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85
열일하는 과금 기사 2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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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검(心劍).
그것은 불합리한 기술이다. 마음으로 빚어진 이 무학의 궁극은 시전 속도가 0. 그야말로 마음이 이는 순간 이미 결과가 나온다고 해야 한다.
아무리 빨라도, 아무리 예민해도 회피라는 게 불가능한 수준. 심지어 격(格) 자체가 높아서 예지계에도 거의 안 걸린다.
어디 그뿐인가?
심검이 가진 공격력은 실로 끔찍한 수준이어서 세상에 그걸 맞고 무사할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솔직히 탐나는 기술이지.’
그런데 우주천마와의 전투에서 나는 심검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체득했다.
그야말로 맞아 가며 얻어 낸 성과!
다만 문제가 있다. 심검을 많이 맞아 봤다는 경험이 희귀하고 커다란 경험인 것은 사실이지만, 심검을 습득하는 데 충분조건까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시간이 필요해.’
그래. 시간이 필요하다. 내 마음을 두드리고 또 두드려, 세상을 향해 휘두를 검으로 빚어 낼 시간이.
이것은 한 번의 깨달음으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권능에 다다른 항마력과 심검에 의해 셀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한 경험은 내게 충분하다 못해 넘쳐 날 정도의 ‘밑바탕’을 제공했지만, 그렇다고 들어가는 시간조차 무시할 수는 없다.
‘즉, 심검은 다음 단계다.’
당장 쓸 수 있는 건 내가 긴 시간 동안 다듬고 또 다듬어 완성해야 할 검이 아니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사람이지.
‘알 수 없는 일이군. 당연히 하모니나 에드워드. 아니어도 남궁일검 녀석으로 시도하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르데니아의 존재들은 이미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 중 아무나 이 ‘기술’에 사용할 수는 없다.
초월한 존재.
홀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 강대한 영혼들.
나는 권능의 영역에 도달한 [마음의 성벽]의 힘을 빌어서 그들을 현실에 끄집어내려는 연습을 하려 했다. 적어도 그건 심검보다는 훨씬 빨랐을 것이다. 어쩌면 즉시 성공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아르데니아로 갈 수 있다면 그랬을 거라는 말이다.
“계획이라는 건 늘 바뀌는 법이지 뭐.”
파티원들에게 집중한다.
이들은 초월하지도, 홀로 오롯하지도 못하지만, 대신 [가장 어두운 절망]이 제공하는 [시점]이 있다.
[마귀들을 몰아내야 한다. 저것들을 쳐 내고, 목을 치고. 우리의 모든 것을 되찾아야 해!]원정을 시작한다. 횃불을 들어 어두컴컴한 던전을 밝히고 그 안에 숨겨진 보물 상자와 적들을 발견한다. 영웅들은 어둠을 가르고 나아가며 적들을 쓰러트렸다.
미쳐 날뛰는 광견, 끝없이 분열하는 엑토플라즘, 끔찍한 외향의 구더기와 침 뱉는 거미.
“제길, 정말 끔찍하군.”
“윽! 침이 갑옷에 묻었어!”
던전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영웅들의 스트레스가 쌓여 간다. 단지 적들이 뒤틀리고, 오염되고, 강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던전 전체에서 흐르는 광기(狂氣).
‘기본적으로 정신이 자극받는 환경이야.’
낡은 관을 발견한다. 공략을 알고 있는 나기에 굳이 열지 않고 지나갔다. 사람을 동요하게 만드는 꺼림칙한 형상이 세워져 있다. 미리 챙겨 온 성수를 사용하여 형상의 부정적인 효과를 없앴다.
책장을 발견한다.
[캐릭터가 불경한 정보를 접했습니다!] [스트레스 +30]심각한 부정 이벤트와 함께 어떤 [정보]가 내게도 전해진다.
“……뭐, 별것도 아니네.”
