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98)
098
‘웃자. 웃어야 이긴다.’
홀에 있는 시선들이 적나라하게 꽂혔다.
나는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라이락 감독님과 정유진 씨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슬쩍 윙크하고, 고개를 돌렸다.
“공자는여.”
기자들이 노트에 펜대 굴리는 게 느껴졌다.
‘사냥당하는 기분이네. 하긴 먹음직스럽겠지.’
확실히 이런 질문은 힘들었다.
‘아마 어떤 대답을 해도 까이겠지.’
하지만 말입니다.
“열심히 자랐어여.”
제가 괜히 인생 2회차가 아니죠.
나는 환하게 웃었다. 질문한 기자의 눈매가 매서워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왜, 네가 물었고 내가 대답했잖아.
아, 물론 원하던 대답이 아니겠지만.
‘째려보면 어쩔 거야.’
애초에 애한테 이렇게 어려운 거 묻는 거 아니다. 응?
‘성진 그룹과 엮어서 까려는 게 적나라하다.’
음, 거기서 나는 찬밥인데. 애초에 가족이라고 인정해 주지도 않는다고.
‘그 히틀러 할머니에게 나는 여전히 잡종이야.’
뭐, 오래 봐서 분위기는 조금 좋아졌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속사정까지 말할 수는 없잖아.’
기자는 뭐라고 더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사회자가 더 빨랐다.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아, 왼쪽에 초록색 조끼 입으신 분?”
다시 질문이 시작되었다. 정유진 씨는 다시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조금 웃으셨다.
“고생했어.”
뭘요.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여간 기자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저놈들이 대중 여론을 조정한다는 게 싫다.’
이러니 언론 신뢰도가 낮지.
‘뭐, 이것으로 알았어.’
나는 뭘 해도 까이겠네.
‘다 그렇진 않겠지만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거 생각 좀 해봐야겠다.’
겪어보니까, 쓴맛을 좀 알 거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회자가 말했다.
“자, 그러면 영화 [지하실> 제작 보고회를 마칩니다. 그럼, 촬영 시간 있겠습니다.”
아, 끝인 줄 알았는데 저것도 하는구나.
출연자들은 줄을 섰다. 감독님이 내 옆으로 쓱 다가와 말했다.
“공자, 잘했다.”
나는 방긋 웃었다.
“당황했어여.”
“예상 답안을 뽑아왔니?”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는 게 낫겠지.
“녜! 엄마가 알려주셨어여.”
“어휴. 심장이 쫄깃해졌네. 그런데 공자야.”
감독은 나를 보며 엄지를 세웠다.
“참 예쁘게도 입고 왔다.”
아.
“체크무늬 재킷이랑 빨간 리본이 기가 막힌다. 나 아까 네가 어디 그림에서 튀어나오는 줄 알았잖아.”
그, 그렇군요.
“가, 감사합니다.”
정유진 씨가 슬쩍 다가와서 말했다.
“어, 저도 그런 생각 했어요. 이것도 정리리 선생님 옷이니?”
“음, 잘 몰라요.”
“엥? 코디가 입혀준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코디 없어여. 이 옷은 엄마랑 선생님이랑 사장님께서…….”
말끝이 떨렸다. 지나갔던 두려움이 다시 샘솟았다.
나도 모르게, 라이락 감독의 소매를 잡았다.
“산더미 같은 옷 중에서 골라줬어여.”
지옥이 있다면 거기일 거야.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무서웠어요.”
옷 입는 게 끝나지 않아.
“어, 어머나.”
“솔직히 기자 질문보다 그게 훨씬 무서워여.”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나간 일이었지만,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 스탭이 말했다.
“공자, 포토존에 서주세요.”
아, 내 차례구나.
나는 빠르게 걸어갔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였다.
나는 렌즈를 보며 방긋 웃었다. 슬쩍 방향을 바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제작 보고회는 끝이겠지.’
오랜만에 나오는 공식 석상이었다.
“다음 분!”
