“공자가 쑥쑥 컸어요. 여덟 살처럼 보이죠?”
“네. 다행이에요. 너무 작지 않아서요.”
감독은 내 손을 흔들었다.
‘음, 이거 악수였나.’
악수하는 감독은 처음이었다.
“안녕. 나는 라이락이라고 해.”
저기요?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라이락?
‘당신이 그 사람이었어?’
영화판을 돌다 보면 천재 얘기를 많이 들었다.
‘혜성처럼 나타나서 천만 작을 펑펑 쏟아냈던 감독 아니야!’
나는 이 사람을 알았다.
‘비운의 천재, 라이락.’
하지만 이 사람과 작품을 한 적은 없었다.
‘라이락 감독, 일찍 죽었지.’
현장에서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들었었다.
‘잠깐, 지금 시기에 라이락이 찍는 게 뭐지?’
순간, 머릿속에 한 작품이 떠올랐다.
[지하실>나는 눈을 깜박였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천만 관객에다가, 국제 영화제 상도 꽤 받았었어.’
그리고 이 작품에서 천재 아역 ‘한수윤’이 부상했었다.
라이락 감독은 손을 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속눈썹이 예술이네. 이렇게 예쁘면 대본은 좀 수정하는 게 좋겠지?”
“네. 후반에 미래 부모님이 아이를 싫어하는 게 개연성이 떨어지니까요.”
“이렇게 생긴 애를 어떻게 싫어해.”
나는 속으로 씩 웃었다.
‘[지하실> 맞나 보다.’
그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이미래였다.
‘유괴되어서 원치 않은 애를 낳은 사람이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조용히 심호흡했다.
‘어두운 영화지만, 희망적인 내용이었어.’
그런데 주인공 역은 누가 하지?
‘예전에는 김은주였잖아.’
라이락 감독은 조연출과 의논했다.
“이렇게 되면, 김은주 씨보다는 정유진 씨네요.”
“정유진 씨 이미지가 훨씬 시너지가 좋을 거 같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정유진이 물망에 올랐다는 얘기는 들었어.’
아역이 한수윤으로 정해지고, 주인공이 김은주로 정했다는 얘기가 사실이었구나.
‘그런데 이번에는 나니까 정유진이 되는 거구나.’
정유진이라면 현장에서 몇 번 합을 맞춘 적이 있었다.
‘예의 바르고 싹싹한 배우였었어.’
연기에 대한 열정도 굉장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독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이 바닥에 안 그런 사람이 드물지.’
나는 심호흡을 했다.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이 대작에 내가 들어가다니!’
그것도 이 시기에 말이다.
‘목숨을 걸 거야.’
다시 주먹을 꽉 쥘 때였다. 감독이 나에게 말했다.
“음, 내 피와 그 안에 세포가 [지하실> 아들 역은 공자라고 하는데 말이야. 지승아. 그래도 테스트는 필요하겠지?”
“네, 그렇죠. 보증은 됐지만, [인연>의 역할과는 다르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공자가 아직 아들 역을 이해할 나이가 아니니까. 음, 설명을 잘 해야겠네.”
아니요. 저는 인생 2회차입니다.
‘그 역이 어떤 역인지,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라이락 감독님.’
하지만 그렇게 보이면 안 되겠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
감독은 웃으면서 말했다.
“공자야. 비행기 놀이 알지? 양팔 들고 비행기 흉내 내면서, 소파 위에서 뛰어내려 볼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밑에 층 울려여!”
“아, 그렇지. 층간 소음 좀 있겠다.”
“그거 미쳐요. 당해보면 알아요. 사람 환장해.”
“괜히 살인 나는 거 아니야. 나도 위층 애가 뛰어서 죽겠어……. 가 아니네. 음, 그러니까 공자야?”
감독은 안경을 고쳐 쓰면서 다시 천천히 설명했다.
“지금 공자가 있는 곳은 뛰어도 되는 괜찮은 곳이야.”
뭐, 영화에서 나오는 곳은 지하실이었다.
‘확실히 올라올 사람은 없긴 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공자야 해봐. 아저씨들은 카메라로 찍고 있을게!”
조연출이 카메라를 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었다.
“해볼께여!”
두 사람이 왜 이런 연기를 원하는지 알았다.
‘꽤 중요한 장면이잖아.’
엄마와 아들은 지하실에서 살아간다. 엄마는 하늘을 못 본 지 7년이 지났고, 아들은 형광등 외에 다른 빛을 본 적이 없었다.
‘TV 한 대가 이들과 세상을 이어주는 전부지.’
그런 애는 어떤 비행기 놀이를 할까.
나는 소파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양팔을 들어서 깡충 뛰어내렸다.
쿵. 바닥이 울렸다.
나는 바로 뛰어갔다.
“위잉- 위잉-”
나는 비행기처럼 양팔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사람들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내려간다!”
나는 다시 소파 위로 뛰어올랐다.
“올라간다!”
소파 시트에 발이 빠졌다.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뛰어올랐다.
“높아!”
순간 감독의 눈동자가 떨렸다.
‘어떠십니까?’
원하는 장면이시죠?
‘지금은 우리 집 소파지만, 배경을 바꿔보세요.’
지하실 소파에서 높다고 외치며 뛰고 있는 소년이잖아요.
‘아이러니한 맛도 있고, 괜찮죠?’
뛰어 봤자 지하인 셈이니까.
나는 계속 소파 위에서 뛰었다. 발목이 푹푹 빠져도 계속 뛰어올랐다.
“꺄하하하하!”
나는 팔다리를 휘저으며 계속 뛰어올랐다.
“컷! 공자야, 그만해도 돼.”
나는 뛰는 걸 멈추고 돌아보았다. 감독의 얼굴이 술 먹은 거처럼 새빨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