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1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10화(110/547)
(110) 뷔름제르의 출격을 알려라
정보수집은 명장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문제는 이 정보라는 게 늘 정확하다는 보증이 없다는 거다.
게다가 설사 정확하다 해도, 조금만 늦어도 이미 쓸모없는 정보가 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단순히 정찰이나 첩자만 쓰는 게 아니라, 정보조직이 필요하다.
적시성, 정확성, 그리고 신속성을 갖춘 체계적 조직이 말이다.
유진은 그 때문에 밀라노에 [방크 드 마르세유 디 밀라노], 곧 마르세유 은행 밀라노 지점을 설치했다.
외양은 은행이고, 직원은 우체부가 많지만, 실질 업무는 정보수집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탓에, 아직 모든 게 초보적이다.
이 지점의 책임자, 전직 우편연대 하사관 자코프 엘리도 그랬다.
“도무지 알 수가 없군. 뷔름제르가 언제 움직일지!”
밀라노 외곽, [방크 밀라노]의 비밀 사무실에서 엘리가 머리를 쥐어 뜯었다.
정보량은 부족하지 않다.
전직 우편연대 병사들 중 퇴역을 희망한 병사들을 중심으로 사설조직을 만들었다.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들이라, 이탈리아어에 능통한 이들도 많았다.
우체부로 위장한 요원, 2백 명을 롬바르디아와 브레시아 일대에 퍼뜨렸다.
특히 유진이 파견한 아르망 가네도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중이다.
하지만 다들 훈련받은 요원이 아니다 보니, 수집 정보는 모두 비체계적이다.
그저 산발적으로 본 것을 전하는 수준이랄까.
옆에서 아직 파리로 귀환하지 않은 다마스가 낄낄 웃었다.
“아이고, 그걸 우리가 어찌 압니까, 무슈 엘리. 파트롱도 모르는데.”
“파트롱이 우리에게 맡긴 임무일세, 다마스 사장. 이익을 못 내도 좋으니, 정보 수집만은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그야 은행업은 결국 마르세유에서 할 거니까 그렇죠.”
사실 다마스도 파리에 돌아가면 일거리 천지다.
다만 유사시 유진의 가족과 마리를 탈출시키는 게 다마스의 임무다 보니, 밀라노에 남은 것이다.
그때 다마스의 시선이 엘리의 책상 위, 지도를 향했다.
“오, 이거 작전도예요?”
“그래. 볼 줄 아나? 사장은 군 경력은 없잖아.”
“에이, 다마스 가문은 나름 군문이에요. 제 아버지도 이제 파리로 귀국하긴 했지만, 마르티니크 총독이었다구요. 그건 그렇고.”
작전지도를 보던 다마스가 뜨악한 표정이 되었다.
“이거, 너무 진지하게 기동 중 아니에요?”
본래 군사 이동은 당연히 군사기밀이다.
허나 이번 이탈리아 원정에서 유진은 특별히 군사기밀을 방크 밀라노와 공유했다.
비록 사설조직이지만, 유진의 직할조직인데다 모두 군인 출신임을 감안한 것이다.
게다가 지도 자체는 적을 유인하기 위한 기망 기동 표시이긴 했다.
엘리가 또 다른 보고서를 집어들며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어쩔 수 없어. 다들 정말 움직여야, 적도 속을 테니까.”
“아니, 이게 군사 이동이란 게 말이죠. 대군이 움직이면, 쉽게 진로를 바꾸기가 어려워요. 게다가 보급품도 같이 끌고 와야 하구요.”
“뭣하면 모두 버리고 돌아오라는 명령이 있었네. 보나파르트 사령관의 지시지.”
보고서를 넘기던 엘리가 결국 보고서를 던지며 한숨을 쉬었다.
“진짜 문제는 그게 아냐.”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우리 파트롱이 미쳤어. 베로나에 총재를 보냈거든.”
총재, 살리체티.
명목상이긴 하지만 프랑스 최고 권력인 5인 총재 중 하나.
아무리 나폴레옹의 대리인이나 마찬가지라지만, 현재 이탈리아에 와 있는 프랑스 최고위자다.
다마스가 기가 막혀 되물었다.
“살리체티 총재가 무슨 약점 잡혔어요? 세상에! 대체 왜 갔대요?”
“글쎄, 본인 말로는 애국을 위해서 간다던데, 내 보기에는 베네치아에서 한몫 잡으려는 거 같아.”
“예? 아, 하긴. 그분 돈 욕심 많죠.”
입맛을 다시는 다마스에게 엘리가 혀를 차며 일렀다.
“혹시, 이 작전에서 살리체티 총재가 죽기라도 하면 아주 난리가 날 거야. 파리에서 당장 파트롱 소환령이 떨어질 거라고.”
아주 손쉽게 진행된 베로나 점령이다.
그러나 조금만 차질이 빚어졌어도 그야말로 난리가 났을 터다.
살리체티도, 유진도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기망작전에 임한 셈이다.
