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1화(12/547)
(11) 바다의 사자, 넬슨이 인정해주다
18세기, 바다는 무법과 합법 사이에 있다.
“좋아. 포트 ‘로열’에서 출항 준비를 하자고!”
넬슨이 신나게 권총을 휘두르며 외치는 가운데, 선단이 항구에 도열했다.
포트 루아얄, 영어로는 포트 로열.
곧 왕립 항구.
마르티니크의 가장 큰 항구이자 유럽으로 열린 유일한 출구다.
이곳으로 [입항] 허가를 받은 영국 국적의 호위선단이 들어왔다.
숫자는 모두 5척, 모두 브릭의 상위 버전인 브리간딘 함이다.
아직 노예반란이 계속되는 와중이라, 삼엄한 포대와 수비병들이 도열한 와중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윌리엄 호담 제독은 대담하게 들어온 셈이다.
그것도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가상적국의 항구로.
대담한 남자, 호담 제독을 감탄한 얼굴로 맞이하며 총독 다마스가 물었다.
“귀국길은 괜찮겠소, 제독?”
“프랑스 함대가 갑자기 미쳐서 공격하지 않는 한, 지중해까지는 문제가 없을 거요. 문제는 도착할 때지.”
“무슨 말이오, 그게?”
호담이 슬쩍 낯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카리브 해는 거의 해적이 없는 시대지만, 아직 지중해는 해적이 있소. 총독. 바로 바르바리 해적이오.”
물론 호담도 진담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
바르바리 해적, 곧 현대의 알제리를 근거지로 하는 이슬람 해적 세력이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라면 무시무시한 세력.
그러나 지금은 신생국가 미국에도 패배할 구시대 함대에 불과하다.
그래도 정식 군대가 아닌 호송함대에게는 제법 위험한 적인 것도 맞다.
특히 지금처럼 민간인을 잔뜩 태우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오슈가 선두에 선 채 배로 부녀자를 인도하며 외쳤다.
“빨리 올라타요! 이대로 있다간 폭도들이 옵니다!”
숫자는 모두 1백명.
그 중에는 당연히 다마스의 가족도 있었다.
부인 메크린, 딸 질베르, 아들 앙투안 오귀스트.
앙투안을 유진이 흘깃 돌아보았다.
전생의 기록대로라면, 앙투안은 공포정치 때 목이 달아난다.
파리로 가도 괜찮을까?
그러나 이곳에 남아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때 대열에 함께 오르던 유진의 동생, 오르탕스가 넘어졌다.
“아아앙! 오빠, 아파!”
피난 대열에서 울음은 그 자체로 패닉을 불러 일으킨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기 때문이다.
당황했던 유진이 황급히 주머니에 있던 물건을 꺼냈다.
이 섬에서 가장 흔한 농작물.
사탕수수다.
“자, 오르탕스. 이거 보이지?”
“응?”
“사탕수수야, 조금 빨고 있어.”
당연히 사탕수수는 설탕의 원료고 빨다 보면 이가 썩는다.
그러나 아직 오르탕스의 이는 유치.
때문에 유진은 모친 조세핀과 달리, 오르탕스에게는 부담없이 사탕수수를 내민 거였다.
달콤한 사탕수수를 빨며, 오르탕스가 울음을 그쳤다.
그 모습을 보다 넬슨이 낄낄 웃었다.
“크큭! 애 보기는 잘하는군.”
“그것만 잘하는 건 아니라구요. 부함장님.”
“흥, 그럼 돈만 많은 게 아니란 걸 보여줘야 할 거야. 자네 친구들은 영, 배 위에선 못 쓰겠거든. 우리 할머니보다도 못났어.”
넬슨이 힐끗 뱃머리를 돌아보자, 오슈가 진저리를 치며 손을 내흔들었다.
“아이고, 우리는 배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오. 부함장.”
오슈는 물론이고, 마르소와 전직 군인 3명도 모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거대한 대서양을 건너며 다 같이 뱃멀미에 시달린 탓이다.
원역사에서는 그야말로 전장을 누비는 장군이자 장교들인데다, 그게 아니라도 무려 바스티유를 점령한 용사들인데도 저 모양이다.
유진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육지에선 용맹하죠. 며칠 전에도 제 어머니를 무사히 구했거든요.”
