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51
열일하는 과금 기사 450화
그 꽃잎들이 폭발했다.
팟–!
모든 광경이 비현실적이다. 핵폭탄도, 빔 공격도, 심지어 영자력 포나 극대소멸탄도 효율적으로 막아 내던 전함들의 외부 장갑과 거대 괴수의 외피가 거짓말처럼 잘려 나가고 그 안에 있는 내부 공간과 동력부, 그리고 전투를 준비하던 몬스터의 모습이 드러나는 광경.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콰득.
휩쓸려 사라진다.
“맙, 소사.”
“이게 무슨…….”
루테 행성 최강의 기가스 파일럿이자 우주적인 스타인 파워포스 레인저. 그러니까 다섯 속성의 다람쥐는 멍한 표정으로 디스플레이를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예전의 파워포스 레인저가 아니다. 현실과 미궁에서의 기나긴 투쟁으로 그들은 [떠밀림] 없이도 초월의 경지에 올랐으며, 지켜야 할 대상을 노리는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의 상황이 위태로우면 위태로울수록 강해지는 수호성좌(守護星座) 파워포스의 힘은 어지간한 신급 기가스를 넘어선 상태였기 때문이다.
고작 공작령 소속 세력에 불과한 루테 행성이 보유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힘!
과거였다면 레온하르트 제국의 견제를 받았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전력을 가지게 된 그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광경에는 그저 압도될 뿐이다.
파이어가 황급히 썬더에게 영언을 날렸다.
-아니, 이게 뭐야. 아무리 황제 클래스라도 이게 말이 되나?
-그러게…… 우주함대가 도망도 못 가네.
황제 클래스의 강자는 제국급 세력도 무너트릴 수 있는 우주적인 존재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계라는 게 존재한다. 우주에서 우주선을 침몰시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대형 아이언 하트를 장착한 우주 전함들의 배리어는 어지간히 거대한 출력이 아니고서야 뚫리지 않으니 황제 클래스라도 제대로 힘을 투사해야 하고 아주 특수한 계통을 각성하지 못한 이상 아무리 황제 클래스라도 우주에서 우주선을 따라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무려 여섯이나 되는 황제 클래스가 쫓아오는데 그들을 상대로 년 단위로 도망치는 게 어찌 가능했겠는가? 정면으로 붙지만 않으면 이 광대한 우주를 배경 삼아 회피는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한재연의 공격은 그 모든 상식을 깨부쉈다.
견즉필사(見卽必死)!
그들의 우주선에 서 있는 재연의 손짓 하나에 그들을 추격하고 있던 무수한 전함들이 모조리 박살나고 있다.
-그, 98지구에서 세력을 끌고 왔을 수도 있어.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안 잡혀. 혼자라고! 이게 말이 돼?
-아니 레이더에 뭔가 잡…… 헉! 황제급 몬스터 하나가, 아니 둘, 셋이 검에 찔려 죽었어!
-……이기어검. 맙소사.
그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전투가 끝나 버린다.
그들이 몇 년이나 이어 온 도주극이 허망할 정도의, 그야말로 압도적인 박멸을 해낸 재연이 특별할 것도 없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98지구로 갑시다. 마침 저도 가던 중이라.”
“아, 저기, 말 낮춰 주세요. 저희가 그…….”
“그럴까?”
재연이 싱긋 웃는다. 본디 그는 적이 아니면 쉽게 말을 놓지 않는 편이지만…… 이 다람쥐들은 너무나 귀엽다.
“와와. 위명은 많이 들었지만…… 엄청나시네요.”
“구해 줘서…… 고마워.”
“감사.”
다섯의 다람쥐가 굽실굽실 감사를 표한다. 루테인 최강의 전사이자 초월자인 그들이었지만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
그들뿐이 아니다.
“으아아! 살았다!”
“감사합니다!”
“우리 이제 땅으로 내려갈 수 있는 거야?”
“고기! 고기 먹자! 땅에 내려가면 먹을 수 있는 거지?”
재연은 함교의 승무원들이 떠드는 소리를 잠시 듣다가 용병증을 꺼내 통역 기능을 껐다.
참을 수 없었다.
“야옹! 야옹 야옹!”
“워우우!! 워우우우!! 왕왕!”
“호루루! 호루루루!”
“이히힝!! 힝힝!!”
