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1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11화(111/547)
(111) 라하르페가 카스틸리오네의 초전을 장식하다
때로 가장 신중하고, 가장 침착하며, 가장 굼뜬 장군이 빨라질 때가 있다.
“지금이, 우리가 귀환해야 할 때다!”
라하르페, 스위스 출신의 혁명군 장군이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휘하 병력은 1만 명, 사단급 편제다.
경기병 3백 기와 대포 40문까지 있어서 독립 전투가 가능한 규모다.
그렇지만 이 구성에는 문제가 있다.
느리다는 거다.
다만 라하르페에게 유리한 점도 있었다.
만토바 진격 기망작전을 실시하던 중이라, 회군이 비교적 쉬웠다는 거였다.
현재 나폴레옹이 머무르는 로나토 방면으로 가장 빨리 가고 있는 것도 라하르페였다.
물론 보병들의 행군 속도에 한계가 있기에, 휘하 지휘관들은 볼멘소리를 했다.
“사단장 각하,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도보포병대까지 끌고 있어요!”
“그러니, 더욱 서둘러야지! 사령관 각하께 제대로 된 포병은 갖다 드려야 할 게 아닌가! 도마르탱 중령!”
“각하께는 이미 기마포병대가 있습니다!”
포병연대장, 엘자르 오귀스트 드 도마르탱이 소리쳤다.
“우리 사단의 목표는 기만기동입니다. 꼭, 서둘러 돌아가지 않아도 목표는 이룰 수 있습니다!”
지쳐 숨을 헐떡이는 병사들을 보다, 라하르페가 미간을 찡그렸다.
혹시 기병들은 다를까 했지만, 역시 지친 모습이기는 마찬가지다.
문득 라하르페가 경기병 지휘관, 루스카 준장을 돌아 보았다.
“루스카 준장, 자네도 같은 생각인가?”
“예? 아, 저는 그저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아니, 그런 말로는 부족하네!”
라하르페가 행군하던 도중 보인, 구릉 위로 뛰쳐 올라가 부르짖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필사의 각오가 필요해. 왜? 이 위대한 원정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
평소, 라하르페는 신중한 장군이다.
부하들은 라하르페의 지휘를 신뢰하고, 명령이 합당하다는 것을 믿는다.
그러나 지금 요구하는 강행군은 결코 이성적인 태도가 아니다.
불만 가득한 병사들과 지휘관들을 향해, 라하르페가 고함쳤다.
“모두 듣게나. 본 사단장은 [쉬스]에서 공화 운동에 참여했노라. 허나, 귀족들이 지배하는 쉬스의 도시 [베른]은 혁명을 인정하지 않았고, 본관은 도망쳐야 했다.”
순간, 라하르페는 입술을 짓씹으며 피를 흘렸다.
“만약, 그때 베른에서 차라리 봉기를 지휘했다면 어땠을까? 아직도 본관은 4년 전의 그 밤을 기억한다!”
라하르페는 스위스 귀족 출신이다.
그러나 이른바 깨인 귀족이라, 혁명 정신에 일찍부터 공감했다.
사촌인 세자르 라하르페는 후일 스위스 공화국 수반이 될 정도다.
당연히 고향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라하르페는 프랑스로 망명해야 했다.
원래부터 용병 출신이라, 빠른 진급을 했고, 적당히 공적도 세워 사단장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아직 라하르페는 생각한다.
베른에서 맞서 싸웠다면, 마음 속 이 분함은 없지 않을까?
문득 라하르페의 시선이 도마르탱을 향했다.
“그대는 어떤가, 도마르탱?”
“사단장 각하, 저는.”
“툴롱에서 싸우고 싶지 않았나? 물론 자네가 싸웠다 해도, 우리 사령관만큼 잘 할 수야 없었겠지! 하지만!”
도마르탱은 누구일까?
역사는 엄밀히 말해 승자나 패자의 기록이 아니라, 저명한 자의 기록이다.
영광을 이룬 자든, 패망한 자든 유명해야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도마르탱은 바로 그 유명한 자, 나폴레옹의 전임자다.
만약 도마르탱이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없었다면, 툴롱의 포병 지휘관은 도마르탱이었을 것이다.
비록 자리를 빼앗겨 억울했지만, 도마르탱은 그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나폴레옹이 너무나 탁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도마르탱도 생각한다.
