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 Carry Support RAW novel - Chapter (3)
첫 동료
아스리안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
라면 좀 끓여먹을 겸 로그아웃한 서현은 짬을 이용해 홈페이지의 랭킹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지역 랭킹, 국가별 랭킹, 세계랭킹 탭 중 하나를 선택하자 아이디 리스트가 주르륵 펼쳐졌다.
자동번역 기능을 사용하니 난잡하게 뒤섞여 있던 각국의 언어가 깔끔하게 정렬되었다.
1위. 라티스 – Lv.13
2위. 이이 – Lv.10
3위. 극강버서커 – Lv.10
4위. 샤오샤오 – Lv.10
5위. 클레오 – Lv.10
6위. 바이퍼 – Lv.9
7위. 니혼진데수 – Lv.9
8위. 메이데이 – Lv.9
9위. 공백 – Lv.9
….
3위랑 7위 정도가 한국인인가?
진짜 일본어를 번역했다면 ‘일본인입니다’ 라는 아이디로 보였을 것이다.
랭킹 7위 저 놈은 한국인이 틀림없다.
50위 정도까지 대충 훑어본 서현은 슬며시 웃었다.
“아직은 별거 없나.”
특별히 신경 쓸 만한 유저는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아스리안 온라인이 오픈한지 이제 첫 날일 뿐이니.
일주일만 지나면 대부분의 명단은 새로운 이름으로 또 바뀌겠지.
그나만 눈여겨 볼만한 유저는 ‘라티스’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녀석.
다른 유저들의 레벨을 상당한 수준으로 앞서고 있었다.
흥미로운 건 딱 그 정도까지였다.
“그마저도 별 거 아니야.”
유령 노가다를 시작한 뒤 서현의 레벨은 무려 27에 도달했다.
1위인 Lv13을 압도적으로 웃도는 수치다.
그럼에도 서현의 랭킹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는 그저 캐릭터를 명예의 전당에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한 유저는 그 순위에 따라 기간마다 조금씩 명성이 오른다.
그것은 그저 유명해진다는 뜻이 아니었다. 명성은 생각보다 게임 속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왜냐하면 명성은 게임 속 npc들의 인식에도 반영되어 퀘스트 의뢰, 고위 NPC의 대면, 자격이나 호감도에 관한 것들. 그 외의 수많은 컨텐츠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는 랭킹을 등록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서현이 명예의 전당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정보의 노출.
랭킹을 등록한 순간부터 아이디와 레벨이 모두에게 공개되어 버린다.
스탯이나 직업, 스킬 등의 프라이버시까지 공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랭커라는 꼬리표는 서현의 행동반경을 극도로 제약시킬 것이 안 봐도 뻔했다.
어쩌면 스토커같은 놈들이 따라붙을지도 모르고….
괜히 나서서 불을 지피고 싶지도 않았다.
‘명성이 낮아야만 할 수 있는 히든 퀘스트들도 있으니까….’
몇몇 비밀스러움을 요하는 몇몇 퀘스트는 명성이 낮아야만 진행할 수 있는 것들도 존재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한다면 그런 것들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리라.
여러 경우들을 고려해 보고 나서 서현은 결정했다.
‘그래, 명성은 나중에 올려도 늦지 않아’
***
현 (Lv. 27)
직업 : 서포터
[힘 2] [민첩 2] [생명력 5] [마력 11] [공감력 27]스킬목록 –
[※ 미사용 능력치 포인트가 52 존재합니다!] [※ 미사용 스킬 포인트가 26 존재합니다!]게임에 접속하고 다시 상태창을 펼쳐보았다.
서포터란 직업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주 스탯이 공감력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전사는 힘 또는 생명력, 마법사와 사제는 마력, 도적은 민첩을 집중적으로 올린다.
그 편이 직업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포터는 애매했다.
서포터의 대부분 스킬에 공감력 계수가 붙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공감력을 올리는 게 최선인가? 라는 질문에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신규직업이라 데이터가 없어서 뭘 하기가 힘드네….”
스킬은 더 복잡했다.
