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85)
085
감독은 성호를 그었다.
“시, 신이여. 감사합니다!”
역시.
“조연출아. 봤어?”
“봤습니다.”
“이건 기적이야. 아니, 운명이야. 무슨 시나리오 맞춤형 찰떡도 아니고, 이렇게 철썩 달라붙냐! 아씨, 나 카메라 찾았다니까!”
“찍고 있잖아요! 감독님!”
“아, 찍고 있었지. 좋은 카메라는 아니지만. 야, 우리 이거 넣자. 이건 넣어야 해!”
애드리브였는데 괜찮았나 보네.
‘그러니까 나를 쓰세요.’
잘해 드릴게.
“와, 죽겠네. 우리가 복덩이를 만났어!”
감독은 달려와서 나를 안아 들고 한 바퀴 빙 돌았다.
“공자야! 우리 둘이 만난 건 운명이야!”어라.
“으하하하하하! 너였어!”
진짜 좋으셨나 보네.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슬쩍 엄마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나의 어머니께서는 주먹을 꽉 쥐고 계셨다.
‘역시 열 받으셨군.’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상황을 모르는 라이락 감독은 나를 안고 공중에 던졌다가, 다시 받았다.
“공자야. 영화 찍자! 이번 작품도 찍고, 다음 작품도 찍자! 너는 영화를 찍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
음, 저도 그렇다고 생각은 하지만요.
“나의 뮤즈가 여기 있네? 어디 있었어.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공자야, 우린 같이 일을 해야 해!”
미치겠네.
‘애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요.’
뭐, 흥분 상태여서 아무 말 대잔치 중이신 건 압니다만.
엄마는 거실 구석에 있는 야구 방망이를 쳐다보았다.
‘이, 이런!’
나는 서둘러 말했다.
“공자도 기대돼여!”
“그래? 캬! 마공자, 넌 내 거야!”
아니, 내가 무슨 뽑기 볼에서 나오는 몬스터입니까!
살짝 눈을 돌리자, 엄마가 야구방망이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는 게 보였다.
나는 다시 외쳤다.
“그, 이, 일정은 어떻게 돼여?”
감독이 눈을 깜박였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애가 할 말은 아니네.’
하지만 엄마의 행동이 일단 멈췄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감독님.
나는 감독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저, 요즘 한가해여!”
이런저런 일로 아주 늘어지게 쉬고 있습니다.
“어, 어?”
“시켜만 주세여!”
나는 엄마를 보고 한쪽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제 일이 잘 풀리면, 엄마도 풀릴걸요?’
이 영화 출현하기로 했다고 하면, 바로 소문이 돌겠지.
‘뭐, CF 같은 건 시간이 지나야 회복될 거 같지만 말입니다.’
적어도 촬영은 가야죠. 딱 연기하기 좋은 나이에 백수라니요.
“어, 안 그래도 대본 리딩 일정 잡았습니다.”
오, 캐스팅도 다 안 한 거 아니었나?
엄마가 방망이 손잡이를 놓으며 말했다.
“빠르시네요.”
“안 나오면 빼고 가려고 했죠.”
“어머나!”
엄마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진짜요?”
“하하하하. 네. 전 대본 리딩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우리 공자라도요?”
라이락 감독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와.
‘대본 리딩이야, 당연히 갈 예정이긴 한데…….’
라이락 감독, 강하구나.
‘아까는 자기 거라고 하더니.’
말뿐인 거였나 보네.
엄마가 어깨를 으쓱했다.
“음, 공자야. 그거 아니? 한 입 가지고 두말하는 사람은 매력 없단다.”
그렇군요. 매우 동의합니다.
“녜!”
“그, 그거 저 말하는 거죠?”
“어머, 아니에요. 자, 공자야. 그런 사람이 되면 안 된다.”
“녜!”
“저, 정말 아니에요?”
엄마는 나를 뺏어 들고, 방긋 웃었다.
“네.”
“아니, 그래도요! 대본 리딩 때부터 튕기면 앞으로의 촬영도 이상해지더라고요. 저 이 영화에 기대가 큽니다. 마수정 씨! 이거 무너지면 기업이 무너지고, 제 가정도 무너져요.”
앞은 그렇다 치는데 뒤는 뭐지.
