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1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15화(115/547)
(115)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카드, 알빈치가 온다
오스트리아의 [칼]이 왔을 때, 이미 상황은 끝난 뒤다.
“어이가 없군. 뷔름제르, 다비도비치, 미토르스키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 담긴 호수, 가르다.
그곳은 이미 18세기 말부터 유명한 관광지다.
허나 지금, 이 관광지에는 유혈과 포연, 그리고 비명이 가득했다.
가르다 호수 남쪽, 가스틸리오네 고지대에 도달한 5만 대군이 숙연히 전쟁터를 보았다.
그 선두에 선 것은 아직 59세인데도 이미 백발이 된 남자다.
백발의 장군, 요제프 알빈치 폰 베르베렉 남작이 퉁명스레 뱉듯이 말했다.
뷔름제르가 그렇게 기다리던 알빈치가 마침내 도착했다.
딱 3일 반나절이 지난 후다.
그러나 이미 전쟁터는 텅 비었고, 잿더미와 녹지 않은 계급장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잿더미 위, 녹지 않은 십자 훈장을 알빈치가 들어 올렸다.
“시체도 남기지 못했군. 불을 질렀나?”
그 뒤로 알빈치의 군단 병사들과 장교, 그리고 장군들이 침묵을 지켰다.
이탈리아 반도 동쪽 프리울리.
이곳에 온 병사들은 대체로 프리울리에서 지원하거나 훈련을 받은 병력이다.
해서, 알빈치는 이 군단에 [프리울리 군단]이란 이름을 붙였다.
지휘관들 중 본래 뷔름제르 휘하에서 싸웠던 이들도 보인다.
후사르 기병대장 슈비르츠, 보병 소장 로셀미니, 그리고, 전령으로 달려갔던 라데츠키 소령이다.
이중 슈비르츠가 뷔름제르의 죽음을 알렸다.
또한 로셀미니와 라데츠키는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허나 살아남았다는 게 결코 기쁨만은 아니다.
문득 라데츠키가 눈물을 흘리다, 항변했다.
“뷔름제르 원수께선,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알아. 그 귀머거리 노친네가 유능한 사람이란 것도. 하지만 야만적인 프랑스군의 공격 앞에선 무력했던 거지.”
“복수를 해야 합니다!”
그 순간, 알빈치가 차갑게 대꾸했다.
“젊군, 소령. 어때, 라우돈 남작. 동년배로서 해줄 말은 없나?”
요한 루드비히 폰 라우돈.
7년 전쟁 당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방패, 라우돈 원수의 조카다.
이후 제국의 방패가 된 뷔름제르의 죽음 앞에서 28세의 장군, 라우돈은 입맛을 다셨다.
물론 라데츠키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은 마음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귀족이라 일찍 장군이 된 라우돈이 라데츠키를 보며 침착하게 일렀다.
“어렵네, 라데츠키 소령. 당장 우리가 밀라노로 진군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겠나?”
“그러니까, 적군과 맞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적군이 어디 있는 줄 알고 무작정 쫓아가지? 정작 자네의 향도에 따라 왔더니, 적은 없어.”
라데츠키가 이를 악물었다.
분하지만 라우돈의 말은 틀리지 않다.
고작 3일 전에 이곳에서 대군이 격돌하는 전쟁이 벌어진 게 거짓말 같을 정도다.
그 흔한 낙오병 하나 근방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라우돈이 적을 직접 보았다면, 그리 쉽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아가 카스틸리오네에서 죽어간 장병들과 함께 싸웠다면 더욱 그럴 터다.
냉정한 귀족 장군, 알빈치는 물론 라데츠키의 기분 따위 헤아리지 않았다.
알빈치가 차갑게 부관, 프란츠 폰 베이로데르 참모장을 돌아보았다.
“요제프 프란츠 칸토-디를 [야전원수]가 만토바 수비대장이지?”
“예, 사령관 각하. 일단은 만토바를 잘 지키고 있습니다. 대신, 지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래서 뷔름제르가 있어야 하는데. 칸토는 고집이 세단 말이야. 게다가 나보다 나이는 많아.”
연공서열제 오스트리아 군에서 귀족 신분과 장군 계급, 그리고 나이는 중요하다.
만토바의 수비대장 칸토는 야전원수, 그러니까 중장급 장군이다.
알빈치와 계급이 똑같은데 연배는 더 높다.