“오, 그래. 엄청난 미인이시더군. 유부녀라는 게 참 안타까워.”
“······그, 그렇군요.”
유진이 뜨악한 표정이 되자, 넬슨이 껄껄 웃으며 유진의 어깨를 쳤다.
“하하하! 걱정마. 나도 유부남이야! 런던에 돌아가면 토끼 같은 마누라가 기다리고 있지. 유부녀를 건드릴 정도로 굶주리진 않았어!”
그러나 유진은 안다.
넬슨이 원역사에서 평생의 사랑을 바친 여자는 유부녀이긴 하다.
본인의 부인이 아니라 상관의 부인이라는 게 문제다.
하지만 아직은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른바 ‘프랑스 혁명전쟁’이 일어난 후에 부임지에서 만나니까.
유진은 그저 쓰게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그 마음, 변치 않길 기원합니다.”
드디어 호위선단에 피난민 1백명이 탔다.
식량도, 물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화약도 실렸다.
호담은 선원들을 향해 외쳤다.
“좋아, 출항한다! 돛을 올려라!”
산 마리아 호, 유진이 타고온 배도 쉬르쿠프 선장의 인도하에 돛을 올렸다.
-쾅!
항구가 떠나는 바다, 대포 소리가 요란했다.
저 멀리 항구를 공격해오는 반란군과 총독군이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문득 유진의 곁에서 누군가 선 채 한숨을 내쉬었다.
모친, 조세핀이다.
“언제, 다시 고향에 올 수 있을까? 어머니도, 아버지도 놓아두고 가는 건데.”
조세핀의 부친 가스파르는 이미 죽기 직전이라 도저히 배를 탈 수 없었다.
모친 클레르는 남편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조세핀과 오르탕스만이 이 배에 타게 된 것이다.
유진은 가만히 조세핀을 보았다.
다시는 조세핀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게다가 파리로 돌아가는 게 과연 조세핀에게 행복할지, 유진도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닥쳐올 불행이 있다면, 반드시 막아보겠다.
유진이 조세핀의 손을 잡으며 싱긋 웃었다.
“대신, 오르탕스랑 제가 있잖아요. 엄마.”
깜짝 놀라 돌아보다 조세핀이 활짝 웃었다.
“그래, 유진. 우리 아가, 정말 많이 컸구나.”
마침내 조세핀이 대서양 파리 회항로에 나서게 된 순간이었다.
그때는 예상치 못한 운명이 기다리는 도시로.
아들, 유진과 함께.
***
알고 보면, 유명한 해군 명장이라고 해서 배멀미에 센 것은 아닌 모양이다.
“우에엑! 웨에엑! 우우욱!”
뱃전 한구석에 매달려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는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는 지금은 그냥 유망주지만, 후일 원역사에서는 불멸의 명장이 된다.
바로 세계 제일의 해군 명장, 넬슨이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지금은 배멀미로 구역질이나 하는 중이다.
그 모습을 보다 오슈가 투덜거렸다.
“아니, 지가 더 심한 거 같은데? 누구보고 할머니보다 형편없다느니.”
“장거리 항해 때는 차라리 괜찮다가, 근해에 들어오니까 저러는 거예요. 배멀미가 심해진 거죠.”
“잘난 척 하더니 꼴좋군. 응? 유진, 넌 괜찮냐?”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의외로 탈만 한데요? 조상이 해군이어서 그런가?”
의외로 유진은 배멀미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타고난 평형감각이 상당히 뛰어난 모양이다.
예상치 못한 신체적 능력에 유진은 꽤 흥미로운 기분을 느꼈다.
혹시, 알고 보면 유진이 해상 활동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선실에서 초췌한 조세핀이 나왔다.
“휴, 언제쯤 프랑스로 갈 수 있겠니?”
초췌한 모습에도 숨길 수 없는 미모에 선원들이 휘파람을 분다.
물론 유진이 노려보자 다들 시선을 피했지만.
그야말로 철벽같은 수비를 다름 아닌 어머니 보호에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원역사 조세핀의 [악명]을 아는 유진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
아직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색정광 소리까지 남을 정도니까.
가볍게 바람을 쐬게 하며 유진이 일렀다.
“곧 지브롤터 통과할 테니까, 마르세유로 갈 수 있을 거예요.”
