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1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17화(117/547)
(117) 알빈치의 바사노 역습이 오주로를 잡다
격변의 시기, 가장 괴로운 사람은 확고한 정석을 믿는 자다.
“전군, 진군!”
나폴레옹이 지휘하는 이탈리아 군단에서, 가장 정석을 믿는 것은 의외로 오주로다.
가장 나이가 많은 장군은 당연히 세뤼르에다.
가장 고지식한 장군은 당연히 라하르페다.
가장 제멋대로 구는 장군은 당연히 마세나다.
그런데 나폴레옹에게 가장 가까이 붙어서, 주력처럼 움직이는 오주로가 되려, 정석을 신봉하는 것이다.
구왕실 시절, 러시아와 프로이센에서 복무한 적도 있어, 군대지휘 경험이 너무 많은 탓이다.
탈영의 달인으로 유명하지만, 그거야 어디까지 구체제 군대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었을 뿐이다.
당장 나폴레옹부터 탈영에 가까운 장기 휴가를 내지 않았던가?
때문에 오주로는 나폴레옹의 승전에 기뻐하면서도, 또한 괴롭다.
알고 있는 정석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부관, 장 앙투안 베르디에 준장도 불안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사단장 각하, 우리 군이 너무 멀리 나온 건 아닐까요?”
이곳은 바사노, 알프스가 코앞에 보이는 베네치아 공화국 북쪽 끝이다.
일단 나폴레옹 본대가 있는 파도바까지는 직선으로 43킬로미터.
또한 서쪽 비첸차로 향한 라하르페 사단과는 33킬로미터.
수도 베네치아 코앞, 미라노로 향한 마세나 사단과는 50킬로미터.
본대와 다른 지원군에서 훨씬 떨어진 곳이다.
그러니 베르디에를 비롯한 오주로 사단의 장교들도 불안할 수밖에.
반대로 오주로는 정석을 알기에 고개를 저었다.
“이 바사노 방면은 적의 주력에서 먼 곳이다. 적군이 습격하기 안 좋은 곳이지.”
“하지만 오스트리아 티롤 영지에 가깝습니다.”
“북쪽 방면군은 거의 다 끌려오지 않았나?”
사령부 막사에서 오주로가 베네치아 공화국 지도를 응시하다 대꾸했다.
“그간 병사들이 너무 고생했어. 조금쯤 쉬어가도 나쁘지 않다.”
군을 움직일 때는 몰아치기만 하면 곤란하다.
때로 풀어줄 때도 있어야 하고, 가끔 약탈도 허용해야 하며, 간혹 여자도 필요하다.
한데, 나폴레옹은 지금껏 밀라노를 떠난 후, 군단을 재촉하기만 했다.
굳이 이 먼 곳을 오주로가 자원한 이유다.
한때 탈영의 달인으로 불리웠던 오주로는 병사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자칫 전투에서 이기고 병사들이 집단 탈영해 전쟁에서 질 수도 있다.
이곳이라면 적군은 물론이고 상관의 감독도 걱정하지 않고 푹 쉴 수 있을 것이다.
그 증거로 당장 병사들이 환호하는 중이었다.
“와! 빵이다! 흰 빵이야!”
“여자, 어딨어! 이 도시에 있는 미녀는 다 내 꺼다!”
“아이고, 잠이나 잤음 좋겠다! 노숙은 이제 질려!”
오주로도 간만에 새하얀 밀빵을 씹으며 한숨을 돌렸다.
“후, 이제야 좀 살겠군.”
사령부 막사에 부관들과 함께 식탁을 차리며, 베르디에가 피식 웃었다.
“사단장 각하께서도 통조림은 질리시는군요.”
“없을 때 억지로 먹는 거지. 난 프라이슈츠가 한 짓 중에 통조림이 제일 마음에 안 들어.”
“예? 다른 것도 마음에 안 드신다는 말씀처럼 들리는데요?”
문득, 오주로가 베르디에를 정시했다.
“앙투안, 자네 같으면 구왕실 공주의 남편이 될 자가 마음에 들겠나?”
베르디에는 본래 피레네 방면군에서 복무했다.
