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nted Foreword Genius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그대와 나의 마지막 연주회 (2)
“그러면, 내년 칸 영화제 초청할 테니까 그때는 스케줄 다 비워 놓고 참석하도록 해.”
“절대 안 갈 테니까 초청장 보내지 마세요.”
두 사람을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길에.
내게 잊고 있던 적막감이 다시 밀려온다.
만일, 지금 내 옆에 정윤성이 있었다면.
‘[야. 무대 보고 눈 돌아가지 말라고. 저거 다 돈이야, 돈. 잘츠부르크에서 오페라 공연 하나 만드는 데 쏟아붓는 돈이 얼마인지나 알아? 저것들 다 신나게 돈 잔치 하고서는 전 세계의 후원자들한테 돈 없다고 징징거리는 진정한 속물들이라니깐?]’
생각만 해도, 킥킥 웃음이 터진다.
그래. 윤성은 그런 유령이었지.
속물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 속물.
그러나, 음악에서만큼은 항상 진실되던.
모순적이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던 사람.
생각만 해도 피식 웃음이 나지만.
동시에, 나는 울적하고 슬퍼졌다.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게, 이런 것일까.’
지금의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지만.
조용한 고독감은 마치 밀물처럼 일정한 주기로 나를 덮쳐 온다.
그가 내게서 떠나간 지 반년 후.
그가 나를 위해 남겨 놓은 메모가 기억난다.
― 내가 사라진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 사라짐을 긍정하면, 슬픔도 사라지는 법이니까.
그 메모를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얼마나 눈물을 참기 힘들었던지.
그가 내게 남겨준 말들을 기억하니.
묘하게 기분이 가라앉는 저녁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위로하듯.
즐거운 전화가 내게 걸려 온다.
― 잘 지내고 있어?
“당연하지, 민아야.”
몇 달 전, 마침내 세 번째 도전 끝에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민아가.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 내게 전화한 것이다.
― 흐음. 아닌 것 같은데? 평소 목소리보다 5 헤르츠 정도 가라앉아 있는 게, 약간 우울한 것 같은데?
“정말 귀신이 따로 없네.”
― 으휴. 또 정윤성 선생님 떠올린 거지?
“앗. 들켰넹.”
나는 그저 멋쩍게 웃기만 했고.
민아는 혀를 차면서 그녀의 방식대로 나를 위로했다.
― 선생님이 그랬잖아.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사라짐을 긍정하면 슬픔도 사라지니까.
“응. 그랬지.”
― 안 되겠네. 내가 직접 가야겠어. 근사한 남이탈리아 드라이브로 우리 거장님 근심 걱정 다 날려야겠어.
“민아야.”
― 응?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그녀의 즐거운 침묵이.
내게, 엷게 웃는 그녀의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 나도 마찬가지야. 고마워. 사랑해.
* * *
잘츠부르크 음악제가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성황리의 막을 내린 후, 귀국한 나는 바로 TBS로 향했다.
“어이구. 오셨습니까, 마에스트로 김리듬!”
“장난은 접어 두세요. 민한기 CP님.”
얼마 전 CP로 승진한 민한기 CP는.
만면에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곧바로, 나는 ‘국민 MC’라 불리는.
조석재 씨와도 인사의 시간을 가졌다.
“반갑습니다, 마에스트로 김리듬.”
“안녕하세요, 국민 MC님.”
“하하하. 제가 이 미래를 위해 미리 우리 마에스트로 김리듬과의 인맥을 구축해 놓았지요.”
“하하하. 저는 그런 기억이 없는데요. 민한기 CP님.”
신혜경 선생님을 게스트로 모시며 시작한 《조퀴즈》는, 이제 국내 최고의 교양 예능 방송이 되어 있다.
쇼팽 콩쿠르 당시 나의 연주 영상과.
어린 시절 모습.
어려웠던 학창 시절.
그리고, 운명적인 변화의 순간을.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 편집했다.
지나칠 정도로 나와 ‘김리듬 재단’의 기부와 재능기부 활동을 띄워 주는 편집 방향은 조금 오글거리지만.
