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2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22화(122/547)
(122) 리볼리 고원에서 강습전을 펼치자
본래 고지대를 먼저 점령하면 유리한 게 병가의 상사다.
“예외가 있지, 항상.”
서기 1795년 10월 7일, 리볼리 고원 초엽.
유진은 아침 이슬을 보며, 눈을 부비다 중얼거렸다.
아직까지도 잠이 덜 깼다.
이제 만 14살의 생일을 전장에서 9월에 지나버린 터다.
몸이 어린 탓에 아직도 잠이 요구되는 모양이다.
허나 전쟁터, 특히 실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는 잠으로 시간을 보낼 수 없다.
괜히 나폴레옹이 쪽잠이 버릇이 된 게 아니라 생각하며, 유진이 턱을 괴었다.
-똑, 똑, 똑.
이슬이 떨어져 내린다.
이곳, 리볼리는 가르다 호수 인근.
가을이지만 습기가 넘쳐난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아 기병 진군에 장애가 없는 게 다행일 뿐이다.
그때 이폴리트가 유진에게 새 군화를 가져다 주며 물었다.
“예외라니? 어떤 예외가 있는데?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직격하는 게 최고 아냐?”
“퇴로가 막히고, 보급로가 막히고, 적군이 수로 밀고 들어오면 장사가 없어.”
“어, 우리 군은 적과 비슷하지 않나? 지금 나폴레옹 장군 근위대에 마세나, 오주로, 라하르페 사단에 우리와 란 장군의 기병대를 합치면······.”
유진이 군화를 고쳐 신으며 고개를 저었다.
“틀려. 그건 모두 집결할 때야. 우리 군은 전군이 함께 기동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오히려 사단별로, 아니 거의 여단별로 이동 중이지.”
분산집합기동.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에 채택한 행군 방식이다.
이름은 거창해 보이지만, 간단히 말해 사단별로 나뉘어 행군하다, 목적지에서 집결하는 방식.
크게 보면 오스트리아 군의 행군과 다를 것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행군 속도, 도착 일정, 그리고 전략 목표.
속도는 오스트리아 군의 2배고, 도착 일정은 정확하게 맞추며,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기동집결한다.
리볼리 고원과 협곡 진군이 바로 교과서적인 사례다.
예컨대 유진과 란 기병대부터 분산해서 먼저, 리볼리로 왔으니까.
이폴리트는 유진의 병기를 챙기다 휘파람을 불었다.
“진짜네? 왜 그렇게 행군하는 거야? 각개격파 당하기 딱 좋잖아?”
“적군은 북쪽에 집결해 있고, 길은 좁아. 전군이 함께 이동하면 당연히 행군 자체가 지체된다고. 분산해서 기동하는 수밖에.”
“어라, 그럼 자칫 고원에 우리가 집결했을 때 전군이 모이지 못할 수도 있는 거야?”
바로 이게 분산집합기동의 가장 큰 문제다.
자칫 조금만 차질이 생겨도, 각개격파 당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하지 않고 진격하던 오스트리아 군대를 나폴레옹이 격파한 비결이기도 하다.
반면 나폴레옹도 이번에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때다.
“어이, 프라이슈츠 여단장! 여기 좀 와봐!”
문득 기마척탄병 여단 쪽으로 엽기병 복장을 한 장군이 다가와 외쳤다.
바로 피레네 제13기병연대 준장 란이다.
졸린 눈을 비비다, 유진이 몸을 일으켰다.
“뭡니까? 오늘은 강행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만토바 군단 패잔병들이 반격이라도?”
“그 친구들은 리볼리 고원을 지나, 협곡으로 흩어진 지 오래야. 이젠 군대도 아니지.”
“그럼 적들이 올 때까지 이 근방에서 좀 쉬어도 되지 않아요?”
그런데 란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대꾸했다.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아. 본대에서 전령이 왔거든.”
금발 청안의 전형적인 북프랑스 인이 피레네 기병연대 야영지에서 다가왔다.
차분한 인상이 도리어 인상적으로 보이는 군인이다.
전령으로 달려온 군인이 훨씬 더 나이 어릴 유진에게 아주 경례를 취했다.
“인사드립니다. 오노레 바이알 대령입니다. 밀라노 출진 직전, 알프스 방면군 켈레르만 장군 휘하에서 이탈리아 군단으로 배속을 명 받았습니다.”
“설마 알프스에서 지금 오신 건 아닐 건데.”
“합류 후에는 사령관 각하의 근위대에서 복무했습니다. 저를 처음 보실 것 같아, 설명드린 것입니다.”
물론 유진은 오노레 바이알을 안다.
그리 유명한 군인은 아니다.