그러니까 알빈치의 말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
아마 뷔름제르는 본인이 직접 통제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뷔름제르가 죽고, 알빈치는 본국의 별도 지시를 받지 못한 채 보나파르트와 싸워야 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다, 알빈치가 결정했다.
“좋아. 서두를 거 없지. 우선 진로는 베로나로 잡는다.”
베이로데르 참모장이 외눈 안경을 고쳐쓰며, 고개를 돌렸다.
“베로나는 프랑스의 손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군요. 맞나?”
“맞습니다! 리프타이 소장이 그곳에서 패배하고 도주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니, 라데츠키 자네에게 묻는 게 아니야.”
이제 40세의 나이로 참모장.
오스트리아 군에서는 상당히 빠른 출세에 속한다.
제국의 방패였던 라우돈 원수의 조카, 라우돈 남작만큼은 아니지만 베이로데르도 오스트리아 군부가 주목하는 인재인 것만은 분명했다.
알빈치가 신임하는 수석참모, 베이로데르가 안경을 번뜩이며 물었다.
“리프타이 장군, 맞나?”
이제 50세.
그러나 패장이라 할 말이 없는 장군이 있다.
바로 마세나와 유진, 란에게 공격당해 나폴리 왕국 지원군을 모두 잃은 남자.
안톤 리프타이 폰 키스팔루드가 고개를 숙였다.
“맞습니다. 악마 같은 프랑스 놈들에게 나폴리 지원군, 모두를 빼앗겼습니다!”
“도망친 거겠지, 리프타이.”
“그, 그게 아닙니다! 이봐, 라데츠키 소령! 자네도 봤지! 그 악마 놈들을!”
라데츠키는 이를 악물었다.
몬테노테에서 도망쳤고, 그 후 남쪽으로 달아났다가, 지원군마저 날려먹은 자다.
오히려 욕설을 퍼부어주고 싶은 기분이다.
허나 결과만 본다면 라데츠키와 크게 다를 바도 없다.
간신히 분노를 참으며, 라데츠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놈들은 악마입니다!”
그러나 알빈치는 여전히 냉랭하게 대꾸했다.
“그렇다면 더욱 보급로 확보가 중요하지. 우선 베로나로 간다. 그리고, 혹시 모르지만 만토바에 전령을 보내라. 전령은, 저 친구가 좋겠군.”
라데츠키는 눈을 깜박였다.
알빈치의 지휘봉이 라데츠키를 가리키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분명, 질책하는 분위기였는데 다시 전령을 맡긴다고 한 것이다.
순간, 격분한 라데츠키가 외쳤다.
“사령관 각하, 전 싸우고 싶습니다. 전령이 아니라!”
“항명인가?”
“그, 그건!”
군에서 항명은 중죄다.
엄격한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오스트리아 군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당장이라도 차갑게 태형이라도 가하라고 할 것 같던 알빈치가 혀를 찼다.
“하지만 적군의 공격을 피해 달려온 친구를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설명해주지.”
오히려 알빈치는 라데츠키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네는 우리 신성로마제국 황제 폐하의 군대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예? 그야 엄정한 군기와 황제 폐하에 대한 충성심이.”
“헛소리 말고. 우리 군의 강점은 보급이야. 그리고 보급을 확보할 줄 아는 장교단이지.”
알빈치가 자신의 뒤를 돌아 보았다.
아돌프 브라벡, 필리프 폰 다넨펠트, 프레데릭 자비에르 폰 호엔촐레른-헤힝겐.
플랑드르와 라인 전선에서 알빈치와 함께 싸워온 장군들이다.
여기에 라우돈을 비롯한 신예와 참모장 베이로데르를 중심으로 하는 참모부도 있다.
화려한 실적은 없다.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온 장군들.
하지만 알빈치는 이들을 이끌고 계속해서 이겨왔다.
어떻게?
철저히 전쟁의 정석을 지키면서.
“철저한 보급처, 보급지, 그리고 보급로 확보를 통해 군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한다. 그게 우리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다. 이 강점으로 투르크를 물리쳤고, 프로이센을 견제하며, 이제 프랑스를 라인에서 무찌른 거다.”
라데츠키가 멍하니 알빈치를 볼 찰나, 알빈치가 콧방귀를 뀌었다.
“한데, 볼리외도 그렇고 뷔름제르 노친네도 둘 다 그 강점을 잃었어.”
“원수 각하를 모독하지 말아주십시오!”
“모독이 아니라 사실이야, 라데츠키 소령.”
순간, 알빈치가 낯을 찡그리며 차갑게 쏘아 붙였다.
