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nted Foreword Genius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아르스 노바 오케스트라
[한류스타의 몰락! 탑스타 K, 마약소지혐의로 체포!]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이 아주 잘 압축된 기사였다.
아직까지는 본명이 아닌 ‘K’로 표기되지만.
이게 김석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식으로 폭망해 버릴 줄은 정말 몰랐는데.”
김석우의 체포로 인해, ≪심연의 하루≫는 남주의 드라마 방영 도중 쇠고랑 하차라는 막장으로 가 버리고.
도저히 그 구멍을 메울 수 없었던 제작진은, 남주인공의 말도 안 되는 죽음으로 어거지를 썼다.
명작컬렉터 : 미친 거 아냐, 저거? 16화 끝날 때까지 멀쩡하던 주인공이 갑자기 죽고 17화에 장례식 나옴?
오홍홍 : 고오급 음악 사냥하겠다더닠ㅋㅋㅋㅋㅋㅋㅋ 자기가 사냥당했넼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사이드밀어 : 제목 따라감ㅋㅋㅋ 심연으로 가버림ㅋ
SULUV : 인터넷에 도는 석우 오빠 마약사범 글 믿지 마세요 이거 100% 주작입니다 진실은 곧 밝혀져요!
ㄴ현세팝니다 : 응 느그 뽕석우 벌써 체포야ㅋㅋㅋㅋ
눈향이 : 와 한류스타가 약쟁이라니 말세야 말세 양판소 스토리도 이렇게는 안 짜겠다 ㅉㅉ
댓글창은 이미 지옥의 불판이었고.
당연히 ≪심연의 하루≫ 시청률은, 이제 정말로 애국가 시청률이 선전으로 보이는 수준까지 추락했다.
[터져 버렸네. ≪심연의 하루≫가. 무려 1.7 퍼센트.]“김석우 집에서 다량의 필로폰까지 발견되었다네요. 이거 KBC 드라마국 초상집이겠는데요?”
김석우는 끝났다.
대마초에 중독된 약쟁이 한류스타.
이대로라면, 연예계 퇴출 및 매장이 확실하다.
그리고, PBS도 최악은 면했다지만 좋지 않았다.
[≪조선시대 삼각관계≫도 바닥에서 빌빌 기네. 4.3 퍼센트. 물론 호흡기 완전히 떼어 버린 ≪심연의 하루≫보다는 낫지만.]이렇게, 가을 시즌을 장식한 월화드라마의 전쟁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초압승으로 끝났다.
이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OST! 작곡가인 비나는 누구인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OST 연주를 그 아이들이 직접 했다고? 희성예고의 반짝이는 인재들 특집 인터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숨겨진 의미들을 해독한다! OST 리듬에 숨겨진 메시지가 있다고?]아, 마지막 기사가 무슨 뜻이냐면.
사실 비나가 준 드라마 OST 스코어를 연주하면서 우리끼리 알게 된 사실인데.
그 양반, 현성과 세린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흘러나오는 가장 중요한 테마에 모스 부호 ‘I LUV U’ 리듬을 숨겨놓았다.
‘역시. 천만 영화의 OST 작곡가는 뭔가 달라.’
청운을 꿈을 품은 박현성과 김세린, 그리고 오케스트라 아이들이 처음으로 세계 무대에 서는 순간.
시청률은, 마침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순간 최고 시청률 20 퍼센트를 달성했다.
* * *
“정말 오랜만에 정기연주회 연습하네.”
“그러게요, 희재 선배.”
“촬영은 잘 되어 가? 이제 거의 막바지잖아.”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끝내야죠.”
학교 대강당에서 연습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동안 다들 드라마 촬영으로 바빴지만.
드디어 촬영이 끝나, 정기연주회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리허설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 우리 김리듬! 이쪽이야, 이쪽!”
‘아르스 노바’ 오케스트라는 이제 원팀으로 돌아간다.
오케스트라는 사람의 수만큼 많은 악기가 있고.
제각기 다른 매력으로 어우러진다.
그러면, 이제부터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매력 포인트를 한번 살펴볼까?
“야. 네 송진 좀 빌려 쓰자.”
“아니, 님은 송진 안 삼? 제발 좀 사서 쓰세요! 남의 송진 거덜 내지 좀 말고!”
“임지호 송진 빌리려다가 눈빛으로 살해당할 뻔했다고! 걔는 무슨 1학년이 저렇게 포스가 넘치냐?”
“실력이 월등하잖아. 게다가 가지고 있는 바이올린도 그 유명한 과다니니라고. 우리 바이올린을 다 합쳐도 저 과다니니를 못 산다고.”
