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96)
096
‘사, 살려주세요.’
나는 간절하게 엄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늘 날을 잡으셨는지 꿈쩍도 안 했다.
눈초리가 사정없이 매서웠다. 먹이를 노리는 매가 저럴 거야. 저절로 뒷걸음질이 처졌다.
“귀여워라. 사장님, 이거 어때요?”
“공자는 얼굴이 하야니까, 뭐든 어울리지. 그래도 수정이 너 잘 고른다. 나는 빨간색.”
“저도 빨간색이요. 그런데 이거 좀 튈 거 같지 않아요? 뭐, 공자라면 괜찮을 거 같지만요.”
“입혀보면 되잖아.”
또? 제발요.
내 바람과 다르게 서 사장과 엄마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무서웠다.
‘미치겠다.’
두 사람은 마치 나를 육즙 흐르는 스테이크를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도, 도저히 안 되겠다.’
나는 돌아서서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커다란 손에 바로 어깨가 잡혔다.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갈아입죠.”
“서, 선생님.”
나는 애타는 눈빛으로 덕수 씨를 바라보았다.
조직폭력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매서운 눈빛을 가진 남자는 오늘따라 더 굳건한 산처럼 보였다.
‘그래도 덕수 씨가 최후의 희망이야.’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대화를 시도했다.
“선, 선생님. 공자 많이 입어봤어요.”
덕수 씨는 방 한쪽에 벗어놓은 내 옷더미를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벌써 3시간째예요.”
나는 덕수 씨의 옷자락을 잡았다. 태산 같은 남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겠군요.”
저는 시간 가는 줄 잘 알겠던데요, 덕수 씨.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나는 찬찬히 시간을 되짚어봤다. 불과 3시간 전이었지만, 힘들어서일까. 전생을 떠올리는 기분이었다.
‘시작은 제작 보고회였어.’
일정상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이때만 해도 나는 오랜만에 들어온 스케줄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소식을 들은 엄마는 나와는 반응이 달랐다.
‘큰일이다, 공자야.’
‘뭐가요?’
‘제작 보고회에 입고 나갈 공자 옷이 없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그럴 리가요, 존경하는 어머니. 우리 솔직해져요.’
정리리 선생님의 호의로 고급스러운 아동복이 옷장에 넘칠 정도로 쌓여 있었다.
‘심지어 저, 같은 옷 안 입잖아요.’
내 옷은 한 번 입고, 끝이었다. 그리고는 죄다 어딘가에 기부했다.
‘처음에는 부잣집이어서 그런 줄 알았지.’
하지만 마적이를 보고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그냥 제가 옷이 과하게 많았던 거뿐이죠.’
뭐, 연예인은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역이잖아. 성인 배우도 아니고 말이야.’
이래도 되는 걸까.
‘뭐, 나쁜 건 아니야.’
다 협찬받은 거고, 내가 잘 나간다는 거니까.
‘문제는 말입니다.’
나는 손에 힘을 줬다. 덕수 씨의 옷자락에 주름이 강해졌다.
‘자랐다는 거지.’
아아, 신기한 코인의 힘이여.
‘정말, 잘 컸어.’
10센티가 자라니 확실히 세상이 달랐다. 역시 공기는 위가 맑은 법이었다.
‘물론 대가도 장난 아니었어.’
보름간 뼈마디가 시큰거렸다. 게다가 잠이 들면 나는 항상 바이킹 안에 있었다.
보름간, 나는 꿈속에서 계속 아래로 떨어졌다.
‘대가가 왜 이런지 몰랐는데 말이야.’
생각해 보면 전생에서도 종종 이런 꿈을 꾸곤 했다.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을 못 했는데, 성장기 때 그랬었지.’
이한조일 때도 떨어지는 꿈을 꾸고 나면 키가 자라 있었다.
‘대가가 의외로 과학적인 건가?’
에이. 그러기에는 뜬금없는 게 많지.
‘애초에 코인 개수 자체도 기준이 없잖아.’
어쨌든 나는 코인 효과로 쑥쑥 자랐다.
‘콩나물이 된 줄 알았어.’
