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nted Foreword Genius RAW novel - Chapter 45
45화. 구원의 여름방학 (2)
당연히, 여기서 내 말에 수긍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다들 나를 미친 사람처럼 봤으면 봤지.
“……김리듬. 너 왜 그래?”
“맞아. 혹시 악몽이라도 꾼 거야?”
내 감정에 동조하고.
안타까움에 공감할 사람은.
이 버스 안에는, 없었다.
게다가 운전대를 잡은 기사 아저씨의 반응은.
“거기, 학생! 미쳤어? 어디서 소리를 빽 질러! 넘어져서 이빨 깨지기 싫으면 당장 자리에 앉아!”
그래. 사실은 저게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나는 무슨 수를 써서든 이 버스에서 내려.
우리의 무대였던 콘도로 돌아가야 했다.
그 콘도에, 망각으로 내버려 두고 온.
저주받은 그를 꼭 구원해야 한다.
나는 운전석으로 빨리 걸어가며 다시 외쳤다.
“기사 선생님, 제발요. 제발 버스 좀 멈춰 주세요. 콘도로 돌아가야, 아니, 화장실 좀 들르게 휴게소 좀 들어가 주세요…….”
“당장 앉아! 선생님들 뭐 해요! 쟤 좀 진정시켜요!”
어느새 선생님들이 일어나 나를 붙잡으려 했다.
내가 재빨리 몸을 빼 운전석으로 달리려는 순간.
부드러운 누군가의 손이, 내 손을 붙잡았다.
“기사 선생님, 이 앞 휴게소에 잠시 정차해 주세요.”
“전수정……!”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기사 선생님의 표정은 심하게 난처해졌다.
“아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부탁드립니다. 화장실 때문이니, 이번 휴게소에 잠시만 세워 주세요. 5분이면 됩니다.”
이제 휴게소까지의 거리는 고작 50미터.
기사 선생님이 몇 초만 더 고집을 부리면,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거리다.
“에이, 젠장할!”
기사 선생님은, 결국 거친 말을 뱉으며 운전대를 홱 꺾어 휴게소로 들어갔고.
빈자리에 세우자마자, 브레이크를 걸어 내게 소리쳤다.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죄송합니다.”
나는 재빨리 버스에서 내렸고.
전수정은 바로 나를 따라왔다.
“김리듬.”
“미안, 전수정. 지금 나, 안 미쳤거든? 콘도에 잠시 다녀올게. 택시를 타고 가면…….”
“나는 너를 믿어, 김리듬.”
나는, 지금까지 전수정이 차갑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그녀의 표정과.
차갑게 들리지만 사실 나를 배려하는 그녀의 말이.
그녀에게 심장이 있음을, 내게 깨닫게 했다.
“너라면, 아무 이유 없이 버스를 세워 달라고 하지 않았을 거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너는 절대 그럴 리가 없어.”
“고마워, 전수정…….”
“다녀와. 이 휴게소에서 기다릴게. 몇 시간이 걸리든, 가서 꼭 구해.”
“전수정 너, 기억을……?”
“희미하지만, 기억해. 구해야 할 누군가를.”
그렇구나.
전수정도, 나만큼 그를 구하고 싶었기에.
완전히 잊지 못했던 거로구나.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게소에서 택시를 잡아 고성의 콘도로 이동했다.
* * *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나는 초조함에 휩싸였다.
‘젠장, 젠장, 젠장…….’
대체 왜 망각해 버린 걸까.
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그렇게 많은 마주침 속에서.
그는, 쉼 없이 내게 당부하고 또 당부했는데.
‘나는 절대 유령이 아니야. 아직은.’
학교가 걸어 버린 회귀 저주에 갇혀.
구원을 바라며 소멸 직전에 놓인 사내.
‘‘나를 잊지 말아 줘’를 기억해.’
몇 번이나 같은 학기를 반복하면서도.
미치지 않고, 구원을 기다린 끝에.
끝내 나라는 구원자를 찾아낸 사내.
‘다행이네. 내 처지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늘어서.’
한희재.
그가 지금 우리의 뒤에 남아.
나의 손길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기억해.’
이제 알겠다.
그가 왜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기억하라고 내게 당부를 했는지.
‘마에스트로.’