란, 오주로와 함께 에스파냐와 싸우며 장군의 지위에 올랐다.
혁명 전에는 귀족이 아니면 꿈도 꿀 수 없었던 위치다.
그렇기에 오주로의 말을 이해한다.
혁명은 이 시대 군인들에게 문자 그대로 꿈 그 자체다.
한데 혁명을 위협하는 구왕실 인사가 사령관의 최측근이 되었다?
혁명 신봉자인 오주로 장군이 싫어할 만 하다.
“이념적인 문제셨습니까?”
“혁명군 장군이라면 누구나 꺼림칙할 문제야. 사령관의 양자가 될 자, 아니 그 전에 놀라운 공적을 세운 [신동]이 왕실 관련자라는 건.”
“그건 툴롱 전투 때 이미 해결된 문제인 줄 알았는데요?”
물론 베르디에도 혁명을 고맙게 여긴다.
허나 오주로처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는 않았다.
그저 공화정이 유지되는 게 왕정보다 낫지 않겠나 하는 정도다.
하지만 오주로는 달랐다.
“천만에. 그건 장교로 종군할 때야. 올라갈수록, 더 문제가 될 걸세. 문제는.”
문득, 오주로가 미간을 좁혔다.
“그 소년은 정말 높이 올라갈 것 같단 말이지. 우리 사령관이 올라갈 것처럼 말이야.”
오주로는 17살에 프랑스 군에 입대했다.
이후 귀족 장교와 싸우다, 결투에서 죽이고 유럽 전역을 용병으로 떠돌았다.
러시아 군, 프로이센 보병대, 나폴리 왕국 파견군까지.
그 여정 속에서 오주로가 본 것은 왕정과 귀족들의 무능이었다.
프랑스로 귀국해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무능한 귀족 장교, 엉망진창인 군대, 부패한 보급 행정.
혁명이 일어나고, 그 모든 게 뒤집어졌다.
여전히 군대는 엉망이었지만, 최소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었다.
나아가 나폴레옹이라는 정말 유능한 지휘관까지 얻게 됐다.
실로 오주로가 바라던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순간이다.
그런데 하필 나폴레옹에 옆에 있는 [신동]이 왕정 관계자다.
오주로는 그게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문득 빵을 씹어먹던 돌격 지휘관 랑퐁 대령이 불쑥 물었다.
“혹시 유진 장군이 왕실을 부활시키려 한다면 어쩌실 거요, 사단장 각하?”
“그건 망설일 질문이 아니군. 당연히 막는다. 그게 혁명군의 의무다.”
“사령관이 그걸 용인한다면? 그럼 어쩔 거요?”
오주로가 눈살을 찌푸릴 찰나, 베르디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꼭 왕실 부활이 아니라도 말이죠. 이용할 수도 있죠.”
“무슨 소리지?”
“제 생각엔 말이죠. 우리 사령관은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오주로는 콧방귀를 뀌었다.
“나는 눈이 없는 줄 아나? 이미 롬바르디아 정복만으로도, 보나파르트 장군은 3백년만의 업적을 해낸 거야.”
“이 원정이 끝나면 더욱 놀라운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군인이란 말, 그 말은 정치인이란 말과도 상통해요.”
“뭐?”
베르디에는 목소리를 낮춰 일렀다.
“지금 살리체티가 앉아 있는 그 자리, 보나파르트 장군이 앉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걸 위해 살리체티가 총재가 된 걸 수도 있어요.”
그때서야 오주로는 주위의 장교들이 베르디에와 똑같은 표정임을 깨달았다.
심지어 단순하기 그지없는 랑퐁조차도 그랬다.
요컨대 오주로 사단의 장교들조차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령관 나폴레옹은 이탈리아 원정 지휘관에서 끝날 남자가 아니다.
아니, 단순히 군인에서 끝나지 않는다.
혁명정부 최고위자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예컨대 로베스피에르처럼.
“베르디에 장군.”
오주로가 엄격한 얼굴로 일렀다.
“군인은 군무에만 신경쓰면 된다.”
“예, 아, 여부가 있겠습니까. 다만.”
