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 Carry Support RAW novel - Chapter (153)
기적의 힘 (2)
조화의 이름으로
우연적인 필연
어제의 적, 오늘의 적
성의 지하에서
계략 속의 계략
변화하는 정세
루이즈의 소망
어딘지 모를 세상
시간의 종착지로
기적의 힘 (2)
[75의 초월력을 사용했습니다!] [앞으로 2회, 거인 가르기의 사거리가 25미터로 증가합니다!]아인의 손이 번쩍였다.
서리의 칼날이 하늘을 휘젓자 플라이를 사용하고 있던 마법병들은 그대로 사망, 혹은 치명상을 입고 지상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아인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거인 가르기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초기화되었습니다!]다시 한 번, 대지를 수평으로 가르는 섬광!
수많은 비명소리가 전장의 소음에 먹혀 사라졌다.
아인에게 디버프 마법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지만, 통하는 것은 몇 개 없었다.
아인에게 치명적인 상태이상이 걸릴 때마다 현이 그것을 해제해 주는 덕분이었다.
[20의 초월력을 사용했습니다!] [다음 그림자 방패가 중급 이하의 상태이상을 전부 해제합니다!]전쟁터에서 한 명의 영웅이 단독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상태이상 때문이다.
둔화, 기절, 속박, 탈진 등등…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디버프를 받아내다 보면 아무리 스펙이 높은 존재도 결국엔 물러설 수밖에 없으니까.
네임드 급 NPC도 예외는 아니다.
정화 스킬이 무한하지 않는 한 수백의 적들 사이에 단독으로 뛰어드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림자 방패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고작 10초.
초월력만 충분하다면 현은 10초마다 최상급 정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좋아.’
우우웅.
손등이 빛날 때마다 현은 든든함을 느꼈다.
계속해서 루이즈의 마기가 흘러들어오는 덕분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가능했다.
1의 초월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1만의 마기가 필요하다.
루이즈가 힘을 보태주지 않았더라면 혼자 적진으로 뛰어들 엄두도 내지 못했겠지.
그렇게 아인이 전장을 휘젓고 다니기를 잠시,
「아인, 조심!」
「웃…!」
카앙!
기습적으로 날아온 공격에 아인이 신음을 흘렸다.
어찌나 강맹한지 제대로 막아냈음에도 상당한 거리를 밀려나 근처의 커다란 바위에 처박힐 정도였다.
쿠르르르-.
돌의 잔해 속에서 몸을 일으키며, 현과 아인은 공격이 날아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앞에 서있는 것은 화려한 갑주에 투구까지 껴입은 한 명의 성기사.
「역시….」
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디버프가 안 먹히니까 상부에 지원을 요청한 모양이네.」
아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누구지? 방금 거 평범한 공격은 아니었는데….」
「글쎄…」
현은 새롭게 등장한 성기사를 살펴보며 눈을 가늘였다.
은빛의 투구를 뒤집어쓴 탓에 얼굴을 확인할 수 없다.
5대 기사 중 한 명일까?
아니, 그 녀석들에게 기습을 당했다면 고작 이 정도 피해로 그치진 않았을 것이다.
「성왕의 친위대… 아니면 어디 기사단 부단장 정도일 것 같아.」
아마도 성왕국 내 강력한 100명의 네임드 중 한 명.
5대 기사보단 약하지만, 일반 성기사들과는 궤를 같이 할 수 없어서, 400레벨의 유저도 1대1로 이기긴 불가능한 존재일 것이다.
평소라면 여기서 도망가야겠지만….
잠깐의 계산을 마쳐 본 현이 중얼거렸다.
「싸워보자.」
「괜찮아…?」
「지금의 너라면 상대할 수 있을 거야.」
「알겠어… 해 볼게…!」
그 때부터 아인과 성기사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힘, 민첩, 체력 등등, 모든 스펙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대.
현의 적절한 지원이 없었더라면 아인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치이다 패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확실히 평범한 녀석은 아니네.’
얼핏 싸움은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성왕국의 진형에 여유가 생겨나는 것을 보면, 적의 지휘관들 또한 자신들의 성기사가 질 것이라곤 생각지도 않는 듯했다.
