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0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08화(108/547)
(108) 루비콘, 아니 민치오 강을 넘자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강은 아마, 루비콘일 것이다.
저 유명한 카이사르가 운명을 결정한 강.
옛 프랑스령 갈리아와 옛 이탈리아인 로마 공화국 사이를 가르던 강.
그 강을 넘지 못했다면 로마제국도 없었을지 모른다는 강.
다만 이 강은 롬바르디아에서 꽤 남쪽으로 가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눈앞의 강도 [운명]이란 점에서는 결코 루비콘에 뒤지지 않는다.
“여기, 민치오는 바로 우리의 루비콘이라 할 수 있지! 하하핫!”
마세나가 기세좋게 외치며 강 앞에 섰다.
-쏴아아!
가르다 호수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강이 세차게 흐른다.
여름의 폭우가 쏟아진 뒤라, 유량도 유속도 빨랐다.
아마도 마세나는 롬바르디아에서 베네치아 공화국으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루비콘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유진에게는 좀 더 각별한 의미가 있는 강이다.
“썩 기분 좋은 강은 아니군요.”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유진이 입가를 비틀었다.
원역사에서 민치오 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전투들이 있다.
그중 유진이 겪는 전투도 존재한다.
민치오 강 전투.
1814년에 벌어진 그 전투에서 유진은 완승을 거두지 못했다.
만약 완승을 거뒀다면 전세를 역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강을 보며 기분이 나쁜 것도 당연하다.
그때 유진의 옆에서 호쾌하게 어깨를 치는 손길이 있었다.
“걱정 말라고, 소년기수. 너만 있는 거 아니야. 설마 우리가 소년에게만 다 맡길 거라 생각한 건가?”
란이다.
유진은 피식 웃다,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 민치오 강에서도 란이 살아 있었다면 전세 역전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아니면, 저 앞에서 신나게 강을 보는 마세나라도 있었다면.
반대로 말하면, 지금 유진은 나폴레옹이 보유했던 최강의 [원투펀치]와 함께 하고 있다.
독자적 작전이 가능하고, 또한 전략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두 사령관.
승리의 여신이 사랑하는 마세나와 프랑스 대육군의 아킬레우스 란.
그러니, 이번 전투는 절대로 질 리가 없다.
문득 란이 강을 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통적으로 베네토와 롬바르디아의 경계라더니, 딱히 경계병은 보이지 않는군.”
“대신 다리가 별로 없어요. 공병대는 우리 사단에 별로 없죠? 란 장군님?”
“그야 샤슬루프 준장은 본대에 남았으니까, 어쩔 수 없지. 쯧!”
당장이라도 기마대를 이끌고, 도강할 기세로 란이 초조하게 말했다.
마세나도 일단 공병들부터 점고하는 게, 부교를 세울 기세다.
유진은 그때서야 또 다른 사실도 떠올렸다.
속도의 마세나도, 진격의 란도, 둘 다 성격 급한 남자들이다.
어째 이번에는 유진이 두 사람을 제어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볍게 유진이 부관 이폴리트를 돌아 보았다.
“민치오 강에 있는 다리 목록. 불러, 이폴리트.”
마세나와 란이 의아한 눈으로 돌아보았다.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민치오 강은 무려 75 킬로미터나 되는 강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폴리트가 아주 간명하게 대꾸했다.
“페스키에라, 보르게토, 고이토, 그리고 리발타. 딱 네 곳이야.”
“지형은?”
“페스키에라와 보르게토 사이는 협곡이 꽤 있어. 고이토 남쪽은 평탄하고.”
가르다 호수 남쪽 끝에 위치한 페스키에라.
그 아래로 강이 흐르다 좁아지는 보르게토.
다시 강이 넓어지는 충적평원에 자리잡은 고이토와 만토바 인근의 리발타.
이 길다란 강에 있는 다리는 고작 4개다.
