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0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09화(109/547)
(109) 유진이 베로나를 서신 하나로 점령하다
베로나,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도시다.
“빌어먹을. 이러다, 우리가 비극의 주인공이 되겠어!”
베로나 [총독], 피에르 포스카리가 총독관저에서 부르짖었다.
이곳, 베로나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이탈리아 반도에 보유한 육지 영토다.
무려 1405년부터 지배해왔으니 3백년 간 베네치아 지배하에 있었던 셈이다.
그중 파도바와 함께 가장 중요한 도시라, 특별히 [총독급]의 고위 인사가 체제한다.
그러나 총독이란 명칭에서 볼 수 있듯, 이곳은 일종의 식민지로 본국과 달리 취급된다.
바다의 공화국 베네치아에게 본토란 결국, 베네치아 도시 하나 뿐이다.
나아가 해상공화국답게 베네치아는 평시에 상비 육군을 두고 있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라, 포스카리는 더욱 날뛰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가 베로나 코앞까지 다가온 시점이니 더욱 그렇다.
“보나파르트가 온다고? 이곳으로? 대체, 왜!”
“이유야 많죠. 여긴 요충지고, 우리는 신성로마제국의 동맹국인데다, 사실 군사력도 거의 없잖아요.”
“민병대를 더 모아! 최소한 성벽을 함부로 못 넘게 해야지!”
포스카리가 민병대 지휘관, 프란체스코 바탈리아에게 다그쳤다.
“도시성벽은 혹시 넘게 되더라도, 산 피에트로 요새만큼은 지켜낸다! 대포 8문, 민병 6천 명! 여기에 나폴리 왕국에서 오기로 한 지원병까지 합하면, 버틸 수 있어!”
산 피에트로 요새, 베로나 내성에 해당하는 요새지다.
아디제 강을 내려다보는 중세 고성으로 일단 성문을 걸어 잠그면, 위치상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만토바처럼 천혜의 요새라 불릴 정도는 아니다.
바탈리아는 침묵으로 답하지 않은 채, 암담한 기분으로 총독 관저를 나섰다.
이곳, 베로나는 번영하는 상업도시다.
그러나 결코 전쟁에 적합한 요새지는 아니다.
옛날 중세나 르네상스 시절에 세워진 성벽은 대포가 등장한 현재는 방어에 적합하지 않다.
만약 프랑스군이 대포를 30문만 배치해도, 성벽은 쉽게 뚫릴 것이다.
그간 전쟁을 외면해온 베네치아 공화국이 대가를 치를 때가 온 셈이다.
하필 그게 바탈리아의 고향, 베로나라는 게 슬픈 일이지만 말이다.
그때다.
“베로나 총독은 결사항전의 태세인가, 메세르 바탈리아?”
바탈리아는 고개를 돌리다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는 얼굴이다.
알렉산드로 오토리니, 베네치아 공화국의 극서 도시, 베르가모의 시장이다.
나아가 바탈리아처럼 이탈리아 통일파, 곧 [애국자들]의 일원이기도 했다.
바로 나폴레옹에게 이탈리아 통일을 권유했던, 이탈리아 자코뱅 데릴과 같은 부류다.
때문에 전부터 바탈리아도 오토리니와 교류가 있었다.
“그렇다고 하는군요. 알레산드로 오토리니 시장님.”
“베르가모도 결사항전의 의지는 있네. 단지 화약과 총기, 그리고 대포가 부족하군.”
“브레시아도 그랬겠죠.”
문득 바탈리아가 이를 갈며 말했다.
“프랑스도 아니고, 오스트리아가 브레시아를 점령해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모체니고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죠?”
조반니 알비제 모체니고, 브레시아의 시장이다.
사실 브레시아는 빈 도시가 아니다.
엄연히 법적으로 베네치아 공화국의 도시로, 본국에서 파견된 시장이 통치하던 곳이다.
뷔름제르의 전위대, 쿠오스다노비치가 진주할 때 무저항 항복했을 뿐.
하지만 모체니고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어쨌든 베네치아 공화국은 상비육군이 없고, 오스트리아는 명목상 동맹국이다.
그러니 결사항전의 태세로 싸울 수도 없고, 싸울 능력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모체니고는 항복했고, 브레시아는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 들어간 상태다.
브레시아보다 더 서쪽에 위치한 도시, 베르가모의 시장 오토리니가 쓰게 웃었다.
“오스트리아가 늦게 왔다면, 결국 프랑스가 점령했겠지.”
“최소한 지금처럼 완전히 영토를 빼앗기는 형태는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게 무슨 꼴입니까? 설사, 프랑스를 몰아낸다 해도, 브레시아는 빼앗길 판입니다!”
“반대로 프랑스가 온다면, [자코뱅]들이 들고 일어날 거야. 안 그런가?”