[알 것 같다. 그래, 제기랄. 이제야 나도 기억이 난다. 한희재, 그 녀석이 왜 우리 앞에서 ≪크로이처≫를 언급했는지.]‘그에게 저주를 걸어 버린 곡이 바로 그 곡이에요. 아니, 그 곡이었을 거예요.’
[맞다. 그 곡이야.]택시는 미친 듯한 속도와 미친 택시비를 남기며, 고성까지 전력으로 달렸다.
‘나는 보이지 않아도, 소리는 들릴 거야.’
끼이익.
택시가 마침내 콘도에 멈추어 섰고.
나는 전력을 다해 콘도로 뛰어 들어갔다.
“후우, 후우, 후우…….”
엘리베이터가 하나도 오지 않아서.
결국 나는 비상계단을 통해 피아노 연습실 쪽으로 숨이 차도록 뛰었다.
공교롭게도, 콘도 안에 비치되어 있던 피아노는 거의 포장을 마치거나 이동시킨 상황이었지만.
단 하나.
내가 라흐마니노프를 연습하던.
7번 연습실의 피아노만큼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
아주 희미하고, 끊길 듯 가냘프지만.
그 어떤 음악보다도 간절하며.
한 사람의 삶이 위태롭게 매달린.
A음이, 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보이지 않아도, 소리는 들릴 거야.’
희재 선배가 한 말이 맞다.
그는 지금 어디에도 보이지 않지만.
소리만은, 아직 잔향의 형태로 남아 있다.
‘연주해야 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그의 음악에.
내가 반주를 덧붙여.
저주를 풀어야 한다.
저주를 걸어 버린 ≪크로이처≫ 소나타와 같지만.
이제는 저주가 아닌 구원이 될.
같은 ≪크로이처≫ 소나타를.
“거기 학생, 여기 어떻게 들어왔죠?”
누군가의 부름에 내 고개가 돌아갔다.
완강한 인상의 콘도 직원이 거기 있었다.
“대체 누구죠? 그 방에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아, 여기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요…….”
“돌아가세요. 분실물이 있으면 저희가 찾아서 돌려 드리겠습니다. 부디 돌아가…….”
나는 그의 제지를 무시하고 달렸다.
“거기 서! 거기 학생! 서라고!”
마치, 희재 선배를 집어삼킨 학교의 저주가.
전력을 다해 구원을 막는 느낌이다.
마침내 연습실로 들어간 나는.
철컥.
문을 잠가 버리고 피아노에 앉았다.
쾅! 쾅쾅쾅쾅!
“문 열어! 학생! 문 열라고!”
밖에서 콘도 관계자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지만.
나는 문 밖으로 시선을 던지지 않았다.
――♪
대신, 희미하지만 분명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지만.
소리만큼은 아주 또렷하게 들린다.
[소리가 들린다.]“네. 저도 또렷하게 듣고 있어요.”
들린다.
음악을 넘어선, 한희재라는 사람의 기억이.
뛰어난 실력으로 학교에 수석 입학하며.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그의 인생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어?’
축복인 줄 알았던 저주가.
어느 날 닥쳐왔다.
‘조금 더, 몇 번만 더…….’
그는, 더 좋은 연주를.
더 많은 칭찬을, 더 좋은 성적을 위해.
자신만이 아는 ‘특별한’ 연습실을 남용했고.
‘왜…… 아무도 없지?’
여름방학이 끝난 바로 그날.
자신이 시간에 갇혀 버렸음을 깨달았다.
‘얘들아! 나 여기 있어! 나 희재라고!’
그리고 어김없이 다가오는 그 지옥 같은 여름날.
회귀가 반복될 때마다, 차츰 자신을 잊어 가는 친구와 주위 사람들.
‘흐흑…… 흐흐흑…….’
미칠 것 같았지만, 미치기 직전까지 갔지만.
‘안 돼. 어떻게든, 어떻게든 남겨야 해…….’
그는 필사적으로 흔적을 남기려 애썼고.
그 흔적은, 마침내 누군가에게 닿았다.
‘한희재 선배, 맞죠?’
전수정이, 그를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음이 끊기면서, 기억도 끊겼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내가 그의 연주에 반주를 붙이지 않으면.
그는, 이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
소리가, 한결 더 또렷해졌다.
환청 같이 가냘픈 아까 전 소리가 아니라.
아주 정확한, ≪크로이처≫의 첫 화음이다.
‘≪크로이처≫ 소나타. 1803년 완성. 베토벤의 아홉 번째 바이올린 소나타이자.’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최고의 명곡.