마치 현지인이라도 된 것처럼 정보를 읊는 이폴리트를 신기하게 보다, 란이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마탄의 사수?”
“제가 밀라노에서 가장 먼저 세운 회사가 뭔지 모르시는군요.”
“통조림 공장 아니었나? 그나마도 공주님이 공장주인 거 같던데.”
유진은 마세나를 흘깃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아뇨. 제게 돈 맡긴 마세나 사단장님은 아실 겁니다. 금융 우체국입니다. 금융 영업을 겸하는 무장우체부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는 곳이죠. 아, 물론 방데에서 싸웠던 전직 우편연대병들이구요.”
마르세유 은행장, 피에르 콜로를 불러 처음 세운 회사, 밀라노 마르세유 방크다.
당연히 통조림 공장보다 더 빨랐다.
이곳에 [기부금]을 맡긴 바 있는 마세나는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체국 직원들이 지형 탐색을 하는 ‘정보원’ 노릇을 할 줄은 미처 몰랐다.
마세나가 눈썹을 치뜨다 피식 웃었다.
“이야, 이쪽에 보낼 편지들이 많았나 보군.”
“길을 좀 잘못 들어서요, 사단장님.”
“좋아. 그럼, 우리 대단하신 마탄의 사수께선 그 마탄을 어디에 박기 위해 지형을 찾은 건가?”
별명을 부르는 것은 마세나와 란이 각각 다르다.
란은 여전히 유진을 소년기수라 부르며, 자신이 먼저 나서려 든다.
반면 마세나는 블랙유머를 섞어 마탄의 사수라 부르지만, 유진을 활용할 자세를 취한다.
이는 란이 유진을 우습게 본다는 뜻이 아니다.
직접 전투에 나서는 것을 선호하는 란과, 남을 활용하기를 좋아하는 마세나의 차이다.
성격 급한 둘이지만 분명 성향의 차이가 있달까.
슬쩍 어깨를 으쓱이며 유진이 대꾸했다.
“우리가 그냥 달려간다면, 적은 눈치챌 거예요. 기만이란 걸.”
“그렇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늦게 갈 수도 없잖나? 너무 늦으면 또, 적이 눈치채.”
“그러니 우리는 진지하다는 걸 보여 줘야 하는 거죠.”
유진은 지도를 펼치며 눈을 빛냈다.
“형식상 동맹군인 베네치아를 구하기 위해 기동하는, 나폴리 왕국군을 격파해서 말이죠.”
지도는 이 민치오 강 일대가 그려져 있었다.
그 정도라면 파리 치안군 본부, [지형부]에는 다 있는 지도다.
허나 이 지도에는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 신성로마제국 티롤군, 그리고 또 다른 군들의 움직임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특히 처음 보는 남쪽 방면군의 모습에 마세나도, 란도, 그리고 구경 중이던 기마척탄병 부지휘관, 쥐노도 깜짝 놀랐다.
쥐노가 황급히 물었다.
“잠깐, 나폴리 왕국? 그쪽도 이번 전쟁에 참전했어?”
“부관회의 때 졸았어요? 나폴리 왕국도 엄연히 대프랑스동맹이에요, 쥐노. 물론 나폴리는 돈만 대고, 실제 병력은 오스트리아 출신 장군이 움직이죠. 사르데냐 왕국 때와 비슷해요.”
“아, 미켈란젤로 얘기군. 그런데 이번엔 누구지? 지금 이 근방까지 왔나?”
이전, 사르데냐 왕국의 사령관이었던 미켈란젤로 콜리 얘기다.
콜리는 본래 오스트리아의 군인으로, 사르데냐 왕국에 파견되었다.
군대가 상대적으로 약한 사르데냐를 보호하기 위한 신성로마제국의 조치랄까.
이번에 남쪽에서 진군 중인 나폴리 왕국도 마찬가지다.
부르봉 왕가가 지배하지만, 경제는 영국이 지배하고, 군사는 오스트리아에 의존하는 나라.