이탈리아 통일파라고 모두 자코뱅은 아니다.
자코뱅은 시민공화국을 지향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베네치아 인들은 이른바, 귀족공화국에서 천년 간 살아왔다.
포스카리도, 모체니고도, 오토리니도, 그리고 바탈리아도 모두 그런 베네치아의 귀족들이다.
그러니 혁명과 프랑스에 대한 반감은 공유하는 터였다.
바탈리아가 총독 관저 앞에서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일 찰나였다.
“하지만 자네 판단이 틀린 건 아냐, 바탈리아. 먼저 움직이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어.”
오토리니의 말에 바탈리아가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뜻입니까? 오토리니 시장님?”
“솔직히 말하지. 베르가모는 롬바르디아 코앞이야.”
“사실상 롬바르디아 권역에 가깝긴 하죠. 하지만, 프랑스 군은 베르가모 방면으로 오지 않았잖습니까?”
문득 오토리니가 주위를 둘러보다, 품에서 서신 하나를 건넸다.
-슥.
편지를 보던 바탈리아가 미간을 좁혔다.
“이게 뭡니까?”
“밀라노 주둔 사단장, 세뤼르에 장군 명의의 서신이지. 하지만, 실제로는 아마도.”
“보나파르트의 서신이군요. 어디.”
그런데 편지를 본 순간, 바탈리아는 경악했다.
“오스트리아 군 전멸을 위한 [길]을 빌려주면, 도시를 점령하지 않겠다?”
이른바 [정오가도]쯤 될까.
물론 길을 빌려달라는 것은 사실상 도시의 통제권을 내놓으란 얘기다.
상대가 무력을 앞세운다면, 결국 도시지배권까지 빼앗길 수 있다.
기가 막힌 얼굴로 바탈리아가 오토리니를 보았다.
반면 오토리니는 뻔뻔하게 바탈리아에게 말했다.
“실제로는 베르가모로 기동하진 않았네. 하지만 협력 관계는 맺기로 했지.”
“시장님, 그건 공화국에 대한 반역입니다!”
“아니면, 최소 1만의 프랑스 군이 쳐들어올 거야. 세뤼르에가 누군지 모르나? 쿠네오 전투의 승장이야. 보나파르트 다음 가는 [이탈리아 군단]의 2인자라고! 본거지를 맡길 정도지!”
물론 살짝 오해가 있는 얘기다.
허나 대외적으로 세뤼르에가 가장 나이 많은 사단장으로서, 이탈리아 군단의 2인자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쿠네오 전투의 승장인 것도.
방금 전까지 프랑스에 대한 반감을 떠들던 오토리니다.
대체 이곳 베로나까지 왜 온 걸까?
설마 구원 요청말고 다른 목적이 있는 걸까?
오토리니를 노려보던 바탈리아가 이를 갈며 물었다.
“그래서, 설마 그걸 베로나 총독에게 허락받으러 온 겁니까? [테라 페르마]에서 베로나 총독이 육지 행정관 중 일인자니까?”
“아니. 그럴 리가 있나. 난 자네를 보러 온 거야. 사실.”
“대체 왜죠?”
오토리니는 또 다른 서신을 건넸다.
“베로나의 성문을 열어라?”
이번에는 바탈리아에게 보내는 편지다.
편지의 내용을 읽던 바탈리아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민병대장인 바탈리아나 외지의 고관인 오토리니를 경계하는 이들은 없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테라 페르마, 곧 베네치아의 육지 본토령을 지키는 병사들은 기강이 해이하다는 뜻이다.
쓴웃음을 머금다, 바탈리아가 오토리니를 다시 노려 보았다.
“그러니까, 나보고 항복하라고 온 겁니까? 세뤼르에의 명령을 받고?”
“아니, 항복하라는 게 아냐. 그냥 성문만 열면 돼.”
“그게 그거 아닙니까!”
오토리니는 손을 저었다.
“틀려. 보나파르트는 우리 공화국을 정복할 여력이 없어. 왜? 뷔름제르가 왔으니까.”
바탈리아는 눈을 깜박였다.
물론 바탈리아도 이미 아는 정보다.
베네치아는 상인귀족정의 나라, 정보를 중시하는 게 국책이다.
그러나 어쩐지 오토리니의 말은 단순한 정보 이상의 분석이 있는 것 같았다.
오토리니가 열띤 어조로 설명했다.
“이건 유인책이야, 바탈리아.”
“그럼?”
“우리 베로나를 점령하는 척 하고, 다시 돌아가는 게 저들 목표야.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겠나? 뷔름제르는 브레시아를 점령해 버렸어. 프랑스와 다를 게 없다고.”
낯을 찡그리던 바탈리아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한꺼번에 공멸하도록 싸우게 만드는 게 답이군요.”