‘그리고, 김리듬 재단에 전수정의 검은 속내가 완전히 배제되었다고는 죽어도 말 못 하겠지만.’
‘아르스 노바’ 오케스트라의 원래 목적인, ‘음악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구원자’ 역할은.
지금, ‘김리듬 재단’을 통해 세계 각지의 가난한 음악 지망생들의 선율이 되어 주고 있다.
“이 질문을 꼭 던지고 싶었어요.”
국민 MC답게, 조석재 씨의 진행 능력은 매끄러우면서도 빈틈없이 재미있었다.
“마에스트로 김리듬이 생각하는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나는, 늘 사명감처럼 품은 답을 바로 내놓았다.
“음악은 벽을 녹입니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그런 모습을 무수히 보아왔다.
음악이 갈등을, 분노를, 증오를, 혐오를.
심지어, 전쟁마저 잠시 멈출 수 있음을.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전 세계를 주유하면서.
무수히 보아 왔다.
* * *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내게는.
스케줄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 내 앞에는, 잔뜩 긴장한 채 입꼬리를 끌어 올려 간신히 미소 짓는 배유진 부장의 얼굴이 보인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기쁘게 훑어보고는.
계약서에 천천히 사인을 했다.
“감사합니다, 마에스트로.”
“네. 그러면,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약칭 ‘서울시향’)에 입단한 희재 선배가 없었다면 나는 이 콘서트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귀국한 나의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는 정선율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 어깨를 쳤다.
“마에스트로 김리듬! 대단하십니다!”
“야. 마에스트로 칭호 좀 빼.”
“빼면 큰일 나. 저번에 민아한테 걸렸다가 진짜 없어지는 줄 알았다니까?”
그러고 보니, 서울시향과의 협연은 처음이다.
문득, 윤성이 서울시향에 대해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오르는데.
[서울시향의 가장 큰 특징이 뭔지 아냐?]‘국내 최정상급 오케스트라 아닌가요?’
[틀려. 국내 최정상급 철밥통 공무원이다.]정말, 킥킥거림을 참기 힘들다.
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대단한 유령이었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답을 준다는 점에서.
나는 조력자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어서 와, 김리듬!”
서울시향 최고의 베이시스트라는 찬사를 받는 주운영 선배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선배는 점점 더 훤칠해지시네요.”
“하아. 사실 짐이 무거워. 최연소 베이스 수석이라는 짐이 말이지. 하하하.”
그는, 과거에 내가 보았던 환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최고의 음악가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도. 마에스트로 김리듬이 부르면 당장 달려와야지. 아직 빚을 갚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제발 그냥 잊어요, 선배.”
그는 아직 내게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긴, 이제는 너무 커 버려서 은혜를 갚는다는 말이 완전히 무색해져 버렸지. 하하.”
“어, 다들 거기 있었네.”
이번 공연의 피아니스트가.
희재 선배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여전히 제멋대로이고.
여전히 자유분방하며.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모습의 최시현이.
“김리듬, 너. 요즘 나 피해 다니더라? 응?”
“그런 적 없는데요? 단지, 바빴을 뿐이죠.”
“와, 이거 봐. 이런 식으로 슬슬 빠지더라니까?”
“마에스트로 최시현. 리허설부터 챙기세요.”
“아, 알았다고. 한희재 이건 아주…….”
사실, 최시현은 이번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히 콘서트의 메인 레퍼토리인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정말 난해했다.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그에게 힌트를 준 것은, 바로 지호였다.
그는 나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그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그녀는, 제가 아는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같이 연주를 하는 것만으로도 빛이 나는 존재였죠.’
‘누군지 궁금하네.’
‘하지만 그녀는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죠.’
‘……그랬구나. 그래서 몰랐던 거였어.’
‘그런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것은 몇 달 전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녀는 여전히 피아니스트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오른손은 쓸 수 없게 되었지만, 왼손만을 위한 레퍼토리로, 연주를 할 수 있었던 거죠.’
시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맙다, 임지호.’
그는,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담아, 이 곡을 연주하겠어.’
