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nted Foreword Genius RAW novel - Chapter 73
73화. 고품격 클래식 음악 예능 다큐 (4)
1화 방영이 끝나기 무섭게.
인터넷 댓글창이 또다시 폭발했다.
눈향이 : 크으! 이게 다큐지!
레몬소쥬 : 예능으로 가려다가 마지막 연주회 장면에서 급 드리프트 하는 거 실화냐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연주를 하지;;
홍방장 : 합성임 손가락 베였는데 어떻게 저렇게 쳐
ㄴ헛gs : 그놈의 합성타령;; 내 친구가 피아노 전공생이고 실제 콩쿠르 예선 때 건반에 손가락 베여서 울면서 연주 중단했는데 이거 보고 저거 진짜라고 김리듬 강철멘탈이라고 함
ㄴMHK : 현직 예고 피아노과입니다 연주 직관했고 김리듬 손가락에 출혈 생긴 상태로 연주 완주하는 거 직접 목격했습니다 여기서 악플로 떠드는 사람들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ㄴSULUV : 네 리듬맘들 정모 잘 봤고요~
ㄴ사이드밀어 : 얘는 여기서 만날 김리듬 저격하네
민한기 PD가 ‘웬만하면 댓글창은 보지 않는 게 좋을 거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사실, 댓글을 볼 시간도 없이 연습 중이지만.
정윤성이 가끔 보면서 알려 주고는 한다.
[야, 야. 김리듬. 이 댓글 봐라. 기똥차지 않냐?]자꾸만 폰 화면을 들이밀어서(그놈의 폴터가이스트!) 어쩔 수 없이 보고는 하는데.
명작컬렉터 : 그런데 김리듬 연주에 치이는 건 사실인데 표정관리가 좀;; 왜 드라마에서 손만 나왔는지 알 것 같네여;;
진짜 확 성불시켜 버리고 싶다.
정윤성을.
내가, 시간을 내서라도 용한 무당을 찾아야지, 정말.
[푸하하하핫! 너 연주할 때 얼굴 어떤지 모르지?]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물었다.
“…… 어떤데요, 정윤성 귀신 선생님.”
[긴장할 때마다 입 삐죽삐죽 튀어나오고, 갑자기 달마 빙의해서 인상파 되잖아. 정말 몰랐어?]아니, 연주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데.
연주할 때 얼굴이 어떤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요.
특히나, 저 라흐마니노프 칠 때는 진짜 성층권에서 외줄 타기 하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부터는 표정 관리하는 법을 조금씩 익혀. 와꾸도 괜찮은 애가 왜 그렇게 얼굴을 막 쓰고 그래.]“하. 하. 하. 하.”
어디 두고 봅시다, 나중에.
내가 나중에 회고록 쓸 때 당신 평가를 어떻게 하나.
[그래도, 이런 댓글도 있네. 자, 이거 봐라.]그는, 나 잘 보라고 댓글 하나를 확대해서 내 시야에 들이밀었다.
오홍홍 : 그런데 이렇게 2화가 궁금한 다큐는 처음임
* * *
“1화 시청률, 7.4 퍼센트!”
현재 TBS 방송국의 분위기는, 지금 당장 화성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댓글 반응도 나쁘지 않고, 다들 2화를 기대하는 눈치야. 역시, 우리 한기, 믿고 있었어!”
교양국 차태주 국장은 편집실에 모인 CP와 PD들 사이에서 민한기 PD를 극찬했다.
반은 진심 어린.
반은 예의상 치는 박수 소리가.
편집실에 울려 퍼졌다.
“감사합니다. 다들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이지, 민한기 PD.”
“네. 국장님.”
“사장님께서, 이번 다큐멘터리 촬영에 애로사항이 있는지 없는지 직접 물어보시더라고. 혹여나 있…….”
“있습니다, 국장님.”
너그러운 보살님 같던 차태주 국장의 표정이, ‘그래, 어쩐지 계속 고분고분하나 싶었다’로 변했다.
“일단 뭔지나 들어 보지. 저번에 얘기한 해외 인터뷰는 잘 따낸 걸로 아는데.”
“국장님. 아무래도, 저희가 찍는 ≪희성예고 음악천재≫가 ‘고품격 클래식 음악 예능 다큐’를 지향하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처음 이 ‘고품격 클래식 음악 예능 다큐’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차태주 국장은 민한기 PD에게 ‘어디서 주워들은 말 쓸데없이 다 갖다 붙이지나 마라.’라고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기어이 기대에 부응해 1화에서 대박을 터뜨리자, 그 말은 허언이 아닌 예언이 되었다.
“그러니, 학생들을 띄워 줄 뭔가가 더 필요합니다.”
“잔소리 길게 하지 말고 본론만.”
“넵! 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뭐가 필요한데?”
“CG를 좀 많이 넣고 싶습니다.”
차태주 국장은 앞에 놓인 보고서 뭉치로 민한기 PD의 머리를 한 대 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 * *
“오, 드디어 시작된다.”