벌써 끝내려니 아쉬웠다. 나는 포토존에서 내려오면서 가슴을 폈다.
‘그래도 이번에도 성공이야.’
씩 웃음이 나왔다. 역시 일이 좋았다.
* * *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나는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진짜 한 번을 못 이겼다.
마적 녀석은 공을 통통 차면서 말했다.
“공자야. 너 너무 못한다.”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뭐라 변명을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이 몸, 운동 신경이 영 아닌 거 같아.’
율동 배울 때부터 느꼈지만 말이다.
‘혹시 모든 재능이 얼굴로 가 있는 건가.’
그래도 보통은 되는 거 같았는데, 아닌가.
나는 여전히 헉헉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거 같아.”
“아니, 이렇게 봐주는데도 안 되네.”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마적 녀석은 지루해 보였다. 나는 순순히 사과했다.
“미안.”
“아, 아니. 미안해하지 마! 넌 나보다 나이도 어리잖아.”
그렇긴 하지.
“게다가 너뿐만이 아니야. 축구부에서도 날 막을 수 있는 애는 없어.”
마적 녀석이 씩 웃었다.
“그게 참 이상해. 예전에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아빠 감옥 간 뒤로 나 축구 엄청나게 잘한다?”
어라.
“갑자기 모든 태클을 다 피해. 심지어 어떤 태클이 들어올지 다 느껴져!”
나는 눈을 깜박였다.
“예전에는 안 이랬어?”
“응. 그럴 리가.”
“축구만 그래?”
“아니. 이제 엄마 손도 피하게 돼. 나 어제 싸대기도 피했다?”
그건 코인 쓴 탓이잖아.
순간 짚이는 게 있었다.
‘내가 회피 능력이랑 폭력 감지 능력을 높였지?’
맞지 말라고 높였는데, 그거 축구에도 통하는 거였나?
나는 마적 녀석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놈은 축구공을 무릎으로 통통 튀겼다.
‘혹시 나, 저 녀석 축구 천재로 만든 건가?’
나는 슬쩍 물었다.
“적아, 너 축구 좋아?”
“좋지.”
“음, 장래에 축구 선수 하고 싶어?”
마적 녀석은 쉽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한참 뒤에, 공만 튕기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
“되고 싶어.”
목소리에 침울함이 섞여 있었다.
“누가 반대해?”
“다 반대해. 안 돼. 난 회사일 해야 할걸.”
아, 뭐 물려받나?
“엄마는 내가 성진 그룹을 물려받으라고 했지만, 솔직히 하고 싶지도 않고 될 거 같지도 않아.”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일단 신이 형이 있는걸. 신이 형은 못 이겨.”
뭐, 후계자가 따로 내정되어 있나 보네.
“회사 일이라니, 끔찍하다. 나는 축구가 좋아.”
음, 꿈은 확실하네.
‘뭐, 축구면 인기도 많고 잘하면 엄청난 직업이잖아.’
나는 마적 녀석을 훑어보았다.
확실히 저 녀석, 경영 쪽은 아니지.
‘좋아하는 일 하면 저 녀석도 행복할 텐데.’
나는 녀석의 팔을 잡았다.
“그냥 축구 하면 안 돼?”
마적 녀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엄마가 엄청나게 반대해. 지금도 나 축구 하는 거 못마땅하게 여겨. 뭐, 내가 잘하니까 잘난 척하는 맛으로 허락해 준 거 같긴 하지만.”
평가 한번 굉장했다.
“게다가 축구 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해. 그래야 크게 성공할 수 있어.”
그건 그렇지. 국내보단 해외가 인프라도 좋고. 축구 선진국이니까.
“뭐, 잘하게 돼서 지원받고 나갈 수도 있긴 해. 그런데 공자야. 생각해 봐. 누가 나를 지원해 주겠어?”
하긴.
‘성진 그룹의 애를 지원하면, 당장 말 나오겠지.’
나라도 안 해주겠다. 저 집안 돈 넘치는 거 대한민국 사람은 다 알잖아.