아직 성사 여부를 듣지 못한 다마스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에게는 뷔름제르보다, 베로나 점령이 더 중요하게 됐군요. 빌어먹을.”
“일단 장 고미 대위가 그곳에 가 있어. 방데 참전 병사들을 호위로 붙이긴 했으니, 유사시 탈출은 가능할거야.”
“그나마 다행이군요.”
그때였다.
-타다닥!
밀라노 방크로 한 사람이 뛰쳐 들어왔다.
브레시아에서 첩보작전을 펼치고 있던 군인, 아르망이다.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아르망을 엘리가 황급히 맞이했다.
“헉, 헉, 헉!”
“가네 상사? 무슨 일인가? 물부터 마시고 말해.”
“뷔름제르가, 꿀꺽, 움직입니다!”
놀란 엘리에게 아르망이 부르짖었다.
“브레시아에서 봤어요. 뷔름제르의 대군이 행군하기 시작하는 걸!”
그 순간 엘리가 주먹을 힘껏 쥐었다.
“베로나가 점령됐군.”
“예?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무슈 엘리?”
“우리만 정보를 수집하겠나? 게다가 원래 베네치아 공화국은 오스트리아 동맹이야. 베로나는 베네치아 다음 가는 제2도시고.”
엘리는 눈을 번뜩이며 다마스에게 외쳤다.
“베로나 점령 소식이 브레시아까지 간 거야. 그러니까 움직이지!”
비록 훈련받은 적도 없고, 본래 하급 군인출신에 불과하지만, 엘리의 분석은 정확하다.
유진이 괜히 엘리에게 정보 사설조직을 맡긴 게 아니었던 것이다.
순간, 엘리가 아르망을 돌아보았다.
“가네 상사! 우편병들을 붙여주겠다!”
“예?”
“당장 베로나로 달려라. 할 수 있지? 원래 왕실에서 기마를 배웠다고 들었어!”
이곳에서 우편병들만 보내도 소식은 전해진다.
그러나 정보란 본래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기 마련이다.
누가 정보를 갖고 가느냐에 따라 받는 쪽에서도 정보 신뢰도가 달라진다.
아르망은 왕실 시동 출신, 신뢰성 하나만은 최고다.
이를 악물던 아르망이 벌떡 일어났다.
“전역하면 여기, 밀라노 방크 우편책임자 자리는 제 겁니다!”
달려 나가는 아르망의 뒤에서 엘리가 신나게 외쳤다.
“이번 공적을 세우면, 그딴 건 문제가 안 되게 될 거야!”
아르망의 원치 않는 질주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그럼, 차라리 아르망은 브레시아에서 바로 베로나로 가는 게 나았을까?
-팍! 팍! 팍!
하지만 이유가 있다.
18세기 말,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유럽 전역에는 이른바 포장도로가 없다.
그나마 길이 잘 닦인 통로는 대도시로 이어지는 길이다.
때문에 브레시아 인근에서 출발했을 때, 바로 베로나로 기동하려면 가르다 호수를 건너야 한다.
그런데 가르다 호수는 당연히 오스트리아 군이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르망도 부득이하게 밀라노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베로나로 갈 바에는, 차라리 가르다 호수를 돌아서 가는 게 나았을 판이긴 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베로나로 가는 건데!”
“조금, 쉬었다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닥쳐! 뷔름제르가 로나토로 가기 전, 먼저 베로나로 돌아가야 해!”
부하로 붙은 병사가 권유하는 말에, 아르망이 호통치며 기마로 달렸다.
어쨌든 말 자체가 비싼 운송수단인 시대다.
남부의 가스코뉴처럼 아예 말을 키우며 사는 곳이 아닌 이상, 기마 속행 자체가 고급 기예다.
나름 왕실에서 시동으로 지냈던 아르망은, 의외로 제법 기마에 능했다.
그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전령으로나 쓰이고 있는 신세지만 말이다.
그때다.
“상사님! 이쪽은 적군 행군로를 가로지르는 길 아닙니까?”
“맞아. 내가 달려왔던 길이지.”
“그럼 적과 조우할 위험이 있습니다!”
놀란 우체병의 말에 아르망이 기마 위에서 대꾸했다.
“나라고 좋아서 이 길로 가는 게 아니야! 페스키에라 도로 말고는 최단 시간에 갈 수가 없으니까 가는 거지!”
바로 가르다 호수에서 민치오 강이 처음 뻗아나가는 곳.
페스키에라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 근방, 가르다 호수 서안은 오스트리아 군이 통제하는 곳이란 거다.
“어, 군인들입니다!”
본군은 이미 브레시아에서 출진한 뒤다.
그러나 노원수 뷔름제르는 이 일대 전역에 초계병을 뿌린 상태였다.
아르망 일행을 가로막은 병사들도 그들 중 하나였다.
상대는 보병인데다, 숫자는 소대 단위에 불과하다.
약 30명 정도.
물론 10명 내외인 아르망 일행에 비하면 많다.