허나 나폴레옹은 바이알을 꽤 높게 평가해, 베네치아 총독에 이어 행정관으로 기용한다.
전장에서는 용감하고,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하는 자.
요컨대 성실한 남자다.
가만히 바이알을 보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을 보내온 걸 보니, 전황에 변동 상황이 생긴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사령관 각하께서 반드시, 명령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뭔가?”
이미 전쟁터가 된 북이탈리아 동부를 가로질러 유진을 찾아낸 성실남, 바이알이 고했다.
“알빈치가 전위대를 급파했습니다. 목적은 리볼리 일대 포위. 현재, 트람바소르 고원 일대로 진입 중입니다.”
유진이 눈을 크게 뜰 찰나, 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베시에르가 지금 긴급 정찰 중이야. 아무래도 적군이 포위전을 준비하는 것 같아.”
“포위전이라구요? 정말입니까?”
“구도가 그래. 만약 이대로라면.”
란이 미간을 좁힌 채 고원 너머 협곡을 응시했다.
“우리가 고원에 봉쇄되어 고립된 채 전멸할 수도 있어. 어쩌면 본대도.”
곧이어, 바이알도 입을 열었다.
“바로 그 상황을 막는 게, 장군님들의 임무입니다. 모조리, 적을 격파해서라도.”
유진이 이폴리트에게 설명한, 바로 그 구도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아주 어려운 임무와 함께.
***
베시에르도 이제, 정찰의 대가가 된 후다.
“현재, 리볼리 북쪽, 몬테발도 산맥에서 적 기병대가 발견되었습니다.”
“병종은?”
“후사르입니다. 선발대로 1천 기 정도만 온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 뒤로 완편부대가 함께 오고 있습니다.”
고작 30여 기의 기병만 이끌고, 리볼리 일대를 들쑤시고 다닌 성과다.
적군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만약에 발각되었다면 베시에르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베시에르는 차분히 보고했다.
유진이 야영지 한쪽에 세워둔 보급마차 앞, 휴대용 탁자 위 지도를 보다 캐물었다.
“완편부대 규모는 어느 정도지?”
“3개 연대쯤 됩니다. 특히 포병을 함께 데려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합류하게 되면 골치 아프겠군.”
선발대 슈비르츠 후사르와 후속부대, 리프타이 연대다.
유진은 지휘관 이름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황은 대략 짐작해볼 수 있었다.
아마도 알빈치가 [포위전]을 펼치려는 모양이다.
본래 원역사에서도 알빈치는 리볼리 포위를 시도한다.
물론 지금은 나폴레옹 군단의 준비가 더 강력하고, 알빈치도 강제로 리볼리로 오는 상황이다.
다만 지형은 똑같다 보니, 전략도 똑같이 구사되는 모양이다.
지도 위를 뚫어져라 유진이 보고 있을 찰나, 란이 입을 열었다.
“고원에서 기다리는 게 어때?”
유진이 눈썹을 치뜨자, 란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우리 임무는 본래 먼저 고원을 선점하는 거야. 안 그래? 본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려서 공격하면 돼.”
“그걸로 족하다면 그렇죠. 하지만, 적군이 도로를 모두 선점해 버린다면?”
“뭐?”
유진은 리볼리 고원 주위의 지형을 지휘봉으로 가리켰다.
“리볼리 고원은 언뜻 보기에 물이 풍부해 보이죠. 동쪽은 아디제 강, 서쪽은 가르다 호수니까. 하지만 양측 모두 고지대와 협곡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자칫, 물 없이 완전 포위당할 수 있단 말입니다.”
이를테면, 삼국지로 따지면 [기산] 같은 장소다.
부근에 유량이 풍부해 물이 끊길 염려가 없어 보인다.
허나 만약 주위 통로가 봉쇄되면 물을 구할 곳이 없다.
물론 화약병기 시대니, 적군도 그리 간단히 포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포위를 뚫는 과정에서 희생자가 많아질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란이 기가 막히다는 듯 물었다.
“그걸 알면서 결전장으로 택한 거야?”
“이 정도 전장이 아니면 적군이 유인될 리가 없으니까요.”
“이봐, 소년기수. 그럼 뭐하고 있는 거야? 당장 적이 준비되기 전에 격파하러 가야지!”
재빨리 전술을 바꾸는 란을 보다, 유진이 피식 웃었다.
보통은 변덕이 심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란의 판단 변화는 좀 다르다.
직감에 따른 순발력에 가깝다.
험한 지형에서 기병이 움직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지휘관으로서 신중하게 기동하는 것도 올바른 판단이다.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면, 과감하게 돌파하려 드는 것은 탁월한 직감의 성과다.
일단 란이 있는 이상, 유진도 과감한 전법을 쓸 수 있다.