‘그런데 얘네 집에서는 지원 안 해주잖아.’
마적 녀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매일 밤 생각하지만, 안 될 거야. 아마.”
“음, 엄마 말고 지원해 줄 다른 분 없어?”
“없어. 외가 쪽에 넌지시 말해 봤는데 비웃음만 샀어. 아빠도 그러더라. 공놀이 언제까지 할 거냐고.”
아니, 애가 꿈을 꾸는데 왜 비웃고 그래.
“그래도 나는 이 공놀이가 정말 좋아. 계속하고 싶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물었다.
“만약 축구 선수가 된다면, 훈련 열심히 할 거야?”
“당연하지! 목숨 걸고 할 거야.”
“음, 알았어.”
나는 놈의 어깨를 팡팡 치며 방긋 웃었다.
‘이놈, 내가 책임지기로 했지.’
그럼 책임져야지.
‘그나저나 축구 꿈나무 지원이라.’
그거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훌륭한 스포츠 선수 옆엔 헌신적인 가족이 있기 마련이지.’
지지와 격려도 필요할 테고 말이야.
‘확실히 쉽지는 않아.’
하지만 내가 책임지기로 한 애였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결심했으니, 이제 실행만 하면 됐다.
마적 녀석은 진지한 분위기가 싫은지 말을 돌렸다.
“그런데, 너. 영화 개봉한다며?”
“응. 이제 시사회 할걸?”
“주인공이라고 들었어. 학교에서 난리더라.”
음, 화제가 되긴 했구나.
“응. 첫 주연이야.”
“와, 나 보러 가도 돼?”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거 우리 나이는 못 볼걸?”
“엥? 진짜? 그럼 너도 못 봐?”
“응.”
“네가 찍었는데 네가 못 본다는 게 말이 돼?”
좀 이상하지만, 아역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나도 확인하고 싶긴 하지.’
어떻게 편집했을까. 내가 알던 ‘지하실’과 어떤 게 변했을까.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지하실이 좋은 내용이긴 하지만, 어린애가 감상할 영화는 아니잖아.
마적 녀석은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있잖아.”
“응. 왜?”
“사인 좀 해줘.”
엥?
나는 눈을 깜박였다. 마적 녀석은 내 시선을 피했다.
“그게……. 너랑 친하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사인 좀 받아 달라고 난리야.”
아.
나는 방긋 웃었다.
“네 친구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진짜? 고마워!”
“그런데 적아…….”
나는 마적 녀석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키가 껑충 자라서인지, 쉽게 닿았다.
“문제가 하나 있어.”
“엥, 뭐?”
“내가 사인이 없어.”
마적 녀석의 눈이 동그래졌다.
‘진짜야. 안 만들었다고.’
녀석은 바로 소리쳤다.
“왜 없어! 너 유명하잖아!”
“음, 내가 사인할 일이 없으니까?”
내가 카드를 쓰겠어,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겠어.
‘그건 보호자가 해줄 나이지.’
미취학 아동이 사인이 있는 게 더 이상한데 말이야.
“너, 너! 빨리 만들어!”
그러고 보면 슬슬 만들 때도 됐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 만들게.”
“너, 가끔 보면 진짜 이상해.”
가끔 이상하면 다행이지.
나는 웃으면서 놈의 어깨를 토닥였다. 책임지기로 해서 그런가. 놈이 꼭 동생처럼 느껴졌다.
* * *
서 사장은 사무용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캬~ 죽여준다.”
“사장님, 낮술 하셨어요?”
“나 낮술은 집에서 마나님과 하는 거 알잖아. 그런데, 지금 기분은 알딸딸하다.”
사장은 아직도 돌고 있었다.
마수정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어지럽지 않아요?”
“끼얏호! 어지럽지.”
“멈춰요, 좀!”
“싫어. 내 기쁨을 망치지 마라. 지금 좋아 죽겠으니까.”
마수정은 피식 웃었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캐스팅, 다시 밀려온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