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1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19화(119/547)
(119) 유진이 아르콜에서 만토바군단을 잡다
9월의 이탈리아는 본래, 강수량이 높은 편은 아니다.
“어째 비가 오는 것 같은데? 정말이야?”
이폴리트가 모자에 담긴 빗물을 털어내며 투덜거렸다.
유진은 급변하는 날씨를 보다, 꼭 지구온난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은 이 시기에 벌어지는 일은 온난화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소빙하기, 그러니까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져 기상이변이 벌어지는 시대랄까.
어쨌든 행군하는 군대 입장에서는 빗방울은 매우 성가신 문제다.
유진이 가볍게 대꾸했다.
“올해는 날씨가 급변이 심해. 이상할 건 없지.”
“이러면, 화약이 젖어.”
“보급마차에 방수포를 덮으라고 전해. 그래도 우리 화약은 [코닝]이 된 거 아냐?”
코닝, 그러니까 흑색화약을 재가공하는 작업이다.
원래 흑색화약은 숯, 초석, 황을 섞어 가루로 만들어 조합한 물질이다.
그런데 이 화약은 습기에 약한 문제가 있다.
습기방어를 위해 고안된 방법이 코닝, 곧 가루 화약을 반죽건조하고, 다시 알갱이로 좀 더 크게 쪼개는 정제 방식이다.
이 방식을 쓰면 화약은 습기에 강해지고, 연소 시간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급하게 만들 때는 코닝 작업을 거칠 여유가 없다.
하지만 현재 나폴레옹 군단의 화약은 전량 마르세유 군수상회에서 보급해온 것이다.
그러니 코닝 작업도 모두 거친 상태였다.
그래도 장마비를 많이 맞으면 쓸 수 없게 되는 것은 같다.
방수포 작업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이폴리트가 뛰어나는 것을 보다, 유진이 중얼거렸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신형화약을 본격적으로 개발해야겠군.”
장대비가 마주 답하듯 쏟아져 내렸다.
-쏴아아!
그때 잽싸게 마차 안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부지휘관, 쥐노 대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뭔데?”
“연기가 나지 않는 화약요.”
“뭐? 그게 가능해?”
유진은 피식 웃으며 반 농담삼아 대꾸했다.
“이 격발식 수류탄과 총도 만들었잖아요. 안 될 게 뭐 있겠어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금의 문제죠.”
실은 발상도 문제다.
무연화약, 이를테면 저 유명한 니트로글리세린 같은 것을 말한다.
최초의 무연화약, 니트로셀룰로오스가 만들어진 게 1845년의 일이다.
당시 목면에 질산과 황산 혼합물을 붓는 사고가 벌어져 탄생했다던가.
이런 조합은 실제 사고라도 벌어지지 않는 한, 생각해내기 어렵다.
반면 유진은 일화를 알기 때문에 굳이 노력한다면 만들 수 있다.
단지 그 과정에서 뇌홍 이상으로 사고 위험이 높아, 아직 미루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우중 행군을 하고 있자니, 본래 액체라 습기와 무관한 무연화약이 간절해진다.
다만 후미장전식 총에 무연화약까지 만들어진다면, 전쟁 양상도 달라질 것도 걸린다.
이를테면 지금처럼 전열을 세워 싸우는 게 아니라, 포복 사격전이 이뤄질 테니까.
그때 과연, 지금처럼 나폴레옹이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유진은 어떨까?
순간, 유진의 상념을 깨듯 전방에서 기마가 몰아쳐 들어왔다.
“휴, 이래서야 정찰기병들도 물에 젖은 쥐 꼴이 되겠는데.”
피레네 제13경기병대, 엽기병 부대장 베시에르 대령이다.
“정찰 상황은 어떻습니까, 베시에르 대령?”
“안 좋습니다. 유진 여단장님. 아예 란 장군이 직접 정찰과 함께 뛰고 있을 정도예요. 다들 움직임이 굼떠져서.”
“란 장군님이 직접? 이런, 돌아오시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유진이 놀라 외치자, 쥐노가 낄낄 웃으며 대꾸했다.