“와. 나야 통역기로 통한다 쳐도 자기들끼리는 그거 없이도 대화가 된다는 게 신기하네.”
귀를 어지럽히는 동물들의 소리에 재연이 웃고 있을 때였다.
-폐하!
-금방 들어갈게. 좌표 보내 줄 테니 아이템 회수해 주겠어?
-네. 기다리겠습니다.
짧은 통신을 끝마친 재연이 썬더에게 고갯짓한다. 그걸 본 썬더는 즉시 모든 피난선에 통신을 날렸다.
[98지구로 향하겠습니다!] [아니, 이게 뭐요…… 몬스터가 다 죽은 겁니까? 백만은 넘어 보였는데…….] [그 꽃잎이야 거대 기공이라고 치고…… 꽃잎에 안 맞은 몬스터도 모조리 죽었소. 이게 대체 어떻게?] [인황…… 소문은 들었지만.]다른 함선의 함장들이 혼란에 빠져 떠들어 댔다. 다수의 적을 상대로 재연이 주로 사용하는 [천검-백인참&천지검] 콤보를 이해하지 못하니 당연한 일이다.
로그인&로그아웃 능력으로 재연은 장기전에 특화된 능력을 보여 주고는 했지만.
게임 능력과 본신의 기술로 인한 그의 전투 방식은 무엇보다 대규모 학살에 특화되어 있다.
[자자! 모여서 이동합시다!] [우리 받아 주겠죠? 식량이 다 떨어져서 이제 어디 갈 여력도 없습니다!] [우리 루테인도 인(人) 아닙니까? 외모가 좀 다르긴 하지만…….] [솔직히 좀이 아니긴 하죠. 가끔 저희 루테인과 맺어지는 인간들이 있긴 한데 동족들한테 혐오 받는 취향이라 하니…….]그들이 수군거리는 사이에도 함대는 전속력으로 이동해 98지구로 접근했다. 사실 어떤 문명에 이만한 규모의 함대를 접근시키는 건 너무나 위험한 일이지만 98지구는 물론이고 접근하는 함선의 함장들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 재연이 떠 있는 이상…… 감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번쩍!
98지구의 대기권 밖으로 두 개의 빛과 하나의 어둠이 뛰쳐 나온다. 자신에게 몰려와 몸을 부비고 떠들어 대는 루테인들을 쓰다듬던 재연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팟.
그의 옆에 떠 있던 이기어검 중 하나가 사라져 우주 한복판에 생겨나고.
팟!
재연의 몸이 검과 위치를 바꾼다.
“외부 장갑이나 배리어 아예 무시하는데?”
“우주전에서 그 어떤 문명도 대항할 수 없겠군…… 심지어 도주조차 불가능해.”
너무나 강력한 힘. 과거의 대우주라면 온 우주가 두려워하고 견제하기 위해 연합했을지도 모를 권능.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우주를 뒤흔들, 그래서 오히려 억압받았을 게 분명한 신기술 아이언 하트가 대전쟁 시기에 튀어나와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우주를 선도했듯.
우주가 멸망할 위기인 지금 그를 견제할 [연합] 따위는 탄생할 수 없다.
“폐하를 뵙습니다.”
“폐하!”
열두 장의 날개를 가진 두 존재가 재연에게 날아든다. 그뿐이 아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과거와 똑같은 얼굴이지만 두 개의 기다란 뿔을 달고 있는 레드가 예를 표한다.
“열두 장의 날개…… 대천사!? 게다가 나머지 하나는…… 마왕급으로 보이는데.”
“아니, 근데 좀 이상한데? 알려진 대천사나 마왕하고 외향이 전혀 다르잖아.”
“다만 일반적인 초월자가 아닌 건 틀림없어 보여.”
“말도 안 돼. 행성 하나에…… 황제 클래스가 넷 이상이라고?”
함대의 승무원들이 기겁하든 말든 재연은 신경 쓰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다. 그의 펫에 깃들거나 심인으로 활동할 때에야 현실과 아르데니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만 역마차를 나가 현실의 육체를 얻어 버리면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게. 오랜만이네.”
씩 웃으며 그들을 안아 주는 재연을 보며 루테인의 실질적인 지도자, 썬더는 생각했다.
‘……황제.’
그와 함께라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 * *
오랜만에 98지구에 돌아왔다.
98지구에는 축제가 열렸다.
“거 참 하지 말라니까.”