백색 군복을 입은 오스트리아 병사들이 머스킷을 겨누며 외쳤다.
“거기, 어디서 온 놈들이냐!”
아직, 장전은 된 상태가 아니다.
수석으로 불을 붙이는 방식이니 총구에 화약과 총탄을 넣는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민한 눈으로 상황을 살피던 아르망이 낮게 부하에게 물었다.
“병기는?”
“피스톨 뿐입니다.”
“저쪽 사정거리가 더 길군. 대신, 우리 총은 장전 과정은 필요 없지?”
부하, 장 루이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신 우리 총이 폭발할 위험이 있죠.”
바로 뇌홍 격발식 피스톨이다.
군인도 아닌 우체부들이 이런 신병기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유진이 얼마나 신경쓴 조직인지 알 수 있다.
당연하게도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 겸 우체부들, 나아가 아르망도 별로 고맙지는 않았지만.
아르망이 거리를 가늠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조금만 더 가까우면 좋겠군.”
가볍게 말을 몰아 나가며 아르망은 일부러 너스레를 떠들었다.
“하하하! 수고하십니다. 저희는 우체부들입니다. 편지를 들고 가는 길이죠.”
“우체부? 어디 소속이지? 밀라노 쪽에서 왔다면, 검문 검색이 필요하다. 모두 두 손 들고 내려와!”
“저희 좀 급한데. 이거 받고 봐주시면 안 될지요.”
그 순간 뇌물인 줄 알고, 방심했던 오스트리아 초계병에게 피스톨이 겨눠졌다.
-키릭, 탕!
병사가 죽고, 다른 병사들은 놀라 머스킷을 잡아들었다.
“모두 쏴!”
“적이다! 장전!”
“아니, 너무 가까워! 억!”
그들을 향해 전직 마르세유 우편연대 병사들이 총탄을 퍼부었다.
-탕! 탕! 탕!
써버린 피스톨을 홀더에 꽂으며, 아르망이 고삐를 잡아챘다.
“달려, 사전 장전된 피스톨은 다 썼어!”
“이대로 돌파하면 베네치아 령입니다!”
“억, 뒤에서 총이!”
일순, 간신히 장전에 성공한 오스트리아 병사 하나가 머스킷을 겨누었다.
-탕!
피가 솟구치고, 그 뒤로 기마가 달려나갔다.
***
인생의 대모험이, 역사에서는 고작 한 순간에 불과할 때가 있다.
죽음, 공포, 질주.
온갖 경험을 다하고 달려온 청년이 베로나로 뛰어들었다.
시청 광장, 프랑스 군지휘부가 있다는 곳으로.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바로, 유진 카르텔의 고용인이자 나폴레옹 우편연대의 상사, 아르망 가네다.
흙먼지로 가득한 우체부 복장의 가네가 달리다, 말 위에서 떨어졌다.
광장은 베로나 민병대 해산이 진행되는 와중이었다.
병기를 빼앗고, 병사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던 란이 놀라 유진을 돌아 보았다.
“흑색제복? 저건 자네 은행 소속 우체부들 아니야?”
그 순간, 유진 앞으로 숨을 헐떡이는 아르망이 비틀거리며 달려왔다.
“헉, 헉, 헉!”
가만히 아르망을 내려다보던 유진이 물었다.
“길게 말할 거 없어, 아르망. 뷔름제르는 움직였나?”
“그, 그게, 헉, 허억, 헉!”
“말해, 움직였나!”
유진의 다그침에, 아르망이 온 힘을 다해 답했다.
“예!”
여기까지 올 때까지, 아르망은 실로 인생의 모험을 했다.
로나토에서 브레시아로, 다시 브레시아에서 밀라노로, 거기서 민치오 강을 건너 베로나까지 달려왔다.
도중 함께 움직이던 우체부들이 죽어 나갈 정도로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지휘관, 유진은 차갑게 다그치기만 한 것이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인 아르망의 어깨를 유진이 붙들었다.
아르망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유진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잘했어! 이번 전투에서 최고의 공훈을 세운 자가 있다면 너다!”
아르망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단지 유진이 칭찬했다는 것만을 깨달았을 뿐.
반면에 란은 아르망과 달리, 유진의 진의를 알아챘다.
“귀환의 시간이군. 전군 출동준비다!
그때 유진이 란을 돌아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기병 1천 기는 남겨요, 란.”
“뭐?”
“아예 비울 수는 없잖아요? 부상자와 지친 병사 위주로. 주재 지휘관은 베시에르가 맡습니다.”
아주 빠르게, 시청 광장을 뛰쳐나가며 유진이 외쳤다.
“우리는 사령관 각하께 돌아갑니다! 이제야말로 진짜 속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1795년 8월 27일.
마침내 뷔름제르가 낚시에 걸려들었다.
유진과 란이 번개처럼 베로나에서 쏘아지듯 출격했다.
-두두두!
이제, 뷔름제르를 낚을 시간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