“새파란 애송이에게 휘둘려, 호흡을 잃었다고. 우리는 우리 강점으로 적을 공략해야 해. 그러니 자네를 비롯해 전령들이 해줘야 할 일이 많아.”
그러니까 알빈치는 뷔름제르를 깎아 내리는 게 아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눈앞의 상황을 직시하고, 정확히 분석해서, 대책을 세울 뿐이다.
지극히, 기계적인 방식으로.
그럼, 지금 알빈치가 생각하는 문제는 뭘까?
동맹이다.
“그저 구경만 하고 있는 토스카나 대공, 모데나 공작, 파르마 공작. 교황령과 제노바 공화국, 그리고 베네치아 공화국까지. 여긴 우리 동맹국이나 예속국 천지야.”
“그, 그건 그렇죠.”
“당장 황제 폐하의 친족도 넘친다고. 그런데 토스카나 대공 하나 움직이고 있나? 아니, 거기까지 갈 것도 없어.”
토스카나 대공, 바로 황제의 친동생 페르디난트 폰 합스부르크다.
당연히 지원군을 긴급 출격시켜야 할 페르디난트는 피렌체에서 꼼짝도 않고 있다.
사르데냐 왕국이 무너지고, 밀라노가 점령당하며, 가르다에서 오스트리아 군이 궤멸당했음에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움츠러들어, 숨어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누가 움직일까?
때문에 알빈치는 이탈리아 내부의 동맹국부터 움직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야 나폴레옹을 고립시킬 수 있다.
어디서부터 움직여야 할까?
알빈치가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
“왜 칸토는 만토바에 처박혀서 움직이지도 않지?”
북이탈리아 제일의 요새, 만토바.
그곳에 오스트리아 수비군이 있다.
요충지가 아무리 중요해도 전쟁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그런데, 만토바의 수비대장 칸토 야전원수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당장 오스트리아 장군이 움직이지 않는데, 그 어떤 동맹국 수반들이 움직일까?
그때서야 알빈치의 속내를 깨달은 라데츠키가 입을 쩍 벌렸다.
실로 정확한 지적이다.
알빈치는 덧붙이듯 말했다.
“적은 악마가 아니야. 그냥 사람이지. 난 여기 오면서 모로를 격파했고, 그 부하인 [드제]라는 자도 잡았어.”
“대, 대단하시군요.”
“대단한 게 아니야. 놈들의 신체적 조건, 병기 상황, 군제 방식.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게 없다고.”
라인 방면 바이에른 교전.
퇴각하는 모로 군단을 추격한 것은 카를 대공과 알빈치였다.
이탈리아로 내려가기 전, 이 전투에서 후미 방어를 맡았던 모로 군단의 사단장, 드제를 바로 알빈치가 잡았다.
현재 덕분에 드제는 포로생활 중이다.
그러나 이런 군공을 세웠는데도 알빈치는 자랑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표정으로 알빈치가 말했다.
“인간이야, 적도. 그러니 할 일을 하면 겁낼 것 없어.”
그때 알빈치의 말을 듣던 라데츠키가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러고 보니 놈들이 총을 쓰는 방식이 뭔가 달랐습니다.”
“다르다고? 무슨 소리지?”
“뒤에서 총을 장전했습니다. 그렇죠. 마치 [빈트부셰]를 쓰는 것처럼.”
바로 퍼거슨 라이플 얘기다.
오주로의 견제와 마르몽의 포격을 받아낸 슈비르츠나, 백병전을 벌인 로셀미니는 모른다.
사령부에서 뷔름제르 옆에 있었던 라데츠키만이 본 광경이었다.
마치 빈트부셰, 곧 지란도니 공기총처럼 후미에서 총탄을 장전해 쏘는 모습.
분명 이상했다.
알빈치도 그 말에는 표정 변화를 보였다.
“빈트부셰를 전면적으로 쓸 수는 없을 텐데. 그건 차차 알아보기로 하지. 어쨌든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나, 라데츠키 소령? 우리 군에는 지원군이 필요해.”
적은 고립시키고, 아군은 집중시킨다.
보급선을 철저히 확보하고, 적의 숨통을 틀어쥔다.
그러다 약점이 드러나면 바로 물어뜯어 잡는다.
라인에서 모로를 격파하고, 드제를 잡았듯이.
그러자면 첫 번째 지원군이 움직여야 한다.