실제로 지금, 이를 악물며 바닥을 뒹굴고 있는 것은 아인이었으니까.
당연히 반격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말이다.
「공격하지 마.」
허나 현은 그런 상황에서도 조급하지 않았다.
아인을 믿고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다.
한편으론 계속 상황을 주시하면서.
「날 믿어.」
아인의 몸에서 뿜어지는 오오라의 색깔이 순식간에 녹색으로 변했다.
그만큼 적의 공격이 매섭다는 증거.
까딱 실수라도 한다면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공격들이 아인의 무기에 작렬하고, 몸을 스쳐갔다.
그럼에도 현은 아인에게 조금 더 어려운 것을 요구했다.
「좀만 더 아슬아슬하게 피해 봐.」
「여기서 더…?!」
「안 죽게 지켜줄 테니까.」
「알겠어! 잘못 되도 모른다고!」
현은 아인의 궁극기까지 발동시켰다.
4종류 원소저항을 갖추는 동시 (화염/냉기) 피해를 증폭시키는 기술이 바로 소멸의 각오다.
하지만 지금은 원소저항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공격력이 더 필요한 상황도 아닌데 궁극기를 사용하는 것은 왜일까?
현은 오직 한 가지 효과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당 스킬을 발동 중일 때 주인을 향한 공감의 생성량이 1.5배가 됩니다.
“흐윽…!”
어느 순간, 아인이 짧은 비명을 질렀다.
성기사의 검에 배가 관통되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이동기와 방어기가 다 빠진 상황에 날아온 공격은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었다.
[초월자가 당신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신체결손이 취소되었습니다!] [3초간 무적 상태에 돌입합니다!]현과 아인은 아직 400레벨 근처의 네임드 성기사를 상대할 만한 힘을 갖추지 못했다.
4차 전직을 마친 유저도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대.
평범한 유저가 그런 상대와 대등하게 싸우기 위해선 ‘초월자의 버프’와 같은 아주 특별한 힘이 필요했다.
그렇다, 예를 들면 초월력 말이다.
하지만 현은 아까부터 초월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아인이 절벽에 부딪쳐 신음을 흘릴 때도, 배가 뚫려 헛바람을 내뱉을 때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조금만 더…!」
아인의 새로운 스킬 중엔 ‘도전자’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효과는,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적을 상대로 공감의 생성량을 증가시키는 것.
그리고, 격이 높은 적을 상대로 공감의 생성량을 ‘대폭’ 증가시키는 것!
시종이 피를 흘리고 고통을 감내하며 만들어낸 의지는 초월의 힘이 되어 주인에게 돌아오고 있었다.
「현…! 나 죽어…!」
카앙! 성기사가 찌른 검이 어깨에 맞고 튕겨나갔다.
현이 그림자 방패를 사용하여 그 충격을 완화시킨 것은 거의 묘기에 가까웠다.
그때의 체력은 고작 1이었으니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곧바로 정기 흡수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근처의 적을 공격하려던 아인을, 현이 제지했다.
「그럴 필요 없어.」
「1000의 초월력을 사용했습니다!」
「‘천사의 기초 검술’이 강화되었습니다.」
「다음 1회의 공격이 공간을 가를 수 있으며, 피해량이 대폭 증가합니다.」
솔리터리 로드로 전직한 이후 현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같은 스킬에 같은 수치의 초월력을 사용해도, 해당 스킬의 강화 효과가 동일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사위를 굴리는 것도 아니고, 매번 효과가 달라진다면 어떻게 그 스킬을 활용할 수 있을까?
해답을 얻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현은 다른 천사나 악마들이 스킬을 사용하던 방식에 주목해 보았다.
초월자는 자신의 의지대로 힘을 행사했다.
직접 강림하거나, 신탁을 내리는 것 외에도, 인세에 소문이 퍼지도록 만들고, 혹은 누군가의 (천공/심연) 성향을 초기화시키기도 했었다.
틀이 정해지지 않은 힘.
초월력을 또한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한 추측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자신의 바람을 강하게 소망하며 초월력을 사용하면, 그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현이 바라는 것은 단 한 번의 검격.