“왜. 진두지휘하는 장군, 멋지잖아.”
“적이 근처에 없으면 그렇죠! 지금 언제 적과 조우하게 될지 몰라요. 게다가 이번에는 마세나 사단도 따라오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쥐노.”
“그게 무슨 말이야? 어이, 여단장. 우리에게 숨기는 거 있어?”
쥐노도 딱히 직감이랄 것은 없지만 눈치는 꽤 빠른 편이다.
유진이 뭔가 알고 있다는 감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유진은 설명하는 대신, 낯을 찡그리다 가장 돌파력 좋은 기병을 찾았다.
“안 되겠어, 라살!”
비를 피해 놀고 있던 라살 대위가 유진에게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언제, 어디서든, 무슨 곳이든 돌파하는 후사르, 라살입니다!”
“헛소리 할 때가 아니야. 라살 대위, 자네 이 근방 지리 알고 있나?”
“예? 흐음.”
잠시 추억을 떠올리던 라살이 눈을 찡긋거렸다.
“이 근방이라면 아르콜 마을의 알레시아가 살고 있을 곳이군요. 참, 피부가 기름진 여자였죠.”
잠시, 유진도 말을 잃을 정도의 답변이다.
아마 베로나를 프랑스 군이 점령했을 때, 제멋대로 나가 여자와 놀아난 모양이다.
기가 막힌 얼굴로 쥐노가 혀를 내두르며 물었다.
“대, 대, 대체, 저 친구 언제 거기까지 여자를 만들러 간 거지? 부럽군!”
“쥐노, 닥쳐요! 지금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구요. 라살, 그럼 당장 그 근방으로 기동해서 란 장군을 데려와.”
“그건 알겠습니다만, 사유는 뭐라고 할까요?”
본래 기마척탄병 여단 소속인 주제에, 베로나에 멋대로 주둔했던 게 분명하다.
그러나 유진은 탈영이나 마찬가지인 이 문제를 야단칠 겨를이 없었다.
아르콜이란 이름을 들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은문자의 알림도 번뜩인다.
“만토바 군단이 이 근방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해!”
눈앞에 떠오른 문자를 보며, 유진이 다그쳤다.
[칸토, 만토바에서 사단급 병력 이끌고 북진 중.]이상할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다.
이유는 유진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사단급, 곧 1만 규모의 병력이 북진중이란 거다.
라살도 더 이상 장난이 아니란 걸 깨달았는지 진지하게 경례를 취했다.
“알겠습니다!”
다음 순간, 총탄처럼 라살이 뛰쳐나갔다.
란을 불러오기 위해서.
***
그러나 굳이 라살이 달려갈 필요도 없었다.
“달려, 빨리! 적군이다!”
란이 꽁지가 빠져라 달리며 부르짖었다.
-샥! 샥! 샥!
뒤에서 칼을 휘두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불행한 일은 적군에게도 기병대가 있다는 것다.
반대로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적군의 기병대, 후사르들이 총을 못 쏜다는 거다.
어쨌든 비가 오는 것은 똑같은 조건이니까.
-주르륵!
쏟아지는 비를 훔쳐내며, 란이 거세게 기마를 몰아쳤다.
란의 뒤에서 평소 라살과 함께 나서기를 좋아하는 기병대 장교, 주베르가 따라왔다.
주베르는 달려들던 후사르 한 명을 사브르로 튕겨내며 외쳤다.
“저거군요, 유진 여단장이 말한 게!”
“빌어먹을, 꼬마기수! 누가 꼬마하사관 아들 아니랄까봐 뭘 시원하게 얘기해주는 적이 없어!”
“꼬마라기엔 유진은 키 꽤 큰 편 같습니다만.”
주베르가 킬킬 웃으며 대꾸하자, 란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럼 내가 다리를 잘라서 키를 작게 만들어주지! 내 사브르나 잘 챙겨! 으차!”
쇄도하던 오스트리아 후사르에게 사브르를 던져 죽이며, 란은 기마를 몰았다.
