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 Carry Support RAW novel - Chapter (173)
에필로그
이젠 세계최고의 기업 중 하나라 불려도 무방할 NFM의 홈페이지는 여전히 삭막했다.
사이트 메뉴는 고작 두 개.
하나는 아스리안의 역사가 정리된 ‘메인스토리’란이었고, 또 하나는 예전부터 변하지 않은 공지사항란.
서현은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접속해 얼마 전 공지사항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진실과 관련된 스토리가 곧 시작됩니다!
-사건의 흐름을 맞추기 위해 8년의 시간이 가속됩니다!
-시간이 멈춘 동안 주요 NPC와의 상호작용 및 특정 구역들의 접근이 제한되니 유의해 주세요! –
아스리안의 역사는 전작과 달라졌다.
진실과 관련된 메인스토리가 시작되지 않던 것도 그 차이점들 중 하나였지만…. 갑자기 이벤트가 시작된 걸 보면 누군가가 진실과 관련된 단서를 발견한 모양이다.
서현의 머릿속에 아련한 과거가 스쳤다.
시간 가속.
그 메시지가 떠오를 때마다 자신과 루이즈는 5년 동안 갈라져있어야만 했다.
일루나, 어둠의 땅, 미궁, 빛의 사원, 북쪽의 도시 루킹엄까지, 루이즈가 여러 고난을 마주쳤던 것은 유저와 NPC의 시간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당시엔 메시지가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었다.
“현, 심심하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목을 감싸자 앉아 있던 의자가 살짝 휘청거렸다.
그게 누군지는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인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시간.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달라붙어 오는 건 한 명밖에 없을 테니까.
“뭐야, 루이즈. 무거우니까 매달리지 마.”
루이즈가 이 세상으로 나온 지도 3개월.
그녀의 세계는 더 이상 아스리안에만 있지 않았다.
아스리안이 가속되는 와중에도 이렇게 함께 노트북의 화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는가?”
“별 거 아냐.”
서현은 가만히 노트북을 닫았다.
더 이상 쓸데없는 고민을 할 필요는 없겠지.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추억이라 여길 수 있게 된 지금, 루이즈는 더 이상 한 명의 NPC가 아니다.
그래, 루이즈는 자신의 가족이었다.
“아인은?”
“방에서 자고 있다…. 우리가 조금 시끄럽게 해도 일어나지 않을 게다.”
눈을 빛내며 귓가에 속삭이는 루이즈.
원래의 몸이었다면 조금 부담스러운 그림일지도 모르겠지만, 15살의 어린 모습으론 귀여운 어리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서현은 자신에게 달라붙은 루이즈를 번쩍 들어 거실에 다시 세워 주었다.
“그래? 그럼 아인 깨면 셋이서 하자.”
서현은 거실에 나란히 놓인 캡슐 세 대를 바라보았다.
루이즈가 현실로 나온 뒤, 셋이서 함께 부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일이 잦아졌다.
세 명의 아이디는 원래대로 현, 아인, 루이즈.
접속 시간 비율은 원래 50대 50이었지만, 갈수록 부캐릭을 플레이하는 빈도가 잦아지며 최근에는 60대 40정도로 늘어났다.
그렇게 플레이 시간을 줄여도 자신과 아인은 여전히 랭킹 1,2등이었지만, 설령 누군가에게 추월당한다 해도 이제와선 그게 뭔 문제일까 싶기도 했다.
‘레벨 좀 낮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성장에 신경을 덜 쓰게 된 것은 부캐릭도 마찬가지였다.
아인, 루이즈와 함께 고정 3인 파티를 꾸린지도 3개월이 지났음에도 모두의 레벨은 60이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했다.
관광 명소를 돌아다니거나, 도시에서 잡템 장사를 하거나, 혹은 아무 의미 없이 광장 벤치에서 시간을 때우는 등, ‘효율’보단 ‘재미’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아인도, 루이즈도 레벨 업엔 관심이 없었으니 자신이 조금이라도 신경 쓰지 않았더라면 둘은 여전히 50레벨의 각성 퀘스트조차 끝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아스리안엔 성장하는 재미도 있으니까.’