도박보다 중독적이고.
원죄만큼 강렬한.
인간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절개하고 해부하는 곡.
――♩♪!
나는, 소리만이 남아 들리는.
희재 선배의 바이올린 연주에 맞추어.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 반주를 시작했다.
――
그 순간.
밖에서 쾅쾅거리는 소리와 관계자의 외침이.
나의 피아노 반주에 묻혀, 뚝 끊어졌다.
나는 그렇게, 점점 현실에서 광상으로 이끌린다.
그렇기에 그 음악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피투성이가 되어도 멈추지 않는, 아니, 멈출 수 없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사투.’
이 중독될 수밖에 없고.
중독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음악.
마치,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사투를 벌이는.
서로를 죽일 수밖에 없는 연인의 운명 같은.
‘그러나, 내가 연주하는 음악은 죽음이 아니다.’
나는 이 피처럼 새빨간 음악을 통해.
죽음을 비틀어 삶을 끄집어낼 것이다.
운명에 저항하며, 운명의 여울에 손가락을 넣어 반드시 비틀어 버리겠다고 선언한.
이 곡의 창조자, 루트비히 판 베토벤처럼.
‘나의 음악이, 누군가의 구원이 될 수 있다.’
찰나의 숨 고르기를 제외하면.
숨 가쁜 사투가 10분 동안 멈추지 않는 음악.
마침내, 바이올린이 피아노에 결정적인 틈을 허용하고.
――♩♪♩♪♩♪♩♪♩♪!
피아노의 화려한 아르페지오가.
바이올린의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구절이 지났을 때.
[김리듬. 한희재다.]처음에는 소리뿐이었고.
오랫동안 희미했던 희재 선배의 형상이.
드디어, 우리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연주!]아직 끝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멈추지 마라.
죽어 가는 듯한 바이올린의 선율이 이어지고.
마지막 절규 같은 연주가 끝나면.
♩♩♪――!
죽음을 비틀어, 삶을 끄집어낸 구원이 완성되고.
.다간아돌 로대래원 이간시 던졌러그일
“후우, 후우, 후우…….”
탈진한 내 머리칼 위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에어컨조차 켜지 않은 연습실에서 문을 잠가 놓고 10분 동안 격렬한 연주를 했으니.
몸은 이미 건반 위에 축 늘어졌고.
거친 호흡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김리듬.”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회귀라는 저주에 걸려 소멸 직전까지 갔다가.
나의 연주로 구원받은 이의 얼굴을 보았다.
“희재 선배.”
“고마워, 김리듬.”
그렇게, 나를 통해 구원받은 희재 선배는.
“나를 잊지 않고, 아홉 번의 회귀를 끊어 내고, 나를 구원해 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나를 으스러질 듯 꽉 끌어안은 채.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흑, 흐윽…….”
“희재 선배…….”
“흐윽, 정말 숨이 막혀서, 죽고 싶었는데……! 아무도 찾지 않은 지옥 같은 시간이었는데……!”
“희재 선배. 이제 다 괜찮아요.”
느껴진다.
이제, 모든 저주가 끝났음을.
“악몽은, 이제 더는 없어요.”
* * *
놀랍게도, 시간은 버스가 콘도를 출발하기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내 짐은 로비에 그대로 있었고.
희재 선배는, 짐을 챙겨서는 내 옆에 섰다.
“어? 희재 선배다! 안녕하세요!”
“응. 모두들 안녕.”
이제 모두가 선배를 알아본다.
저주가 풀렸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버스에 이미 앉아 있던 수정은 올라타는 우리를 보고 씩 웃었다.
“오랜만이에요, 희재 선배. 아 참, 어제도 봤었나?”
“어제면 오랜만이지.”
“뭐, 어쨌든 축하해요.”
저런 특이한 인사를 건네는 걸 보니, 그녀도 선배에 대한 기억을 회복한 것일까.
나는 선배가 필사적으로 남긴 종이쪽지가 꽂혀 있던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원래는 여기에 종이쪽지가 있었는데.”
“그러게. 내가 어떻게든 남겼는데, 아마 내가 구원받으면서 없어진 것 같아.”
“일단 종이쪽지를 남긴 방식부터 좀 들어 보죠.”
대부분의 학생들이 잠에 빠진 틈을 타, 나는 희재 선배가 내게 힌트를 전한 방법을 들었다.