‘감사합니다, 마에스트로.’
‘그리고,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겠어? 내 콘서트에 직접 초대하고 싶은데.’
지호는 엷은 미소를 띠면서 대답했다.
‘당연하죠, 마에스트로.’
그리고, 마침내 오늘.
그와 나는,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자, 그러면 시작할까? 마에스트로 김리듬.”
“물론이죠. 마에스트로 최시현.”
망상인지, 몽상인지, 아니면 망상인지.
그 실체조차 알 수 없는.
오케스트라의 뭉근한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이 몽상의 덩어리에서, 이제 가장 아름다운 꿈을 직조할 시간이다.’
불순물이 차츰차츰 걸러진다.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잉태한.
라장조의 완벽한 선율이.
오케스트라에서 처음 폭발하는 순간.
♩♪♪―!
피아노가, 시간을 가르고 거기 뛰어든다.
신명으로 움직이는 그의 독주를 지켜보던 나는.
오케스트라에 신호를 주고, 다시 진입한다.
물러나고, 뛰어들고, 부딪치며, 교직되는.
피아니스트의 왼손과, 관현악의 선율들.
‘소리가…….’
살아서, 튀는 느낌이다.
이 팽팽함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오케스트라의 색채를 폭발시켜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다.
사고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한 인간의 심경이.
그의 손가락에서 절절히 울려 퍼진다.
하지만, 음악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황홀한 선율을 이어 나갈 뿐.’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침묵한 상태에서.
피아노의 왼손이 홀로 황홀해하는 카덴차 파트는.
가슴이 저리다 못해 아려서 시큰해지는 부분.
‘이제, 마지막 화음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고요함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선율들이.
마침내, 공간을 음악으로 채워 나간다.
* * *
국내 스케줄을 끝낸 나와.
국내에서 대기하던 ‘아르스 노바’ 오케스트라는.
휴식 시간 없이 바로 중국으로 이동했다.
‘마! 니 사회주의 쓴맛 보고 싶나!’
‘조용히 해, 조하란.’
조하란의 개소리를 상큼하게 무시한 나는.
VIP 통로를 따라 이동했다.
사실, 이번 연주회는 약속의 이행이었다.
아니, 사실 약속이라기보다는.
묵계에 가까운 것이지만.
‘한한령이 지속된다고 해도, 당신과 ‘아르스 노바’ 오케스트라만큼은 직접 초대하고 싶소.’
왕린의 부탁이 없었다면.
나는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천슈메이는 잘 지내려나?’
나는 그 운명의 쇼팽 콩쿠르 이후.
딱 한 번 천슈메이를 만난 적이 있다.
파이널 진출에 실패한 그녀는 이후 조슈아 창에게 버려졌지만, 오히려 그 덕에 조슈아 창의 마수로부터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조슈아 창을 떠나는 선택지를 붙잡지 않고, 반대로 망가진 그의 곁에 남았다.
‘[나를 왜 찾아온 겁니까.]’
심지어, 그녀는 조슈아 창의 면회까지 갔다.
그가 몰락한 후, 그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그가 사실 권력자인 부모의 양자이며.
그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리사이틀에 매진하는 중이에요.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면서, 새로운 매력을 느끼는 중이에요. 신의 기적을 창조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고결하면서도 따스한 음악이라는 것을.]’
‘[…….]’
‘[이전에는 전혀 몰랐어요. 그저 남들이 시키는 대로, 기계처럼 연주해야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조금이나마 바흐에 대해 알 것 같아요.]’
그녀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또 찾아올게요. 다음번에는, 이번처럼 직접 나와서 나를 만나 줬으면 좋겠어요. 저번처럼 면회를 거부하지 말고.]’
그 얘기를 해 주면서, 그녀는 이 말을 덧붙였다.
‘언젠가, 당신과 같이 연주하고 싶어요.’
‘저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어쨌거나, 회상은 여기까지 하고.
지금 우리에게는 현실의 문제가 중요하다.
“김가인. 너, 도대체 머리를 어느 물에다 데친 거냐.”
