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88)
088
‘상황 봐서 잘 주워만 먹으면 되겠어.’
착한 일할 예정이어서 그런가, 아무것도 안 해도 쌀이 나오네.
‘아직 자선 재단도 안 세웠는데 말이야.’
뭐, 이왕 주신 거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이락 감독이 크게 외쳤다.
“자, 시작합니다!”
나는 조용히 대본에 집중했다. 배우들의 대사가 기분 좋게 울렸다.
‘등이 오싹하네.’
얼마 만에 느끼는 현장이야.
‘그리웠다, 진짜.’
긴장감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이럴 때마다 느꼈다.
‘역시 연기가 좋아.’
머릿속에 불티가 튀는 거 같았다. 나는 숨을 골랐다. 곧 내 차례가 다가왔다.
엄마 역인 유진 씨가 말했다.
“아들, 어디 있어?”
나는 준비했던 발성으로, 대사를 했다.
“천장이요!”
“거긴 천장이 아닌데?”
“진짜? 텔레비전에서는 천장이라고 하던데?”
별거 아닌 일상을 드러내는 대사지만, 사실 영화에서 쓸데없는 장면은 없었다.
‘간혹 있을 수는 있어도, 이건 라이락 감독의 작품이니까.’
그럴 리가 없지.
리딩은 계속 진행되었다.
“천장은 더 높은 곳에 있어.”
“여기보다 더?”
“응.”
나는 일부러 천장을 보면서 말했다.
“보고 싶다.”
이렇게 한 씬이었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려는데, 라이락 감독이 말했다.
“잠깐만요. 미안합니다, 잠깐 끊을게요.”
나는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지? 뭐 문제 있나? 라이락 감독이 눈을 끔벅였다.
“와, 내가 캐스팅 진짜 잘했다니까.”
라이락의 감탄이었다. 정유진 씨도 만족한 듯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당연하지만, 나 잘했나 보네.’
그것도 감독 맞춤형으로 말이다.
“어때요?”
출연진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잘하네요.”
“와, 발성이.”
“순간 여기가 지하실인 줄 알았어요.”
이 얼마 만에 듣는 칭찬일까.
‘더 해주세요.’
늘 새로워. 늘 짜릿해.
정유진 씨가 말했다.
“공자가 연기를 너무 잘해요. 그래서 더 신나네요.”
나는 작게 속삭였다.
“공자 잘했어여?”
“엄청나게 잘했어. 와, 이거 내가 더 노력해야겠네.”
정유진 씨는 방긋 웃었다. 살짝 상기된 뺨이 알려줬다.
‘나와 할 연기를 기대하나 보다. 약간 흥분하셨네.’
이래 주시면 저야 매우 감사하죠.
라이락 감독이 말했다.
“아, 봐요.”
감독은 씩 웃었다.
“제가 마공자 대단하다고 했죠? 그런데 안 믿더라. 조연출아, 우리 이제 누명 벗어도 되겠다.”
“길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잘했잖아요. 왜 안 믿어요.”
그 이유, 저는 알죠.
‘마수정 아들이기 때문이지.’
그 사실 하나로 주목받고, 그거 때문에 잘한 게 가려졌다.
‘뭐, 시간 문제지.’
드라마 ‘인연’으로는 부족했을 뿐이었다. 인상적인 연기를 미친 듯이 보여주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다른 출연자들이 말했다.
“어, 그러네요.”
“발성이 좋아요. 심지어 숨도 잘 끊네요.”
“연기를 잘 배웠나 봐요.”
그때 이구준이 말했다.
“마수정 씨가 돈 좀 들였나 봐요.”
와. 저 자식.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너 잘 걸렸다.’
엿 하나 받아 가세요
“네! 좀 들었어여. 마마가 공자를 위해서 연습실도 만들어줬어여!”
다들 웅성거렸다. 기다렸던 BGM이었다. 나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마가 말했어여. 공자야, 너는 엄마 아들이어서 잘하지 않으면 뭐라 하는 사람이 많을 거야.”
물론 우리 엄마는 이런 말 한 적 없었다.
‘그냥 내가 알아서 잘했지만요.’
뭐, 그렇다고 엄마가 나를 버려둔 건 아니지. 솔직히 덕수 씨를 통해서 어느 정도 보고는 듣지 않았을까.
‘나한테 무관심한 게 아니야. 하나하나 참견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라고 여기는 거겠지.’
물론 엄마의 성격상 세세하게 돌볼 거 같진 않았다. 일단 엄마는 배우로서 전성기여서 매우 바빴다.