스킬 포인트는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되는데, 기존의 스킬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스킬을 개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1초 무적과 반탄의 스킬설명을 읽는 순간 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1초 무적 (Lv.0 → Lv,1)]-모든 방어력 상승 수치가 3 증가합니다.
(스킬 포인트 1 소모)
[반탄 (Lv.0 → Lv,1)]-기절 발동시 공감력 수치의 20퍼센트 데미지를 추가로 입힙니다.
(스킬 포인트 1 소모)
‘…이걸 올려야 돼 말아야 돼?’
정말 애매하다.
1초 무적의 경우에는 방어력 상승폭이 낮을뿐더러, 가장 중요한 지속시간 상승이 붙어있지 않았다.
스킬레벨을 더 올리면 지속시간도 늘어나는가?
해보기 전엔 모르지만 함부로 시도할 수는 없다.
자칫 스킬 포인트를 낭비하면 망캐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예 새로운 스킬을 배워볼까?’
20레벨을 찍은 직후, 현은 새로운 스킬목록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아래 스킬들은 그때 본 것들의 일부다.
[카운터 중독]-선택한 아군의 공격속도를 20퍼센트 감소시킵니다.
-적과의 크로스카운터가 발동하면 200퍼센트 데미지를 입힙니다.
(포인트 소모 : 5)
[정교한 무기술]-아군대상의 무기 공격 사거리를 10cm 증가시킵니다.
-증가된 범위를 이용한 공격에 성공할 시 1.5배의 피해를 입힙니다.
(포인트 소모 : 3)
[정교한 마법]-아군대상의 마법사거리를 1미터 증가시킵니다.
-증가된 범위를 이용한 공격에 성공할 시 1.5배의 피해를 입힙니다.
(포인트 소모 : 4)
[무기 강화]-선택한 아군의 모든 공격에 50의 피해를 추가합니다.
(포인트 소모 : 10)
스킬 설명들을 읽은 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데…?’
아스라 8년의 경력으로 다른 스킬들과의 시너지를 추측해 보았다.
그나마 무기 강화는 직관적인 스킬이라 범용성이 있다.
나머지 대부분 스킬들은 상황에 따라 성능차이가 정말 심하게 날 것이다.
“운용방법에 따라서 사기스킬도 쓰레기 스킬도 될 수 있다는 뜻이겠군.”
‘서포터’란 직업의 특징에 대해 점점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직접적인 공격스킬이 없다.
서포터란 자신이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메이커였다.
‘특정 상황’을 만들어 내기만 한다면 어마어마한 스킬 시너지를 얻을 수가 있었다.
1초 무적도, 반탄도.
구제불능인 것만 같던 스킬들이 특정 조건이 갖춰지자 말도 안 되는 효율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다른 스킬 구성들도 마찬가지다.
‘서포터’의 스킬들은 대부분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고, 그걸 만족시켰을 때 비로소 진정한 위력을 발휘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흔히 말하는 손을 엄청나게 타는 캐릭터였다.
요점은, 서포터가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다.
“문제는 서포터의 한계도 명확하다는 거지.”
서포터는 현이 원했던 것처럼 혼자서 다 해먹을 수 있는 직업이 결코 아니었다.
태생적으로 서포터 혼자 무쌍을 찍는 것은 불가능했다.
“언제까지나 NPC를 이용한 꼼수에만 의지할 수도 없어.”
현은 아스라 시절의 플레이스타일을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
아스라 온라인에서의 아련한 기억.
‘별빛미소천사’라는 아이디의 유저가 있었다.
소개 프로필에 의하면 여성(20세)로 추정되는 그녀의 직업은 서포터와 유사한 사제 계열 직업이었다.
길드 사람들은 그녀의 아이디를 줄여서 ‘별천사’ 혹은 ‘천사’라고 불렀다.
「별천사님 혹시 아이템 새로 필요하신 거 없나여? ㅎㅎ」
「천사야 같이 용던전 갈래? ㅋㅋ 원래 솔플할 계획이었는데 가는 김에 쩔이나 해줄까 해서 ㅋㅋ」
「별천사님 레이드 같이 가실래요? 마침 사제 자리가 딱 하나 비네요. 아, 스펙같은건 필요 없고 그냥 몸만 오시면 되요」
한 유저가 접속하는 동시에 길드채팅이 주루룩 올라왔다.