누가 이기든, 서로 싸우게 만든다.
그게 오토리니의 주장 핵심이다.
아주 흡족한 얼굴로 오토리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야. 바탈리아.”
결국, 오토리니에게 설득당한 바탈리아가 비틀거리며,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던 오토리니가 식은땀을 닦아낼 찰나였다.
뒤에서 그때까지 골목 한 구석에 숨어 있던 중년 남자가 한 걸음 나서며 웃었다.
“설득력이 뛰어나십니다, 오토리니 시장님.”
남자의 뒤에 선 것은 고미 대위, 유진의 경호장교다.
그러니 고미가 지키는 이는 당연히 프랑스의 고위인사일 수밖에 없다.
난처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던 오토리니가 남자를 향해 물었다.
“베르가모는 이제 무사한 겁니까, 살리체티 총재님?”
“난 프랑스 최고위 5인 총재 중 하나요. 내 보증을 못 믿겠단 말이오? 심지어, 여기까지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왔는데.”
“그건 믿지요. 하지만 프랑스 군대, 아니, 보나파르트 장군을 믿을 수 있을지.”
무려 명목상 적국의 도시에 침투한 대담한 총재, 살리체티가 코웃음을 쳤다.
“오토리니, 내가 아니라 상황을 믿어요. 나폴레옹 장군은 이미 오스트리아를 두 번이나 꺾었습니다. 그것도 완벽하게.”
물론 살리체티는 그저 위험을 무릅쓰고 온 게 아니다.
본래 코르시카 독립운동 때부터, 테러와 잠입은 살리체티에게 일상사였다.
고작 비전투 상황인 베네치아의 대도시에 잠입하는 것쯤, 살리체티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역사에서는 아예 나폴리 왕국의 공안청장이 되는 남자, 살리체티가 단호히 말했다.
“이번에도 반드시 이깁니다. 그리고 그때, 당신은 승자의 편에 서게 될 거요. 오토리니.”
어차피 약자는 선택권이 없다.
밀라노 코앞에 있는 도시의 시장, 오토리니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한때 정보대국으로 불리던 베네치아도 벌써 건국 후 천년이 지났다.
“왔습니다! 기병대로 보이는 군부대가 민치오 강 방면에서 달려옵니다!”
고작 하루 만에 프랑스 군대가 들이 닥치는 것을 몰랐을 정도다.
이제는 저 유명한 베네치아 10인위원회도 형식상으로만 존속하는 시대.
심지어 본국 도시를 방어하는 함대도 고작 갤리선 10척에 불과하다.
그러니 육지 본토의 대도시, 베로나라고 다를 것도 없다.
그간 가장 중요한 임무는 베로나의 관세 조정이었던 남자, 총독 포스카리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올 것이 왔군. 본국 정부로 파발을 보내라. 그리고 대책 수립을 요청해!”
“예, 총독!”
“나폴리 왕국의 지원군은 어떻게 됐지? 오스트리아 군에 이 사실을 알릴지 결정해야겠군.”
그때 총독 관저에 있던 고위인사, [오토리니]가 무겁게 말했다.
“지금은 망설일 때가 아니오, 총독.”
“그렇지만, 외세의 개입을 불러올 수도 있는데.”
“가용 가능한 전력을 동원해야 하오. 브레시아로 구원요청을 보냅시다! 오든 오지 못하든, 오스트리아도 뭔가 대책을 세울 거요!”
오토리니의 말은 정론이다.
또한 밀라노 코앞에서 그간 프랑스 군 동향을 살펴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포스카리는 오토리니의 말을 신뢰하며, 결단을 내렸다.
“맞는 말이오, 시장. 메세르 베빌라쿠아! 지금 당장, 브레시아로 가게. 기병 10명을 붙여주지!”
에르네스토 베빌레쿠아, 곧 총독관저 경비대장이 부하들과 함께 뛰쳐 나갔다.
“알겠습니다! 미니스칼치, 마페이! 가세!”
어쩐지 적군이 몰려오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최소 백년 가까이 베로나는 평화로웠다.
심지어 이탈리아가 전화에 휩싸였던 바이에른 왕위승계 전쟁 때도 베로나 인근은 병사들이 몰려온 적이 없다.
그렇기에 이번 전투는 베로나 입장에서는 백년만의 전투다.
누구도 전쟁을 기억하지 않는 상황이니, 전쟁을 상상하지도 못한다.
역시 거칠게 한숨을 몰아쉬며, 총독이 민병대장을 돌아 보았다.
“후욱, 지휘관급으로는 자네만 남았군. 이제, 바탈리아 자네만 믿네.”
민병대장 바탈리아는 총독을 돌아보다 이를 악문 채, 고개를 조아렸다.
“예, 총독.”
쓸만한 지휘관조차 모두 [전령]으로 보내 버렸다.