“걱정해주는 건 고맙군. 하지만 난 공화국 군인으로서 의무를 다할 뿐이다.”
문득, 오주로가 눈을 번뜩이며 다짐했다.
“만약 상관이 국가에 반역을 저지른다면, 막으면 그뿐이지!”
그야말로 정론이라 할 것이다.
원역사에서 정작 오주로는 사실 쿠데타에 참가한다.
다만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는 것만은 극력 반대한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오주로의 정석적 자세만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베르디에는 궁금한 게 있었다.
“만약, 반역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실지······.”
그 순간이었다.
-콰아앙!
진지한 담소에 빠져 있던 오주로가 벌떡 일어났다.
“뭐지?”
전면에 떨어지고 있는 포탄.
분명 베네치아 측 군대는 아니다.
21년의 군 생활, 13년의 용병 생활, 3년의 혁명군을 거친 남자.
38세 장군, 오주로의 경험이 눈을 떴다.
“적이다! 적이 습격해왔다! 모두 점호!”
이 순간, 오스트리아 군이 바사노에 출현한 것이다.
***
정작 오스트리아 프리울리 군단의 장군, 알빈치도 알고 온 게 아니다.
“이거 참, 예기치 않은 행운이로군.”
알빈치는 오주로 이상으로 정석과 상식을 중시하는 숙련된 장군이다.
궤계나 기습은 알빈치가 가장 싫어하는 바다.
물론 그렇다고 눈앞에 준비 안 된 적이 나타났는데, 놓칠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참모장 프란츠 폰 베이로데르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우리는 그저, 보급로를 확보하러 왔을 뿐인데, 적군과 마주치는군요.”
“숫자는 어떻지?”
“이쪽이 2배 이상입니다. 게다가 상대방은 포병대가 없는 것 같군요.”
알빈치는 고개를 기울였다.
“저런, 포병이 전쟁터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군대로군. 쏴라.”
알빈치 직속 연대장, 필리프 폰 다넨펠트가 포병대로 달려갔다.
당연히 정석을 중시하는 알빈치는 베로나에서 먼 바사노까지 전군을 끌고 오지 않았다.
병력은 10개 연대, 1만 명 남짓으로 오주로 사단과 비슷하다.
그러나 역시, 정석적인 알빈치는 오주로와 달리 완편부대를 이끌고 있었다.
보병, 포병, 그리고 기병을 포함한 부대다.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도보포병대가 갈색 군복을 휘날리며 대포를 끌었다.
-쾅! 쾅! 쾅!
포격이 연이어 떨어지자, 프랑스 군은 일제히 기동하기 시작했다.
전진이 아닌 후퇴로.
오주로 사단 전체가 질서 있게 퇴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퇴하라!”
동시에 오주로 사단의 전열은 총격을 전면에 가했다.
신형 퍼거슨 라이플을 쓸 시간은 없어, 익숙한 머스킷 사수들이 전면에 나섰다.
포격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아주 침착하게 앞을 향해 쏜다.
-탕! 철컥, 슥, 쉬익, 키릭. 탕!
그 모습을 보던 알빈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이군.”
“응? 제법이라니오? 저희 포병대의 기습에 완전히 혼비백산한 것 같소만.”
“아냐. 전방을 잘 봐라. 다넨펠트 소장.”
알빈치가 차가운 눈빛으로 오주로 사단의 기동을 보며 일렀다.
“후퇴하는 와중에도 질서를 지키고 있다. 마지막까지 버티는 부대와, 먼저 이동하는 부대 사이의 간격도 좁아.”
후퇴가 빠르지 않다.
대신 질서가 있다.
최대한으로 대열을 유지하며 뒷걸음질 치듯 기동한다.
지휘관의 역량을 보여주는 솜씨다.
그러나 알빈치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래봐야 우리 포병대의 포격에는 무용지물이지만.”
다시 포격이 쏘아졌다.
-쾅!
결국 전면에서 막아서던 대대 병력의 전열이 무너져 내렸다.
앞에서 병사들이 죽어 나가는 광경을 보다, 후열에 있던 병사들도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알빈치 친위 연대가 앞으로 향했다.