별천사는 잠시도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음… 그럼 아이템 먼저 받고, 용던전에서 잠깐만 쩔 받다가 바로 레이드 갈게여. 금방 갈테니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별천사.
아스라 온라인에서 그녀의 지위는 귀족과도 같았다.
이름만 불러줘도 기뻐서 눈물을 흘릴 만큼 충성심 깊은 노예들이 무려 5명이나 있었다.
귀족인 그녀는 가끔씩 노예들에게 포상을 내려주기도 했다.
「누구 버프 걸어드릴까요? 아, 근데 마나가 딸려서 3명밖에 못 드릴 것 같네여 ㅠㅠ 죄성해여」
별천사의 한 마디에 그녀의 시종을 지원하는 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 감명 깊던 장면은 서현의 머릿속에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놀라운 것은 훗날 별천사가 31살의 남성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이지만 현에게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본의 아니게 서포터가 되어버린 상황.
별천사. 그녀(?)의 노하우를 조금은 챙겨가도 좋을 듯 했다.
“답은 ‘노예 딜러’밖에 없어!”
열심히 딜하는 노예.
거기에 자신의 서포팅 스킬들이 적절하게 조화된다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그림은 나올 것 같았다.
문제는 자신이 별천사처럼 노예의 맹목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무능력한 노예여서도 안 된다.
컨트롤이 뛰어나고 게임센스도 괜찮으면서.
동시에 뜻에 거역하지 않고 말하는 대로 따를 만한 그런 진짜배기 노예가 필요했다.
“그런 적절한 후보가….”
그렇게 현이 아스라 온라인에서의 모든 기억을 되짚던 순간, 어떤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 명 있지!”
그 녀석이라면 노예 딜러로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서현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
오랜만에 아스라 온라인에 다시 접속했다.
후속작이 오픈하면서 대부분의 유저는 이미 전작을 접었을 테지만 자신 못지않은 폐인이었던 그 녀석은 어쩌면 아직도 이곳에 남아있을 지도 몰랐다.
“오, 있다!”
친구목록을 확인하던 현이 쾌재를 내질렀다.
때마침 그는 아스라에 접속한 상태였다.
그는 몇 안 되는 현의 친구목록들 중 한 명이었다.
재빨리 귓속말을 보내려던 현은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에 깜짝 놀랐다.
[‘아인’님이 1대1 결투를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오히려 그 녀석이 먼저 연락을 걸어 올 줄은 몰랐다.
접속한 지 10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곧바로 메시지를? 게다가 뜬금없이 결투신청이라니.
혹시 자신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걸까?
“뭐, 만나보면 알겠지.”
메시지를 수락하는 동시에 현은 결투의 방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우락부락한 몸체를 가진 늑대 한 마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인종 ‘늑대인간’
야성미가 넘치는 ‘아인’은 그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아이디였다.
시원시원한 아인의 성격은 현과 잘 통했기에 둘은 자주 붙어 다녔다.
아인의 플레이스타일은 그 성격만큼이나 시원하고 또 잔혹했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적을 할퀴고 찢어발기는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현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녀석은 언제나 양떼 속의 늑대 같았다.
아인은 컨트롤 실력과 게임 이해도 또한 굉장히 높았다.
동일한 아이템 조건에서는 현도 아인을 1대1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는 서민템으로 자신과의 대결에서 쉽게 밀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처음 결투장에서 만났을 때는 정말 프로게이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 오랜만에 접속했네!」
「별로, 일주일 정도밖에 안 지났어.」
「너가 없으니까 결투장엔 잔챙이들밖에 안 남았잖아.」
아인은 언제나처럼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아스라 온라인엔 음성인식 기능조차 없었기에 현은 캡슐에 달린 키보드를 두드려야만 했다.