결국 바탈리아는 외통수가 된 셈이다.
성벽을 향해 걸어 나가는 바탈리아의 뒤로, 부지휘관 이그나치오 기우치가 뒤따랐다.
걱정 가득한 얼굴로 기우치가 물었다.
“바탈리아 대장님. 괜찮으시겠습니까? 먼지를 보니, 심상치 않습니다. 기병대니 아마 선발대일 텐데.”
“이그나치오, 자네도 보이는군. 저 숫자가.”
“예?”
성벽 너머, 달려오는 기병대를 보다 바탈리아는 이를 갈았다.
“고작 선발대가 최소 3천 이상이야. 아마 보병 본군까지 온다면 만 단위가 넘겠지. 대포는 최소 30문에서 50문은 넘을 거고.”
당연히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돌격해오는 병력은 기마척탄병 1천 기와 피레네 기병대 3천기 뿐이다.
하지만 초계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에 익숙한 군인도 없는 베로나다.
현재 최고 지휘관격인 바탈리아부터 본래는 행정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판단 가능한 영역이 있다.
전체적인 전력의 절대적인 격차다.
“우리는 고작 민병 6천에 대포 8문이야. 이길 수 없어. 이긴다 해도, 시민들은 모두 죽을 걸세. 저들은 적군을 모두 전멸시키는 야만인들이야.”
눈앞의 기병대를 보며,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 본군을 상상하는 바탈리아가 낯을 일그러뜨렸다.
공포는 전염되기 마련.
민병대 부지휘관 기우치도 몸을 떨었다.
“대장님, 그 말씀은.”
결국 바탈리아는 어제, 오토리니를 통해 들어왔던 ‘제안’을 수락했다.
“문을 열지. 총소리가 나기 전에.”
베로나의 문이 열리는 가운데, 일련의 기병대가 들이닥쳤다.
-타다닥!
란, 그리고 유진이 선두에 선 나폴레옹 기병대가 말이다.
***
3백년 베네치아 영토였던 도시, 베로나가 서신 한 번에 정복된 것이다.
“으아아! 바타지아! 이 배신자! 어떻게 이런 짓을!”
아무것도 몰랐던 총독은 그대로 시청 지하, 감옥에 갇혔다.
원역사에서는 총독, 포스카리가 마세나 사단이 진격하자 결국 항복한다.
허나, 작전 속도가 빨라진 지금, 유진은 총독의 항복을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그때 비명을 지르며 끌려가는 포스카리를 보다, 선임지휘관 란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살리체티 총재님. 왜 여기 계시죠?”
바로 프랑스 총재정부의 5인 총재 중 하나, 살리체티가 시청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옆에는 오토리니가 함께 수행원처럼 따르고 있었다.
살리체티가 거드름을 피우며 웃었다.
“그야 우리 마탄의 사수께서 이 도시에, 날 마탄으로 쏜 거지.”
“맙소사. 설득하신 겁니까?”
“그리 어렵지 않았어. 협력자도 있었고, 또 우리 사수께서 생각하신대로 다들 움직이더군. 꼭 점쟁이 같던데? 크큭.”
정치를 모르는 순수한 군인, 란은 입을 쩍 벌렸다.
적진의 한복판에 들어가 [정보원] 노릇을 정부 최고위자가 한 셈이니, 놀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상 살리체티는 그리 위험한 일을 한 것도, 경험 없는 일을 한 것도 아니다.
애초에 코르시카 독립 운동 때도, 혁명 정국에도, 내전 당시에도, 전쟁터는 일상이었다.
그에 비하면 실제 전투가 벌어지지 않은 베로나 침투 따위는 별 것 아니다.
그럼에도 총재가 직접 나선 것만은 분명 평가할 만 하다.
기대대로 움직여 준 살리체티를 보며, 유진이 흡족하게 웃었다.
“바타지아는 [애국파]니까요. 오토리니 시장도 마찬가지고.”
나름 나폴레옹의 부관이라, 정치에 대해 좀 아는 쥐노가 아는 척을 했다.
“이탈리아 통일파라 이거지? 하지만 그건 우리 편이란 얘기는 아냐.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고.”
“상관없어요. 어차피 우리 목적은 여길 지금 점령하는 게 아닙니다.”
“어, 그렇긴 하지만. 그럼 이제 회군하는 거야?”
유진이 문득 서쪽을 보며 말했다.
“아뇨. 듣자 하니, 뷔름제르는 일 단위로 계획표를 짰다더군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이나 모레까지, 베로나로 올 정보가 있어요.”
베로나 서쪽, 가르다 호수를 건너 달려올 브레시아에서 올 급보다.
급보가 도착해야만, 유진도 움직일 수 있다.
마침내 뷔름제르가 출격했다는 소식.
그때 비로소 유진은 회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