지휘관은 제국 명가 후손인 프리드리히 자비에르 폰 호엔촐레른-헤힝겐 장군.
다른 장군들이 그렇듯 바이에른 승계전쟁, 투르크 전쟁, 그리고 라인 전선에서 활약한 숙장이다.
-척, 척, 척!
경험 많은 자비에르는 연대병들에게 침착하게 명령했다.
“전 연대, 3열 횡대로. 교차 사격을 실시한다!”
교차사격.
곧 선두 사격열과 후위 사격열이 교체해가며 사격 간격을 최소화하는 전법이다.
오랜 전통을 지닌 유럽식 연사법이라 할 수 있다.
-탕! 휘익, 탕! 휘익, 탕!
결국 프랑스 오주로 사단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너집니다!”
“추격. 단, 서두르지 말고 대열을 유지하라고 전해라.”
“전진하라! 단, 사격은 계속 하면서 진군!”
알빈치의 명령에 자비에르가 외쳤다.
만약 나폴레옹이라면 기병대를 동원하든, 종대 진군을 하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터다.
그러나 알빈치는 추격보다 아군의 대열을 더욱 중시했다.
이것이 오주로를 살렸다.
-두두두!
순간, 오주로 사단의 측면 후방에서 기병대가 밀어닥쳤다.
알빈치의 후사르는 아직 출격하지 않은 때였다.
황급히 자비에르가 정지 명령을 내렸다.
“기병대다! 일단 진군 정지!”
동시에 기병대가 권총 사격을 펼쳤다.
-탕! 탕! 탕!
프랑스 기마척탄병 여단.
곧 유진 여단이 긴급 구원에 나선 것이다.
권총 사격이 펼쳐지자 알빈치 군은 아예 정지해 버린 듯, 전진을 멈췄다.
오주로 사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일제히 부상병들과 병기만 끌고, 모든 식량을 놓아둔 채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놈들이 후퇴한다!”
자비에르가 소리치자, 참모장 베이로데르가 함성을 질렀다.
“이겼습니다!”
하지만 알빈치는 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저었다.
“없군.”
“예?”
“라데츠키가 말했지. 프랑스 군에게 후미에서 장전하는 총이 있다고. 빈트부셰를 카피한 건가 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군.”
후미장전식 소총.
곧, 퍼거슨 라이플.
알빈치는 이번 전투에서 혹시 그 총을 볼까 궁금했던 것이다.
“저 부대에는 없는 건가? 이거, 아쉬운데. 일단 적군 식량을 수거하도록. 그리고, 이 근방에 수비대를 주둔시킨다.”
조금 이상한 점을 느꼈지만, 정석적인 남자 알빈치는 모험성 추격을 하지 않았다.
그게 패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채로.
당장 보급선 확보가 미래의 승리라 확신하면서.
어쨌든 오스트리아 군이 이탈리아 전역에서 첫 번째 승리를 거둔 순간이었다.
***
파도바, 나폴레옹 군단의 본영에 전군이 재집결했다.
“제 잘못으로 적군에 귀중한 병력을 잃었습니다. 직위 해제라도,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오주로는 나폴레옹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 방심한 탓에 오스트리아 군과 한 번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다.
하물며 자신이 위험하다고 공공연히 발언하던 자, 유진 드 보아르네에게 구원을 받았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다.
오주로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오주로를 빤히 보다, 일으켰다.
다음 순간, 나폴레옹은 오주로의 뺨을 거세게 쳤다.
-철썩!
모두가 깜짝 놀라 바라볼 찰나, 나폴레옹이 오주로를 노려보며 말했다.
“오만한 소리 집어치워라, 오주로.”
오주로가 눈을 크게 뜨며 뭔가 말하려 했지만, 나폴레옹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난 몬테노테와 로디에서 네가 맹활약한 것을 잊은 적이 없다.”
“자, 자, 장군.”
“하지만 예전을 생각해라. 네가 나와 만나기 전까지, 그런 승리를 거둔 적이 있나? 오스트리아 군을 격파한 적이 있나? 아니, 니스에서 제대로 기어 나온 적이나 있나!”
분명 모독적이지만 모두 맞는 말이다.