오늘은 패치 마지막 날.
서현은 오랜만에 조금 바쁘게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8년이 흐른 직후를 노리면 그동안 놀았던 시간을 단번에 만회할 수 있을 테니까.
‘진실이라….’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라와 있던 패치내역을 곱씹었다.
누군가 진실의 에피소드를 시작했다는 그 문장을.
진실이 움직인 것은 아주 오랜만이다.
조화의 세력이 창궐할 때도, 빛이 위기에 빠졌을 때에도 진실은 이상하리만치 잠잠했으니까.
전작에서 모든 수를 동원해 기만의 세력을 없애려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진실은 그동안 어째서 숨죽이고 있던 걸까?
이번 기회에 그녀의 꿍꿍이가 밝혀질지도 몰라.
패치가 끝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서현은 미리 아인을 깨워둬야겠다고 다짐했다.
***
천계의 어느 곳에 수만의 발키리와 수천의 천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 행렬의 가장 높은 곳에 서있는 존재는 화려한 크리스탈의 날개를 지닌 여인.
자애를 형상화한 듯한 외모에도 그녀의 주위에선 감히 눈동자를 마주보지 못할 만한 오오라가 피어올랐다.
그녀가 바로 천공을 지탱하는 첫 번째 기둥. 진실의 대천사다.
“오랜 기다림이었습니다.”
진실은 그동안의 사건들을 떠올려봤다.
세상에 어둠의 씨앗이 피어났고, 빛이 사그라졌다.
다시 조화라는 존재가 등장하자 세상 곳곳의 인간과 마물이 뒤섞였다.
그렇게, 심연의 세력들이 천공의 영역을 침범하는 와중에도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저 때가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드디어 기나긴 싸움을 끝낼 때입니다”
빛이 소멸한 것은 상관없다. 언젠가 두 번째의 빛이 태어날 테니.
조화라는 거짓된 존재가 등장한 것은 조금 신경 쓰이지만, 그것도 다른 문제에 비해선 별 거 아니었다.
기만의 대악마!
그녀를 없애버릴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기다림도 견뎌낼 수 있으니 말이다.
‘당신에겐 고마워해야겠군요… 크로노.’
진실은 눈을 감았다.
가만히 흘러가는 기억 속에서 어느 한 때의 과거가 스쳐갔다.
질서… 아니, 지금 세상에선 혼돈의 시종인 크로노.
빛과 어둠이 싸우던 날 자신과 크로노는 한 가지 계약을 맺었다.
천계의 문을 열고, 크로노에게 힘을 빌려준 것 또한 자신이었다.
덕분에 크로노는 잠시나마 천계에 등장해 빛의 세력들로부터 어둠을 구해낼 수 있었으니, 빛이 소멸한 것엔 이쪽의 책임도 있는 셈이지만.
희생의 가치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그 대가로, 자신은 더욱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리석군요. 시간을 다스리는 자가 더 먼 곳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다니요.’
진실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가 얻은 대가는 단 한번의 ‘미래’를 내다보는 것.
이승과 황천 사이를 떠도는 기만의 영혼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도 그 힘을 사용한 덕분이었다.
강대하던 기만의 힘은 지금 평범한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를 봉인해 윤회를 끊어낸다면 앞으로의 미래에서 기만의 이름은 영영 지워지게 될 것이다.
“그럼, 신탁을 내리겠습니다.”
화아악! 진실의 몸이 찬란히 빛났다.
빛을 섬기는 인간이 사라졌다지만, 진실을 섬기는 인간은 여전히 상당수가 남아 있었다.
빛은 사라졌고, 어둠은 기회를 놓쳤으며, 조화는 거짓된 존재에 불과하니, 세상을 다스리는 초월자는 곧 진실 하나만이 남게 될 것이다.
그렇게, 힘을 상실한 기만을 완전히 없애기 위한 진실의 마지막 계획이 곧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휴, 죽을 뻔했네…!”
사냥이 끝난 뒤 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인과 루이즈가 대책 없이 벌인 일을 겨우 수습해 낸 순간이었다.