툴롱 반란 때도 영국과 함께 병사들만을 제공했던 위성국가.
나폴리 왕국의 실체다.
얼마 전, 전직 우편병 자코프 엘리가 전해준 정보 쪽지를 유진이 들어 보였다.
“안톤 리프타이 폰 키스팔루드. 몬테노테에서 우리에게 깨진 자죠. 그 자가 남쪽으로 도망갔다가 북상 중이에요.”
바로 몬테노테에서 아르장토 백작 휘하의 직속 연대장이었던 남자다.
로셀미니가 북쪽으로 도망친 것과 달리, 리프타이는 남쪽으로 도주했다.
그 결과 리프타이는 나폴리 왕국의 조력을 받게 된 것이다.
이제, 나폴리 왕국에서 충원된 병사들을 이끌고, 북상하고 있다.
동맹국 베네치아 공화국을 돕기 위해서.
유진이 지도 위, 붉은 지점을 가리켰다.
“이 자를 격파하죠. 이곳, 보르게토에서. 그리고 우리는 베로나로 가는 겁니다.”
민치오 강의 4대 다리.
그중 기습을 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
안톤 리프타이 폰 키스팔루드, 헝가리 출신의 소장파 장군이다.
“이번에야말로 우리 연대가 공적을 세워야 해. 아니면, 제국으로 귀환할 낯이 없다!”
역시, 바이에른 왕위승계 전쟁 때 군에 참전했고, 주로 투르크와 싸우며 공적을 세웠다.
수많은 교전을 치렀고, 전쟁을 일상으로 여기던 자.
이탈리아에 부임할 때만 해도 잠시, 쉬어간다는 감각으로 왔다.
푹 쉬다, 라인 전장으로 가는 게 리프타이의 본래 일정표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리프타이는 그 어떤 전장보다 놀라운 전쟁을 겪어야 했다.
몬테노테, 그 악몽 같은 전장을 뒤로 하고 나폴리까지 도주한지 3개월.
이제 공적을 세워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끌고 가는 병력은 총 5천 명.
장교급은 몬테노테의 생존자들이지만, 병사들은 나폴리 왕국 출신이다.
이 병력을 이끌고 형식적으로 베네치아 공화국을 방어한다.
그 후 본국으로 되돌아가는 게 리프타이의 목표다.
혹 싸우게 된다면, 생색은 낼 수 있는 숫자다.
그때 같이 말 위에서 행군 중이던 마티아스 루카비나 연대장이 물었다.
“만토바로 가는 게 가장 빠르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리야! 그쪽은 보나파르트가 군대를 보냈다고! 또 보나파르트에게 깨지고 싶은가! 마티아스 루카비나!”
“그,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도, 몬테노테에서 충분히 봤죠.”
몬테노테의 생존자, 루카비나가 몸을 떨었다.
“그 악마 같은 놈들의 군사력을.”
몬테노테, 그 악몽 같은 전장.
18세기 교전 상식을 완전히 무시한 육박전과 섬멸전.
그곳에서 살아남은 게 놀라운 일이다.
리프타이는 고개를 휘저었다.
다시 프랑스 군대와 싸우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베네치아에서도 싸우지 않고 귀환하는 게 리프타이의 목표다.
그때다.
문득 루카비나가 눈을 크게 떴다.
“연대장님! 전방을 보십시오!”
“무슨 소리야? 전방이라니. 이 근방에는 군대가 없어! 일부러 만토바 방면도 피해서 왔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건 분명히!”
마티아스 루카비나 폰 보이노그라드, 7년 전쟁 때부터 싸웠던 노장은 눈을 부릅떴다.
“프랑스 군대의 삼색기입니다!”
그 순간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두두두!
대지를 울리는 말발굽 소리.
먼지가 피어오르는 광경은 분명 기마대의 돌격이다.
기병은 보병을 돌파할 수 없다는 것, 전장의 상식이지만 루카비나도 리프타이도 반응하지 못했다.