신을 모독하는 악의에 찬 내용이지만, 이미 신에 대한 정보가 다 밝혀진 내게는 흔하디흔한 이야기다.
[스트레스-15]폭증했던 스트레스가 반감된다. 일그러졌던 영웅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가라앉는다.
나는 야영 명령을 내렸다. 말이 좋아 명령이지 영웅들은 스스로의 뜻으로 인식한다.
“아! 좀 쉬어 가자고!”
“지쳐 죽을 것 같군…….”
모닥불을 피우고 음식을 먹는다. 영웅들이 가진 야영 스킬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버프를 적용한다.
그것들 중에는 현실적인 것들도 있었지만, 역시나 게임적인 것들도 존재한다.
영웅들도 그것을 느끼는 듯했다. 게임 속에서야 ‘원래 있는 일’을 시스템화 한 것처럼 이야기한 것이지만, [리벤지]의 클래스, 스킬, 레벨이 원래 있는 걸 본떠서 만든 것임에도 일반인도 분명히 느끼는 게임적인 보정이 된 것처럼 [가장 어두운 절망]의 ‘레벨’, ‘스킬’, ‘버프’ 또한 추가적인 게임 보정으로 존재한다.
‘다만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지.’
아쉽게도 이 게임적인 보정은 오직 내 지휘를 받는 파티에게만 적용된다. 리벤지에서처럼 게임 시스템을 뿌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일!
이 게임 내에서는 리벤지의 클래스 카드가 먹통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뭐지. 마음을 가다듬었을 뿐인데 몸이 과하게 가벼워지는군.”
“영주님의 은총 같은 건가?”
“무슨 헛소리냐고 반문하고 싶지만…… 보고 들은 게 워낙 심상치 않아서 부정을 못하겠군.”
“영주님은 사람이긴 한 건가?”
“땅 위에 내려온 신처럼 보이기는 하지. 봤나? 주먹질 한방에 산을 날려 버리더군.”
“영지를 한방에 다 밀어 버리고 그 거대한 탑을 일으켜 세웠잖아. 세상에. 교황청에서도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적은 들어 본 적도 없네.”
“자자. 내가 불침번을 설 테니 먼저들 자.”
좋은 분위기.
그러나 계속 그렇지는 못한다.
[영웅의 의지가 시험받고 있습니다…… ] [절망!]“제길! 못 이겨!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야!?”
엘리트 몬스터를 만난 영웅의 멘탈이 나가 버린다.
멘탈 붕괴.
물론 그것만으로 파티가 뭉개지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파티원 중 하나가 맛이 가 버리면 파티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어차피 다 망했어…….”
[영웅의 의지가 시험받고 있습니다…… ] [분노!]“제길! 헛소리 좀 하지 마!”
주먹다짐이 발생한다. 다행히 죽고 죽이는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최악의 분위기.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그만.
강제력을 발휘한다.
“……그래. 이 자식을 패 봐야 딱히 나아질 것도 없지.”
“일단 원정을 마쳐야지.”
파티를 이끌고 공략을 끝마친다. 다수의 금화와 보석, 출혈에 도움을 주는 악세사리가 드랍되었다.
2명의 멘탈이 붕괴되었지만, 전투가 끝났으니 상관없는 일이다.
“맡겨 주십시오. 기도하다 보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박이나 좀 하다 보면 기분이 풀릴 겁니다.”
부정 특성.
‘트라우마’와 ‘성급함’을 얻은 영웅들을 탑에 새로 마련된 기도실과 도박장에 넣는다. 이걸로 한 주 동안은 그들을 원정에 보낼 수 없게 되었다.
“대충, 알 것도 같은데…….”
시도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파티의 영웅들을 내 ‘마음’에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들과의 연결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4명의 멘탈이 붕괴되어야 할 상황에서 2명은 건질 수 있었다.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감당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로그아웃.”
“로그인.”
“로그아웃.”
공략을 반복한다. 3주차, 4주차, 5주차.