곧바로 아인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아니, 생각 없이 보스 몹을 몰아오면 어떡해! 우린 고작 60레벨이라고!”
“흐응, 잡았으니까 상관없는 거잖아?”
체력이 1퍼센트 이하로 떨어진 아인이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그녀의 새로운 직업은 전사.
양손에 너클을 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컨대 훗날 늑대인간으로 전직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일단 체력부터 좀 회복해. 한 대만 스쳐도 바로 죽겠다.”
“후후, 내게 맡기거라.”
루이즈가 허공에 지팡이를 휘적거리자 허공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떠올랐다.
원래대로라면 낙서에 불과할 마법진은 유저가 지닌 ‘스킬’의 보정을 받아 완벽한 회복스킬로 변모했다.
자신의 체력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 아인이 루이즈에게 감사를 건넸다.
처음엔 날카롭던 둘의 분위기도 이젠 제법 완만해졌다.
루이즈가 외모변경으로 한계까지 키를 늘렸고, 아인은 원래부터 체격이 작았기 때문에, 옆에서 보고 있으면 둘은 또래 친구처럼 보였다.
“오오, 좀 하네.”
“이 정도는 가뿐하다!”
그렇다, 루이즈의 직업은 사제!
대악마가 사제를 자처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지만, 사실 이 파티엔 그보다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일을 벌이는 사람이 하나에서 둘로 늘어났다는 것.
쉴 새 없이 골치를 썩이는 둘을 커버하기 위해, 현은 마법사 직업을 택했음에도 화력이 강한 광범위 마법들을 전혀 익히지 못했다.
보조, 및 저격마법이 여태까지 익힌 스킬의 전부였기 때문에 이제와선 기존에 계획해 둔 스킬트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태론 십중팔구 ‘엘리멘탈 스나이퍼’ 같은 직업으로 전직하게 되지 않을까?
“…여기까지 하자.”
“벌써 끝이야?”
“사냥은 장비를 최상으로 맞추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
고작 2시간 만에 지친 현은 사냥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사실, 레벨 업은 어찌되든 상관없다.
굳이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성장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뭐, 오늘은 그냥 놀자고.”
“으음, 그것도 나쁘진 않구나.”
패치가 끝난 직후의 아스리안.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시간에 현, 아인, 루이즈는 내키는 대로 거리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각자 조금씩 외모를 변경한 덕분에 소란이 생겨나는 일은 없었다.
8년 뒤의 세상.
곳곳엔 조화의 흔적이 가득했다.
잡화점엔 해골 점원이 일행을 맞아주었고, 신전의 입구엔 유령이 방문객들을 안내해 주었다.
마을 경비병들이 매고 있는 장총에도 조화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신기한 기분이다… 며칠 밤을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8년 뒤의 미래라니.”
루이즈는 어린애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몸을 휘감는 꼬마 유령의 무리와 어울리며 신나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대악마가 아닌 지금은 공감이 느껴지지 않을 텐데도 마물에 대한 애정은 여전한 듯했다.
‘케이드리알….’
천공과 심연이 구분되지 않는 세상.
마기를 지녔다는 사실만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던 현은 문득 한 여인의 이름을 되뇌었다.
이젠 존재하지 않을 한 대악마의 이름을.
기만에 대한 과거의 편견은 다 사라진지 오래다.
생각해 보면 그녀는 누군가에게 악의를 품었던 적이 없다.
천공에 맞서던 것도 심연을 적대하는 무리들에 맞서려던 것뿐이었다.
그녀가 어째서 ‘조화’라는 이름을 등장시켰는지 생각해 보면, 홀로 세상에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게 네가 바랐던 미래겠지?’
언제나 자신을 도와준 케이드리알이였다.
서포터라는 직업을 준 것도, 루이즈라는 인연을 만들어 준 것도 그녀였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결코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겠지.
현은 문득 가슴 한 곳이 아렸다.
케이드리알도 함께 이 세상을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낮이든 밤이든, 하늘이나 천계와 같은 몇 군데만을 제외한다면 누구나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현…. 여기는.”