만약, 툴롱에서 다리가 부러지지 않고 자신이 포병을 지휘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최소한 억울함과 분노, 회한은 없었을 터!”
라하르페는 몸을 부르르 떠는 도마르탱 옆, 기마를 타고 있던 루스카를 보았다.
“루스카, 그대는 다른가?”
장 바티스트 도미니크 루스카.
본래 나폴레옹의 참모부에 발탁되었던 30대 준장.
그러나 라하르페를 보좌하기 위해 기만 작전에 참여한 경기병 지휘관이다.
역량도 준수하고, 실적도 꽤 있고, 승리도 제법 했다.
그럼에도 루스카도 입가를 비틀었다.
“같습니다. 니스에서, 툴롱에서, 피레네에서 싸웠죠. 하지만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습니다. 꼭, 한 방이 모자랐죠!”
본래 의사 출신인 루스카도 혁명이 시작되자 군에 투신했다.
니스에서 싸웠고, 저 유명한 툴롱 공방전에도 참전했고, 피레네도 달려갔다.
그런데 루스카의 이름을 기억하는 자는 드물다.
왜?
단 한 번의 탁월한 공적.
그 한 방을 성공시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수없이 많다.
라하르페는 그중 가장 중요한 이유를 입에 담았다.
“솔직히 말하지. 나도, 자네들도, 그리고 여기 있는 병사들 모두 그럴 역량은 없어.”
“의외로 신랄하시군요, 사단장님.”
“하지만 우리 사령관은 달라.”
역량 문제가 가장 크다.
한데 지금 누구보다도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는 자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군단 사령관, 나폴레옹이다.
“우리 사령관은 반드시, 위대한 승리를 달성할 거야. 그렇다면!”
문득 라하르페가 도마르탱과 루스카, 그리고 사단 전체를 향해 포효했다.
“그 위대한 승리에 동참해야 하지 않겠나!”
그 순간, 지쳐 있던 라하르페 사단병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와아아!
그들이 달려갈 곳은 로나토.
라하르페 사단이 가장 먼저 회군하게 된 것이다.
***
물론 여기에는 나폴레옹의 기동과 뷔름제르의 신중한 접근도 한몫했다.
“좋아. 정찰병들의 확인대로군.”
이미 나폴레옹도, 뷔름제르도 로나토에서 벗어난 뒤다.
로나토 남쪽, 호수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
카스틸리오네.
서북쪽은 고지대, 남동쪽은 저지대 평원으로 구성된 장소다.
뷔름제르는 철저히 군사교범대로 고지대를 확보한 상태에서 접근했다.
반면 나폴레옹은 유인책을 위해 뷔름제르와 일정 거리를 두고 후퇴 행군을 반복했다.
그 결과 이 장소에서 양군이 대치하게 된 것이다.
망원경으로 전방을 살피던 뷔름제르의 옆에서, 부관 클레나우가 보고했다.
“포병과 기병이 모두 갖춰진 완편 부대입니다!”
“연대 규모로 9개? 아니면 10개쯤 되나? 배치가 좀 이상하군.”
“라인에서도, 일전 로나토에서 싸울 때 보았던 프랑스 군도, 이상한 배치를 종종 사용하더군요! 아마 프랑스 [반란군]들의 전투 교범이라도 되는 모양입니다!”
클레나우의 보고를 듣던 뷔름제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서전에서 살아돌아온 부관이다.
아마도 프랑스 군의 전형적인 진형인 모양이다.
물론 그게 [혼합대형]이라는 것은 뷔름제르도 미처 몰랐지만, 어쨌든 대처할 방법은 있다.
상대가 궤계를 쓸 때, 이쪽은 정석을 사용하면 된다.
“좋아. 우선 서전은 포병대로 인사부터 해볼까?”
사령관 뷔름제르의 명령에, 미트로스키 백작이 포병대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끼익, 끼익, 끼익.
오스트리아 포병은 프랑스와 달리 기마포병대는 거의 없다.
티롤 방면군도 알프스를 넘어와야 했던 탓에 대부분 도보 포병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도보 포병이 끄는 포가 더욱 대구경이고, 화력도 높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더 무겁기 때문이다.
“포병, 발사 준비!”