매일 아침 덕수 씨는 내 키를 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주일쯤 지나자, 의학적인 걱정을 하는 덕수 씨에게 나는 미리 깔아놓은 핑계를 댔다.
‘우유 마셨잖아여!’
다행히 고속 성장은 한 달 뒤에 멈췄다.
‘병원 가기 전에 끝나서 다행이야.’
전체적으로 팔다리가 길쭉해졌다. 덕분에 바지가 짧아져서 매우 만족해 있을 때였다.
‘그게 이 불행의 시초였을 줄이야.’
갑자기 옷장에 옷이 맞지 않았다.
성진 그룹 일로 자숙 중인 엄마는 쇼핑을 가지 못한다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고 바로 디자이너 정리리 선생님께 전화를 걸 줄이야.’
선생님은 매우 기뻐하시며 바로 트럭을 보내주셨다. 그 결과, 나는 산더미 같은 옷의 산에서 사진 찍히는 제물이 되었다.
‘이, 이렇게 살 수 없어!’
나는 덕수 씨에게 간절히 애원했다.
“공자 힘들어요.”
“그렇군요.”
“벗어나고 싶어요!”
등 뒤에는 옷을 고르는 엄마와 서 사장이 있었다. 덕수 씨는 옷더미와 나, 그리고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시선을 옮겼다.
‘덕수 씨, 나를 탈출시켜 줘.’
당신이 봐도 나 불쌍하잖아.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요!
“음, 확실히 입을 옷이 많군요.”
덕수 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피로 회복을 돕는 채소 주스를 드리죠.”
옷자락을 쥔 손에 힘이 빠졌다.
“그리고 사장님, 저도 빨간색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너로 입는 게 좋겠습니다. 공자는 믹스 매치도 어울리니까요.”
믹스 매치는 또 뭐야.
‘아니, 그 전에 덕수 씨 당신도 왜 이 아수라장에 참여하는데!’
서 사장은 윙크하며 말했다.
“캬. 역시 볼 줄 알아.”
“공자가 입을 거니까요. 아, 소재도 확인해야겠습니다. 딱히 피부 알러지가 있는 건 아니지만, 따가우면 안 되니까요.”
“어머, 선생님. 세심하시네요.”
덕수 씨는 기쁜지, 씩 웃었다.
“제작 보고회는 보통 정장입니까?”
“그렇긴 하지만, 캐주얼해도 돼요.”
“음, 그러면 제가 봐둔 옷이 있습니다.”
이런, 젠장.
‘한 명 더 늘었어.’
덕수 씨는 기쁘게 달려가 옷을 꺼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빠르게 자라서일까요.
‘왠지 다리에 힘이 없네요.’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제작 보고회, 이렇게 무서운 자리였던가.’
기다려왔던 공식 스케줄인데, 가야 하는 길이 너무 멀고 험했다.
“답답하네요. 우리 공자 매장에 데려가고 싶은데 말이죠. 사고 친 둘째 놈 때문에, 나가질 못하네.”
“언젠가 풀릴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저도 동행하고 싶습니다.”
“오, 좋네요. 공자가 입히는 재미가 있죠?”
덕수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잘 어울립니다.”
“캐주얼한 것도 좋지만, 이목구비가 조각 같아서인지 역시 정장풍이 좋긴 해요.”
“디자이너 정리리 선생님이 만든 옷이 그래서 잘 어울립니다.”
“선생님도 그렇게 느끼시네요. 저도 동의해요.”
그때, 서 사장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음, 나는 반대야. 정리리 선생님 옷은 너무 동화적이니까. 나는 이번에는 살짝 가벼웠으면 좋겠어.”
“그것도 나쁘지 않죠, 뭐…….”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로 조용히 절규했다.
“입어보자. 공자야!”
“제작 보고회가 기대되네. 우리 공자 또 완판 시키는 거 아니야?”
“사장님, 그거 노리고 오늘 오신 거예요?”
“겸사겸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네가 걱정되기도 하고. 수정아, 오랜만에 쉬니까 어때?”
“공자가 있어서 그럭저럭 괜찮아요. 이런 재미도 있고요.”
“다행이네. 그런데 이건 나도 좀 재미있긴 하다.”
“그렇죠?”
두 사람이 웃었다. 그때, 덕수 씨가 진지하게 말했다.