수천 기가 눈앞에 달려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말도 안 돼. 아니, 이 근방만 다리가 있으니 말이 되나? 하지만, 대체 왜 우리에게!”
리프타이가 비명을 지를 찰나, 선두에 선 유진이 외쳤다.
“유진 수류탄, 일제 투척!”
순간, 꼬리가 달린 [유진 수류탄]이 일제히 비행해 날아들었다.
-쾅! 쾅! 쾅!
보르게토, 민치오 강이 흐르다, 갑자기 좁아지는 장소.
협곡과 구릉이 많아 병력을 숨겼다 기습하기 딱 알맞은 곳이다.
실은 이곳에서 원역사에서는 볼리외가 후퇴하다 나폴레옹과 교전을 치른다.
그러나 볼리외가 죽은 지금, 그 패잔병들이 북상하다 유진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다.
“대열, 대열을 갖춰라! 수, 수류탄은 단발이야!”
“아닙니다! 지금 또 던지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방진을 갖춰! 사격 준비!”
리프타이와 루카비나가 우왕좌왕할 때였다.
-휘익!
유진 기마척탄병 여단 1천 기는 좌우로 흩어졌다.
갑자기 변화무쌍하게 피하는 기병들을 보며 리프타이는 눈을 깜박였다.
기병대가 보병방진과 맞서기 어렵다지만, 지금 리프타이의 5천 병력은 대열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어째서 서전만 치르고 회피기동하는 걸까?
“뭐지?”
그 순간 흙먼지 뒤로 총성이 울렸다.
-탕!
기병대가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던 것이다.
파도가 몰려오듯, 이번에는 3배는 되어 보이는 기마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도 경험 덕에 흙먼지 사이로도 적군을 파악한 루카비나가 부르짖었다.
“총기병대입니다! 막아야 합니다! 방진으로!”
그러나 미처 보병대가 방진을 세울 틈도 없었다.
총구가 일제히 리프타이 군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천의 총탄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선두에 선, 1천 기는 말 위에서도 속사처럼 빠르게 쏘아댔다.
-탕! 철컥, 키릭. 탕! 철컥, 키릭. 탕!
1분에 최소 5발이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리프타이가 비명을 질렀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현실일 리가 없어! 저, 악마 놈들!”
그 순간, 배후에서 기마척탄병 여단이 다시, 리프타이의 5천 나폴리 보병대를 덮쳤다.
-다다다!
이제 대열은 부서지고, 군대는 흩어질 시간이 온 것이다.
문자 그대로 군의 붕괴가 일어나고 있었다.
***
마지막 남아 있던 보병이 총검에 찔러 단말마도 지르지 못한 채 죽었다.
-퓩!
피가 튄 상태로 유진이 혀를 찼다.
기마척탄병 일격, 피레테 기병대의 돌격, 그리고 마세나 사단의 종대 진격.
마치 톱니바퀴가 맞춰 돌아가듯 사이클이 이어졌다.
지휘관이 3명으로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덕분에 애꿎은 나폴리 병사들은 거의 전멸 상태로, 포로 하나 남지 않은 것이다.
유진이 마세나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총검돌격은 꼭 하실 필요는 없지 않았습니까?”
“에이, 이럴 때 연습시켜야지. 정말 위험할 때 써먹으려면.”
“덕분에 모두 죽여버릴 뻔했다구요. 마세나 사단장님.”
유진의 말에 마세나가 눈을 찡긋거렸다.
“그래도, 리프타이는 보냈잖아? 후훗!”
수천의 시체와 사상자 사이에 리프타이의 모습은 없었다.
실로 몬테노테의 참극에서 도주했던 것처럼, 이곳 보르게토에서도 도망친 것이다.
민치오 강을 넘어서 도주했으니, 아마도 브레시아 요새로 도주할 가능성이 높다.