이쪽은 정찰기병 30기.
상대는 완편군단 1만이다.
상대가 되기는커녕 포위당해 죽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때 함께 달리던 샹포가 소리쳤다.
“으아아, 적군 기병이 2배입니다!”
빗속을 뚫고 측면 방향에서 기병대가 나타난 것이다.
-탕!
총소리에 깜짝 놀랐던 란이 고개를 들었다.
“아군이다!”
측면에서 나타난 기병대는 라살이 지휘하는 부대였다.
라살 부대가 일제히 빗속을 뚫고 총을 겨누었다.
이쪽의 총은 뇌홍을 쓰는 [마르소캡] 총.
우중사격이 가능하다.
-탕! 탕! 탕!
적군 후사르가 흩어지는 가운데, 란을 향해 라살이 외쳤다.
“이쪽으로!”
빗속을 돌파해 란은 간신히 본대로 복귀했다.
황급히 유진 본대도 출격했는지, 총 3천 기의 기병대가 보급마차와 함께 분분히 달려오는 게 보였다.
1천의 기마척탄병 여단과 피레네 기병대 중 약탈전에 참여한 2천 기다.
“란! 괜찮습니까!”
황급히 부르짖으며 다급히 달려오는 유진을 보다, 란이 혀를 찼다.
“아, 진짜. 저런 얼굴이면 내가 때릴 수가 없잖아.”
“누가 나가라고 했어요? 분명히 정찰병을 보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적지에서 내가 안 나가면 누가 나가?”
멋들어지게 머리를 쓸어넘기며, 란이 유진을 향해 물었다.
“그건 그렇고, 이거 어쩌지? 우리만 가지고 싸울 수 없어.”
사실 란도 적군의 존재는 예상했다.
다만 완편부대일거라 생각하지 못했고, 이쪽은 기병대니 더 빨리 도착할 거라 여겼다.
한데 아직 보급창 빌라노바로 가기 전, 중도에 적군과 조우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달려온 라데츠키 부대와 여유롭게 약탈하러 온 유진 부대의 차이랄까.
물론 유진은 이 상황도 예측했다.
그러나 한 가지를 예측하지 못했다.
비다.
하늘을 노려보던 유진이 보급마차 쪽, 공병대를 돌아 보았다.
“샤슬루프 준장님, 우리 쪽 화약은 [코닝]이 잘 되어 있는 거 확실하죠?”
3백명의 공병연대 부대원들을 돌아보다, 샤슬루프 준장이 고했다.
“그야 유진 여단장님이 더 잘 알 텐데요. 보아르네 상회에서 공급한 거니. 방금 전에도 잘만 쏘지 않았습니까.”
“그건 마르소캡과 뇌홍 덕이죠. 하여간, 비가 왔으니 작전을 바꿔야겠어요.”
“뭐가 말입니까?”
유진이 빗속 저 멀리를 쏘아보며 말했다.
“적군의 포병 탈취극입니다.”
본래 유진이 생각했던 전법은 따로 있다.
만약 보급창에서 싸우게 된다면, 화약을 모두 터뜨려 버리는 폭발전을 벌일 생각이었다.
허나 적군은 예상보다 빨리 빌라노바 쪽으로 왔고, 또한 비가 화약 폭발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전장을 유진은 원역사에서 본 기억이 있다.
어디서?
나폴레옹이 치렀던 전쟁 중 가장 유명한 전투다.
워털루.
물론 워털루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란은 눈을 크게 떴다.
“뭐? 포병을 탈취해?”
“결국 화력이 기병의 약점이잖아요? 포병만 함께 한다면, 보병을 못 깰 것도 없죠.”
“그건 그렇지만. 아니, 우리 포병대 없잖아.”
유진은 샤슬루프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원래, 공병대는 포병 병과예요. 샤슬루프 준장님, 가능하죠?”
워털루, 원역사 나폴레옹의 마지막 전장.
그 전투가 벌어지기 전날 밤, 워털루에는 비가 왔다.
땅이 질어 기병 기동이 무척 어려워졌다.