반복된 파밍으로 여러 종류의 장비와 재화를 획득했고 영웅들의 레벨이 2레벨로 상승한다.
[가장 어두운 절망]의 레벨 시스템은 5단계까지로, 각각 비기너, 베테랑, 익스퍼트, 마스터, 레전드 등급이다.체계는 다르지만 여기서 레전드는 리벤지의 전설과 같다. 초월 바로 밑 단계라는 뜻이다.
‘즉, 전설이 만렙이야. 초월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런데 최종적인 적은 초월자다.
‘다시 봐도 악질적인 난이도네.’
심지어 그 초월자가 레이드 보스처럼 혼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무수히 많은 존재와 중간 보스를 데리고 있다. 리벤지처럼 성벽을 벗삼아 막아 내는 것도 아니고 그 근거지에 쳐들어가 보스의 목을 따야 한다.
‘무수한 실패와 빠듯한 공략, 높은 행운을 전제로 하고 있지.’
그야말로 온몸을 비틀며 적의 약점을 노리지 않으면 성립조차 불가능한 싸움.
그러나 일단은 순조롭다.
레드후크 영지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개중에는 아예 다른 지역에서 도망쳐 온 영지민이나 탈영병, 심지어 무장한 산적까지 있었다.
당연히 치안이 안 좋아질 수 있었지만.
쿠쿠궁!!!
쾅!!!
“…….”
“…….”
“…….”
멍하니 대지에 새겨진 깊이 30미터짜리 손바닥 자국을 바라보는 산적 무리를 향해 말한다.
“새로운 영지민은 무기를 제출하고 저기에 줄을 서라. 일단 배불리 먹고 영지민 등록을 하겠다.”
“예, 에, 에…….”
“왜 말을 더듬어. 더듬더듬 죽어 볼래?”
“아, 아닙니다. 영주님! 바로 줄 서겠습니다!”
나는 풍족한 식량과 넘쳐나는 주거 시설, 그리고 무엇보다 초월적인 무력을 무기로 그들을 다스렸다. 밭을 일구게 하고 물건들을 제작한다. [영웅]이 아닌 용병들을 고용해 군인으로 만들고 직접 나서 무술과 술법을 훈련시킨다.
‘난이도는…… 악몽이군. 100주의 시간제한이 걸려 있다. 10주차부터는 돌발 이벤트도 뜰 거야.’
인터넷에 무수히 존재하는 공략들을 숙지하며 진행해 나가는 동안.
“로그아웃.”
당연히 현실의 시간도 흐른다.
“아직 좀 말라 보이는데 괜찮은 거야? 아, 이것도 좀 더 먹어.”
나는 소향이 내미는 케이크를 받아 한 입에 털어 넣었다. 보통 물건이 아닌 듯 상당한 허기가 가신다.
“오. 맛있네요.”
“그치? 럭키 스트라이크가 만들어 준 거야.”
“제빵도 해요, 그분?”
“돈 벌려고 시작했다가 취미가 되었다던가.”
소향은 내 앞에 앉아 온갖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요번에 34지구에서 확보한 드래곤 하트만 해도 4개에 여의주가 5개야. 용이 몇이나 죽었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라니 분위기가 보통 흉흉한 게 아니지.”
“어딜 가도 그 우주천마인가 하는 녀석 이야기뿐이야. 하기야 황제 클래스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다니 무시무시한 일이긴 하지.”
“심검이 문제야 심검이. 우주 전함의 장갑을 그냥 뚫어 버린다고 하더라고.”
“그거 들었어? 몬스터 군단하고 충돌해서 마족공이 수십 마리나 죽었다고 하더라고.”
“새 리전 무리가 34지구에 의탁했다고 해.”
나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재잘재잘 떠들고 있는 소향의 모습을 보았다.
끝임 없이 말을 이어 가고 있지만 묘하게 어색한 표정에 발갛게 상기된 볼.