작전목표를 달성한 란이, 유혈 사이에서 태연히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리는 베로나로 가는 건가?”
“예, 맞습니다.”
“좋아. 전군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행군 준비한다!”
그러나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기병은 쉬지 않습니다.”
숨을 돌리고 있던 란도, 방금 전까지 유쾌하게 웃던 마세나도, 불만스레 말 위에 있던 뮈라도 눈을 크게 떴다.
방금 교전이 끝나는데, 말을 달리자는 것이다.
손을 들어 동쪽을 가리키며, 유진이 말했다.
“기마척탄병 여단과 제13피레네 기병연대는 이대로 달립니다.”
“아니, 왜? 기병대만 운용했다가, 적군 완편부대와 마주치면 위험하네!”
“아뇨. 마세나 사단장님. 이 근방에는 더 이상 규모있는 적이 없어요. 있다면, 베네치아 민병대입니다.”
마세나의 만류에도 유진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대로, 베네치아로 달려서 적들에게, 정말 베네치아가 공격 대상이란 걸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뷔름제르가 [눈]을 보낼 거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겠죠.”
“대체 뭘!”
“나폴레옹 장군이 고작 1개 사단병력만 보유한 채, 로나토 인근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승전에 취해 있던 모두가 불현듯 깨달았다.
왜 마세나와 란, 유진이 이렇게 동쪽으로 진군하고 있는가?
오주로, 라하르페, 세뤼르에는 왜 다 흩어진 상태일까?
적, 뷔름제르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그러자면 더욱 강렬한 승부수가 필요하다.
기병대 단독 진군은 퍼포먼스로 보여주기 적합한 진군이다.
진군으로 프랑스 군의 전략목표를 착각하게 만들면서도, 보병대의 회군은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득 란이 이를 드러내다 유진을 정시하며 물었다.
“대담하군. 우리가 만약 방금 충돌한 규모의 적 보병대하고만 부딪쳐도, 끝장이야. 알지?”
“알죠. 일단 당장 화약과 탄약부터 휴대할 만큼만 가져갈 테니까.”
“그래도 가겠다는 건가?”
가장 큰 문제는 결국 화약이다.
기병대는 기동성에 모든 것을 건다.
보급마차도 함께 하지 않는다.
결국 화약과 탄약을 휴대용으로만 들고 갈 수 있다.
서전 한 번으로 모든 화력이 날아간다는 얘기다.
근세 전투에서 절대 피해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진은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계책이 있습니다. 베로나를 가져올 계책이죠.”
뚫어져라 유진을 보던 란이 마세나를 돌아보았다.
“난, 이 도박꾼에게 걸겠어. 마세나? 당신은 뒤에서 따라와.”
이 자리에서 상급자는 마세나다.
아무리 란이나 유진이 독립부대를 지휘한다 해도, 계급으로 누를 수 있다.
게다가 기병 단독 작전은 화약이 전쟁의 주역이 된 후, 지극히 기피되는 작전이다.
하지만 마세나는 골똘히 생각하다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계산이 선 것이다.
설사 베로나를 점령하지 못한다 해도, 다시 회군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
“그러지.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베로나를 점령하길 바라네. 아니면, 베로나 구경도 못하고 회군해야 할 걸! 하하하!”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수하들을 돌아보았다.
“그럼, 베로나로 간다!”
쥐노, 뮈라, 그리고 이폴리트가 기마에 다시 올라탔다.
“아, 진짜 쉬지도 못하고! 베로나 미녀들 보지 못하면 항명할 거야!”
“크, 이번에야말로 공훈이나 좀 세웠으면 좋겠는데. 유인전은 이제 지겹군!”
“헉, 헉, 헉! 아이고, 죽겠다!”
다시, 유진과 란이 달리기 시작했다.
운명의 강, 민치오를 넘어서 이번에는 베로나가 새로운 목표가 된 것이다.
아직, 뷔름제르는 브레시아에서 기어 나오지 않았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