이제는 인류제국 소속은 물론이고 98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존재가 나를 황제라고 불렀다. 심지어 리전은 물론이고 그로테스크까지 그러고 있는 상황!
축제, 그러니까 [귀환절]을 기념해 한 마디 해 달라는 요청까지 있었는데 거부한 상태다.
휘오오오—-
하늘 높이 뻗어 있는 세계수의 가지에 앉아 시끌벅적한 도시를 내려다본다. 두 명의 대천사와 마왕을 만드는 과정에 청소가 끝난 98지구에는 던전은 물론이고 몬스터 하나 보이지 않는다.
[돌아오는 데 참 오래 걸렸군.]“스타팅을 지켜 줘서 고마워.”
[……흥.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툴툴대는 세계수를 보며 생각한다.
‘흠. 나머지 녀석들의 황제 클래스도 딱 이 정도만 말을 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리벤지의 펫들은 등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자의식이 강해지며 황제급에 이르러서는 거의 통제가 불가능하다.
소환자에 대한 어느 정도 호의는 있지만 딱 그 정도로, 제대로 다루려면 펫을 압도할 힘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 나 말고 그게 가능한 녀석은…… 지금으로서는 남궁일검 정도네. 그마저도 다이아가 부족해서 못 소환하는 상황이지만.’
에드워드나 하모니. 그리고 레드의 경우에는 자의식을 지키기 위해 [계승]을 불완전하게 받았기에 아직 완벽한 황제 클래스라고 부르기 부족하다. 웬만한 황제 클래스보다 오히려 높은 스펙과 스킬, 클래스 특성 등으로 황제급 초반부의 능력을 낼 수 있을 뿐.
‘하지만 기억 자체는 틀림없이 전승받았으니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거야.’
에드워드의 재능은 진짜 중의 진짜다. 솔직히 재능만 치면 나보다도 높지 않을까 싶을 정도. 레드도 거기에는 못 미치지만 대단한 천재고.
‘하모니는……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되지.’
이상할 정도로 성장이 빠른 녀석이다. 천재적인 음악가인 건 인정하지만 리벤지의 원래 설정에서는 황제 클래스도 준비 안 되어 있던 녀석이 어떤 면에서는 에드워드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는 상태.
뭐, 성장이 빨라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저기 재연아.
느닷없는 목소리에 헛웃음을 흘린다.
“어머니 몸 안 찾아요? 이제 돌아왔잖아요.”
-그, 글쎄. 돌아와도 잘 모르겠는데……
어색한 말투는 누가 봐도 거짓말이다.
“아니, 그렇게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 요새는 저랑 별 이야기도 안 하잖아요.”
-그, 괜찮단다. 나름 이야기 상대도 많고…… 책도 보고 있고.
“……책을 봐요?”
영문 모를 소리에 의문을 표할 때였다.
퍼벙! 펑!
저 아래에서 솟구친 폭죽이 터지며 밤하늘이 오색으로 아름답게 물든다. 나는 어머니를 타박하던 걸 멈추고 나뭇가지에 앉아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와하하!”
“황제 만세!”
“와! 고양이 진짜 귀여워! 네가 그 루테족, 아차차! 루테인이구나?”
“마셔라, 마셔! 오늘은 술이 다 꽁짜야!!”
스타팅이 시끌벅적하다. 98지구에 흐르던 팽팽한 긴장감은 내가 돌아옴으로써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그만큼 내 힘에 대한 믿음은 어떤 면에서 그들에게 신앙이나 다름없다.
“……그래. 돌아왔네.”
한참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아주 예전부터 그랬다. 아르데니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길드타워 옥상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건 내 몇 안 되는 취미이자 힐링.
단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내려다보기 때문은 아니다.
‘34지구에서도 그런 건 얼마든지 가능했지.’
그래, 내가 아무것도 아닌 낙오자 시절에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냥 높은 고층 건물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보이는 도시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것은 그저 배경.
후우우웅—-!
퍼버벙!!
폭죽이 터진다.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스타팅과 그 안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묘하게 벅차오른다.
이 모든 것이 내 것이다.
내가 지켜야 할 이들. 내가 키워 가야 할 이들. 나를 따르는 이들.
사람[人].
“……음?”
-왜 그러니?
“아뇨…… 흠. 뭔가.”
의문을 표하는 어머니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뜬다.
“뭔가…….”
이 순간, 무언가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