하지만 나폴레옹 기병대는 역경 끝에 승기를 한 순간이나마 잡는다.
영국군의 대포를 탈취한 것이다.
그런데, 이 대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못 한 줌이 필요했다.
대포 점화구에 못을 박아넣어서 못 쓰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기병대에는 못을 가진 이들이 없었고, 그 결과 나폴레옹은 마지막 승기를 놓쳤다.
지금 유진이 생각하는 것은 이것과 정반대다.
적의 대포를 탈취해 쏘려는 거니까.
모두가 경악해 입을 쩍벌릴 찰나, 샤슬루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은 합니다.”
순간, 유진이 또 다른 부지휘관 뮈라 대령을 향해 외쳤다.
“뮈라! 네 도적질을 보여줄 때다!”
순발력 좋은 남자, 뮈라가 튕기듯 말을 잡아챘다.
“아, 도적질이 아니라 약탈전이라니까. 좋아, 가자! 얘들아!”
기마척탄병 여단, 뮈라 대대가 출격했다.
아르콜 마을, 적군이 기다리는 곳으로.
***
물론 오스트리아 만토바 군단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과 같은 상황이다.
“프랑스 놈들이 전방에 나타났다고?”
“예! 헉헉, 추격하다 놓쳤습니다!”
“멍청한 놈!”
격분한 칸토가 보고하는 후사르 기병을 걷어찼다.
-퍽! 퍽! 퍽!
구타가 일상인 시대지만, 칸토의 구타는 유별날 정도다.
“숫자가 몇인지, 적군 병종은 어떤지, 적 지휘관 깃발은 뭔지! 다 보고 왔어야지!”
그 모습을 보다 전령 라데츠키 소령이 미간을 찌푸렸다.
칸토의 구타 때문이 아니다.
뭔가 적군의 출현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이상합니다.”
“뭐가?”
“사령관님, 지금 적군은 파도바에 있는 거 아닙니까?”
구타를 멈춘 칸토에게 라데츠키가 물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다니. 일반 병종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칸토는 눈을 크게 떴다.
라데츠키가 말하는 바는 간명하다.
후사르 기병대가 조우한 병력도 기병이라고 했다.
“전부 기병이다?”
“아마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대포를 쓸 수 없는 게 아쉽군. 비는 그쳤나?”
기병이라면 완편 부대인 만토바 사단의 상대가 안 된다.
전열보병을 펼쳐 적을 공략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
부관, 민크비츠가 군대 상태를 점검하며 보고했다.
“예, 그래도 화약이 젖어서 총은 몰라도, 대포는 가능할 것으로······.”
그 순간, 대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쾅!
놀란 칸토가 뒤를 돌아 보았다.
“이게 무슨 소리야?”
“포, 포성입니다. 설마 적군이.”
“아, 아닙니다!”
부관 민크비츠가 당황할 찰나, 라데츠키가 눈을 부릅떴다.
“뒤에서 쏘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다.
-쾅! 쾅! 쾅!
분명히 지금껏 만토바 군단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던 보루다.
성채를 지키던 수호신.
이제는 저주받을 나폴레옹을 죽일 불덩이로 가져온 대포다.
그런데 그 불덩이가 지금 아군을 격파하고 있다.
“우리 대포다! 당장 탈환해! 놈들이, 우리 대포를 탈취했다!”
하지만 칸토의 명령은 너무 늦은 뒤였다.
-두두두!
전방, 베로나 동쪽 아디제 강.
소도시 아르콜에 걸려 있는 다리 하나.
다리의 이름은 아르콜 다리라고 한다.
그곳으로 기병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민크비츠가 비명을 질렀다.
“아르콜 다리를 놈들이 돌파합니다!”
다리, 선두에 선 남자는 란이다.
“자, 이제 총격의 시간이다!”
란이 함성과 함께 피스톨을 겨누었다.
-탕! 탕! 탕!
1795년 10월 1일.
아르콜 전투가 개시되었다.
유진과 란의 지휘하는 기병대의 돌격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