“만토바의 멍청한 칸토에게 기어나오라고 해. 요새도 중요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병력이야. 우리 군 5만에 칸토의 2만이 합쳐지면 적을 압도할 수 있어.”
7만.
프랑스 군의 추정인원은 밀라노 수비병을 제외하고 대략 4만 5천 내외.
반드시 이길 수 있다.
라데츠기가 격동해 외쳤다.
“예, 사령관 각하. 반드시 끌고 나오겠습니다. 멱살을 잡고서라도!”
달려가는 라데츠키를 보다, 알빈치가 수하들을 돌아보았다.
“좋아. 그럼, 이제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지.”
만사를 철두철미하게 기계식으로 처리하는 남자.
헝가리 출신이지만, 독일인보다 더욱 독일인 같은 장군 알빈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가르다 호수에서 베로나는 대략 40여 킬로미터 정도다.
오스트리아 보병의 하루 행군 거리는 20킬로미터.
그러나 알빈치가 도착한 것은 3일 후의 일이었다.
굳이 빠르게 움직이기보다 철저한 준비 후 기동하는 것.
그게 알빈치의 진격 방식이다.
베로나, 유진이 기책으로 점령한 도시가 그 제물이 되었다.
-쾅! 쾅! 쾅!
포성이 요란하게 울리는 와중, 베로나 동쪽 문을 향해 달리는 기마대가 있었다.
숫자는 1천 기.
유진이 란에게 남기고 가라고 요청한 피레네 기병연대다.
지휘관, 베시에르 대령이 바삐 달릴 와중, 지휘관과 함께 달리던 살리체티가 혀를 찼다.
“이야, 이런 얘기는 우리 프라이슈츠 유진이 말한 적이 없는데.”
베시에르가 다급히 외쳤다.
“저라고 알았겠습니까? 빨리 달리기나 하십시오, 총재님!”
“베로나 사람들은 어쩌고?”
“알아서 하겠죠. 원래 베네치아 사람들 아닙니까? 오스트리아에게 항복한다고 이상할 것도 없을 겁니다.”
프랑스가 베로나에 남겨둔 부대는 기병대 뿐이다.
완편 군대와 야전으로 싸우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고 농성을 하자니, 베로나 사람들을 믿기 어려웠다.
이럴 때를 대비해 유진이 사전에 내려놓은 지시는 있었다.
「혹시 반란이 일어나면, 진압은 시도해보되 무리하지 말고 탈주하세요. 단, 총재님은 잊지 말고.」
반란 대비용 작전지침이 유용하게 쓰이는 상황이 된 셈이다.
다행히 정찰은 베시에르도 게을리하지 않은 덕에, 미리 적군을 발견하고 도주 준비를 한 것이다.
그런데 황급히 도주 중이던 살리체티가 물었다.
“참! 이렇게 베로나를 빼앗기면 보급선이 끊기는 거 아닌가? 본대는 다 어디까지 갔대?”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의 본거지는 단연 밀라노다.
그런데 베로나는 밀라노 동쪽에 있다.
이곳이 점거되면, 나폴레옹 본군은 밀라노와의 연계가 끊긴다.
왜냐면, 지금 이탈리아 군단은 알빈치를 유인하기 위해, 베네치아 공화국으로 진격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도착했던 전령의 소식을 떠올리다, 베시에르가 혀를 찼다.
“오히려 베네치아 내부로 가는 것 같던데요.”
“무슨 말이야, 그게? 밀라노는 어쩌고?”
“그곳은 세뤼르에 장군에게 그냥 맡긴 거겠죠.”
부대원들이 성문을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하며, 베시에르가 일렀다.
“지금 본군은 칼디에로로 전격 진격 중입니다.”
살리체티가 놀라 되물었다.
“거기, 베로나 코앞 아니야?”
“맞습니다.”
“그럼 그곳에서 싸우는 건가?”
칼디에로, 베로나 동쪽에 위치한 소도시다.
이곳 베로나에서 대략 20킬로미터 거리다.
알빈치 프리울리 군단 기준으로는 하루 행군 거리.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군단의 속도라면 반나절 정도다.
하루를 들여서 알빈치가 추격해올까?
베시에르는 말에 박차를 가하며 대꾸했다.
“그건 적 사령관의 성향에 달렸겠지요. 이랴!”
1천의 기마병이 일제히 그 뒤를 따라 베로나를 탈주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동시에 포격이 베로나 성벽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
프랑스에 베로나가 점령된지 7일.
