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1
열일하는 과금 기사 10화
“클래스 합성…… 간다!”
클래스 합성이란 컬렉션에 등록되고 또다시 뽑게 된 동일 클래스 카드 4장을 합쳐 상위 카드를 얻어 내는 콘텐츠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확정은 아니다.
리벤지는 가능한 모든 요소에 확률을 쑤셔 넣고야 마는 도박 게임이니까!
합성 완료! [아처(일반)] 합성 완료! [소드맨(일반)] 합성 완료! [클래릭(일반)] 합성 완료……
40장의 일반 클래스를 합성하자 4장의 고급 클래스와 6장의 일반 클래스가 나온다. 다시 6장 중 4장을 합성해 일반 클래스가 나왔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결과만 말하자면 250장의 고급 카드가 생겨났다.
“이제 영웅 2장, 희귀 24장, 고급 590장, 일반 3장인가.”
580장의 고급 클래스 중 컬렉션에 등록된 27장을 제외한 553장을 합성한다.
합성 완료! [하이 소드맨(고급)] 합성 완료! [블러디 워리어(고급)] 합성 완료! [하이 워록(고급)]……
합성 완료! [스나이퍼(희귀)] 합성 완료! [팬텀 레인저(희귀)] 합성 완료! [드루이드(희귀)]……
수천 장의 클래스 카드들이 점점 압축된다.
“이제 영웅 2장, 희귀 58장, 고급 2장, 일반 3장…… 아니, 그런데 희귀 58장 중에 컬렉션에 30장이나 들어가잖아?!”
이 정신 나간 희귀 클래스는 쓸데없이 숫자가 많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희귀 클래스까지는 숫자가 늘어나기만 하는군. 일반 클래스가 9개, 고급이 27장이니까 클래스가 분화된다고 해야 하나.’
희귀 컬렉션에 카드를 32장이나 넣었지만 내가 채운 희귀 클래스가 5분의 1도 안 될 정도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심지어 희귀 클래스는 업데이트할 때마다 몇 개씩 생기는 상황이다.
“그렇게 치면 오히려 클래스 중첩이 28장이나 되어 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중얼거리며 합성을 이어 나간다.
합성 완료! [오라클(영웅)] 합성 완료! [팔라딘(영웅)] 합성 완료! [인쿼지터(영웅)] 합성 완료! [캐노니어(영웅)]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희귀 클래스가 28장으로 합성을 7회밖에 시도하지 못했는데 영웅 클래스가 무려 4개나 나온 것!
“좋아! 이것으로 합성을…….”
컬렉션 완성!
화약의 힘(캐노니어, 머스켓티어) 탄약 최대치+1
신의 이름으로(오라클, 팔라딘, 인쿼지터) 언데드 추가 데미지 5% 상승.
“합성을…… 할 수 없네?”
그렇다. 할 수 없다.
다 컬렉션에 등록되었다.
“이런.”
클래스가 컬렉션에 들어간다고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당장 합성으로 전설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아, 왜 등록된 건 합성 못 하냐고!”
어차피 직업은 제일 좋은 것 하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내가 합성한다는데 막다니!
애초에 전설 직업이 있는데 일반, 고급, 희귀 클래스로 누가 클래스 체인지를 한단 말인가? 이건 그냥 장삿속이 아닌가!
투덜거리며 추가로 과금한다.
뽑는다.
또 뽑고.
합성해 상위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한다.
그리고 마침내…… 영웅 클래스도 쌓이기 시작한다. 컬렉션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중첩 클래스가 많아져 가능한 일이다.
쿠구궁!
영웅 카드 네 장을 합성하자 여신상이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뽑기 때 여신이 저 표정을 지었다면 탄성을 내질렀겠지만 지금의 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영웅 카드 네 장을 합성했으니 결과물은 무조건 영웅 이상이다. 결과물이 영웅이면 꽝. 영웅 네 장이 1장이 된다.
“제발 전설! 제발 검성!”
기도하는 내 앞으로 금빛으로 빛나는 검이 내려와 박힌다.
“검! 떴다!”
나는 검을 잡아 뽑았다. 그리고 그러자!
-황실에 충성하고 제국의 방패로써 목숨을 바쳐라!-
어디선가 본 문구가 떠오른다.
“아…….”
잠시 돌처럼 굳어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손에 들었던 검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한 줄의 텍스트만 남는다.
[임페리얼 나이트(영웅)].“……시발.”
바위에 기대 욕을 내뱉는다. 그리고 그때였다.
“저기 있다!”
“인간 놈이 저기 있다!”
“잡아라! 잡아 죽여라!”
“오~~로로로로!”
내 흔적을 따라온 오크들이 산 저편에서부터 미친 듯 달려오고 있다. 간신히 따라잡은 내가 다시 도망이라도 칠까 전력을 다한 달음박질.