「왔으면 오랜만에 결투나 하자.」
「싫어 귀찮아ㅋㅋ」
「빼는 거야? 역시, 이젠 나한테 못 이긴다고 인정하는 거지?」
그리고 언제나처럼 결투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처럼, 아인은 사냥보다 결투에만 몰두하는 결투장 죽돌이였다.
「하긴, 스펙만 비슷했으면 내 승률이 더 높았을지도 모르지!」
「그거야 해 봐야 아는 거고.」
현은 그렇게 받아쳤지만, 솔직히 아인의 말은 신빙성이 없지 않았다.
아스라 온라인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유저가 바로 아인이었으니까.
컨트롤 수준은 서로 비슷했고, 스펙은 자신이 우월했다.
그럼에도 승률이 비슷했던 까닭은 아인이 가진 탁월한 심리전의 재능 덕분이었다.
상대의 의도를 귀신같이 파악하는 전투감각은 현조차 도저히 따라할 수 없었다.
둘은 일주일간 밀려 있던 짤막한 대화를 나누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만날 때마다 언제나 하는 사소한 이야기들이었다.
갑작스레 화제를 돌린 것은 아인 쪽이었다.
「그래서 아스라는 접으려고?」
「음… 잘 몰라. 아마 당분간은 자주 접속 안할 듯.」
「그래? 뭐 게임은 언젠가 질리는 거겠지. 아스라도 마찬가지고…」
「너는 계속 아스라 하게?」
「모르겠다. 아마 너가 접으면 나도 곧 접겠지…」
아인의 말은 텍스트로 출력되었지만, 그가 아쉬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현은 수년간 녀석을 보아 왔기에 조금은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함께 게임을 하자고 붙잡고는 싶지만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일 터였다.
즉, 지금이야말로 본론을 말할 때였다.
「아스리안 같이 할래?」
「음…?」
아인은 한참 만에 대답했다.
그도 아스라 온라인의 후속작이 나온 것을 모르진 않은 듯했다.
「그거 사양 높지…? 집에 캡슐이 구식이라 실행이 될지 모르겠네.」
「그래…?」
「아, 아니다. 그냥 새로 구하지 뭐.」
「그럼 같이 하자! 너랑 나 최강의 듀오 아니었냐. 아스리안에서도 또 보여 줘야지」
아인의 고민이 깊어지는 듯했다.
현은 기회를 놓칠까 싶어서 재빨리 아인의 마음을 현혹하기 시작했다.
「너 아이디 만들면 형이 다 키워줄게. 나 캐릭도 서포터라서 지원 존나 빵빵함ㅋㅋㅋㅋㅋ」
「누구 맘대로 니가 형이냐. 근데 너가 서포터라고? 웬일로 그런 직업을 골랐데?」
「그럴 일이 있었어…」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현의 얼굴에 썩은 미소가 짙어진다.
아인은 거의 현의 사탕발림에 넘어와 있었다.
설득은 시간문제나 마찬가지였다.
딜 노예 아인.
그의 주인님 현.
그 완벽한 구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좀 더 완벽한 노예를 만들기 위해 현은 슬슬 떡밥을 풀기 시작했다.
「너 할 거면 직업은 마법사로 해라」.
「마법사? 왜? 별론데?」
아인이 마법사라는 직업에 못마땅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근접 전투를 즐기는 늑대인간.
아인의 성격과 캐릭터는 상남자 그 자체였다.
마초 계열 직업을 선호해 온 그에게 마법사란 직업은 뒤에서 마법이나 쏴대는 비리비리한 존재라 생각할지도.
‘그래도 마법사로 설득해 보는 편이 좋겠지.’
하지만 서포터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마법사 직업이 제일 유리하다.
서포터 스킬 목록에는 [무기 강화]라는 것이 있다.
그 효과는 무려 모든 데미지 50 추가!
마법사의 광역기는 단일기에 비해 데미지가 낮지만, 무기 강화가 조합되는 순간 광역기는 핵폭탄 급의 스킬로 돌변하게 되리다.
절대로 이 핵폭탄 조합을 포기할 수 없었다.
때문에, 마법사에 대해 회의적인 아인을 필사적으로 설득했다.
