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2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24화(124/547)
(124) 란이 리볼리를 관통하다
18세기 말, 유럽의 전장은 일종의 술래잡기와 흡사하다.
“이쪽 방면으로 대체 누가 온단 말입니까!”
일단 유럽은 이른바 ‘공지’, 그러니까 빈 땅이 거의 없다.
해서, 군이 이동하게 되면 어느 정도의 윤곽은 다들 알 수밖에 없다.
특히 북이탈리아처럼 제한전장이 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숲, 미개간지, 인구 희소지대가 존재한다.
당연히 전파 탐지 도구도 없다.
인간이 직접 발과 말로 뛰어다니며 적을 정탐해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전장에 일단 돌입하고 나면, 아군과 적군 모두가 깜깜이가 된다.
혹시 모를 방향으로 예비군을 파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무도 프랑스 군이 오지 않을 거라 여기는 곳.
리볼리 고원 전장에서는 남동쪽 방면, 아디제 강쪽이 그렇다.
문득 부지휘관, 프로베라의 외침에 게르하르트 폰 로셀미니가 답했다.
“사령관의 지시요, 프로베라 장군.”
“아무리 우리 군이 아르장토 백작 때문에 패잔병이 되었다 해도, 너무하지 않소? 본래 롬바르디아를 지키던 건 우리가 아니오?”
“이제는 관할이 문제가 아니오.”
아디제 강이 얕아지는 곳으로 병사들을 도하시키며, 로셀미니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명예를 회복하는 게 문제지. 만약, 이번 전투에서 알빈치 장군이 이긴다면, 우리도 명예를 회복할 수 있소.”
본래 로셀미니와 프로베라는 나폴레옹와 초전부터 싸웠던 장군들이다.
아르장토 백작이 지휘한 몬테노테 전투에서 살아남은 자들.
그러나 알빈치는 로셀미니와 프로베라의 생존력을 딱히 존중하지 않았다.
오직 전투 지휘력이 특출한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기계적인 배치를 한 것이다.
아디제 강 동안,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지 않은 방면이다.
오스트리아 입장에서는 지키기만 해도 작전 성공이랄까.
프로베라는 이를 득득 갈다, 강을 보며 혀를 찼다.
“명예고 뭐고, 참 평화롭군.”
강물이 도도하게 흘러간다.
-콸콸콸!
그때 로셀미니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일렀다.
“너무 마음 놓지 마시오. 이미 전투는 시작됐소.”
“여기선 보이지도 않는데?”
“소리는 들릴 거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포성이 은은히 울려 퍼진다.
-콰아앙.
아디제 강 서안, 리볼리 고원을 넘어 울리는 소리다.
나폴레옹 본군이 벌써 도착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아마도 오스트리아 군쪽에서 견제용 포격을 시작했을 터다.
프로베라가 잽싸게 포성에 귀를 기울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저 소리를 듣자 하니, 브라벡이나 라우돈 같군.”
“라우돈일 거요. 브라벡이라면 우리 쪽에서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싸우고 있진 않겠지.”
“모르지? 적군은 과감한 돌파를 제멋대로 하는 경향이 있소. 물론 이 고지대에서 지형도 모르는데, 그런 짓을 하진 않겠지만.”
몬테노테를 떠올리며, 프로베라가 이를 악물 찰나였다.
-탕!
총소리가 들린 순간, 그때까지 무표정하던 로셀미니가 부리나케 뛰쳐 나갔다.
“방진!”
휘하 연대 전병력 1만여 명에게 일제히 방진 명령을 내린 것이다.
“십중팔구, 적이다! 방진을 쳐라! 포병은 있나?”
“10문 정도 가져왔습니다!”
“당장 포진시켜! 총격 방향이 어디인가! 후면? 정면? 측면?”
부관 장교가 황급히 후방으로 달려갔다가 돌아와 보고했다.
“아디제 강 동안! 우리 군의 후면입니다!”