“마르세유? 왜 보르도로 안 가고?”
“그쪽은 지금 엉망일 거예요. 혁명파가 장악했을 거거든요.”
간단히 말해 보르도는 프랑스의 대서양 방면 항구고, 마르세유는 지중해 방면 항구다.
요컨대 유진은 항로를 대서양이 아닌 지중해 쪽으로 잡은 것이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지금쯤 보르도는 혁명파가 휩쓸며 그야말로 폭동을 벌이는 중일 테니까.
반면 아직은 마르세유는 그나마 안정적이다.
왜냐하면 혁명기, 마르세유가 불안정해지는 것은 왕이 죽은 뒤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왕이 죽지 않았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마르세유로.]백은문자의 인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인도에 따라 유진은 왕궁으로 향했다.
왕, 왕비, 그리고 공주를 만났다.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힘, [돈]을 손에 넣은 것도 왕실과 인연을 맺은 덕이다.
하지만 동시에 유진이 마르티니크로 온 것, 역사가 바뀐 일이다.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더 바뀔까?
상념에 잠겨있을 찰나, 유진의 옆에서 조세핀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프랑스가 난리가 났다더니, 정말이구나! 그럼 귀국하면 안 되는 거 아니니?”
“괜찮을 걸요, 당장은.”
“왜?”
유진은 주위를 둘러보다 낮게 속삭였다.
“아버지가 혁명파에 가담했어요. 아마 혁명군 장군으로 활약하게 될 겁니다.”
굳이 목소리를 낮춘 이유는 영국인 호위선단 사람들 때문이다.
당장 넬슨만 해도 호위선인 세인트 엘레나 호가 아니라 유진의 배에 타고 있다.
호위 선단과 일반 상선인 산 마리아 호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의외의 이야기지만, 영국인들은 프랑스 혁명을 싫어한다.
정작 혁명은 영국의 명예혁명이나 자유주의 사조에 영향을 받았는데 말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절대주의 왕정이었던 프랑스는 격렬한 혁명에 휘말리고, 먼저 의회국가가 된 영국은 보수적인 귀족제가 현대까지 남는다.
그러니 당장 [혁명]이라는 단어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는 경악할 얘기다.
대격변이란 뜻과 동의어니까.
지금껏 평범한 귀족 부인이자 농장주 딸이었던 조세핀이 입을 쩍 벌렸다.
“맙소사, 알렉상드르가 미쳤구나.”
“가면, 이혼하세요.”
“뭐?”
정작 혁명 실세가 되었다는 남편과 왜 이혼하라는 걸까?
물론 유진의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알렉상드르의 운명이 실로 위태롭기 때문이다.
자칫 조금만 유진이 실수하면, 원역사처럼 목이 잘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유진은 굳이 그런 얘기를 꺼내는 대신, 그저 예측을 말했다.
“혁명이 이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집권자들은 못 이겨요.”
“그걸, 어떻게 아니?”
“엄마, 이건 도박이에요. 전, 도박에서는 지는 법이 없어요.”
문득 유진이 가볍게 웃으며 오슈와 이폴리트를 턱짓했다.
“당장 오슈 씨나 이폴리트가 저를 왜 신대륙까지 따라왔겠어요?”
물론 오슈나 이폴리트는 여전히 배멀미에 시달리는 중이라, 별로 믿음직스럽진 않다.
그러나 분명 이 두 사람은 조세핀에게만은 신뢰가 가는 이들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원역사에서 오슈와 이폴리트는 둘 다 조세핀의 애인이 된다.
지금은 유진이 차단해 전 애인 혹은 그냥 아는 소년이 되었을 뿐.
그 얘기는 한 마디로 오슈나 이폴리트 같은 유형을 조세핀이 좋아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제 겨우 11살인 아들이 훨씬 나이많고, 조세핀이 신뢰할 수 있는 남자들을 신대륙의 영역까지 데려왔다.
분명 보통 일이 아니다.
가만히 유진을 보다 조세핀은 유진을 와락 껴안았다.
“너, 정말 많이 컸구나, 우리 아가. 응?”
“윽, 어, 엄마! 이거 놔줘요!”
“그보다, 저게 뭐니?”
문득 유진을 품에 안던 조세핀이 놀라 바다 저편을 보며 물었다.
