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0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02화(102/547)
(102) 나폴레옹도 제국격파를 위해 거병한다
세르벨로니 궁전은 잠자기에 좋은 곳은 아니다.
“아, 도저히 못 자겠어! 정말!”
오늘도 불면의 밤.
한숨을 쉬며 마리는 몸을 일으켰다.
궁전에 거처를 마련한 지 3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곳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심지어 나름 베르사유 궁전의 불편한 거처에도 익숙한 마리인데도 그렇다.
이제는 평민의 짚으로 만들어진 침대가 솜보다 더 익숙해져 버린 탓일까.
아니면, 이 궁전이 반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절반은 나폴레옹의 보나파르트 일가로, 절반은 조세핀의 보아르네 일가로.
살짝, 보나파르트 일가 쪽 공간으로 넘어가지 않게, 조심스레 복도로 나서며 마리가 하녀를 불렀다.
“루이제? 어디 있죠? 혹시 물 없나요?”
루이제 콩푸엥, 파리에서 마리를 따라온 하녀다.
카르텔 고용인 중 하나로, 밀라노에서 마리의 신변을 돌보는 중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루이제는 없고, 복도에서 하품하던 한 소녀가 대꾸했다.
“루이제 콩푸엥이라면, 지금쯤 연애하러 나갔을 텐데요?”
“깜짝이야! 누, 누구?”
“어머, 처음 보는 얼굴도 아닌데. 몰라 보세요? 로르예요. 로르 페르몽.”
바로 로르 페르몽, 군대 보급관 알베르의 동생이다.
나름 보나파르트 일가와 친분이 있는 집안이라 따라왔는데, 엉뚱하게도 현재는 조세핀의 시녀로 궁전에 출입 중이다.
고작 10살 나이에 나폴레옹 주위의 여자들이 다투는 현장에 휘말린 상황이랄까.
그런 것 치고는 아주 활발해 보이는 로르를 보다, 마리가 미소지었다.
“아, 알아요. 그런데, 루이제가 연애를 하러 나갔다뇨?”
“모르셨어요? 요새 쥐노랑 놀아나고 있잖아요. 참, 혼인도 안 한 숙녀가 벌써부터 밤새 남자랑 놀기나 하고.”
“쥐, 쥐노 대령이랑요? 세상에.”
본래 원역사에서 루이제는 조세핀의 하녀다.
그런데 밀라노로 왔을 때 쥐노와 놀아나다, 조세핀에게 해고당하고 만다.
다행히 유진이 그 사실을 알고, 일부러 마리에게 붙인 덕에 해고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문 모르던 마리 입장에선, 어쩐지 봉변당한 기분일 터였다.
하녀의 행실에 쓴웃음을 머금다, 마리는 복도를 건너 응접실로 향했다.
그곳에 아직 맑은 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물을 잔에 따라 마시는 마리를 구경하다, 로르가 물었다.
“뭐가 그리 걱정이죠? 낯이 수심으로 가득하네요.”
“그렇게 보여요? 전쟁이 곧 시작된다고 하니까요. 또 다시.”
“흐응, 우리 오빠 말로는 나폴레옹 장군은 싸우면 다 이긴다던데요? 그 깡마른 아저씨가 뭐, 그리 잘 싸우나 몰라요.”
잔을 놓으며, 마리가 고개를 저었다.
“이긴다고, 모두 무사한 건 아니에요. 꼬마 아가씨.”
거의 완승을 거둬온 나폴레옹 군단이다.
허나 상이군인들은 이런 나폴레옹 군단에서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총상, 검상, 낙상.
수많은 부상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유진이라고 무사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때 키득 웃으며 로르가 뒷짐을 진 채 마리 앞에 낯을 들이댔다.
“흐응, 유진 준장이 걱정되나 보군요?”
“예? 아, 그렇죠.”
“저도 사령관 약혼자 분 시녀로 임명받아, 이곳에 와 있긴 하지만. 수석부관 가끔 오는 거 보니까 잘 생기긴 했더라구요. 좋아해요?”
로르의 기습에 물을 마시던 마리가 사레가 들려 버렸다.
“컥, 무, 무슨 말이에요?”
“아니, 뻔하잖아요. 구왕실의 공주님이 이 먼 밀라노까지 와서,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체류하고. 전부 사랑 때문인 거 아닌가요?”