“그러니까, 회귀는 반복되어도 한 가지 물건에 만큼은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는 거죠?”
“응. 전수정이 나를 찾아낸 힌트도 내가 그런 식으로 학교에 남긴 거였어. 그래서 그 방식을 다시 활용한 거지. 바로, 네가 볼 수 있게 놓아둔 종이쪽지로.”
“아, 이제 알겠어요.”
물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더 많다.
“저주에 걸렸던 선배를 망각하는 방식 말인데요.”
“처음에는 왜곡된 기억이나마 나라는 존재를 기억하지만, 차츰 완전히 잊어버리는 형태지.”
“네. 맞아요.”
“이건 내 가설인데, 아마 회귀가 반복되면서 생성된 잘못된 기억들이 나를 덮어 버린 것 같아. 그리고 그런 것들이 오류를 일으켜서, 결국 나를 완전히 망각시키는 것 같고.”
그는 편안하게, 소설의 전개를 얘기하듯 대답했지만, 오히려 나는 그 때문에 소름이 끼쳤다.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러면, 어째서 학교에서 걸린 저주를 이 콘도에서 풀 수 있었던 건가요?”
“이 콘도의 소유주는, 우리 희성예고의 소유주와 같아. 즉, 희성예고와 콘도는 같은 사람의 것이지.”
“……이사장님이요?”
“응. 그래서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고, 여기서 나의 저주를 풀 수 있었던 거야.”
나는 순간 꺼림칙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선배, 혹시 이사장님이 관련되어 있나요?”
그는 부드럽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물론 대놓고 꺼림칙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사장님은 확실히 우리 편이야.”
그리고 부드럽게 좌석을 뒤로 당기며 말을 이었다.
“고마워, 김리듬. 나에게 최고의 여름방학을 선사해 줘서. 이제는, 내가 너를 모든 것을 바쳐서 도울게.”
진심 가득한 선배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부담 없이 받도록 하죠.”
* * *
티잉!
악마처럼 날뛰던 반서준의 손가락이 우뚝 멈추었다.
방금 전까지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던 그는, 이제 실 끊어진 인형처럼 멈춘 채 끊어진 현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된 거야.”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말도 안 돼!”
그가 거칠게 일어나 폰으로 손을 뻗는 순간.
퍼엉!
“크읏! X발!”
폰이 폭발했다.
반서준 곁에 붙은 악령이 그를 제지했다.
[진정해라. 시간으로 장난질을 쳐서 한희재를 없애려던 여파가 실패했으니, 그게 역으로 돌아온 거다.]“대체 왜 실패한 거야?”
볼에 따끔함을 느낀 반서준은, 파편이 자신의 볼을 할퀴어 맺힌 피를 만져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일단, 학교를 건드리는 작전은 뒤로 미루자.]“젠장할.”
[지금은 콩쿠르 쪽에 집중해. 그 쪽은 잘 되어 가고 있잖아?]“그래, 콩쿠르가 있지…….”
[그리고 그 김리듬이라는 놈을 해칠 방법은 차차 생각하자고. 방법은 많을 거 아냐?]“그래. 방법이 있어.”
반서준은 어둠 속에서 홀로 웃었다.
이 메피스토의 도움을 받아 펼쳐질.
자신의 2막을 상상하며.
* * *
오랜만에 돌아온 서울은 무더위가 한창이었고.
나는 심각한 표정의 정선율과 재회했다.
“김리듬. 이 영상, 네가 좀 봐야 할 것 같아.”
녀석은 내게, 심각한 내용의 영상을 들이밀었다.
“크리스 커틴슨. 이번 몬트리올 콩쿠르의 유력 우승 후보로 꼽히던 연주자야.”
영상이 재생된 지 1분이 지났을까.
무난하고 평온하게 이어지던 연주의 맥이.
어느 순간부터 무섭게 뚝, 뚝, 끊어진다.
그리고.
쿠웅!
갑자기 옆으로 쓰러지는 피아니스트와.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보이겠지만, 내 눈에는 확실히 보인다.
그를 공격하는 악령의 시커먼 기운이.
“정말 이상한 건, 이 일이 있기 며칠 전에 이 피아니스트가 반서준을 만난 적이 있대.”
“그게 정말이야?”
“응. 도대체, 반서준이 무슨 짓을 한 걸까?”
나는 직감했다.
앞으로 펼쳐질 2학기는,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