현을 켜는 활을 길들이기 위해 필요한 송진을 빌리러 다니는 저 사람들이 바로 바이올린 연주자들이다.
한희재 선배와 임지호가 축을 잡아 주는.
고음이 매력적인, 크기 60센티미터의 아름다운 악기.
바이올린은 G현, D현, A현, E현의 4개 현이 있고.
그 4개의 현이 각기 다른 소리로 화음을 만든다.
대부분의 오케스트라 곡은 1바이올린과 2바이올린 파트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아르스 노바’ 오케스트라도 바이올린 주자의 숫자가 가장 많다.
“야. 얼마 전에 내 바이올린 친구 놈이 나보고 뭐라는지 아냐? 자기 바이올린 도난 안 맞게 비올라 케이스 좀 빌려 달란다. 이거 절교 각이지, 지금?”
“그래도 걔는 양반이네. 내 남친은 하도 내 비올라 보고 바이올린이라고 해서 대판 싸웠는데.”
“무용과면 구분 못 할 수도 있지.”
바이올린으로 오해받아 슬픈 악기 비올라 주자들.
크기는 바이올린보다 약간 크지만, 일정하지 않다.
그래도, 비올라는 특유의 매력이 흘러넘치는.
오케스트라에 반드시 있어야 할 악기다.
중음역대의, 불안한 듯 부드러운 듯 독특한 그 음색이이야말로 비올라의 매력 포인트다.
수더분하고 친화력 좋은 양희수 선배가 수석이다.
“연습을 못 하겠다고요? 선생님들. 사람은 이론상 14시간의 연습이 가능합니다. 내가 해 봤으니까 압니다. 그래도 안 죽어요. 안 죽는다고요. 오늘부터 기강을 좀 잡겠습니다.”
“김가인, 저 미친 연습벌레…….”
평소에는 텐션 높은 여고생 1이지만, 첼로만 잡으면 사람이 달라지는 김가인이 수석인 첼리스트 집단.
심장으로 바로 꽂히는 듯한 깊고 풍부한 저음이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크기 120센티미터의 악기.
오케스트라에게 심장이 있다면, 아마 첼로가 아닐까.
“자! 뒷줄은 앞줄보다 조금 더 빨리 연주해야 한다는 거 잊지 말고! 오늘도 힘내서 리허설 빨리 끝내자고!”
“네! 알겠습니다!”
3학년 주운영 선배의 지시에 따라 우렁차게 합창하는 뒷줄의 일원이, 바로 더블베이스 주자들이다.
육중한 2미터의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둔중한 듯 묵직한 극저음이 인상적인 악기다.
그러면, 시선을 목관 쪽으로 돌려 볼까?
“조하란.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있잖아. 숨이 달려서 너무 힘든데, 혹시 팁 없어?”
“그런 거 없어. 그냥, 불어.”
“아, 그러지 말고!”
“그러면 알려 줄게. 나는 보통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불거든. 보통 하나, 둘, 셋, 이런 식으로 일곱까지 세면 제일 어려운 첫 패시지가 끝나더라고. 쉽지?”
“아니, 텀이 너무 길잖아! 그렇게 불다가는 다 죽어!”
“그러면, 그냥 죽어.”
은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목관 악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플루트.
다른 애들보다 폐활량이 월등한 조하란이 수석이다.
참고로, 리드를 통해 숨을 내뱉어 남는 숨이 볼에 쌓여 얼굴이 빨개지는 다른 관악기 연주자들과는 달리.
플루트 연주자들은 구멍에 숨을 불어넣기 때문에, 극악한 구간을 연주할 때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래서 관악기 연주자들은 얼굴 빛깔로 지휘자에게 위험 신호를 전달하고는 하지.’
뭐, 바로 옆의 오보에에게는 해당사항 없지만.
날카로운 라 음으로 오케스트라의 음정을 결정하고.
한번 들으면 잊지 못할 독특한 음향을 발산하는.
오케스트라의 영혼을 담당하는 악기, 오보에.
우리 오케스트라의 에이스 유준혁이 수석이다.
갈대 재질의 리드를 악기에 꽂아 연주하기 때문에, 오보에 주자들은 수시로 리드를 깎는다.
“저기, 유준혁. 순환호흡 하는 법 좀 알려 주라.”
“들려줄게. 자, 이렇게.”
녀석은 바로 리드를 물고 즉석 연주를 시작했다.
오보이스트 잡는 난곡, 외젠 보자의 연습곡을.
숨을 한 번도 들이쉬지 않은 채로.
“됐지? 이렇게 하는 거야.”
“저기. 선생님. 이건 저한테는 불가능한데요.”