“그, 그건. 좋아하긴 하지만.”
정작 마리는 정작 아무 것도 보장 받은 게 없다.
그때서야 비로소 마리도 자각했다.
유진과 마리는 공식적으로는 사실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러나 반대로 혁명이 부정하는 구왕실의 공주와 혁명군 장군은 사랑해도 되는 걸까?
오히려 유진이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 문제를, 마리는 항상 생각하고 있다.
장벽이 존재한다는 진실의 문제다.
반대로 그런 장벽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 가십소녀, 로르는 킥킥 웃으며 눈을 묘하게 떴다.
“흐응, 그렇게 물러터진 태도로는 못 잡을 텐데.”
“예?”
“아직은 폴린이 그냥 유진을 흥미로운 대상으로만 생각하죠.”
생각지 못한 구석을 로르가 찔러왔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생각할지 아무도 몰라요? 폴린 취향은 연상 어른이지만, 유진 준장도 곧 크게 될 텐데.”
만약 나폴레옹이 조세핀과 정말 결혼한다면, 폴린은 유진과 친족이 된다.
그 상황에서 결혼하는 것은 사실 교회법 위반이다.
당연히 교회법이 무너진 시대지만, 아무리 혁명기라도 그런 결혼이 허락될까?
그럼에도 폴린의 낯을 떠올렸을 때, 마리는 결심했다.
적어도, 오늘 유진을 봐야겠다.
낮에 브레시아의 급보가 도착했을 때, 마리도 현장에 있었다.
아마도 곧 출진이 있을 것이다.
“그건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쟁터에 나간다면 오늘 봐야겠죠. 아르망!”
그때까지 복도 저편 어둠에 시립해 있던 아르망 가네가 놀라 다가섰다.
“예! 파트로네.”
“듣고 있었죠? 언제 출진인가요? 당신은 알죠?”
“그것이, 저야 호위니까 어쩔 수 없이 여기 있었던 겁니다. 어쨌든 출진 일자는.”
유진 휘하, 우편 특수연대의 하사관 아르망이 눈을 굴리다 답했다.
“오늘 새벽이군요.”
그 순간, 놀란 마리가 아르망에게 다그쳤다.
“뭐하는 거예요? 당장 안내해요!”
“새벽인데요?”
“유진 얼굴도 못 보고 보낼 순 없어요!”
그때다.
“그 말은 나폴레옹도 떠난다는 뜻이겠지?”
마리가 깜박 잊은 일이 있었다.
보아르네 일가의 장자, 유진의 보호 하에 있는 마리는 [보아르네 구역]에 있다.
세르벨로니 궁전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 장소의 주인은 여자다.
바로 유진의 모친이자 나폴레옹의 약혼자, 조세핀이다.
조세핀은 마리를 보며 생긋 웃었다.
“같이 가죠, 공주님. 우리 아들과 멋대로인 내 약혼자를 보러.”
출진 당일, 조세핀과 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궁전의 나머지 절반도 아직,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떻게, 내가 금식을 한다는데 한 번 찾아오지를 않아! 나폴레오네!”
오늘도 분노하고 있는 귀부인, 레티치아 때문이다.
모든 어머니는 자식이 좋은 혼처를 갖기를 원한다.
특히 출세한 자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데 혁명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지위에 오른 차남, 나폴레옹이 이혼녀와 결혼한다고 한다.
굳이 레티치아가 성질이 불 같지 않더라도, 분노를 토할 수밖에 없다.
고집쟁이 아들, 나폴레옹은 아예 쳐다도 보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옆에서 보호자로 따라온 아들, 루이가 침대에 드러누운 레티치아를 달랬다.
“대신 유진이 자주 찾아오잖아요, 어머니.”
“그 녀석이야 당연히 와야지! 내가 하숙생 시절 먹인 빵이 몇 개인데!”
“그런 것 치고는 유진이 갖다 놓은 선물은 모두 잘 보관하시잖아요?”
침대 옆, 보석과 귀금속, 그리고 목걸이를 흘깃 보다 레티치아가 분통을 터뜨렸다.
“선물이 무슨 죄니! 아니, 유진도 죄가 없지! 그 망할 이혼녀가 문제지!”