「너 손 타는 캐릭 좋아하잖아. 아스리안에서는 지금 마법사가 완전 컨트롤하는 캐릭임」
「…그래?」
「그렇다니까? 캐스팅하는 것도 하나하나 수동으로 해야 돼서 머릿속 복잡해지기도 하고, 손으로 수인 맺는 것도 직접 해야 함. 어쨌든 엄청 어려운 직업인 건 확실하지.」
현은 커뮤니티에서 얼핏 보았던 내용을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들었다.
「그런데 마법사가 잘하면 완전 무상성이라더라. 사냥, 레이드, PvP까지 다 개사기라던데… 물론 그만큼 잘하기는 꽤 어렵겠지만 말이지. 너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으음… 들어보니 마법사도 괜찮아 보이는데?」
「그치?」
현은 쾌재를 불렀다.
아인이 마법사를 해 준다면 계획했던 그림이 완벽해진다.
녀석 정도면 컨트롤도 프로게이머 수준이고.
무엇보다, 아인은 신뢰할 수 있었다.
그가 나를 배신하는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
「아, 그리고 깜빡한 게 있는데.」
현은 직업을 얻을 때의 꿀팁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결코 자신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하면서.
「직업 선택할 때 천사 하나를 만나는데 ‘케이드리알’ 이라고 부르면 악마로 변하는 동시에 새로운 공간이 열릴 거야. 그럼 상위직업이나 히든 직업들까지 선택할 수 있게 되는데, 절대 케이드리알이 숨기는 척 하는 물건은 고르면 안 돼. 그거 숨기는 게 아니라 고르게 유도하려는 거니까 절대 속지 말라고.」
「???」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인을 위해 현은 무려 삼십 분 동안 직업 선택에 관한 강의를 진행했다.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막 캡슐에 접속하려던 서현은 ‘AIN’이라는 아이디로부터의 메시지가 온 것을 발견했다.
“구형 캡슐이라면서… 설마 반나절 만에 새로운 걸 산건가?”
만약 그렇다면 정말 행동력이 빠르다.
서현이 답장을 하는 동시에 아인의 채팅이 올라왔다.
아인은 신형캡슐을 구입한지 얼마 안 돼서인지 음성인식 기능 사용법을 알지 못하는 듯했다.
AIN : 아스리안에 아이디 만들었어.
LeeSeoHyun : 신형캡슐 벌써 구했어?
AIN : 새벽에 구했지. 그리고 직업 선택까지 끝났어.
참 대단한 녀석이다.
대체 어떻게 그 새벽에 캡슐을 구했던 것일까.
그보다 현은 어제 신신당부했던 것부터 물어보았다.
LeeSeoHyun : 직업 뭐야?
AIN : 너가 원하는 대로 마법사.
LeeSeoHyun : 오 좋았어!
아인은 자신의 퀘스트를 훌륭히 이행한 모양이었다.
LeeSeoHyun : 텔레포트 타고 칸타스 성 남문 쪽으로 와.
AIN : 나 지금 1 레벨인데?
LeeSeoHyun : 괜찮아 내가 쩔 해줄게.
AIN : 너 몇렙이길래?
LeeSeoHyun : 27
AIN : 27렙에 거기서 사냥이 될까?
아인 또한 서현과 마찬가지로 아스라 온라인의 랭커.
칸타스 성 근처의 몬스터 수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유령과 언데드의 땅.
60레벨 전의 초보자는 발붙일 곳이 아니었다.
LeeSeoHyun : 와보면 아니까 일단 와.
후후… 서현의 입가에서 의미심장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인이 아무리 전작의 랭커라 해도 이런 사냥방법을 떠올리기는 힘들겠지.
극한의 몰이사냥과 경험치 시스템 활용법.
한 번에 수십 레벨이 오르는 광경을 목도하면 너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려나?
아스리안의 가상현실은 이전의 게임들과 달리 상대의 표정까지도 볼 수 있었다.
아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드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에 현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
칸타스 성의 남문.
성문 앞에는 수많은 NPC들이 북적였다.