혼자서 느긋하게 감상한 1화와는 달리.
2화 방영 시간은 ‘아르스 노바’ 오케스트라 리허설 시간과 겹쳐서, 단원들과 같이 보게 되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파리가 나오고 그러죠?
“아니, 뭐야. 저거 진짜 파리 아냐?”
아직 가 보지는 않았지만, 에펠탑 보이는 거 보니까 맞는 것 같은데요.
프랑스의 수도.
빛의 도시(La Ville Lumière. 라 빌 뤼미에르).
파리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니, 파리 실화냐? 그런데 저길 왜 갔지?”
“그러게. 지금 파리에 누가…….”
있기는 있다.
지금 파리에서, 필리프 로제와 듀오 연주회를 앞둔.
“어? 이민아다!”
필리프 로제 교수와 함께 모차르트와 슈베르트를 연습하는 이민아의 리허설 장면이 펼쳐지다가.
어느새 인터뷰 장면으로 화면이 바뀐다.
“그런데 이민아가 왜 나오지?”
“김리듬 때문인가?”
그리고.
…….
민아야.
제발, 이상한 말만 하지 말아 줘.
[이야. 민한기 PD, 진짜 걸물이다. 이거 하나 찍으려고 AD 파리까지 보내는 거 실화냐?]정윤성이 옆에서 뭐라고 쫑알거리는데,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오는 중이다.
바로 나의 중학교 3학년 때 연주 영상이 재생됐다.
사실, 이건 예측했었다.
며칠 전에 전수정이, 이 연주를 달라고 했거든.
“다시 들어도 끔찍하네, 저건.”
“저런 김리듬이 지금 이렇다고? 미친 거 아냐?”
“와, 연습을 얼마나 독하게 했으면…….”
그리고.
아니, 분명히 음성 변조도 넣고.
눈도 뭔가로 가리고 있는데.
보자마자 누구인지 알 것 같은, 이 기묘한 음성 변조 인터뷰는 대체 뭐죠?
“저거 피아노과 정선율이잖아? 아니, 쓸데없는 음성 변조 뭔데!”
그뿐만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하는 김가인에게로 돌아갔다.
음성 변조와 모자이크로 숨기려고 한다고 네가 가려질 것 같으냐, 김가인!
“아니, 김가인 뭔데! 그리고 음성 변조하고 모자이크하면 뭐 하냐고! 교복이 당당하게 보이는데!”
“심지어 교복 명찰에 이름도 안 가렸어! 당당하게 적힌 저 김, 가, 인, 세 글자 어쩔 건데!”
“아니, 민한기 PD 이 양반 양아치네? 분명히 교복 명찰 가려 준다고 했는데!”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쯧쯧.
이제 화면에는, 세 번째 ‘김리듬 공익제보자’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김가인 때와는 달리, 전수정에게 토를 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당당하게 얼굴을 공개하고 음성 변조도 없었으니까.
민한기 PD, 저 양반도 참 낯짝 두껍다.
그렇게 이쪽 세계를 빠삭하게 잘 아는 양반이.
전수정은 천연덕스럽게 PD의 질문에 반문했다.
나의 시선이, 태연하게 다큐를 보는 전수정에게로 슬며시 향했다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제 화면은 다시 민아의 얼굴을 보여 주었다.
(*음정 측정기.)
인간 오실로스코프라니.
아, 얼굴이 다 빨개지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순간.
곳곳에서 탄식과 비명이 터졌다.
“아니, 뭔데! 왜 여기서 끊는데!”
“아니, 민한기 PD 악마의 편집 뭔데!”
“미쳤네, 미쳤어. 와, 어떻게 여기서 끊냐!”
그러나.
2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뭐야, 저거?”
갑자기 왜 허리가 등판하고 그래요.
그런데, 김가인의 표정이 좀 이상하다.
“자, 자! 2화 끝났으니까 연습 재개합시다!”
“잠시만. 가만히 있어 봐. 계속 틀어.”
“아니, 끝났잖아! 그만 틀라고!”
“민소영, 장건희. 김가인 잡아.”
“알겠습니닷, 선배!”
“이놈들아, 놔라! 저것만은 안 된다! 안 된다고!”
도대체 뭐길래 그러지?
그렇게, 절규하는 현실의 김가인과 다르게.
해맑게 웃는 화면 속 김가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 저거였군.
민한기 PD의 아이디어 중 하나였던 척추 교정이.
화면은 어느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이 편안하게 흐르는 병원으로 전환되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가인은, 도수치료사의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도수치료실에서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가인이의 비명 소리가 디미누엔도로 줄어들다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카메라는, 바흐의 음악을 틀어 주는 병원 스피커를 천천히 클로즈업하다가.
치료를 마친 김가인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로 깔끔하게 전환되었다.
“프흐흡! 크크크크큭……!”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누구보다 격렬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임지호의 모습을 보아하니.
저 보너스 영상이 격하게 즐겁기는 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