당장 조세핀의 머리를 쥐어 뜯고 싶은데, 유진 때문에 참는다는 투다.
역시, 유진이 하숙생 시절 레티치아의 마음을 사 둔 게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허나 그 정도로는 결국 혼인 허가를 받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모친의 분노를 복도 반대편 방에서 듣던 폴린은 검은 머리를 살짝 꼬며, 어깨를 으쓱였다.
“흐응, 이제 유진은 우리 조카인 건가?”
그런데, 옆에서 책을 읽던 엘리자가 눈썹을 치떴다.
“누구 멋대로 조카야. 아직 나폴레오네 오빠가 결혼한 적 없어. 결혼하면 더 웃기는 일이고.”
“오빠 막을 사람 없어 보이는데?”
“그럼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지! 차라리, 폴린 네가 유진을 유혹해!”
실로 기가 막힌 말이다.
허나 오히려 놀란 것은 막내딸, 카롤린 쪽이다.
정작 폴린은 태연하게 웃고 있을 찰나, 카롤린이 엘리자를 막아서며 말렸다.
“엘리자 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 폴린 언니가 왜?”
“카롤린 넌 몰랐어? 이 되바라진 애가 남자들 유혹하고 다니는 거? 마르세유에서는 프레롱이었지. 여기 와서는 르클레르인가? 무슨 잘생긴 장교와 만나고 다니더라? 15살 짜리가!”
“그렇게 말하면 심하잖아.”
하지만 엘리자는 거침없이 다그쳤다.
“네 특기를 활용하는 거야. 유진을 꼬셔! 그래서, 나폴레오네 오빠가 결혼 못 하게 만들어 버려! 어때?”
의외로 핵심을 찌르는 말이긴 하다.
만약 유진과 폴린이 불장난을 치다, 나폴레옹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보수적인 이탈리아 스타일 가부장은 보통 그런 문제를 둘 중 하나로 해결한다.
여동생을 건드린 남자를 죽이거나, 아니면 강제로 결혼시키거나.
흥분한 엘리자를 피해, 복도로 나오며 폴리는 가볍게 어깨를 다시 으쓱였다.
“곤란하네. 난 연상 취향이라.”
만약 유진과 불장난을 친다면 어떨까?
“흐음, 아직 너무 어린데. 좀 크면, 맛있어 지려나? 입술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가볍게 폴린은 상상에 빠져 보았다.
마르세유의 밤.
유진에게 입 맞추었던 기억은 폴린에게도 달콤한 일이다.
그렇지만 [불장난]은 조금 다른 문제다.
그 순간, 날카롭고 예리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한가하게 있다가, 구왕실 공주님께 다 빼앗길걸? 폴린?”
“응? 어머나, 로르. 우리 집안을 버리고, 보아르네 집안에 달라붙은 배신자가 여긴 웬일이야?”
“난 너희 오빠가 지시해서 시녀로 간 것 뿐이거든? 어쨌든, 놓치기 싫으면 빨리 움직이는 게 좋겠어.”
어느새, 보나파르트 구역으로 넘어온 [가십소녀], 로르가 눈을 빛냈다.
“곧, 출진한대.”
“뭐?”
“유진은 군인이잖아. 전쟁이 곧 터진대. 그래서 밀라노를 떠난다는데?”
폴린은 눈을 크게 떴다.
“대체 언제?”
로르가 재미있다는 듯, 폴린을 보다 입술을 뗐다.
그러나 로르의 말이 떨어진 순간, 폴린은 벌떡 일어났다.
너무나 급박했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
아직 마음을 확인하지 못했다.
전쟁터에 나가기 전, 폴린의 마음이 급해진 이유다.
소녀, 폴린이 뛰기 시작했다.
***
갑자기 몬차의 군영은 바빠졌다.
“밀라노는 세뤼르에를 남긴다.”
본래 보급 상태 점검 목적으로, 혹은 모친과 가족들을 피해 왔던 나폴레옹이다.
허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바로 제국군 요격을 위해 출진해야 할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밀라노 북동부 몬차 군영으로 전 사단장이 집결해 결정된 사항을 들었다.
문득 사령부 한쪽에 서 있던 50대 숙장을 향해 나폴레옹이 물었다.