두 명의 경비병이 문의 입구를 지키고, 바로 옆의 거리에서는 마을 소녀들이 화사한 꽃을 팔고 있었다.
조금 더 먼 곳에는 교역을 마치고 성문을 들어오는 장사꾼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현은 사람들 사이를 두리번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찾는 누군가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늦는 거야….”
기다리다 지친 현은 캡슐의 메시지 기능을 사용해 연락해 보았다.
LeeSeoHyun : 어디야. 아직 안왔냐?
띠링-.
현의 메시지에 곧바로 답장이 왔다.
AIN : 이미 와 있는데.
와 있다고?
현은 멍청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체 어디에…?’
아스리안에서 NPC와 유저는 겉보기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아인의 실제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IN : 저게 너 아닌가? 가게 옆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회색 옷.
마침 온 아인의 메시지에 현은 짜증이 났다.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니 초보자용 회색 조끼를 입고 있다.
녀석은 벌써 자신을 발견하고 어디선가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LeeSeoHyun : 아, 장난치지 말고 빨리 나와!
AIN : 계속 보고 있는 중이다. 나 한번 찾아봐.
보고 있다고?
현의 눈빛이 반짝였다.
곧 멀리서 한 명의 남성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 바로 저 녀석이 아인인 모양이었다.
‘뭐야, 얜 왜 이렇게 잘생겼냐?’
아인은 훤칠한 금발에 키도 180은 넘어 보였다.
운동을 빡세게 했는지 전신에 근육도 붙어 있었지만 결코 과하지는 않았다.
마치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운동선수처럼.
‘저게 아인인가?’
과연 게임에서 본 성격만큼이나 외모도 상남자 스타일이다.
난 여태껏 이런 전형적인 인싸 같은 녀석하고 함께 하고 있었던 거군.
게임폐인인 자신의 현실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약간의 자괴감을 느끼며 현은 그 남자에게로 다가가가 말을 걸었다.
“아인, 너 X나 잘생겼었네.”
그러나 현이 말을 거는 순간 남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빤히 현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대, 무슨 용건이지…?”
“야, 그만 해. 이미 뽀록났거든?”
현은 아인이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장난 그만하고, 너 아까부터 계속 나 쳐다보고 있던 거 다 알아.”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네 놈이 수상한 기색으로 두리번거리기에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다.”
현이 아인이라고 생각했던 남자는 갑자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마도국의 보안관임을 증명하는 증표가 튀어나왔다.
AIN : ㅋㅋ 거기서 뭐하냐?
마침 하나의 메시지가 왔고 현은 깨달았다.
이 남자는 아인이 아니라 마도국 NPC.
계속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건 소매치기나 비슷한 거로 오해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AIN : ㅋㅋㅋㅋㅋㅋ.
메시지가 계속 떠오르는 모습에 이를 악물며, 현은 보안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혼신의 해명 끝에 자신은 수상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납득시킬 수 있었다.
‘아니 진짜, 이 자식은 어디에 처박혀 있는 거야?’
아인을 만난다면 필시 한 대 때려 주리라 다짐할 때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AIN : 아직도 못 찾았나. 아까부터 너만 보고 있는 중인데.
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가며 신중히 사람들을 살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인이라고 추정되는 사람은 여전히 발견할 수가 없었다.
대체 어디서 보고 있다는 거냐?
짜증이 솟아올라 광장에서 크게 소리 지르려던 순간, 우연히 성문 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성벽에 기댄 채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히죽거리는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설마…?’
팔짱을 낀 채로 쭉 자신만을 바라보는 누군가를.
‘잠깐 진짜로,,,?!’
사실, 그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 지켜보고 있단 사실은 성문에 도착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심코 넘겨버린 이유.
단지, 그 사람이 아인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인이라고…?’
왜냐면, 상상하던 아인의 얼굴과 전혀 매칭이 되지 않았으니까.
AIN : 오, 드디어 찾은 모양이네.
다시 메시지와 동시에 조그만 소녀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긴 머리와 단발의 중간 정도인 흑발.
현의 어깨 정도까지나 올까 생각되는 아담한 체구.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가진 소녀였다.