사실 오스트리아 군은 나폴레옹이 단연 리볼리 남쪽에서 접근할거라 여겼다.
왜냐면 아디제강 동쪽을 넘는 것보다 훨씬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아디제강 동쪽은 고지대고, 남쪽은 평원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평탄한 평지 접근보다, 험난한 고속 행군을 선택한 것이다.
프로베라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래, 놈들은 동남에서 가르다 호수로 오고 있었지. 아디제 강 루트로 올 수 있다는 걸 예측했어야 했어! 돌대가리 알빈치!”
“지금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오, 프로베라 장군! 포병을 맡아 주시오!”
“여부가 있겠소? 이럴 때는 손을 아낄 일이 아니지!”
다행히 완편 부대를 끌고 온 터라, 로셀미니 부대도 포병을 갖고 있었다.
“대포 예열! 적군 보병을 향해 쏠 준비를 하라! 응?”
보병 뒤편에 배치된 포병대로 달려가 명령을 내릴 찰나, 프로베라가 멈췄다.
프로베라와 함께 포병 지휘에 나섰던 장교가 고개를 들다 눈을 크게 떴다.
포병장교 알로이스 가바시니가 덜덜 떨다 물었다.
“장군님, 저게 뭡니까?”
“뭐가?”
“마치 흙먼지처럼 보이는 게 잔뜩 피어오르는 데요.”
자신이 잘못 본 거라 여기고 싶었던 장군, 프로베라가 이를 악물다 외쳤다.
“기병? 대체 어디서!”
리볼리 고원, 곧 로셀미니 군대의 배후에서 기병대가 뛰어내리고 있었다.
***
그 시각, 나폴레옹의 본대는 3방면으로 나뉘어 종대 진군 중이었다.
“오주로가 먼저 리볼리 고원으로 들어가다니, 아쉬운걸.”
나폴레옹의 앞, 전위대를 맡은 것은 단연 마세나다.
물론 마세나보다 한 발 먼저 리볼리 고원으로 우회 진격한 병력도 있다.
알빈치가 본래 예측한 방향, 곧 리볼리 남쪽 우회로다.
오주로 사단이 간 길이었다.
마세나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반면, 부관 세르보니 준장은 오히려 침착하게 전방의 로셀미니 부대를 보며 대꾸했다.
“그래도 오스트리아 군이 전혀 예측 못한 상황에서 우리를 맞이하는군요.”
“방진이라니, 쯧. 저래서야 병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잖아. 차라리 우리처럼 종대로 움직이다가, 여차하면 달아나든가 하지.”
“엄폐사격이라도 하는 게 훨씬 낫겠는데요.”
마세나는 여유롭게 고개를 저었다.
“머스킷으로는 불가능하지. 아마, 퍼거슨 라이플로도 어려울 걸? 엎드려 쏘다보면, 연기가 새어 나오는 거 같던데.”
후장식 소총의 약점 중 하나다.
전장식 소총, 머스킷은 기본적으로 앉아서 장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일단 장전하기 전에는 엄폐가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에 후장식 소총은 포복사격이 가능한 반면, 장전구에서 화약 가스가 새어 나오기 쉬운 문제가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후장식 소총의 장전구를 기계로 만들 필요가 있다.
아직 증기기관도 변변히 없는 프랑스에서는 어려운 일이랄까.
거기까지는 몰라도 실전에서 총을 어떻게 써야 할지는 마세나도 안다.
어쨌든 적군이 방진을 취하는 모습을 보다, 마세나는 간단한 해법을 떠올렸다.
포격전이다.
“좋아, 일단 마르몽 대령에게 전령을 보내. 지원사격을 해달라고.”
“라하르페 장군은 저 산등성이를 잘 넘고 있을까요?”
“모르지? 사령관도 그건 썩 기대는 안 하는 것 같던데.”
남동 방면, 몬테 카스텔로 산맥을 흘깃 보며 마세나가 눈을 빛냈다.