그렇게 아인과 루이즈를 데리고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보던 중, 갑자기 루이즈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예전에 와봤던 곳이 아닌가…?”
“응?”
주위의 풍경을 둘러본 현은 숨을 멎었다.
루이즈의 말대로 이전에 본 적이 있던 장소였기 때문에.
무수한 나무기둥이 솟아오른 가운데 동양풍의 등이 걸려있는 외길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풍경이기도 했다.
계속 걷다보니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던 신비로운 사원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스름의 신전…?’
루티아를 만나 기도를 배우고, 또 루이즈를 처음 만나기도 했던 그 장소.
무의식이 발걸음을 이끌고 있던 모양이다.
케이드리알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온 것 같았다.
“여기는….”
타다다닷!
루이즈는 홀린 듯 어스름의 신전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루이즈, 같이 가!”
현과 아인은 갑자기 뛰어가는 루이즈를 바로 뒤따라갔다.
신전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위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갑자기 어디 가는 거지?’
루이즈는 홀로 예배당으로 향하는 회랑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리운 기분이라도 든 걸까? 같이 구경해도 될 텐데.
그런 생각을 떠올리던 때.
‘…!’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에 현은 앞서 달리던 루이즈를 황급히 잡아당겼다.
「잠깐 멈춰 봐!」
「웃…!」
「뭐야…?」
귓속말로 모두에게 경고한 현은 아인과 루이즈를 데리고 구석에 몸을 숨겼다.
「다들 조용히!」
잠시 후
또각, 또각,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아무도 없던 신전에 발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쿠웅-! 다시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일행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발걸음소리가 사라지고 나서도 몇 분이 지난 뒤였다.
“…….”
현과 일행은 발소리를 죽인 채 소리가 들렸던 문으로 다가갔다.
탁.
소리가 크게 울리지 않도록 살며시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현에게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켰다.
「현, 저기 누군가 있어!」
아인의 귓속말에 현은 옆을 돌아보았다.
방 한구석에 놓인 의자.
그 위엔 한 명의 소녀가 쇠사슬에 결박된 채 앉아 있었다.
「어린애?!」
“…….”
현은 소녀에게로 다가가 결박을 풀어냈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화려한 색깔의 머리칼을 지닌 소녀의 온 몸엔 상처가 가득했다.
우우웅.
루이즈의 회복마법이 더해지자 붉은 머리의 소녀는 그제야 눈을 떴다.
“웃, 웃…!”
소녀는 두려워했다.
현은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가지고 있는 음식은 시작할 때 기본으로 주어지는 것밖에 없었지만.
딱딱한 빵과 물 뿐인데도 소녀는 오랫동안 굶주린 듯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나서야 조금 안심된 듯 일행을 올려다보는 모습이었다.
「이 아이는….」
「현, 이거 혹시?」
누군가와 너무도 닮은 소녀의 외모에 아인과 루이즈의 입이 벌어졌다.
현의 심정 또한 둘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잔뜩 움츠린 채 이쪽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눈동자는 불꽃처럼 새빨갰다.
똑같은 눈동자를 지녔던 여인은 분명….
‘케이드리알…?’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른다.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하던 때, 소녀의 떨리는 입술이 열렸다.
“당신은… 누구죠? 어떻게 절 구하러…?”
“…!”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현이 머릿속에 확신이 생겨났다.
동시에 마음속엔 반가움이 솟아났다.
이건 기적일까?
아니면 운명의 장난일까?
오래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또각, 또각. 바깥의 복도에서 다시 발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도망치자!”
“어엇…?”
현은 당황하는 소녀를 잡아끌었다.
“너, 혼자 달릴 수 있어?”
“네… 약간은.”
“좋아, 잘 됐네.”
「아인, 루이즈!」
「응!」
「으응…?」
「날 따라와!」
덜컹! 문이 열리는 순간엔 현과 일행은 이미 소녀와 함께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뒤편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오는 와중에도 현이 입가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앞으로 또 귀찮은 사건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귀찮음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하드캐리 서포터]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