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93)
093
‘어떻게 보면 맞긴 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천진난만하잖아.
음, 설마 라이락 감독이 원하는 게 그거인가.
‘이럴 때는 물어보는 게 좋지.’
질문은 바로바로 해야 공회전이 줄지.
‘가만있어 보자. 대본에서는 나중에 웃는데 말이야.’
사람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다가, 결국 아들은 웃는다.
“웃을 때도요?”
“응.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발견한 거지.”
아하.
‘천진한 방향이 맞네.’
내가 생각한 거보다 좀 더 밝긴 한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저는 좀 더 심각했거든여.”
“어, 그랬어?”
“무서움이 더 강할 거라고 생각했어여.”
내 말에 조연출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바로 나를 안고 라이락 감독에게 뛰어갔다.
“감독님! 공자가요, 무서움이 더 강하게 연기하고 싶다는데요.”
“어, 진짜? 공자야. 왜 그렇게 생각했니?”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들이 쳐다보잖아여.”
“그렇지.”
“익숙하지 않고, 무섭다가 호기심이 동시에 생기는 거니까여.”
라이락 감독이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우리는 천진난만하게 생각했지.”
“그것도 ‘아들’답긴 해여. 그런데 그렇게 가다 보면, 생각 없는 애로 보일 거 같아서여.”
뭐, 천진하게 연기하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작품에는 조금 진지한 게 맞는 거 같은데…….’
“흐음. 희한하네.”
라이락 감독이 씩 웃었다.
“시나리오 쓸 때는 공자가 말한 쪽이 맞아. 그런데 이런 연기가 아역이 하기에는 좀 힘들어서 천진한 것도 괜찮다고 했거든. 공자 외모면 넘어가기 쉬운 것도 있고.”
아니, 무슨 소리입니까.
‘복잡한 연기하게 해줘.’
그게 이 작품의 백미 아닙니까.
‘할 수 있단 말입니다!’
아역 무시해요? 요즘 애들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데!
“감이 알려준다. 공자 말대로 가보자. 공자야. 무서운 게 섞인 연기 카메라 앞에서 잘할 수 있니?”
“녜! 잘할 수 있어여!”
“우리 복덩이가 아주 자신감이 넘치네?”
나는 환하게 웃었다.
“열심히 할게여!”
라이락 감독은 고개를 저으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우리 복덩이가 생각이 깊어. 어른보다 더해.”
그거야 당연하지.
감독은 씩 웃으며 뜬금없는 말을 했다.
“공자야. 내가 너한테 왜 반한 줄 아냐?”
모릅니다.
‘아니, 애초에 반했어?’
뭐, 반응이 좀 격하다 싶긴 했지만. 진짜?
“처음 봤을 때, 우리 작품이 원하는 행동을 바로 했어. 그 순간 나는 너에게 반했었어. 내 첫사랑이야.”
‘시, 싫다.’
아저씨의 첫사랑이라니.
나는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애써 참았다.
게다가 말입니다.
“부인께서는요?”
“공자야.”
라이락 감독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내는 내 마지막 사랑이지.”
뭐야, 왜 말이 이상해.
“공자야,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 너는 배우로서의 사랑이야.”
뭐, 뭐든 징그럽다.
알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애한테 할 말입니까?
“반하는 것도 종류가 여러 가지지. 아내를 처음 봤을 때 느꼈거든.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
아, 예. 예쁜 사랑 하세요. 궁금하지 않아요.
“그런데 공자를 보고는 느꼈어. 내가 얘와 많은 작품을 하겠구나.”
나는 찌푸리지 않으려고 눈가에 힘을 줬다.
“음, 왜여?”
“내가 그리던 장면을 200% 해주는 배우를 놓치는 감독이 과연 존재할까?”
아하.
‘뭐, 과장이 섞였을 수도 있지만…….’
제 연기가 마음에 들었긴 하군요.
“우리 오래오래 함께하자. 내가 먼저 찜했다?”
나는 라이락 감독을 바라보았다.
‘그럭저럭 진심 같네.’
음, 오래오래라.
한두 작품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그런데 이 사람, 비운의 천재였잖아. 다행히 시기는 이때가 아니었지만.