‘그런데, 그게 더 좋아.’
엄마가 나를 믿는 걸 알아서일까. 매일매일 효도에 대한 마음이 샘솟았다.
‘그러니까 살짝 거짓말 좀 하겠습니다.’
집에 가서 이실직고할게요, 어머니.
“그래서 공자는 잘해야 해여.”
나는 이구준과 눈을 맞췄다.
“저 때문에 엄마가 나쁜 말 듣는 거 싫어여.”
잘 들으셨습니까, 이구준 씨?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하게 눈을 깜박였다.
“공자,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신음이 들렸다.
“아, 귀여워.”
“세상에. 공자 되게 효자네.”
“마수정 씨, 아들 진짜 잘 키웠네.”
나는 씩 웃었다.
‘구준아. 너 이런 아이에게 막말하면, 인간도 아니다? 뭐, 이미 아닌 거 같지만.’
이구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꼴을 배시시 웃으면서 감상하고 있는데 라이락 감독이 말했다.
“아이고, 내 복덩이. 귀엽기도 하지. 자, 넘어가죠. 다시 갑니다.”
다음 대사가 시작되었다.
정유진 씨가 대사를 말했다.
“밖에 나가면 햇살이 따가울 거야. 옷으로 눈을 가려야 해. 아니다. 이걸 줄게.”
“이게 뭐야?”
“안경. 엄마가 까맣게 물들여 줄게. 이걸 쓰는 거야.”
지하에서만 살아온 아들은 햇살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이거, 나중에 중요한 대사지.’
끝에 엔딩과도 관련 있는 부분이었다.
리딩은 계속 진행되었다.
나는 대본을 넘겼다.
이번에는 드디어 이구준이 나오는 부분이었다. 제입으로 중년 배우니 어쩌니 하더니, 정작 연기는 아마추어급으로 어설펐다.
‘감독이 의도한 감정선이랑 완전히 다르잖아? 저 감정선은 수정 전 대본인데?’
자칫하면 상대 배우의 감정선까지 흐트러뜨릴 수 있는 대형 사고였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에휴, 저것도 배우라고. 됐고, 나는 내 연기를 하면 돼.’
어디 한번 엿 좀 먹어봐라.
나는 대본에 집중했다.
“이거, 엄마에게 주고 싶어요.”
내 대사는 이구준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정선과 어조였다. 그러니 당연히 어우러질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이질감을 느낀 라이락 감독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를 눈치채지 못한 이구준은 멈추지 않았다.
“그걸 좋아하겠니?”
나는 똑같은 방식으로 다음 대사를 했다.
“필요 없을까요?”
“조악하잖아.”
“필요했으면 좋겠는데…….”
여기까지였다. 라이락 감독은 모두가 들을 정도로 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잠시 멈춥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아는 출연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이구준은 이유를 몰랐다. 다만 자기 차례에 끊겼기 때문에 불안했는지 눈동자가 떨렸다.
나는 이구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 뭐야.”
정유진 씨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본이 예전 거네요.”
“어? 아. 나도 새 대본 봤어. 이 감독, 그런데 대사가 안 바뀌었던데?”
그건 맞았다.
‘이구준 대사는 안 바뀌었지.’
하지만 대사의 감정선이 바뀌었다. 뒤에 엔딩이 살짝 좋게 바뀌었으니까.
‘완전히 해피는 아니지만, 희망은 있다 정도로.’
아마 캐스팅을 한수윤이 아닌 나로 바꾼 뒤에 그렇게 수정했을 것이다.
‘솔직히 바뀐 엔딩이 더 마음에 들어.’
지하실에 있던 모자가 밖으로 나오고도, 잔인한 현실에서 살아야 하는 이야기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엔딩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너무 잔인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라이락 감독이 이구준을 보다가 말했다.
“맞습니다. 구준 씨 대사는 별로 안 바뀌었어요.”
“그렇지? 확인했다니까. 나 이 바닥 10년 차야, 라 감독.”
“그런데 구준 씨. 혹시 자신이 나오는 부분만 보시나요?”
라이락 감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구준 씨. 아니, 선배님. 지금 혼자만 분석 안 해오셨어요.”
“라 감독, 아니 별로 바뀌지도 않았던데. 이렇게까지 까칠할 일이야?”
“선배님. 저렇게 어린 공자도 바뀐 대본에 감정선 수정해 왔어요.”
매우 맞는 말이십니다.
“쟨 마수정이 다 해줬겠지.”
“선배님!”
“아니, 알겠어! 해! 하면 되잖아!”
라이락 감독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 이구준을 바라보았다.