“연습하면 다 돼. 누구나 가능해.”
[야. 유준혁 쟤는 지금 당장 독일 가도 되겠다.]무려 정윤성 피셜이다.
사실, 내가 봐도 유준혁은 신기하다.
진짜 무슨 ‘소리의 호흡’이라도 익히셨나요.
어떻게 사람이 숨을 안 쉬고 2분 동안 연주를 하지?
어쨌든, 시선을 뒷줄로 돌리면 클라리넷이 있다.
“오늘은 소리 잘 뽑히는데? 리허설 일찍 끝나겠어.”
“언제는 안 뽑혔어? 심기준 너는 실전에 약하다고.”
“시끄러워, 조하란. 내가 보여 준다, 오늘.”
오보에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너무나 다른 악기.
특유의 폐관진동이 만드는 보랏빛 음색이 인상적인.
기복은 좀 심해도 실력은 누구나 인정하는, 심기준이 수석인 클라리넷이 저기 있다.
♪♪~♩♪♪~
물론, 묵묵히 연습에만 열중하는 3학년 민소하 선배를 수석으로 둔 바순도 있다.
커피 볶는 듯한 매력적인 저음을 발산하는, 목관악기에서 음역대가 가장 낮은 악기다.
‘자, 그러면 이제는 시선을 금관으로 돌려 볼까?’
늘 그랬듯, 수석 자리에 앉아 있는 전수정이 호른을 연습하는 중이다.
3.7미터의 관이 원형으로 둥글게 말려 있고.
거기에 복잡한 밸브가 달려 있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목가적인 소리를 만드는 악기.
그녀는, 호른에서 가장 불기 힘들고 수시로 ‘삑사리’가 터지는 고음역대의 작은 음을 깔끔하게 불어 냈다.
“진짜 독하죠? 항상 연습해 오는 거 보면.”
[원래 연습이 실력이지. 아마 전수정은 분 단위로 시간을 나눠서 연습을 할 거다. 멘탈이 강철이라 마인드컨트롤도 잘할 거고.]그 옆에는 트럼펫을 부는 서강준이 있었다.
금관악기의 상징적인, 힘차고 강한 음향의 트럼펫.
악기에 어울리게, 서강준은 엄청 빡센 고음에 아무 무리 없이 힘찬 음색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서강준은 울림통이 타고났어.]그리고 그 옆에는 트롬본 주자들이 있었다.
금관악기 중 가장 음향이 크지만.
어째 호른과 트럼펫보다 인지도가 조금 부족한.
그러나 금관악기의 필수 요소가 되어 있는.
그런데, 저 선배 이름이 뭐였더라?
[트롬본 수석 손태규. 3학년. 까먹지 마.]“하하하하하…….”
미안합니다, 태규 선배.
그 순간, 뒷줄에서 뿌아앙, 하고 지축을 흔드는 거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우리 오케스트라 튜바 주자. 황석호 선배.”
금관악기의 최저음역을 담당하는, 무지막지한 떡대와 무게(무려 12킬로그램!)를 자랑하는 악기.
너무 덩치가 커서, 연주를 시작하면 연주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힘든 악기이기도 하다.
악기가 내려가자 살집이 붙고 인심 좋아 보이는 석호 선배의 얼굴이 드러났다.
탕. 타타타당! 타다다다다당!
아, 팀파니를 치는 채희찬 선배를 빼먹을 뻔했네.
고작 한 명이지만, 오케스트라의 타격감을 책임진다!
말렛이라는 이름의 북채로 가죽 북을 때려 고정된 음을 소리 내면서 오케스트라의 리듬을 잡아 주는.
하지만 타격감만이 아닌, 섬세함과 정교함도 필요한.
오케스트라의 필수 타악기다.
“그 외의 훌륭하신 주자 분들이, 우리 ‘아르스 노바’ 오케스트라에 많이 있다고 합니…….”
[야. 왜 나머지는 기타 등등으로 압축하는데.]“아, 저도 심벌즈, 드럼, 큰북, 작은북,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탐탐, 실로폰, 글로켄슈필 등등을 알지만! 그러면 너무 복잡해집니다. 이 정도만 하죠.”
무대에서는 온갖 소리들이 넘쳐흐른다.
그리고 한울 선배가 등장해 보면대를 치면서 리허설의 시작을 알렸다.
“자, 그러면 오보에 A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오케스트라의 장점 아닐까.
‘하지만 나는 그 이상을 원해.’
한울 선배가 내게 눈짓으로 신호를 주자.
나는 그 소리 속으로 뛰어들어.
‘상상을 초월한 소리가 되고 싶어.’
88개의 건반 위에서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