“공적을 세울 기회를 주지 못하겠군. 어떤가, 1만으로 지킬 수 있겠나?”
세뤼르에는 오히려 여유롭게 웃으며 답했다.
“걱정마시지요. 밀라노로, 적군은 발 하나 디밀지 못할 겁니다. 사령관께서 승리만 거두신다면!”
만약 밀라노를 비운다면, 브레시아처럼 점령될 게 뻔하다.
누군가 최소한 주요 인사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롬바르디아 수도를 지킬 필요가 있다.
나폴레옹이 세뤼르에 사단장에게 맡긴 임무다.
숙장 세뤼르에는 딱 적당한 인물이었다.
“좋아. 내 가족도, 밀라노도, 그리고 우리 아들의 공장도 잘 부탁하지. 그럼, 출진 준비하라.”
나폴레옹은 결단을 내렸다.
티롤에서 오스트리아 군단이 온다?
그럼, 적이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선제 진격해 요격하기로 한 것이다.
-잇히히이잉!
말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한때 밀라노로 위풍당당하게 진주해 들어왔던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
허나 출진은 새벽에 밀라노 인들이 아직 깨지 않았을 때 시작하게 되었다.
보급 마차, 행군 준비를 서두르는 전열보병, 먼저 정찰로 나설 기병들이 채비를 갖춘다.
진두지휘할 나폴레옹도 유진을 비롯한 부관들과 함께, 막사를 나섰다.
그때다.
“인사도 없이 가는 건가요, 나폴레오네?”
나폴레옹도, 유진도, 다른 부관들과 사단장들도 깜짝 놀랐다.
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귀부인.
조세핀이다.
유진 여단의 우편하사관, 아르망 가네가 입맛을 다시며 그 옆에 ‘일행’과 함께 서 있었다.
“마담께서 꼭 알려달라고 하시는 바람에······.”
아르망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조세핀은 나폴레옹의 약혼녀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파트롱] 유진의 모친이다.
어머니가 아들의 출정을 보러 간다는데, 막을 수 있는 부하가 어디 있을까?
유진이 입맛을 다실 찰나, 어느새 조세핀이 나폴레옹의 코앞에 다가왔다.
“이렇게 멋대로 떠나는군요, 또.”
“미안하오. 하지만 영광의 전쟁이 날 기다리고 있소.”
“됐어요. 우리 아들이나 잘 지켜요.”
조세핀이 가볍게 나폴레옹의 입술에 입맞춤을 보냈다.
-쪽.
그 순간, 도리어 나폴레옹은 참지 못하고 조세핀의 허리를 붙들었다.
“그대에게 내 천 번의 키스를 보내지!”
“아, 나폴레옹, 이러면 곤란, 웁!”
“응? 조세핀? 잠깐!”
키스를 퍼붓던 나폴레옹에게 당하던 조세핀이 갑자기 몸을 틀었다.
동시에 조세핀이 입을 틀어막은 채로, 황급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보던 유진이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단순한 구역질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어쩐지 방금, 조세핀의 태도는 꼭 다른 것처럼 보였다.
예컨대 [입덧]이라든가.
그러나, 조세핀은 원역사에서 임신을 못하지 않았던가?
“아냐, 어머니는 감옥에 갇히지 않았어.”
본래 조세핀은 1795년 무렵, 감옥에 갇힌다.
그야말로 난행이 벌어지던 콩시에르주리에 말이다.
일설에 따르면 조세핀이 이 시기에 성병이나 유산을 겪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조세핀이 감옥에 갇힌 이유는 다름 아닌 로베스피에르 때문이다.
로베스피에르가 폭주하지 못했고, 또한 몰락해버린 지금 조세핀은 당연히 감옥에 가지 않았다.
또한 아마도 몸이 멀쩡한 상태다.
임신.
혹시 모를 상황에 유진은 놀라 잠시 비틀거렸다.
반면 나폴레옹은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리다 유진을 돌아 보았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갑자기 왜 구역질을?”
“어, 어, 어.”
“유진, 너도 이상하구나. 왜 그렇게 갑자기 창백해진 게냐?”
너무 머리가 복잡해져, 유진은 생각하는 대신 바삐 그 자리를 피했다.
“아, 제 공주님이 오셨군요. 전 이만!”