유진은 고개를 돌리다 깜짝 놀랐다.
다음 순간, 선수에서 배멀미를 하던 넬슨이 고개를 들고 황급히 부르짖었다.
“모두 들어가! 해적이다! 바르바리야!”
바르바리.
지중해를 아직도 휩쓰는 이슬람 해적들이 나타난 것이다.
***
18세기 말, 서유럽은 이미 이슬람 세계보다 한 단계 앞선 뒤다.
특히 영국 해군이라면, 이슬람 해적과 비교할 수도 없다.
물론 해군이라면 그렇다는 얘기다.
“하! 간만에 손 좀 풀겠군!”
배멀미는 온데간데 없는지, 넬슨이 외치며 선수에 섰다.
산 마리아 호는 상선이지만, 그래도 무장은 되어 있다.
제대로 된 대포는 없지만 선회포, 이른바 [포도탄]을 쏘는 포가 존재한다.
물론 당장 선회포를 쏠 것도 아니고, 진짜 전투는 호위함들이 치를 것이다.
그때 저 멀리 호위함 세인트 엘레나 호에서 호담 제독이 외쳤다.
“긴장해, 호레이쇼! 거긴 전투함이 아니야! 게다가 우리 호위함에 민간인들까지 함께 하고 있다고!”
“흥, 중세식 해적선 따위 단숨에 해치우면 그만 아닙니까!”
“알면서 농담하지 말게! 저놈들도 엄연히 화약병기를 갖고 있어!”
물론 바르바리 해적들의 화약병기는 최소한 두 세대 이전의 병기다.
총은 머스킷도 아니고 화승총에 가깝고, 포는 한참 후에나 방열되는 정도다.
해서, 호담 제독도 패배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접근해오는 해적선의 숫자는 모두 3척.
이쪽보다 숫자가 적긴 해도 일단 접근전이 벌어지면 필패다.
어쨌든 이쪽은 전투원이 적고, 저쪽은 모조리 전투원이다.
말없이 항해하던 선장, 쉬르쿠프가 투덜거렸다.
“항해 잘해오다가 하필, 코앞에서 이런 상황이로군.”
그러나 니콜라스 쉬르쿠프는 분명 뛰어난 선장이었다.
항해사와 선원들에게 손짓으로 지시하며 빠르게 회선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직 지중해로 들어서기 전, 대서양의 바다는 바람이 상당히 중요하다.
“선회!”
쉬르쿠프의 명령에 따라 배가 한 바퀴 회전을 하려던 찰나였다.
문득 유진이 뛰쳐나와 상황을 살피다 달려왔다.
미처 오슈나 마르소가 막기도 전의 일이었다.
“잠깐!”
“야, 뭐야! 이 어린애 누가 내보냈어! 당장 선실로 들여보내!”
“선회하지 말고 돛을 전부 펴요!”
그 순간 넬슨이 권총을 장전하다 말고 기가 막혀 소리쳤다.
“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러면 놈들에게 들이 박아야 해!”
지금 부는 바람은 강풍이다.
만약 돛을 일제히 편다면 앞을 향해 직진하게 된다.
바로 바르바리 해적선이 이루는 선단을 향해서.
실로 기가 막힌 소리를 유진은 단호하게 외쳤다.
“이 산 마리아 호의 선주는 나예요! 앞으로 가요! 그래야 놈들이 흩어질 거라구요!”
“뭐?”
“잘 봐요! 당신이라면 보일 텐데! 저 해적놈들이 머뭇댄다는 거!”
넬슨은 눈살을 찌푸리다 전방을 주시했다.
그러다 넬슨의 눈이 커졌다.
유진이 말한 바를 알아차린 것이다.
다음 순간, 넬슨이 선장 쉬르쿠프를 향해 외쳤다.
“선장! 돛을 모두 펴!”
쉬르쿠프는 기가 막혔지만, 넬슨의 권총이 당장 눈앞에 있었다.
게다가 넬슨은 전직 군인이고, 쉬르쿠프는 아직 20살 밖에 안 된 풋내기 선장이다.
어쩔 수 없이 쉬르쿠프가 손짓을 다시 돌리자, 선원들이 황당해 하면서도 돛을 펼쳤다.