나는 감독의 손을 잡았다.
“감독님!”
“어?”
“저도 너무 좋아여. 감독님과 함께 할 수 있다면여”
우리 오래오래 현장에서 봅시다.
“그, 그래? 으하하하하하!”
“그런데 그러면 공자 믿어주셔야 해여.”
“으응?”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사랑에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엄마가 그랬어여.”
죄송합니다, 어머니. 조금만 둘러대겠습니다.
“어, 그, 그래? 마, 마 배우가?”
“녜!”
나는 손에 힘을 줬다. 뭐 그래봤자, 아이라서 악력은 약했다.
“공자가 바라는 건 하나예여. 건강검진 해주세여.”
“으, 응?”
“엄마가 그랬어여. 사랑의 증거는 건강검진이라고요.”
미리미리 준비해서 중병 예방하자.
“어, 어? 갑자기?”
“받으실 거죠?”
“어, 나 그거 싫어하는데…….”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감독님, 사랑의 증거를 보여주세여.”
“어…….”
“첫사랑 부탁이잖여.”
감독은 입만 뻥긋거렸다.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마 마지막 사랑도 원하실 걸여?”
부인께서도 건강에 대해서는 걱정을 많이 하시겠지.
“아, 알았어. 급한 일 끝내면 할게. 아, 싫은데 그거…….”
잘 생각하셨습니다.
‘뭐, 하지만 계약은 무조건 서면이지.’
한 입 가지고 두말하는 사람 많으니까 말이다.
나는 조연출을 보며 말했다.
“종이 있나여?”
“어? 당연히 있지.”
조연출은 바로 메모지와 펜을 건네줬다.
나는 그걸 내밀었다.
“가겠다고 하고 사인하세여.”
“저, 저기. 복덩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니?”
“모든 약속은 서면 아니면 녹취랬어요.”
“마 배우가 그런 말을 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여. 이건 우리 집에서 일하는 누나께서 그러셨어여.”
진짜야. 이건 거짓말 아니라고.
“누, 누님께서 어린 나이에 고생 많이 하셨나 보다.”
“움, 누나지만 사십 대예요. 노련하세요. 옛날에 힘든 일 많으셨대요.”
이것도 진짜야.
“엥?”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법이져.”
자세히 묻지 마십시오. 누님 과거 험하셨어요.
“어, 어…….”
감독은 넋이 나갔지만 충실하게 사인했다. 나는 메모지를 잘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안 지키면 안 돼여!”
“그, 그래. 너무 확실해서, 안 가면 큰일 날 거 같다.”
‘아, 공증까지 받아야 하는데!’
그건 좀 아쉽네.
‘뭐, 그래도 방법은 있지.’
나는 배시시 웃었다.
“손가락 걸고 약속해여!”
나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감독은 넋이 나간 채로 손가락을 걸고 흔들었다.
귀여운 애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지키면, 인간도 아니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가겠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웃어도 돼여.”
그러자 조연출부터 카메라 감독까지 배를 잡고 쓰러졌다.
“푸하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컵. 푸흐흡 컥! 크헙.”
촬영장 분위기 한번 훈훈했다.
라이락 감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희 다들 너무 한 거 아니냐. 내 편이야, 공자 편이야?”
조연출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당연히 공자 편이죠.”
“너무하다, 진짜.”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 안되면 코인을 쓸까 했어.’
영화 끝날 즘에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현대 의학으로 해결하면 더 좋지, 뭐.’
라이락 감독은 좋은 사람이었다. 나도 이 사람을 더 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일단 죽지 마세요.’
당신이 사라져서 충무로가 얼마나 슬퍼했는지 아십니까.
조연출이 눈물을 훔치면서 말했다.
“공자야. 준비됐나 보다. 촬영하러 갈까?”
“녜!”
조연출은 내 손을 잡고 촬영 장소로 걸어갔다.
* * *
야외촬영이어서 그런가. 햇살이 강했다.
‘그러고 보면 밖은 오랜만이네.’
지하실에서 씬이 많아서 스튜디오 촬영이 잦긴 했지.
‘사람들이 보고 있네.’