‘아니, 애초에 영화가 무너지는데 가정이 왜 무너져?’
나는 손뼉을 쳤다.
“가족 투자예요?”
순간, 라이락 감독은 비틀거렸다. 조연출은 웃음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와, 어떻게 알았니. 공자야?”
“가정을 지키는 남자는 비장하니까여!”
“큽. 아내가 실패하면 날 버려 버리겠대.”
배수진을 치게 만드셨군.
‘설마 진짜 그러겠습니까.’
버릴 거면 투자도 안 했겠죠.
‘그런데 가족 투자가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닌데.’
조연출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러실 거예요.”
어라, 진짜인가.
“그, 그래서 나 이번에는 성공해야 해! 아내한테 버림받으면 갈 데도 없어!”
그, 그렇구나.
“도와주렴, 공자야.”
“녜!”
“큽! 고마워! 천사다, 천사야.”
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엄머, 공자야, 함부로 녜! 하는 거 아니야.”
“수정 씨도 도와주세요. 저 공자랑 여러 번 일하고 싶습니다. 사전에 연락하신 대로 아역에 대한 정신적 케어는 필수적으로 하겠습니다.”
“전반적으로 배려해 주셔야 하는 건 알죠?”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게 어떻게 배려입니까. 예의지.”
와.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
하긴 애초에 이런 사람 아니면 엄마가 대본을 펼쳐보지도 않았겠지.
엄마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네, 저야말로 우리 공자 잘 부탁드립니다.”
라이락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
“네. 맡겨주세요.”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해요. 영화 자체가 어두우니까, 더요.”
“압니다. 현장에서 불상사 없게, 조절하겠습니다.”
라이락 감독은 가슴을 툭툭 쳤다.
“공자 머리카락 한 올도 안 다치고, 크랭크 업 하겠습니다.”
엄마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손을 내밀었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려요.”
“네. 귀한 아드님, 우리 작품 나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이거 생각보다 보기 좋다.
나는 씩 웃었다.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타올랐다.
내가 이 영화에 나오게 되다니.
‘[지하실>, 너는 내 거야!’
이런.
순간 고개를 푹 숙였다.
‘이상한 거 옮았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냈다. 이런 거 옮으면 큰일이었다.
* * *
[지하실>은 확실히 어두운 영화였다.‘비극이지, 이거.’
희망을 보여주긴 하지만, 결말마저 슬프긴 했다.
‘뭐, 결론은 주인공들이 쥐어짜인다는 거지만.’
시도 때도 없이 격정적이었다.
‘화면 자체는 정적이어도 말이야.’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감정적으로 충돌해야 했다.
‘이런 연기는 진이 빠지지.’
나는 대본을 꽉 껴안았다.
‘나야 아역이니까,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지만 말이야.’
아, 아닌가.
‘내가 맡은 아들 역도 엄청나게 진 빠지지.’
그래도 말입니다.
‘엄마 역보다야 덜 힘들지.’
그러고 보면 ‘엄마’ 역은 정유진이라고 했다.
‘정유진 씨, 굉장히 여린 이미지 아닌가.’
물론 그건 말 그대로 이미지일 뿐이었다.
‘정유진 씨, 별명이 장미칼이었잖아.’
굉장히 굳센 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전생에서 만난 적이 몇 번 있었다.
‘서로 인사 정도 하는 사이였지.’
부딪치는 씬이 별로 없어서, 그렇게 친하진 않았지만 말이야.
‘소문이야 예민하다는 평이었지만,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았어.’
나는 대본을 펼쳐보았다. ‘아들’은 거의 ‘엄마’랑 같이 나왔다.
‘필수적으로 친해져야겠다.’
뭐, 친분이 없어도 연기는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친해지는 게 좋지.’
[지하실>에서 아들과 엄마는 계속 친밀해야 하니까 말이야.나는 오늘 연습하는 분량을 다시 읽으려고 했다. 그러자 덕수 씨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안 됩니다.”
아.
“운전하는 차에서 책 읽으면 난시 생깁니다.”
나는 조용히 대본을 덮었다.
‘밴에서 대본 보는 건 거의 일상이지만…….’
음, 아직 어리니까 배려해 주는 거구나.
“게다가 공자는 대본 거의 다 외웠잖아요.”
나는 밝게 웃었다.