그 광경을 본 세인트 엘레나 호에서 호담 제독이 비명을 질렀다.
“지금 뭐하는 건가, 호레이쇼!”
“제독! 저걸 보십시오. 놈들이 대포를 위로 올리지 않았소!”
“그게 무슨, 아니?”
호담 제독도 그때서야 해적선을 보다, 무릎을 쳤다.
“저 놈들. 화약이 없군! 선회포 준비!”
모든 대포가 창공을 향하고 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사격 준비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왜?
대포를 발사시킬 [화약]이 없다는 뜻이다.
호위함 4척, 그리고 산 마리아 호의 망루에 있는 소형포가 겨냥되었다.
-철컥!
선회포(swivel gun).
회전 가능한 포대 위에 설치해 선회가 가능한 포.
포에 미리 장전해둔 포신을 교체하면 연사가 가능하다.
탄환은 단일 포가 아니라 포도탄(grapeshot), 곧 납탄을 주머니에 넣어 연발하는 탄이다.
산 마리아 호의 유일한 포술 전문가, 넬슨이 선회포를 들고 갈기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순식간에 다가온 산 마리아 호에 놀랐던 해적들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달라붙어! 쏴 붙여!”
“화약이 없다고, 빌어먹을! 가까이 가기만 해도!”
신나게 돌파하며 넬슨이 웃어댔다.
“하하하! 내가 뭐랬어요, 함장! 저 놈들은 중세식이라니까! 억!”
순간, 강풍이 재차 밀려와 넬슨이 튕겨 나갔다.
그 사이 해적선이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 유진이 홀연 포신을 들고 선회포에 달려들었다.
“이이익!”
다가오는 해적을 향해 유진은 눈을 부릅뜨고 포에 불을 당겼다.
-쉬익, 쾅!
해적이 피륙이 되어 날아갔다.
첫 살인.
유진은 숨을 헐떡이다, 다시 포를 쏘아댔다.
지켜야 한다.
유진의 뒤에는 엄마 조세핀이, 동생 오르탕스가 있다.
여기서 물러나면 유진이 신대륙으로 온 것은 오히려 가족을 죽게 만든 짓이 된다.
필사적으로 쏘아대던 찰나였다.
“됐어, 유진!”
오슈가 어깨를 붙잡고 외치고 있었다.
멍하니 유진이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해적선은 멀어지고 있었다.
무사히 살아 남은 것이다.
유진은 털썩 주저앉았다.
“헉, 헉, 헉.”
그때 저만치 튕겨나가 있던 넬슨이 다가와 유진의 어깨를 툭 쳤다.
“어떻게 본 거냐? 꼬마.”
유진은 눈을 깜박이다 피식 웃었다.
아까, 해적선에 화약이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았냐는 얘기다.
당연히 유진도 보아서 안 것은 아니다.
“직감이죠.”
정확히는 유진이 본 것은 배가 아니라 따로 있었다.
[회선, 패배. 직진, 승리]선택의 기로, 도박의 순간, 갈림길.
백은문자가 선택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 포도탄을 쏘아댄 것은 오로지 유진의 용기였다.
어떻게 냈는지 유진도 모를 용기다.
그 순간 넬슨이 멍하니 있다 껄껄 웃어 제쳤다.
“하하하! 제법이군, 꼬마. 최소한 우리 할머니보단 더 배를 잘 타겠는걸!”
유진은 눈썹을 치뜨다 마주 웃어 제쳤다.
“그야, 당신 할머니보단 내가 더 키스를 잘하겠죠. 훗!”
이것은 지금은 유진만 아는 농담이다.
왜냐하면 넬슨이 원역사에서 죽게 될 때 하는 소리가 바로, 그거니까.
마지막 죽음의 순간, 부하에게 작별의 키스를 해달라고 한 후 남긴 유언이라던가.
아마도 죽을 때까지 시니컬한 남자, 넬슨이 웃어 제쳤다.
“이 건방진 꼬마! 마음에 들었어! 하하하!”
1790년 1월.
겨울바다 위에서 난데없는 소년과 청년의 웃음 소리가 퍼졌다.
유진이 넬슨과 함께 첫 번째 해전을 벌인 날이었다.
첫 싸움에서 유진은 승리를 거둔 것이다.
혁명이 일어난 프랑스로 돌아오는 항해로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