“파란색도 입어보죠.”
“민트색도 좋아.”
“공자, 초록 계열도 괜찮아요.”
“솔직히 뭐든 어울려. 보통 피부색에 맞는 옷이 따로 있잖아. 그런데 외모가 다 씹어 먹는다, 야.”
“공자가 특이한 거예요. 그래서 입히는 재미가 장난 아니에요. 누구 아들이 이렇게 예쁘지.”
“네 아들이잖아.”
“아하, 그렇죠! 제 아들이 저렇게 예쁘네.”
어, 어머니. 살려주세요.
‘오만 사람이 다 찔러보는 생선가게 고등어가 되면 이런 기분일까.’
선생님이 내 어깨를 들어 올렸다. 나는 질질 끌려가며,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역시 엄마가 일해야 해.’
보통은 서 사장이 대충 입혀줬었는데. 사람이 세 명 모이니까 장난 아니었다.
나는 눈물을 삼키고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제작 보고회까지 가는 길이 참 멀고도 험했다.
* * *
“감독님, 배우분들 입장해 주세요!”
스탭의 외침에 나는 조용히 정유진 씨를 따라갔다. 단지 입장 중인데도 플래시 소리가 장난 아니었다.
나는 무대에 올라섰다. 오랜만에 오는 자리여서일까.
‘이게 얼마 만이야.’
그리웠다. 진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화 ‘지하실’ 감독님과 출연자분들이십니다. 다들 자리에 앉아주세요. 어, 어머나?”
뭘 보고 놀랐는지 뻔했다. 나는 방긋 웃었다.
‘어떠십니까?’
사회자는 나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예전에 알던 제가 아니죠?’
당황했는지, 사회자는 괜히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렸다.
“아니, 죄송합니다. 저 너무 놀랐어요. 아니, 공자야. 왜 이렇게 컸니?”
발표회장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사회자를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아니, 너무 컸어요. 애가 쑥쑥 자랐네.”
라이락 감독이 마이크를 받으며 웃었다.
“우리 애가 많이 자랐죠?”
아니, 왜 제가 감독님 아이입니까.
“네, 여러분. 세월이 이렇습니다. 그 작았던 아이가 저렇게 컸어요!”
저기요. 누가 보면 내가 바로 성인 된 줄 알겠네.
‘그냥 지금 초등학생 저학년처럼 보일 텐데 말이야.’
플래시 소리가 장난 아니었다. 나는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잘 찍어주세요.’
뭐, 발표회 사진이 전문가가 찍은 것처럼 그렇게 멋지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감독님과 배우들이 자리에 앉았다. 사회자 말했다.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 ‘지하실’ 제작 보고회를 시작합니다. 홍룡 영화제 신인 감독상 이후로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서 뵙습니다. 감독님, 지금 심정이 어떠신가요?”
라이락 감독은 정면을 보며 씩 웃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오랜만에 나왔죠. 이런 자리를 많이 가지고 싶은 40대 젊은 감독, 라이락입니다.”
와, 감독님.
‘잘 받으시네.’
그러고 보면 라이락 감독은 이런 끼가 좀 있었다.
‘그나저나 감독님 40대였구나.’
생각보다 젊긴 하다. 몰랐네.
“아하하하! 감독님, 여전히 농담을 잘하시네요.”
“제가 좀 유머 감각이 넘칩니다. 아, 제가 40대 젊은 감독이란 건 농담이 아닙니다?”
회장은 다시 웃음소리로 가득해졌다.
‘분위기 좋네.’
나는 살짝 웃으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은 뭔가를 메모하거나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제작 보고회에는 기자만 오지.’
즉, 여기 있는 모든 분이 다 기자였다.
“네. 그럼 본격적인 제작 보고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감독님. [지하실>은 어떤 작품인가요?”
라이락 감독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영화 [지하실>은 지하에 갇혀 살던 모자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여기까지만 해야지. 나머지는 스포일러라서요.”
“아, 나머지가 너무 궁금하네요.”
“그건 극장에 오시면 언제든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실 테지만 우리 영화에는, 저렇게 예쁜 공자도 나옵니다.”
아니, 그건 너무 뜬금없잖아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