1초, 혹은 0.1초라도 좋으니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힘!
‘됐다…!’
빠르게 스킬의 상세 설명을 읽어 내린 현은 쾌재를 불렀다.
다음 공격에 일어날 결과를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스킬을 사용할 필요는 없어.
허공에 평타를 긋는 것으로 충분할 테니까.
경계의 낫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어지는 순간, 백색의 섬광이 세상을 갈랐고.
찰나, 현은 몸속에 흐르는 피가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현은 이 느낌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손등에 새겨져 있던 조화의 문양이 새하얀 빛을 내뿜고 있어.
루이즈의 마기가 온몸을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
화아악!
현의 양 어깨에 커다란 날개가 생겨났다.
한 쪽은 검은 색. 한 쪽은 흰 색.
손에 든 낫에선 찬란한 광휘와 함께 소용돌이치는 칠흑이 서로 뒤얽히는 중.
그 상태로 세상을 가르는 현의 모습은 마치 천사가 적들을 심판하는 것만 같았다.
세상을 가르는 천사의 검격은 인간의 눈으로 불 수 없다.
하지만, 그 검에 대지가 갈라져 나가는 모습은 모두가 볼 수 있었다.
거대한 굉음과 함께 지상에는 수백 미터의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공격이 지나간 경로의 한가운데 있던 성기사 역시 무사할 순 없었다.
“크허헉!”
팔부터 어깨까지의 부위를 잃은 그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성왕국의 병사들은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다가, 뒤늦게 성기사를 구하기 위해 허겁지겁 전장으로 달려갔다.
「쫓아갈 필요 없어.」
현은 성기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달려가려는 아인을 저지했다.
적들의 수장이 구해지는 광경을 빤히 보고만 있었다.
「갑자기 왜 멈추는 거야…!」
「그럴 필요 없어.」
「그럼, 가만히 놔 주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니까.」
천사의 검술로 만들어낸 검격은 성기사의 팔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적의 진형까지 통째로 무너뜨렸다.
빠르게 후퇴하는 모습을 보면 적의 지휘관은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했다.
「이 정도면 충분해.」
소란이 잠잠 현은 성화(星火)를 띄워 올렸다.
경계의 낫에서 뿜어 나오는 이펙트가 사라진다 해도 빛이 시들지 않도록.
‘…!’
성화가 새벽의 하늘을 환히 밝히는 가운데 주위를 둘러본 아인은 숨을 삼켰다.
제국의 병사들은 현이 서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몇은 눈물을 흘리며 손을 모으기도 했다.
생사의 경계에서 구원받는 심정이 어떠한지는…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절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현, 대체 뭘 하는 게냐…! 마음껏 쓰라고 했다고 정말 마음껏 쓰다니…! 더 이상은 내 힘으로도 무리란 말이다!”
문득 마도구로부터 들려온 루이즈의 목소리.
현은 슬며시 목걸이를 풀어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다.
가장 높은 초월자일 루이즈의 목소리는 이 상황에 조금 경박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현 님이 조화의 사도…라는 말이 사실이었군요.”
지휘본부로 돌아온 뒤.
부하에게 전황을 보고받은 군단장의 태도는 이전보다 더욱 공손해졌다.
소문만이 아닌, 본인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천사의 등장은 모두에게 가히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현 님의 사도의 힘이 없었다면 아군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겠지요.”
“딱히 사도의 힘은 아닌데….”
“그럼 무엇입니까…?”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군단장.
“아뇨, 뭐 사도의 힘이라고 치죠. 비슷한 거니까.”
현은 설명을 생략하기로 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저들끼리 판단하게 놔두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았기에.
“좀 아쉽겠어?”
동화하고 있던 아인이 불쑥 한 마디를 내뱉은 것은 그 순간이었다.
현의 존댓말과는 상당히 다른 말투였지만, 상대가 NPC인 탓인지 그 변화를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인은 옆쪽으로 슬쩍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누구만 아니었다면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
현은 재빨리 입을 다물었지만, 아인의 말은 이미 다 새어나간 뒤.
곧이어 모두는 수행원의 낯빛이 창백히 질려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