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155
156.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Again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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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뒤, DH 엔터테인먼트.
“형님! 형님?!”
매니지먼트 팀장, 조정우가 1층을 뛰어 내려오며 외쳤다.
그 외침에 며칠 전 새로 들어온 매니저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표님이라면 아까 하나연 씨랑 얘기하시다 나가셨는데요?”
“뭐? 나가? 어딜?”
“그건 모르겠어요. 저는 나비다 씨가 여기에 파우치 놔두고 왔다고 해서 잠시 들른 거라.”
조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비다 걔는 항상 먹을 건 잘 챙기면서 다른 건 자주 깜빡깜빡하더라. 얼른 가 봐.”
“넷.”
조정우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가는 매니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나비다랑 한솥밥을 먹을 줄은 몰랐지.’
나비다는 예전, 김도하가 챌린저스에 출연했을 때.
정재욱과 한 팀이 되어 특집 무대를 꾸몄던 싱어송라이터로, 그 전까지는 ‘홍대 여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었다.
이후로 한동안 혼자 활동하던 그녀가 DH 엔터에 지원했을 때는, 김도하와 조정우 둘 다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나비다가 왜?’
‘혼자서도 열심히 활동하던 거 아니었어요?’
‘물어나 보자.’
그렇게 만난 나비다에게 어째서 우리 레이블에 지원했냐고 물으니.
‘당연히 엔터 중에 가장 전망이 밝잖아요.’
······라는 간단한 대답을 내놓았었다.
이 대답이 김도하의 마음에 들었는지, 혹은 그녀의 활동들을 좋게 봤던 건지.
김도하는 일사천리로 계약까지 마치고서 매니저를 붙여주었다.
그간 다른 아티스트들도 틈틈이 영입을 해왔던지라 그녀를 담당할 매니저가 부족한 사태에 이르러 새로 채용을 해야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형님이지. 어디 가신 거야?”
그의 중얼거림에 지나가던 유리가 대답을 했다.
“피디님이라면 아까 나연이랑 있다가 잠시 바람 좀 쐬고 온다고 하셨어요.”
“아니, 이 시간에요? 일부러 나 피하는 건 아니겠지? 아무튼 감사······.”
꾸벅 고개를 숙이다가,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2층으로 올라가는 유리를 붙잡고 물었다.
“······잠깐, 유리 씨. 오늘도 왔어요? NK에서 뭐라고 안 합니까?”
“네.”
유리는 불쾌한 표정으로 그를 떼어냈다.
냉기가 느껴지는 표정에 조정우가 흠칫하며 물러났다.
‘하긴, 플라잉맨한테서 배운 걸로 팀에 기여를 하고 있댔으니.’
NK에서 싫어할 리는 없었다.
실제로 유리가 작곡에 참여한 앨범은 발매 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았었다.
계약 기간 동안 최대의 이익을 보려는 엔터로서는 DH의 호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로서도 차후 유리를 얻는다고 생각하면 나쁠 건 없고.’
본인 입으로 정확히 말한 건 아니지만, 딱히 숨기려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기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아마 샤이닝 걸스 계약이 끝나자마자 DH에 지원할 것이다.
‘모르는 건 형님밖에 없겠지.’
조정우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그렇게 안 보이지만, 김도하는 은근히 눈치가 없었다.
이 건도 그렇고, ‘다른’ 것도 그렇고.
그때 그의 표정이 거슬렸는지 유리가 물었다.
“갑자기 왜 웃으세요?”
눈발이 휘날릴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조정우는 이 만년설을 녹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형님이 어제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요.”
“······뭐라고 하셨는데요?”
“유리 씨 실력이 나날이 좋아진다고요.”
그러자 거짓말처럼 유리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정말요?”
“곧 독립해도 되겠다고 하셨어요.”
조정우가 뻔뻔하게 말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로 김도하는 어제 이렇게 말했었으니까.
‘아, 내일이 유리가 오는 날이었지? 유리도 참 신기해. 다른 멤버들이랑 그렇게 부대끼면서 사는 게. 이제 슬슬 독립할 때도 된 것 같은데.’
말 그대로 합숙하는 시기는 이미 지나지 않았냐는 뜻이었지만, 이렇게 전하면 다른 의미로 들릴 게 뻔했다.
“아, 아무리 그래도 계약기간이 아직 남았으니까요······.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전해주세요.”
역시나.