아인이라고 추측되어지는 소녀는 현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말했다.
“으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가?”
어버버 말을 마구 더듬으며 현은 간신히 대답했다.
“지, 진짜 아인씨… 세요?”
“하하, 그게 무슨 말투야?”
현은 당황한 나머지 별의별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외모 커스터마이징인가?
아니… 거기서도 성별까지는 못 바꾸잖아.
애초에 외모 변경엔 제법 많은 골드가 필요하기에 오늘 게임을 시작한 아인으로썬 시도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따져 본다면 눈앞의 소녀는 현실의 아인과 동일한 모습이라는 뜻이리라.
‘말이 돼? 그 상남자 늑대인간이었던 아인이 조그만 여자애라니…!’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 현은 갑자기 ‘아스라 퀴즈’를 내기 시작했다.
“늑대인간 아인이 주력으로 사용하던 궁극 스킬의 이름은…?!”
“강체화… 근데 갑자기 그런 걸 왜 묻는 거야?”
현은 이후에도 몇 가지 문제들을 내었고 소녀는 조금도 막힘없이 대답했다.
아인은 조금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모든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진짜 아인이 아니라면 대답하지 못할 질문들에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정답을 내놓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현은 납득할 수 있었다.
“아니, 여자일 거라곤 상상도 못해서….”
“그래? 난 현이 남자인 거 알고 있었는데?”
아인의 목소리는 조근조근해서 또래 여자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채팅할 때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간결한 말투를 사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남자라고만 생각했다.
아인에게 그 점을 물으니.
“현은 인터넷 말투를 실제로도 써?”
한 소리 들은 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자 현의 혼란함은 조금 진정되었다.
현과 아인은 제법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스라 온라인에 관한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져 갔다.
아인은 아스라에서도 현의 몇 안 되는 말동무였다.
말을 나누다 보니 알게 되었다.
외모나 성별이 어떻든 아인은 언제나의 아인이었다는 사실을.
***
적당히 이야기가 끝난 현은 처음의 목적으로 되돌아왔다.
아인 딜러.
현, 서포터.
아인을 아스리안으로 끌어들인 목적은 자신의 노예 1호로 삼기 위함이었다.
갑자기 아인이 어린 소녀로 바뀌니 ‘노예’ 라는 단어가 다른 불온한 의미로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크게 상관하진 말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히 아인의 앞에선 노예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자존감이 강한 그녀 앞에서 잘못 말했다간 난리가 날 것이 뻔하기에.
현은 천천히 나아가기로 했다.
“직업은 마법사라고 했지.”
“맞아, 그거 하라며.”
“승급 단계 직업이야? 아니면 히든 직업이야?”
“당연히 히든이지!”
아인의 대답에 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포터(히든)의 악몽이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우선, 상태창 보여줄 수 있어?”
끄덕-.
아인 (Lv. 1)
체력 : 50/50
마나 : 450/450
직업 : 근접 마법사 (히든)
[힘 15] [민첩 15] [생명력 5] [마력 30(+15)]스킬목록 –
칭호 –
“…크흐음.”
아인의 상태창을 얼핏 살핀 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일단 마법사는 맞다.
그런데 앞에 이상한 두 글자가 붙어 있었다.
직업명이 생소한 걸 보면 서포터처럼 아스리안 신규 직업인 듯한데….
‘일단 스킬까지 보고 생각하자.’
[화염의 손톱 Lv.0]-손에 불꽃을 둘러 [마력]X5의 피해를 추가합니다.
-1초당 10의 마나를 소모합니다.
[기만자]-마력 15
-상대를 속일 때 좀 더 들키지 않습니다.
“현도 보여줘.”
“응….”
자신의 상태창을 공개하면서 한편으로 현은 깊은 고심에 빠졌다.
근접 마법사.
일단 히든 직업이라 그런지 스탯 총합은 굉장히 높았다.
직업 선택 당시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기만자라는 칭호까지 붙어서 결코 1레벨이라 생각될 수 없는 마력 수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스킬.
아인이 가진 것은 [화염의 손톱]이라는 스킬 딱 하나였다.