이미 통제된 거리였어도 멀리서 우릴 보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음, 사진을 찍으시네.’
하긴 영화를 촬영하는 모습이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지.
‘가만있어 보자.’
내가 뭘 해야 할까.
나는 배시시 웃으며 준비 중인 엑스트라 분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가 들었다.
“공자, 잘 부탁드려여!”
“어휴. 그래.”
“인사도 잘하네.”
음, 이쪽 분위기도 좋네.
‘별일 없겠지.’
그때였다. 길을 막아 놓은 쪽에서 불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얘가 걔야? 성진 그룹 업둥이?”
어라.
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러자 덕수 씨가 바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소리가 더 빨랐다.
“참, 돈이 좋아. 죄짓고 감옥도 안 가고, 애새끼는 영화 찍고!”
누가 외치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스탭 한 분이 목소리가 있는 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현장 분위기가 빠르게 굳어갔다.
덕수 씨가 말했다.
“공자, 괜찮습니까?”
“괜찮아여!”
“여기 봐요. 저거, 공자에게 한 말 아닙니다!”
음, 저에게 한 말 맞는 거 같은데요.
하지만 말입니다.
“선생님, 괜찮아여.”
진짜입니다, 덕수 씨.
‘뭐, 보통 아이라면 큰일이겠지.’
사람은 자신의 욕은 귀신같이 알아차리니까.
게다가 어느 정도는 나도 동의하는 말이었다. 지금은 분식 회계 일로 성진 그룹이 한창 욕먹을 때였으니까.
‘죄지은 사람이 형량 제대로 받는 건 저도 바라는 바입니다.’
솔직히 성진 그룹의 누군가가 옥살이한다 해도 하나도 안타깝지 않았다. 특히 이번 일의 장본인인 성진 그룹 둘째 아들은 더더욱.
‘이유경 남편이었지.’
뭐, 내 정수리 향에 중독된 할머니께서도 꽤 바쁘신지 요즘 통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번 일 여파로 마적 녀석이 다치는 게 더 신경 쓰이니까 말이야.’
빨리 해결돼서 이유경이 자기 자식을 때리지 말았으면.
나는 괜찮은데 덕수 씨는 필사적이었다.
“공자. 저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다.”
뭐, 저것도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 스트레스를 아이한테 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법을 써야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법원 앞에서 시위하는 게 낫긴 하지.’
어린애한테 못된 말 하는 것보다 말이야.
덕수 씨는 다리를 굽히고 내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았다.
“공자는 잘못 없습니다.”
당연하죠.
‘있다면 엄마가 성진 그룹 오너가의 셋째 딸이라는 거지.’
나는 방긋 웃었다.
“알아여.”
“공자가 힘들지 않아도 됩니다.”
“움, 그건 아니에여.”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자 엄마 아들이어서 듣는 거잖아요. 그런 거라면 저런 말 들어도 돼여. 아프지도 않고여.”
달면 먹고 쓰면 뱉습니까? 재벌 집 양아들 생활 잘 누려놓고, 지금에 와서야 아프다고 하면 안 되지.
‘아쉬운 거라면 대비를 못 했을 때 일어났다는 거지.’
물론 이 몸으로 분식 회계 일을 막을 수는 없었겠지만. 봉사와 후원이 한창일 때 일이 터졌으면, 조금이라도 까임이 방지되었을 텐데 말이야.
‘내가 더 빨랐어야 했어.’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뭐, 지나간 건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가 문제였다.
‘그래서 그런지,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데…….’
하지만 눈앞에 있는 덕수 씨의 얼굴은 푸르죽죽했다.
덕수 씨는 괴로운 걸 토해내듯 말했다.
“걱정입니다.”
아니, 뭐가요.
“아직 이렇게 어린데, 어른들의 추잡함에 노출되는 게요.”
이 바닥이 다 그렇죠.
‘아역들이 조숙한 이유지.’
좋은 게 아니긴 하죠. 하지만 저는 인생 2회차잖아요.
나는 방긋 웃었다.
“진짜 괜찮아여.”
“공자, 들으세요. 저 말 한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다. 만약 공자가 진짜 성진 그룹 친손자였다면, 그렇게 소리치지도 않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