‘라이락 감독이 일에서 저렇게 눌릴 사람은 아닌데.’
사람이 헐렁해 보이지만 말이야.
“선배님.”
“아, 좀 그냥 넘어가.”
나도 체면이 있지. 뭐, 그런 뜻일 거다. 하지만 라이락 감독은 눈을 가늘게 떴다.
“네. 뭐, 알겠습니다.”
내 오랜 경험이 알려줬다.
‘저거, 리딩 끝난 뒤에 날아가겠는데?’
안 돼!
‘아직 엿을 한 개밖에 안 줬어!’
두 개나 남았는데, 이렇게 끝난다고?
‘안타깝다.’
두고두고 갈궈야 하는데.
나는 눈을 깜박였다.
“아씨, 내가 있다 사과할게.”
“네, 뭐. 사과는 잘 받겠습니다, 선배님.”
그러니까 사과만 받겠다는 거네.
솔직히 저 말, 이구준이 그냥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이놈은 우습게도 눈치는 있는 모양이었다.
“라 감독,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선배님.”
“아니, 뉘앙스가 이상하잖아. 너 혹시 나 빼려고?”
라이락 감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네, 뭐. 그렇게 됐습니다.”
“뭐가 그래! 야, 내가 대본 하나 좀 안 봤다고 이러냐?”
와, 누가 봤으면 이구준이 굉장히 힘 있는 배우인 줄 알겠다.
‘솔직히 흔한 중년 배우 아닌가.’
그리고 [지하실>의 여주인공인 ‘엄마’의 아버지는 그렇게 연기력을 요구하는 역도 아니었다.
‘뭐, 진정한 연기자는 작은 역도 잘하겠지만 말이야.’
애초에 대한민국에 연기 잘하는 배우는 많았다.
‘굳이 이구준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거지.’
라이락 감독이 일어서서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선배님.”
저래 봬도 라이락, 꽤 덩치가 있는 감독이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았다.
살짝 돌아보니 정유진 씨였다.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내가 놀랄까 걱정스런 얼굴이었다.
‘날 안심시키려고 이러는구나.’
좋은 분이셨군요, 정유진 씨.
그녀는 안심하라는 듯 웃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정유진 씨, 진짜 장군감이시네.’
이런 와중에 아역을 챙기시다니, 정말 좋은 분이시군요.
“라 감독! 네가 나에게 어떻게 그래!”
“선배님. 죄송하지만 투자자님께서 캐스팅 권한은 저에게 주셔서요.”
와, 감독님. 제대로 화나셨나 보다.
“투자자, 네 와이프라며!”
“네. 제 아내가 일할 때 눈치 보지 말고 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했어요.”
좋은 분이시네요.
“뭐, 실패하면 갈라선다고 했지만요. 아무튼 선배님, 안 될 거 같습니다.”
“고작 대본 리딩이야!”
“그게요. 이거 하나면 저도 그러려니 할 텐데요.”
라이락 감독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어쩌다 보니 좀 들었거든요. 제작진 회의하느라 옆방에 좀 있었는데요, 선배님께서 분위기를 망치시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아. 듣고 있었구나.
“하던 회의도 잊고 그거 듣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선배님에 대해 토론을 조금 했어요. 결론은 ‘한 번 더 이러시면, 바꾸자’였습니다.”
이야.
‘라이락 감독, 역시 강하네.’
눈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일부러 안 들은 척한 거구나.
“그런데 이렇게 사고를 치시니까. 뭐, 그런 거죠. 선배님.”
이구준이 부들부들 떨었다. 정유진 씨는 조금 웃었다.
“야! 니네! 어디 잘되나 두고 보자! 거지 같은 저예산 찍는 주제에!”
이구준은 책상에 침을 탁 뱉더니 일어섰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슬쩍 웃었다.
‘잘 가세요.’
아직 엿 두 개나 남았는데.
‘이대로 보내긴 아쉬운데 말이야.’
음, 뭐가 좋을까.
‘가시는 발걸음 가볍게 만들어주고 싶은데 말이야.’
그러고 보면 구두를 참 자랑하셨지.
‘뭐, 명품도 쓰다 보면 낡은 법이니까.’
나는 바로 외쳤다.
‘코인 사용! 이기준, 지금 신은 구두 바닥이 부서지는 거랑 그에 따른 코인 양 알려줘!’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20개가 소모됩니다.> [중년 배우: 이구준의 구두 밑바닥을 부수기 위해서는 200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는 2초간 발가락이 간지럽습니다.>와.
‘이거 역시 러브 앤 피스 코인 아니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