미트로스키 장군의 명령이 떨어지자, 오스트리아 포병들이 심지에 불을 붙였다.
-치이익.
갈색 군복, 곧 오스트리아 포병들이 재빨리 장전과 점화, 조준을 준비했다.
반면 기병의 옷차림은 녹색, 보병의 옷차림은 주로 백색이다.
군복 통일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게 오스트리아 군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면모다.
물론 이런 전면전 시대에는 큰 약점이지만 말이다.
다만 미트로스키 백작의 포병지휘는 일품이었다.
“발사.”
일시에 포화가 서전의 알림을 울렸다.
-쾅! 쾅! 쾅!
딱, 코앞에서 포탄이 떨어져 내렸다.
튕겨나간 포탄에 프랑스 병사 일부가 다치기도 했지만, 대열은 흩어지지 않았다.
대포 앞에서 침착한 나폴레옹의 직계사단 대열을 보다, 부사령관 파울 다비도비치가 혀를 찼다.
“사정거리 안쪽으로 다가오지 않는군요!”
“의외로 신중한 면모를 보이는군. 총검돌격이라도 할 줄 알았더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산병들에게 [빈트부셰]라도 들려서 출격시킬까요?”
귀먹은 사령관을 배려해, 고함쳐 묻는 부사령관을 돌아보며 뷔름제르가 씩 웃었다.
“좋아. 그렌츠 보병대에게 빈트부셰를 들려라. 단, 그 뒤에 머스킷 총병을 붙이는 걸 잊지 말도록.”
그렌츠 보병대.
동유럽 방면 전장을 누비는 오스트리아 군이 자랑하는 경보병들.
전열을 이루지는 못하지만, 대신 자유롭게 산개하여 총을 쏴댄다.
특히 오스트리아 군에는 [최신] 병기가 하나 있다.
빈트부셰, 곧 지란도니 공기총이다.
그렌츠 보병대 지휘관, 바하자르 소장이 명령을 내렸다.
“가자, 마자르의 용사들아! 오늘 황제 폐하를 위해 죽을 시간이다!”
“우오오!”
“연발사격의 맛을 보여주지!”
그야말로 일제히 그렌츠 보병들이 산개하여 돌격하기 시작했다.
뷔름제르는 유심히 전방을 살폈다.
적 사령관, 나폴레옹은 포병 출신이라 했다.
포격으로 서전을 시작하는 게 나폴레옹 특유의 전법이라던가.
지금 돌진하는 것은 경보병, 포격이 어려운 병종이다.
상대는 어떻게 나올까?
기병돌격이나 전열보병을 펼칠까?
그때다.
-탕! 탕! 탕!
엉뚱하게도 사격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뭐야, 저 놈들, 빈트부셰를 갖고 있어?”
“아, 아닙니다! 종대 대열입니다. 이미 사격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한데, 사격 준비를 하는데 화약을 밀어 넣는 자세를 취하지 않아!”
바로 나폴레옹의 직할 사령관 근위대, 마르세유 연대다.
후장식 퍼거슨 라이플을 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퍼거슨 라이플도 연사는 불가능한 총.
지금 연사처럼 들리는 것은 종대로 병사들을 구성해 대열을 교체해가며 쏘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장전방식이 후장식이니, 생경한 모습에 일단 오스트리아 장군들이 당황했다.
뷔름제르도 미간을 좁혔다.
“저게, 대체 뭔가?”
그때다.
-와아아!
문득 말단 부관, 라데츠키 소령이 망원경을 들다 외쳤다.
“사령관 각하, 측면 남동 방향! 적군 출현했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순간, 라하르페가 전장에 도착한 것이다.
***
비록 기백을 담아 달려왔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당황해 버렸다.
“현재 아군과 적군, 교전 중입니다!”
라하르페 앞에서 루스카가 숨을 헐떡이며 보고했다.
반면 라하르페는 낯을 찡그린 채 전방을 주시했다.
적군을 기망하려 들었으면서, 정작 라하르페 본인은 계획대로만 될 거라 여겼다.
그러니까 이곳이 아니라 유진이 보내온 계획서대로, 로나토에서 싸울 줄 알았다는 얘기다.
미처 숨돌릴 틈도 없이 교전 상태에 돌입한 셈이다.
“안 좋아.”