애초에 아르망은 조세핀 하나만 데려온 게 아니다.
그 뒤로 포 강의 안개를 헤치고 또 다른 사람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마리 테레즈, 유진 카르텔의 [파트로네]다.
마리가 빤히 유진을 쏘아보다 물었다.
“이번에도 또 전쟁터야?”
“아무래도.”
“후방에 있으라고 하면 안 들을 거지?”
유진은 마리를 응시하다 갑자기, 손등에 키스했다.
-쪽.
깜짝 놀란 마리가 뒤로 물러났다.
“뭐, 뭐하는 거야?”
“기사는 전쟁터로 떠나기 전, 레이디에게 손등키스를 하는 법이지.”
“그게 무슨!”
유진은 마리 앞에서 눈을 찡긋거렸다.
“무운을 빌어줘. 이길 수 있게.”
가만히 유진을 보던 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전쟁터에 나가는 유진을 막아설 수 없다.
이제는 보내줘야 할 시간이다.
5만 대군이 몰려 온다는 전장.
부디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원할 뿐이다.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와. 나의 기사.”
그때다.
“어머, 우리 [수양조카]도 전쟁터 가나 보네?”
아무래도 아르망은 정말 민간인을 잔뜩 군영에 데리고 온 모양이다.
폴린, 보나파르트 일가의 차녀.
가볍게 웃음을 머금은 폴린이 반대편 막사에 기댄 채 서 있었다.
수양조카니 어쩌니 하는 걸 보니, 꽤 화가 난 모양이다.
이를테면 나폴레옹의 [결혼선언]이.
유진은 폴린을 보다 쓰게 웃었다.
“아, 폴린. 그건 말이지.”
“왜 반말을 하는 거야? 조카? 고모님이라 불러야지. 이제부터는. 설마 우리 오빠가 아들이라고 한 걸 부정하려구?”
“그, 글쎄, 그게.”
순간, 폴린이 유진을 향해 다가섰다.
“우리는 가족끼리니까, 이런 거 해도 되겠지? 조카?”
너무 빨라, 유진도 미처 뿌리치지 못했다.
-쪼오옥.
딥 키스.
가족끼리 이런 걸 해도 되냐고 유진이 항변하고 싶었지만, 폴린은 너무 빨랐다.
순간적으로 폴린이 떨어지며 유진에게 손짓하며 손키스를 보냈다.
“승리하고 돌아와, 조카? 후후훗!”
찰나, 유진은 생명의 위협을 직감했다.
돌아봐서는 안 된다.
지금 옆에서 경악한 채 노려보고 있는 마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전쟁터에 나선 군인에게 중요한 것은 아군과 적군 뿐이다.
절대적 결의에 찬 유진이 그야말로 총탄처럼 쏘아져, 말 위로 올라탔다.
-다다닥!
아주 빠르게 말에 올라탄 유진이 황급히 달리며 고했다.
“빠른 진군이 필요합니다, 사령관 각하!”
모두가 그 꼴을 보았다.
이제 막 기마에 올라타고 있던 나폴레옹도, 이폴리트를 비롯한 부관들도, 그리고 마세나를 비롯한 사단장도.
마세나, 쥐노, 뮈라가 서로 쳐다보며 낄낄 웃었다.
“크크큭! 우리 마탄의 사수가 아니라도. 속행이 필요하겠지?”
“와하하! 이거, 인기 좋은데! 우리 여단장?”
“어이, 어린 게 벌써부터 연애질이야? 킬킬! 아니, 그런데 누구지? 연애 대상이?”
유진은 황급히 나폴레옹의 얼굴을 보았다.
지극히 묘한 얼굴이다.
행실이 나쁜 여동생에게 혼을 내줘야 할지, 흘리고 다니는 유진을 야단쳐야 할지, 아니면 당장 가부장으로서 조치를 취해야 할지 고심하는 얼굴이랄까.
그러나, 지금은 전쟁의 시간.
나폴레옹은 코웃음을 치다, 기수를 돌리며 외쳤다.
“다시, 이런 일은 용납하지 않는다. 가자, 레이디의 키스와 함께 혁명의 승리를!”
이제, 나폴레옹 군단이 다시 출진할 시간이 왔다.
오스트리아의 희망, 뷔름제르의 군단을 섬멸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