얼핏 보기엔 마력의 5배 데미지를 가하는 그 스킬은 굉장해 보인다.
고작 1레벨 스펙으로도 한 방에 225라는 말도 안 되는 데미지를 뽑아낼 테니.
‘문제는,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스킬이라는 점이지.’
그렇다. ‘화염의 손톱’은 마나소모가 너무 심했다.
마법사의 ‘불화살’ 이 마나소모 10인 것을 고려하면, 화염의 손톱은 1초마다 불화살을 쏘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야말로 줄줄 새어나가는 마나!
마나 회복 수단이 거의 없는 아스리안에서 마나소모가 극심한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게다가 마법사 특유의 광역기는 커녕, 단일 장거리 마법도 없다.
이건 그냥 이름만 마법사지, 실상을 살펴보면 주먹으로 싸우는 격투가에 더 가까웠다.
현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아인도 혹시 나처럼 직업 선택에서 케이드리알에게 사기 당한 것은 아닐까…?
칭호를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난 괜찮은 것 같아.”
“아니… 우리 망한 거 같은데….”
“나는 마음에 들어.”
아인은 흐뭇해 보이는 미소와 함께 활활 타오르는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인의 마나도 함께 솔솔 타오르고 있었고, 불꽃은 채 일분도 버티지 못하고 산화했다.
마나가 전부 소진되었기 때문이었다.
“손이 불타는데도 뜨거운 느낌은 그닥 없네. 좋아, 화상 걱정은 없겠어.”
자신의 스킬에 대한 아인의 감상평은 그게 다였다.
“현, 사냥 가보자. 빨리 시험해 보고 싶어!”
들뜬 목소리로 멍하니 서있는 현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머릿속은 어서 화염의 손톱을 써 볼 생각밖에 없는 듯했다.
현은 이런 상황이 답답해 소리쳤다.
“여긴 최소 60레벨 지역이야! 시험은 무슨 시험!”
“그럼 옆 마을로 가자. 현이 그동안 모아둔 골드면 텔레포트 비용은 되지 않아?”
그녀 말대로 유령의 천을 모아서 번 돈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내 돈으로…?”
“현이 먼저 나보고 칸타스 성으로 오라 했잖아. 그럼 현이 책임도 져야지.”
아인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현만 믿고 시작한 거니까.”
현은 사냥을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인을 만류하느라 애를 먹었다.
1레벨인 그녀와 사냥을 가봤자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상황!
해결책은 결국 언제나와 동일했다.
“시험은 친선결투로 하게 해 줄게.”
“결투…?!”
예상대로 아인은 솔깃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현, 서포터잖아. 어떻게 이기려고?”
“어쩔 수 없지… 마음껏 때려라.”
“그럼 그럴까?”
현은 사냥 대신 친선 결투를 해주는 것으로 한참 만에 그녀를 달랠 수 있었다.
아인은 원래부터도 결투를 가장 좋아했으니.
아스라에 접속하자마자 결투 신청을 받기도 하지 않았나.
물론, 공격스킬도 없고, 스펙도 훨씬 낮은 서포터가 근접 마법사를 이길 리는 만무했다.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
‘응…? 이거 의외로 연습이 되는데?’
당연히 이기진 못했지만 현은 결투를 하며 가상현실의 움직임이 점점 익숙해져 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근육을 사용하듯 움직이는 게임은 아스리안이 세계 최초인 만큼,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다른 가상현실들과 조금 차이가 있던 것이다.
“현을 맘대로 하는 게 이런 기분이었구나.”
“후, 좀만 더 하자….”
“응? 그래봤자 못 이길 텐데?”
아인이 먼저 조른 것이지만, 현은 자신의 의지로 결투를 좀 더 이어나갔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는 아스라 시절 사용하던 무빙도 얼핏 흉내 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자신의 움직임이 섬세해지는 만큼 아인도 점점 익숙해지며 페이크 섞인 공격들을 퍼부으니 결국 버티는 시간은 늘어나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유령 사냥을 시작하기도 그렇게 정신이 팔린 둘이 나중에 깨달았을 때는 이미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