“넌, 나를 만나서 무적의 장군이 된 거다. 그게 아니면, 적군과 교전하다 일부 손실을 겪는 건, 전쟁에서 일상사야!”
그때서야 오주로는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간 이탈리아에서 완승만 거둔 탓에 잊고 있었다.
전쟁은 본래 승패를 주고 받는 것이지, 항상 승리하기만 하는 게 아니다.
나폴레옹을 만나기 전까지는 당연한 상식이었다.
오히려 오주로 본인부터 그 상식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부끄러워 낯이 새빨개진 오주로를 향해 문득 유진이 입을 열었다.
“게다가, 사령관께선 위험을 예측하셔서 절 보내신 겁니다. 그렇죠?”
“응? 아, 그렇지. 내 ‘아들’ 유진이 내 명령 없이 움직이겠나?”
“그러니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유진은 눈을 찡긋거리며 오주로를 위로했다.
“오주로 사단장님은 멋지게, 적을 [유인]하신 거니까요.”
물론, 사실 유진이 오주로를 구원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원역사에서 알빈치가 보여준 보급 절대중시 성향을 안다는 거다.
심지어 알프스 산맥 보급로까지 챙길 정도라는 것도.
당연히 다른 하나는 백은문자의 알림이다.
오주로의 위험을 알린 순간, 유진은 바로 기마척탄병 여단을 나폴레옹 허락도 없이 기동시킨 거였다.
덕분에 오주로와 병기들이 무탈히 돌아온 셈이다.
한데, 유진은 오히려 이 상황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것만큼은 나폴레옹도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
유진이 파도바 이탈리아 군단 사령부 막사, 중앙 지도를 가리켰다.
-척!
유진의 손이 가리킨 위치는 다름 아닌 만토바.
북이탈리아 최고 요새로, 오스트리아의 수비군이 있는 장소다.
그간 나폴레옹 군단은 의식적으로 눈여겨 보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만토바에서 드디어 칸토가 기어 나옵니다.”
만토바 수비대장, 칸토 야전원수는 끝까지 나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군대를 이끌고 나오게 되었다.
사실은 전령으로 달려간 라데츠키가 억지로 끌고 나온 것이다.
물론 밀라노 방크 우체부 요원, 마르세유 우편연대로 상황만 파악한 유진이다.
내부 사정까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차피 그게 아니다.
만토바 군이 움직인다는 것 자체다.
“만토바 2만 병력 중, 1만이 진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멀쩡한 숫자 전부겠죠.”
나폴레옹이 흥미로운 얼굴로 물었다.
“그렇게 병사들이 줄었나?”
“전염병이 돌 시기입니다, 사단장님.”
“뭐?”
유진은 가볍게 웃으며 일렀다.
“우리 부대는 전염병이 돌 틈도 없었죠. 한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 달렸으니까. 위생부대도 만들긴 했지만.”
본래 나폴레옹 군단은 이탈리아 원정 도중, 전염병에 시달려 큰 병력손실을 겪는다.
그 때문에 유진이 애써 위생부대를 만든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라레이가 지휘하는 위생부대가 크게 할 일도 없었다.
왜냐하면 원역사보다 나폴레옹이 더 빨리 움직인 탓에, 전염병에 걸릴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눈썹을 치뜨다 피식 웃으며 사령부를 돌아 보았다.
“좋아, 제군. 모두 이번 작전을 듣도록.”
4명의 부관, 3명의 사단장, 1명의 참모장.
프랑스 이탈리아 원정군단의 핵심 멤버들이 나폴레옹을 주시한다.
이번 전투가 원정의 최종 운명을 결정할 것을 모두가 직감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양군이 합류하기 전, 각개로 박살낸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군을 이탈리아에서 소각한다. 작전명은.”
나폴레옹의 지휘봉이 북이탈리아 지도를 향했다.
“쌍두독수리 사냥이다.”
쌍두독수리, 신성로마제국 합스부르크 왕가의 상징.
그러니까, 나폴레옹은 이렇게 선언한 것이다.
이번 전쟁을 이겨서 쌍두독수리, 곧 신성로마제국을 잡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