유리는 ‘그룹 생활은 그만두고 우리 레이블에 와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희 멤버들에게도 아직 해줄 게 많아요. 다들 계약이 끝나면 다른 걸 하고 싶다고 해서, 미리 돈을 많이 벌어놔야 하거든요. 언젠가 독립하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유리는 수줍게 그 말만 하고서 위로 올라갔다.
조정우는 CF마냥 긴머리가 찰랑거리는 뒷모습을 보다가.
‘······쟤도 참 뚝심이 있는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안쓰러운 심정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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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오늘도 돌아왔습니다! 연예계 팩트체크!”
└ 너하!
└ 헐 이거 시리즈였어요?
└ 버틀러스 다뤄주세요 ㅡㅡ 진짜 이상함.
유정아는 여느 때처럼 방송을 켰다.
타 채널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수의 시청자들이 그녀를 반겼다.
유정아는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을 보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루비 네트워크 소속인 그녀는, 영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엄청난 화제를 몰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바로 그래미의 남자! 김도하입니다!’
‘······그 멘트는 빼라니까.’
바로 한국인 최초 그래미 수상을 달성한 김도하를 섭외해 제대로 뽕을 뽑았기 때문.
수상 전에는 그렇게 활발하던 김도하의 활동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덕분에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던 대중들은 애만 태우기 바빴는데, 그 첫 인터뷰를 성사시킨 게 다름아닌 ‘유앤정아’ 채널이었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던 김도하의 섭외를 성공한 덕에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가히 폭발적이었고, 자연스레 구독자의 유입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혼자였다면 감당하기 힘들만한 규모였지만, ‘루비 네트워크’ 측에서는 이런 변화를 재빠르게 감지해 그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줬다.
그 결과 현재 그녀는 방송을 시작할 때마다 실시간 시청자 순위권에 쏙 들어올 정도로 채널이 성장한 상태였다.
‘고마워, 오빠!’
유정아는 속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멘트를 쳤다.
“전에 반응이 너무 좋아서 시리즈로 기획을 해봤어요. 우리 기획팀이랑 앞으로 더 재밌는 컨텐츠들을 많이 만들어 볼테니 기대해주세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말을 그대로 실행하며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며 방송을 진행했다.
“버틀러스가 SMA에서 2년 연속 인디상을 수상한 게 수상하다고요? 저기요, 욕 하라고 만든 코너 아니거든요? 올해에는 대상 탈 거거든요?”
“제윤이 작사작곡한 앨범이 왜요? 아, 정말로 혼자서 한 거 맞냐구요? 네, 그건 팩트예요.”
“이번 할리우드 기대작에 하나연이 오디션을 본 게 사실이냐고요? ······어디서 들은 거예요? 그런 건 저도 모르죠.”
유정아가 눈을 굴렸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저 말은 사실이었다.
비록 동양인 캐릭터에 비중은 거의 없지만, 출연하기만 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연기야 워낙 잘하니 문제없겠지만, 지금 하는 것도 많아 보이던데.’
만약, 정말 만약에 캐스팅이라도 된다면.
앨범 발매에 따른 각종 활동과, 주연급 조연으로 활약 중인 드라마 등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거는 뭐 오빠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 채팅으로 말했다.
└ 그런데 가람은 요즘 왜 이렇게 떡락하는 거임? 아이퍼플로 간신히 버티는 것 같던데.
그러자 다른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왜겠어요ㅋㅋ걔네 말곤 노래가 다 별로니까 그렇죠;
└ 노래도 노랜데 컨셉이 너무 다 똑같음.
└ ㅇㅈ 걍 구리던데..
그렇잖아도 유정아의 시청자들은 가람 엔터에 적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곳에 기름을 끼얹으니, 다들 얼씨구나 불씨를 키우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유정아가 입을 열었다.
“아이퍼플 앨범이 워낙 잘 뽑혀서 그런 거겠죠. 그거, 플라잉맨이 참여한 거잖아요.”
└ 어쩐지···근데 명색이 3대 기획사인데 다른 회사 프로듀서를 갖다 쓰네..ㅋㅋ
└ 이젠 3대가 아니라 4대 기획사라고 해야함ㅇㅇ
└ ㅇㅈㅇㅈ DH 소속 가수들도 꽤 많아지지 않았음? 그러다 가람 추월할듯ㅋㅋㅋ
누군가의 말에 다들 동조를 한다.
가열되는 분위기에 유정아는 결국 잠시 휴식을 선언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녀도 같은 생각이었다.
‘곧 진짜 저대로 될 수도.’
그런 생각이 들만큼 DH 엔터는 빠르게 몸집을 불려갔다.