고작 일주일만에 다시 베로나가 오스트리아 군에게 재정복된 날이었다.
***
하루도 걸리지 않아 성을 손에 넣는 경험은 알빈치도 처음이다.
“정말 저항하나 없는 공성전이군. 모든 공성전이 이렇다면, 난 벌써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했겠는데?”
알빈치가 차가운 얼굴로 빈정거리며 베로나로 입성했다.
한때 투르크 군대와 싸웠고, 베오그라드 공성전을 지휘한 바 있는 알빈치다.
아무리 대포가 전장의 주력인 시대라도, 여전히 공성전은 어렵다.
베로나도 나름 성벽을 갖추고 있고, 요새도 있기 때문에 작정하고 농성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 군은 그렇다치고, 베로나인들도 저항없이 항복해버린 것이다.
천년 공화국 베네치아가 얼마나 무력해졌는지 보여주는 바다.
그 순간 알빈치의 앞에 항복하기 위해 나와 있던 한 남자가 답했다.
“뷔름제르 장군이 말했습니다. 지키지 않는다고. 나폴레옹이라는 자는.”
바로 프란체스코 바탈리아, 전직 베로나 민병대장이다.
바탈리아를 흘깃 보던 알빈치가 턱을 쓰다듬었다.
요충지를 점령하는데 집착하지 않고, 또한 지키는데도 집착하지 않는 것.
그간 오스트리아 전쟁위원회로 올라온 나폴레옹의 성향과 일치한다.
“이상적인 전법이군. 싸움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진군이 쉬울까? 하지만 그래서야 사기가 유지되지 않을 텐데.”
“놈들은 그래서 [약탈]합니다.”
“뭐?”
알빈치가 눈썹을 치뜨자, 바탈리아가 소상히 설명했다.
“도시의 부자들에게서 돈을 뜯어냅니다. 사르데냐 왕궁도 이미 털렸습니다. 각지의 예술품이 파리로 간다는군요.”
전쟁에서 요충지를 지켜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급선 때문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보급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 결과, 지키지 않고 적군 주력을 찾아가 싸운다는 전법이 수립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약탈은 당연히, 점령지의 민심을 악화시킨다.
교양있는 오스트리아의 냉정한 기계장군, 알빈치가 콧방귀를 뀌었다.
“야만적인 놈들이군. 중세 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일이야.”
“그럼 베네치아에서도 약탈하겠군요.”
“그럴 수 있지, 베이로데르. 프랑스 놈들의 위치가 어디라고? 민병대장이라고 했나?”
가볍게 외눈안경의 베이로데르와 대화하던 알빈치가 다시, 바탈리아를 돌아보았다.
바탈리아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새로운 정복자가 왔다.
이 도시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바탈리아는 최선을 다해 처신해야 한다.
“예, 프란체스코 바탈리아라고 합니다. 프랑스군은 현재, 칼디에로 방면에 있습니다.”
굳이 항전하기보다 유연하게 항복하는 쪽을 택했다.
전쟁을 치러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민들은 분명 약탈당하지도, 강간당하지도, 죽임당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일까?
혹시, 결과적으로 베네치아의 위기로 다가오지 않을까?
바탈리아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상태다.
물론 바탈리아의 고민 따위 관심없는 알빈치는 부관, 베이로데르가 펼쳐든 지도만 보았다.
“칼디에로라. 지도상 코앞이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위대를 보내볼까요?”
“아니.”
알빈치가 베이로데르 참모장에게 대꾸했다.
“이번에는 칸토도 기어나올 거야. 그때까지 우리도 움직이지 않는다. 보급로 확보에 만전을 기하도록. 아, 그렇지.”
굳이 적군을 찾아 돌진하지 않는다.
그보다 18세기 말, 전쟁의 정석을 철저히 다진다.
지원군의 확보와 보급품의 확충, 그리고 보급로의 확인이다.
가만히 해야 할 것을 헤아리던 알빈치가 바탈리아를 돌아 보았다.
“베네치아 정부에 전령을 보내야겠어. 바탈리아 민병대장, 어때? 해주겠나?”
바탈리아는 이를 악물었다.
엄연히 베네치아의 귀족이자, 베로나의 민병대장인 바탈리아다.
알빈치의 부하도 아닌데 전령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바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패자가 감수해야 할 대가일 테니까.
“알겠습니다. 장군.”
1795년 9월 3알.
이탈리아에 알빈치가 왔다.
오스트리아의 칼, 제국이 준비한 마지막 카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