아마 나폴레옹이 기습전을 요구한 것도 란을 믿어서일 것이다.
“이래서 당신이 필요한 거예요. 란. 하지만, 희생은 줄이는 게 좋겠죠.”
“무슨 말이지?”
“아직도 적은 우리 속도를 정확히 몰라요. 고작 1천 기의 기병에, 3개 연대만 보내다니. 하긴, 그게 아니면 이 정도로 빨리 올 수도 없었겠지만.”
요컨대 란과 유진이 먼저 도착했다는 것을 알빈치는 모른다.
알빈치의 시야 속에 있는 부대는 오직 나폴레옹 본대와 분산 진격 중일 마세나, 오주로, 라하르페 사단이다.
그렇다면 좀 더 효과적인 기습이 가능하다.
유진이 시선을 돌렸다.
“라살, 해줘야 할 일이 있다.”
유진의 옆에서 호위로 서 있던 라살이 휘파람을 불며 웃었다.
“혹시 또 돌파입니까? 30기로 돌파하라는 것만 빼고, 다 자신 있습니다.”
“3백 기다. 줄 수 있는 병력은 그게 한계야. 대신, 이미 해본 일이니 쉽게 할 수 있겠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유진은 대답하는 대신, 임시 사령부 책상 한쪽에 서 있던 중년 남자를 응시했다.
“샤슬루프 준장님, 아르콜의 재현입니다. 가능하시겠죠?”
공병대장 샤슬루프도 리볼리 진격에 동반했던 것이다.
아르콜 전투에서 샤슬루프는 그 누구보다 탁월한 공적을 세웠다.
바로 대포 탈취다.
샤슬루프가 눈을 크게 뜨다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정말 목숨이 두 개라도 모자라겠군. 해보겠소.”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수하들을 돌아 보았다.
“그럼, 여단 전원.”
기마척탄병 여단과 피레네 기병연대 지휘관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유진은 명령을 하달했다.
“리볼리 고원까지 전속 전진한다. 보급품은 휴대용만으로. 란, 피레네 기병연대도 부탁합니다.”
“엥? 잠깐, 유진. 그럼 어떻게 계속 싸워?”
“이미 아르콜에서 봤을 텐데?”
이폴리트의 질문에 유진이 간명히 대꾸했다.
“적군의 화약과 탄약을 빼앗아서 싸운다!”
이것이 한정된 보급품으로 싸워야 하는 유진의 해법이다.
***
리볼리의 서전은 총격으로 개시되었다.
-탕! 탕! 탕!
이제 막 몬테발도 산맥에서 리볼리 협곡으로 진입하던 슈비르츠 기병대가 놀라 멈췄다.
“미친놈들! 고지에서 갑자기 습격이라니!”
“말이 버틴다는 게 더 신기하군요. 반격 준비하겠습니다!”
“물론이지. 저 프랑스 놈들, 우리가 우습게 보이나 보군. 먼저 온 건 예상 못했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후사르 지휘관 슈비르츠 소장이 부지휘관 메사로스에게 명령했다.
“돌격 준비! 뷔름제르 원수님의 비운을 갚는다! 우리 배후에서 도착할, 리프타이 연대와 함께 적군 섬멸에 나서자!”
고지, 곧 리볼리 고원에서 3천의 기병대가 내려오는 게 보인다.
숫자는 후사르보다 훨씬 많다.
그렇지만 사실 보병전이라면 모를까, 기병전은 고지대에서 하강하는 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애초에 말은 평지를 달리는 짐승이지, 산지를 누비는 짐승이 아니다.
되려, 말이 다치거나 기병이 낙마할 가능성이 높은 전법이다.
후사르 1천 기가 결연히 서전 사격을 준비했다.
1천 개의 피스톨이 사정거리 밖에서 달려오는 기병대를 겨누었다.
오히려 상대가 먼저 총을 쏜 게, 이 경우에는 실수다.
-철컥!
선두에서 피스톨을 든 채, 슈비르츠가 외쳤다.
“가자, 우리가 후사르임을 보여줘라! 쏴라!”
그 순간 굉음이 허공을 갈랐다.
-쾅!
분명 총소리는 아니다.
슈비르츠는 눈을 깜박이다 뒤를 돌아 보았다.
문득 부지휘관 메사로스가 고개를 들다 부르짖었다.
“저, 저게 뭐야!”
그 서슬에 슈비르츠도 고개를 들었다.
포탄이 날아오고 있었다.
분명, 아군이 기다리고 있었을 배후에서.
슈비르츠가 눈을 부릅떴다.
“설마, 프랑스 놈들이?”
유진이 보낸 라살 돌격척탄기병대가 대포를 탈취한 것이다.
알빈치가 급파한 포위섬멸전의 일각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