온갖 매체에서, 가상현실 접속기에서 봐 왔던 자신 만만한 평소 그녀의 모습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돌아보면…… 신기하군. 내가 그 김소향과 이렇게 있다니.’
그녀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또한 역사책에 이름이 새겨진 위인이기도 하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싸운 영웅이었으며 34지구의 이름을 걸고 온 우주를 누빈 여걸이기도 하다.
34지구 최강의 기간트 마스터(Gigant Master).
전쟁성좌의 주인.
사자여왕 김소향.
수많은 이들이 염원하는 동시에 절벽 위의 꽃처럼 신성시하는 여인이 나풀나풀한 란제리를 입고 내 앞에 서 있다.
나는 씹고 있던 음식을 꿀꺽 삼킨 후 물었다.
“몸에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슬쩍 그녀의 몸을 살핀다. 동양인 치고는 상당히 밝은 피부가 눈에 들어온다. 피부가 깨끗하다 못해 광채가 나는 지경이다.
‘그러고 보니 몸은 갓난아기네.’
우주천마와의 전투에서 머리만 남았었으니, 사실상 몸은 새것이나 다름없다.
소향 역시 자신의 몸을 훑으며 한숨 쉬었다.
“몸에는 문제가 없어. 단련이 좀 무마되었지만 차크라 수련자인 내게 치명적인 타격은 아니지. 다만…… 고유 어빌리티에 문제가 생겼어.”
어빌리티(Ability).
기가스의 시작이자 끝이다. 기가스를 단순 병기 그 이상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초능(超能)!
그리고 그중 고유 어빌리티는 기가스가 아닌 라이더가 품고 있는 능력이다.
발전, 진화시킬 수는 있어도 바꿀 수는 없는 그 힘은 기가스 라이더의 재능을 나타내는 가장 큰 지표라 할 수 있으리라.
“어빌리티가 어떤데요?”
“사라졌어. 정확히 말하자면…… 공란(空欄)이 되었지.”
“…….”
사자여왕 소향에게 있어서 거의 은퇴를 생각해야 할 정도의 참사다. 그녀가 기간트 마스터일 수 있는 것은 극한에 이른 조종술과 높은 싱크로율 수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초월급까지 성장시킨 어빌리티 덕일 테니까.
“설마, 고유 어빌리티가 다 사라진 겁니까?”
“그래. [백수의 왕]은 물론이고 [동조]하고 [적응] 전부 다.”
“맙소사…….”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의 참사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34지구 모든 언론이 시끌시끌해 질 것이다.
“내가 왜 급했는지 알겠지? 물론, 차크라 초월자가 된다고 어빌리티가 돌아올지는 확신은 없지만…… 초월지경은 어마어마한 변수니까. 초월지경에 오르면 아예 없던 어빌리티가 생기는 경우도 많고.”
절박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쓰게 웃는다.
고유 어빌리티라고 하니 떠오르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참…… 할 수만 있다면 제 어빌리티라도 드리고 싶네요.”
“……아니 너 어빌리티도 있어?”
“사실 있는 정도가 아니긴 하죠.”
내 말에 소향이 어리둥절해한다.
“너한테 어빌리티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초월자가 돼서 생긴 거야? 확인을 어디서 했기에 정보가 하나도 없지.”
“어디 공표한 적이 없으니까요.”
실제로 내게 고유 어빌리티 따위는 없었으니 정보 역시 있을 리 없다.
내가 어빌리티를 얻은 것은 아마도 인류제국의 황제가 된 이후이며, 그것을 확인한 것은 아르데니아에서 자체 생산한 기가스에 탑승해 봤을 때였다.
‘솔직히 개사기 능력이지.’
문제는 그게 나에게는 하등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육신이 너무나 강건해 기가스가 걸리적거리는 구속구에 불과한 내게는 더욱 그렇다.
소향이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묻는다.
“도대체 어떤 어빌리티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