“야, 임지호. 너 죽을래? 가뜩이나 정신 사나운데.”
이제 30분 후면 연주회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 산발한 김가인의 머리 상태가.
심히 좋지 않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걸 내가 알면 이러고 있겠냐고, 김리듬.”
“일단 응급 처치부터 하자.”
난장판이 된 김가인의 머리를 어떻게든 정상에 가깝게 응급 처치를 한 후, 우리는 연주회장으로 나갔다.
“우우우우우……!”
내가 김가인의 손을 잡고 연주회장으로 들어서자마자, 객석에서 엄청난 야유가 쏟아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간신히 연주회 허가를 받기는 했지만.
지금, 중국에서 내 이미지는 최악이니까.
‘쇼팽 콩쿠르 우승을 도둑질했다나, 뭐라나.’
리칭윈과 천슈메이가 지고.
내가 쇼팽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이후.
중국의 주요 신문은 앞다투어 나를 깎아내렸다.
그러나, 이들이 뭐라고 지껄이건.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
이 연주회가 끝나고 나면.
야유는, 환호로 전환될 테니까.
‘물론, ‘아르스 노바’ 녀석들은 그러지 못하겠지만.’
위축되고 긴장되고 두려움에 질린 표정이.
얼굴에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 내게 집중해. 다들 긴장하지 말고.’
얼굴에는 은근한 미소까지 띄우면서.
나는 ‘아르스 노바’ 녀석들을 격려했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을 시작하자.’
클라리넷과 저현의 묵직함으로 시작하는.
드보르작 최후의 대곡.
굳건하면서도 웅장한 영웅의 투쟁기인 1악장을.
김가인은, 놀라울 정도로 장쾌하게 헤쳐 나간다.
‘그래. 다들 잘하고 있어.’
특히, 솔리스트인 김가인의 연주는.
찬란하다 못해 황홀하다.
‘좋아. 2악장은…….’
클라리넷의 보랏빛 선율로 시작하는.
드보르작의 애절한 연가.
사랑하지만 결국 결혼하지 못했던.
그녀의 마지막 소식.
영원히 떠나감을 함께 하지 못한 작곡가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선율로 2악장을 채운다.
‘잘했어. 이제, 3악장이다.’
영웅의 찬연한 최후의 투쟁으로 가득 찬.
장엄한 마지막 악장.
최후의 투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영웅은.
행복한 마지막 삶의 순간을 맞이한다.
마침내, 영웅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거대한 마지막 클라이맥스가.
얼어붙은 홀을 녹여 버린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앜!”
연주를 시작할 때와는 180도 다른.
미친 듯한 환호성 속에서.
우리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일어선다.
* * *
연주회가 끝난 후, 나는 왕린과 세 번째로 독대했다.
“[연주 잘 들었소. 정말 대단한 드보르작이었지.]”
“[과찬이십니다.]”
“[아, 우리 젊은 마에스트로에게 줄 선물이 있지.]”
그는 놀랍게도.
자신의 시계를 내게 건넸다.
“[자, 받으시오.]”
“[이건…… 당신의 평생이 담긴 물건 아닙니까.]”
“[그 평생도, 이제는 막바지에 달했소.]”
조슈아 창을 날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 숙청의 칼날은 자기 자신의 정치적 생명도 줄인 것이다.
“[지금까지 무수한 시간이 잘못 흘러갔고, 흘러갔었지. 이제는, 두 번 다시는 그래서는 안 되오.]”
“[왕린 단장님…….]”
“[지금까지 잘못 흘러갔던 시간을, 이제 그대의 음악으로 바로잡아주기를 바라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양국 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크하하하하하하하핫!]”
나의 뼈 있는 말에, 그는 진심을 다해 웃었다.
“[그래. 이런 점이 참으로 마음에 들어.]”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아니오. 참, 천슈메이의 연주를 들으셨소?]”
“[물론이죠.]”
“[정말 대단해. 그런 천재를 낮게 보았던 과거의 내가 후회스럽구려.]”
그는, 내게 작별의 의미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잘 가시오.]”
“[감사합니다. 단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