물론 거기엔 대표인 김도하의 그래미 수상이 가장 큰 역할을 기여했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DH의 활동 폭이 확 넓어지게 되었으니까.
‘그러고보니 오빠, 크리스 레오네가 나오는 영화의 OST를 작업하게 됐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라도 지금쯤 굉장히 바쁜 날을 보내고 있을 게 뻔했다.
‘또 보기 힘들어질 것 같은데, 오랜만에 맥주나 한 잔 때릴까?’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맥주는 언제나 꿀맛이었다.
유정아는 막간을 이용해 김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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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전화를 받자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정아였다.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서 물었다.
“너 지금 방송할 때 아니냐?”
-쉬는 시간이지롱. 오빠야말로 일할 때 아니야?
“나도 쉬는 시간이야.”
유정아는 한바탕 웃은 뒤 용건을 꺼냈다.
마치면 맥주나 한 잔 하자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괜찮은데, 나 오늘 마치고 나연이랑 국밥 먹으러 가기로 했거든.”
-무슨 국밥을 약속까지 정해서 먹어?
“걔는 그래야 돼. 같이 저녁 먹고 맥주 마시러 갈래?”
-나는 너무 좋지! 나연이 오랜만에 보겠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마침 잘 됐네. 나연이 지금 머리 좀 기른 거 알지? 무슨 단발병인가 왔다고, 잘라야 할지 고민이라던데 네가 좀 봐줘라.”
-어머머! 나 그런거 완전 잘해! 맡겨줘. 내가 책임지고 잘라 놓을게.
“아니, 그 뜻이 아니라.”
-앗, 나 쉬는시간 끝! 그럼 나중에 전화해, 오빠!
“······들어가라.”
나는 전화를 끊으며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마침 저 멀리 보이는 광고판에 나연이가 모델인 스킨로션 화장품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저렇게 어깨에 닿는 중단발도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속으로 생각하고 있으려니 화면이 바뀌었다.
[허상우 감독과 남우혁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은 ‘네이버후드’! 11월, 당신의 이웃을 확인하라!]‘방울꽃 영화제’의 심사를 맡았던 허상우와 남우혁이 공동제작을 맡은 영화의 광고였다.
남우혁은 우리 회사 아티스트들의 뮤비도 열심히 찍더니, 영화까지 성공적으로 감독한 모양이었다.
‘공동연출이긴 하지만, 오히려 이게 더 나을 수도.’
남우혁이 제작한 ‘어게인’은 사실 상업 영화와 그다지 맞지 않았으니, 이번에 그쪽으로 빠삭한 허상우에게서 많이 배웠을 것 같다.
이번에 개봉 예정인 ‘네이버후드’의 장르도 스릴러로 보였으니 말이다.
솔직히 나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그 영화, 나는 좋았는데.’
<어게인>.
그 주인공의 인생은 어떻게 보면 심심하고 평범했지만.
내게는 공감으로 다가왔었다.
나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그랬던 걸까.
‘그러고 보니 여기도 거기잖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낮에도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거리.
바로, 이정민으로서 마지막으로 봤던 풍경이었다.
‘조정우를 피해서 온다는 게 여기까지 왔네.’
생각해보면 ‘어게인’의 첫 시작도 죽음이었다.
‘어쩐지 마음에 들더라니.’
나는 피식 앉으며 근처 벤치에 앉았다.
오랜만에 이 거리를 걸으니 그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는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더라.
워낙 정신이 없었을 때라 그런 세세한 기억은 나지 않았다.
‘뭐 어때.’
나는 괜한 생각은 멈추고서 잠깐의 여유를 즐겨보기로 했다.
곧 조정우가 일거리들을 한가득 가져올 테니 그리 긴 여유도 아닐 테지만 말이다.
사실 이러는 와중에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애초에 지금 여기에 와 있는 이유도, ‘오늘만큼은 햇빛 좀 쬐고 오세요’라고 한 하나연 때문이었으니까.
‘무슨 작업만 하는 드라큘라 같다니, 그게 뭔 말이야.’
속으로 투덜거리는데, 한 가게에서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걱정거리 없는 단 하루가♪]“······.”
내 목소리를 밖에서 들으니 상당히 낯간지럽다.
앨리스가 부른 건 들어줄 만했는데.
결국 듣다 못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여기 있어봤자 뭐 하겠어.
회사로 돌아가는 게 낫지.
‘조정우도 불쌍하고.’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찍힌지 모르겠다.
나는 기지개를 펴며 걸어갔다.
“일하자, 일.”
역시 나는.
곡을 쓰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