“예? 저희도 지금 진형을 펼치고, 정석대로 진격하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나? 상대는 이미 준비가 갖춰진 군단급이야! 완편 사단 3개가 저곳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보게!”
도마르탱을 다그치며, 라하르페가 북서방면 고지대를 가리켰다.
“포구가 우리를 향하고 있어!”
당황했다지만, 뷔름제르 휘하 병력은 정예다.
대포가 다시 침착하게 라하르페 쪽을 향하고 있었다.
포병 한 명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망가진 쿠오스다노비치와는 다르다.
“우리가 달려드는 순간, 저 포대가 전부 우리를 향하겠군요.”
도마르탱이 혀를 찰 순간, 라하르페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제군.”
“뭡니까, 사단장님?”
“척탄병 돌격.”
경악한 도마르탱과 루스카, 그리고 장교들을 돌아보며 라하르페가 말했다.
“그 뒤로 총검돌격전을 실시한다. 어떤가?”
실로 위험천만한 작전이다.
이런 작전을 타국 군대가 쓰지 않는 이유가 있다.
화약 병기 시대에 돌격전은 총격 앞에 몸을 갖다 주는 거나 마찬가지라서다.
도마르탱이 기가 막혀 외쳤다.
“그런 전법은 사령관이나 프라이슈츠 유진, 아니면 마세나 같은 자나 하는 짓 아닙니까?”
“덕분에 그들은 영광을 얻었지.”
“우리보고 그런 미친 짓을 하라는 겁니까?”
하지만 라하르페는 이미 결심한 뒤다.
“그래. 어떤가? 혁명의 전우들이여, 나와 함께 미친 짓을 해보지 않겠나!”
그동안 라하르페, 도마르탱, 루스카가 공적을 세우지 못한 이유가 있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고, 결정적인 순간 물러났으며, 목숨을 건 적이 없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단 한 번의 영광을 위해 이곳에 달려왔다.
이제와서 물러난다?
도마르탱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빌어먹을! 이 도마르탱, 본래는 척탄병 훈련도 했소이다! 선두에서 가보겠소!”
애써 도마르탱이 용기를 낼 찰나, 루스카가 한 발 나섰다.
“잠깐.”
루스카의 눈이 교활하게 빛났다.
“이 루스카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 직후, 라하르페 사단에서 일련의 부대가 출격했다.
바로 엽기병이라고도 불리는 경기병대다.
숫자는 고작 3백 기.
-두두두!
수류탄을 든 것도 아니라, 무척 무모한 돌격이었다.
너무 무모해 오스트리아 군대의 노장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전면에 나서 있던 그렌츠 보병 지휘관 바하자르 소장부터 입을 쩍 벌렸다.
“어. 어, 어?”
뷔름제르도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대포 사격 준비!”
“너무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조준 거리를 변경할 틈이!”
“무슨 미친 짓이지? 기병돌격이 통하는 시대가 아닌데! 빈트부셰 부대, 사격 준비!”
부관 클레나우의 말에, 뷔름제르는 재빨리 바하자르를 향해 명령을 전달했다.
경험 많은 군인이라는 것은 비상시에도 명령 체계를 지킨다.
급히 달려온 사환이 전한 명령에 바하자르가 공기총 부대 사격을 준비시켰다.
그때다.
-휘익!
일순, 경기병들이 흩어지자 바하자르와 그렌츠 경보병들은 당황했다.
“뭐야?”
그 순간, 흙먼지 사이로 보병들, 아니 척탄병들이 뛰어들었다.
“던져라, 수류탄을!”
선두에 선 도마르탱이 부르짖은 순간, 척탄병들이 타오르는 수류탄을 던졌다.
-쾅!
일련의 혼란에 오스트리아 군대의 전위 대열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뷔름제르의 티롤 군대는 흩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가자, 도마르탱을 따르라!”
“와아아!”
“찔러, 죽여서, 이기자!”
1만.
사단급 보병 전원이 총검돌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뷔름제르도 당혹해 부르짖었다.
“저, 미친 놈들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막아!”
서기 1795년 8월 27일, 카스틸리오네.
라하르페의 총검돌격이 뷔름제르의 견고한 방진 대열을 뒤흔들었다.
-캉! 캉! 캉!
18세기 말, 근대 전야에 난데없는 총검전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