“대사가 별로 없어여!”
대신 감정 표현이 굉장히 섬세했다.
“전 연기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런 연기가 더 힘든 거 아닙니까?”
오, 덕수 씨 예리하시네.
‘맞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이 영화는 그게 맞았다.
“그런 거 같아여!”
“하아…….”
덕수 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걱정입니다.”
“괜찮아여.”
나는 대본을 꽉 껴안았다.
‘여기에 내가 주연인 게 중요하죠.’
조연도 아니라 주연이었다. 심지어 내가 자란 모습도 나오지 않았다. 단순한 아역이 아닌 오롯한 주인공. 이 역할은 오로지 내 것이었다.
“공자는 신나 보이는군요.”
“녜! 공자는 이 영화에서 이루고 싶은 게 많아여!”
나는 손가락을 접으며 하나하나 세었다.
“일단, 연기력을 인정받고 싶어여.”
“공자 연기 잘합니다. 예전부터 인정받고 있잖아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모자라여.”
덕수 씨는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그렇군요. 모자라는군요.”
“녜. 연기를 잘하는 거로는 부족해여.”
영화사에 이름을 새기는 게, 조금 잘한다고 될 일인가.
‘엄청나게 잘해야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기 잘해서 엄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마수정 씨에게요?”
“녜. 울 엄마, 제가 TV에 나오는 거로 안 들어도 되는 말을 듣잖아여.”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아직도 애 팔아서 장사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는 신경 안 쓰는 거 알아여.”
그렇지만 그거로 내가 기분 나쁜 건 또 다른 얘기였다.
‘내가 엄마 필모그래피에 지장이 가면 안 되지.’
도움이 되면 모를까.
‘뭐, 전생과 비교하면 엄마 필모그래피는 이미 훌륭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지.
‘잘은 기억 안 나지만 전생이라면, 엄마는 성진 그룹 분식 회계 때문에 꽤 오래 쉬었을 거야.’
제가 그 기간, 획기적으로 줄여 드리겠습니다.
‘뭐, 영화 개봉할 때까지 시간은 걸릴 테지만 말이야.’
그래도 뭔가를 찍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 캐스팅 제안이 하나라도 더 내려오는 법이었다.
덕수 씨가 운전을 하며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그런 거까지 신경 쓰시는군요.”
아, 이런. 목소리가 벌써 습기로 가득했다.
“울지 마세요.”
“큽. 네. 운전 중이니까, 참아보겠습니다.”
어, 이거 운전 중이면 참을 수 있는 거구나. 몰랐습니다, 그려.
덕수 씨는 계속 신음을 내뱉었다.
“흡, 큽. 흐읍.”
어휴, 진짜.
‘그런데 어떻게 보면 기회다.’
나는 덕수 씨에게 할 말이 있었다.
“선생님. 부탁이 있어여.”
“말, 크읍, 흐읍.”
대충 말하라는 뜻이겠지.
“공자 대본 리딩 때 혼자 들어갈 거예요.”
“안, 허업!”
이건 대강 안 된다는 뜻이겠지.
“선생님, 다른 분들과 친해지려면 혼자 있는 게 조아요.”
“흐으읍. 큰!”
이건 확실히 그러다가 큰일 난다는 뜻이이었다.
“괜찮아여. 엄마가 그랬어여. 담장 너머로 가라고여.”
뭐, 일반적으로 아역배우들은 대본 리딩 때 혼자 있지 않았다.
‘그래도 정유진 배우랑 친해져야 하는데, 누군가 지켜보면 별로잖아.’
덕수 씨는 말이 없었다.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여.”
선생님은 울음을 그쳤는지, 필사적으로 심호흡을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덕수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크흡. 컵. 방범 벨을 드리겠습니다.”
음, 그런 것도 있구나.
“감사해여!”
“무슨 일 있으면 누르세요. 달려가겠습니다.”
“녜!”
차는 금방 도착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아동용 카시트에서 내렸다.
‘날씨 맑네.’
대본 연습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 * *
나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들어가면 배우분들과 제작진이 있겠지?’
예의 바르게 인사하면 되나.
막 덕수 씨가 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사람들 오버가 진짜 심하지 않아? 그 쬐깐한 애가 천재라니, 웃기잖아. 누구 마음대로 천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