“……그래. 기분 엿 같았는데 타이밍 참 잘 잡았다.”
슬쩍 눈을 감아 클래스창을 확인한다. 눈을 떠도 시야 한편에 보이지만 눈을 감지 않으면 제대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클래스 내역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 전설 클래스 검성이 안 나온 것만 해도 빡치는데.’
이제는 10개도 넘는 영웅 클래스가 컬렉션에 등록되어 있음에도 검왕이 없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소드맨 계열이 거의 없었다.
‘베리언트 레인저(영웅)는 효율이 너무 떨어지고. 머스킷티어(영웅)는 애초에 장비를 구할 길도 없네. 마인드 패스파인더(영웅)는 당연히 상황에 안 맞고 오라클(영웅)도 의미 없다.’
사실 소드맨 계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게…… 되려나?”
★☆전직 완료☆★
[듀얼리스트(영웅)]근력+80 민첩+160 체력+80 생명력+40 마나+40
공격속도 50% 증가.
[아따끄 오 페르].“드디어! 잡는다!”
이제는 제법 근접한 위치까지 달려온 오크들을 잠시 바라보다 특성을 확인한다.
지들이 알아서 온다는데 굳이 달려갈 이유가 없다.
[아따끄 오 페르].패링 성공 시 공격 속도 10% 증가, 10중첩 가능, 유지 시간 30초.
“심플하네. [고수의 간합]만큼은 아니어도 괜찮아 보여.”
그러나 문제는 듀얼리스트는 펜서 계열이며 펜서의 주장비는 일반적인 검과 다르다는 것. 나는 시작의 검을 가볍게 휘둘러 보았다.
“일단 다른 무기 쓰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듯하고.”
리벤지에서 클래스를 장착하면 클래스 전용 무기를 제외한 어떤 무기도 장착할 수 없다. 소드맨이라면 활을 들 수도 없고 아처라면 검을 들 수조차 없어야 하는 것.
‘하지만 리벤지의 모든 시스템이 강제되는 건 아니다.’
몬스터들이 리젠 지역에서 맘대로 벗어나고 치명타 확률과 상관없이 치명타를 때리면 치명타가 터지듯, 장비 제한 역시 아르데니아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문제는 특성.
흔히 말하는 펜싱용 칼을 들어야 하는 클래스 특성이 장검을 들고 있어도 적용될까?
“크라앗!”
가장 먼저 도착한 오크 녀석이 기합을 내지르며 도끼를 휘두른다. 나는 시작의 검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팟!
가볍게 피해 낸다. 그리고 황급히 들리는 도끼를 시작의 검으로 쳐 내고 목을 친다.
[치명타!]패링이 터지지 않는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아따끄 오 페르(Attaque Au Fer. 무기 공격)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롱 소드라서 안 되는 건가?’
그러나 특성 설명을 잘 보니 좀 다른 문제 같기도 하다.
‘자세를 무너트리지 못해서 그럴지도. 다시 해 봐야겠다.’
“인간! 죽어랏!”
깡!
“큭!”
[패링 성공!]휘둘러지는 도끼를 강하게 쳐서 자세를 무너트리자 무형의 기운이 몸에 깃드는 것이 느껴진다.
이미 직업 효과로 가속되어 있던 육신이 더욱 가속해 땅을 박차고 뛰었다.
“좋아! 되는군!”
[치명타!]목을 긋고 지나간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다시 도끼가 떨어진다.
깡!
[패링 성공!]허공에 뜬 채 휘릭 몸을 회전한다. 추가로 떨어지는 도끼가 보인다.
깡!
[패링 성공!] [치명타!]‘아, 텍스트가 시야를 가리네. 나중에 설정을 건드려서라도 없애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휘두른다. 온몸을 날려 나를 붙잡으려 하는 오크의 목이 쩍 하고 갈라진다.
[치명타!]탁.
땅에 내려선다.
촤아아아악!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동시에 네 명의 오크 전사가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진다.
“오로로…… 오?”
“크륵! 멈춰! 한 명씩 덤비지 마라!”
너무 삽시간에 동료들이 살해당하자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던 오크 전사들마저 깜짝 놀라 발을 멈춘다.
나는 그들과 마주 선 채 놀라고 있었다.
“와…… 이게 뭐지?”
바닥에 구르는 오크의 머리통들은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다. 나는 이미 저 오크 전사 놈들의 모가지를 몇 번이나 따 왔으니까.
문제는 모가지를 따느라 걸리는 시간과 따면서 느껴진 감각이다.
“이렇게나 가볍다니. 사과를 잘라도 이것보다는 무거울 텐데.”
“인간! 감히 인간 놈이 우리 형제들을…… 컥!”
[치명타!]목이 잘린 덩치가 바닥을 구른다. 적의 공격을 피하고, 일격에 전신의 무게를 집중해 목을 쳐야 하던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상체의 회전조차 없이 그저 팔의 힘만으로 휘두르는 검에 두꺼운 목이 깔끔히 잘려 나간다.
오크 전사 놈들이 화살도 잘 안 박히는 괴물들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일이다.
“영웅 클래스가 좋아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
[패링 성공!] [치명타!] [패링 성공!] [치명타!]날 추적하기 위해 몇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뛰어온, 그래서 달리기 속도대로 죽 늘어서 있는 오크 전사들의 공격을, 목을, 팔다리를 쳐 낸다.
호흡을 고르고 온몸의 근력을 쥐어짜고 적의 빈틈을, 방심을, 무게중심과 근육의 흐름을 읽어야 했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다.
[레벨 업!] [20레벨->21레벨!] [보너스 포인트 10포인트 추가!]“쉽다! 너무 쉬워! 이놈들 이렇게까지 약했나?”
온몸이 터져 버릴 듯 끓어오르는 근력이 느껴진다. 온몸에 휘돌릴 수 있을 정도의 충만한 내공이 느껴진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감각, 지치지 않는 체력이 느껴진다.
슬쩍 시선을 돌리자 시야의 한편에 텍스트가 떠올라 있다.
☆컬렉션 효과☆
근접 공격력 5% 증가, 원거리 공격력 6% 증가, 마법 공격력 5% 증가, 모든 공격력 1% 증가, 언데드 추가 데미지 5% 상승.
근력 16 증가, 민첩 17 증가, 체력 19 증가, 생명력 16 증가, 마나 25 증가, 마나력 21 증가, 항마력 11 증가, 회복력 11 증가, 마나 회복력 8 증가.
모든 데미지 감소 3%.
은신 보정+10%, 사거리 증가 2%, 탄약 최대치+1
인벤토리 중량 24킬로그램 증가, 인벤토리 숫자 4개 증가.
“효과가…… 상당하다.”
하나하나가 워낙 미묘한 효과를 가지고 있어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그게 쌓이고 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다.
쿵!
마지막 오크 전사가 쓰러지고 숲이 침묵에 잠긴다. 이 오크 놈들은 어찌나 투쟁심이 강한지 내 손에 동족들이 줄줄이 죽어 나가도 도망칠 생각을 안 했다.
“강해졌네.”
내 경지가 오른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지금도 무공 수련자로서 내 경지는 입문자에 불과하다. 아르데니아식으로 말하자면 소드 유저 최하급.
‘로우 파워 세계관인 아르데니아에서야 이 정도로도 기사 행세를 할 수 있었지.’
문제는 경지가 오르지 않았음에도 내 전투 능력이 과거의 나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클래스, 그리고 컬렉션의 추가 스텟은 나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부여하고 있다.
“이 정도면…… 농담이 아니라 경찰하고 싸워도 이기겠는데? 팔다리 좀 부러지고 다치기야 하겠지만.”
중요한 건 플레이어로서의 나는 이제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설 클래스를 얻고, 컬렉션을 완성하고, 스킬들을 배우고 수호령과 펫까지 얻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어쩌면.”
어쩌면 나는…… 기가스에 탑승한 전투 경찰조차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도 맨몸으로!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미칠 듯한 흥분에 온몸이 떨린다.
“로그아웃!”
즉시 지구로 돌아온 나는 다이아를 결제해 클래스 뽑기를 시작했다.
“전설 클래스 간다!”
이제 망설임 따위는 없다! 중첩되지 않은 클래스들이 버려지는 게 아니라 컬렉션이 되어 스텟의 상승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득이다.
하여튼 이득이다!
“간다!”
촤릉!
“간다!”
촤릉!
“가즈아아아아……!”
홀린 듯 과금하고 뽑기를 진행한다. 클래스를 합성하고 다시 과금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결제에 실패하셨습니다.]“아니, 이 등신 같은 게임! 영웅도 드럽게 안 나오면서 실패는 또 뭐야? 지금 완전 타이밍인데!”
분노해 로그아웃. 지구로 돌아간다. 그리고 문의 사항에 문의를 넣으려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보았다.
체다의 배에 떠 있는 계좌 정보를.
-현재 잔액.
84,564원.
“8만…… 4천…… 5백 원……?”
3년 군 생활 동안 모았던 8천만 원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결제 실패는 계좌 잔액이 클래스 소환권 10장도 구매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기에 벌어진 사건이다.
“아.”
2089년 8월 5일.
나는 당장 요번 달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빈털터리가 되었으며.
전설 클래스는 나오지 아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