“우리가 화력전으로 돌파하는 게 이번 작전의 상수야. 다른 변수가 있다면, 모를까.”
그때였다.
-탕! 탕! 탕!
어쩐지 꽤 가깝게 들리는 총소리에 마세나도, 세르보니도 당황했다.
“변수가 있나 본데요?”
“갑자기 저 오스트리아 놈들은 어디다 총질을 해대는 거야? 우리 군은 북동 방면에서 가고 있는데.”
“설마 라하르페가 벌써 남쪽 방면, 몬테 카스텔로 산맥을 넘은 건가요?”
그 순간 눈 좋은 마세나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닌 것 같군. 흙먼지가 일어나는 게, 기마대 같은데? 어디, 망원경으로······.”
망원경을 눈에 갖다 댄 순간, 마세나는 이번에는 입을 쩍 벌렸다.
로셀미니 부대의 배후, 리볼리 고원 쪽에서 일단의 기마대가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본래는 그쪽에서 내려올 군대는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리볼리 고원을 선점한 유진과 란은 적군과 대치중일 테니까.
하지만, 분명 아군 기마대다.
-잇히이이잉!
선두에 선 지휘관을 먼지 속에서 확인한 마세나가 망원경을 내던졌다.
“란! 란이 온다! 전군, 종대 진격! 코앞으로 가서 사격전을 펼친다! 랑퐁!”
“예, 사단장 각하!”
“자네가 가장 먼저 달려! 적들의 방진을 부숴라!”
마세나 사단의 돌격장, 랑퐁 대령이 힘차게 화답했다.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죽음을!”
랑퐁 연대가 일제히 소총을 들고 달려갔다.
물론 총검돌격은 아니다.
단지 머스킷 사정거리 안으로 파고들려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본래는 충분히 위험하다.
만약 적군이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반격한다면, 상호 사격하에 숫자가 적은 쪽이 전멸한다.
그럼에도 마세나는 사정거리 안 돌격을 명령한 것이다.
왜?
이 순간, 보병 방진을 향해 돌격하는 기병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명 같은 환호를 지르며, 마세나가 기마에 올라탔다.
“란, 저 미친놈이! 세상에,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기동하는군! 아주 멋진데!”
이제 마세나 사단이 그 돌격을 뒷받침해줄 차례다.
***
기병은 보병을 이길 수 없다.
화약병기 시대, 전투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 순간, 돌격을 감행하는 기병 연대가 있었다.
“총탄을 아끼지 말라! 우리 부대는 이번에 모든 전력을 다 쏟아 붓는다!”
본래 피레네 방면군 소속이었던 기병, 3천 기가 일제히 고원 아래를 달리고 있었다.
지휘관은 장 란.
평균해발 1천 미터를 넘는 피레네 산맥에서 기병을 운용해온 남자다.
알프스도 아니고 리볼리 고원 따위는 애들 장난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기동이 문제가 아니다.
적군이 방진을 펼쳤다는 게 문제다.
방진이 펼쳐진 보병 부대는 막강한 화력과 방어력을 자랑한다.
이 문제를 란은 부대원 전면에 퍼거슨 라이플 무장 총기병을 배치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철컥, 키릭, 탕! 철컥, 키릭, 탕!
그렇잖아도 기동이 어려운 고산지대다.
본래 이런 고산 돌격은 총기병이 아니라 검을 든 검기병을 돌격시키야 한다.
흔들리는 지면 위에서 총을 쏘다, 자칫 낙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 기마 자체가 큰 충격을 받아 다리가 부러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란은 방진 전열을 깎아내리는 총기병들을 보며 포효했다.
“좋아! 총기병이란 이런 거지! 후사르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이 화력!”
“란 장군님! 이러다, 우리 기마들 모두 죽습니다!”
“그게 어때서! 이번만은 말조차 아낄 때가 아니야!”
곳곳에서 총을 쏘다 기병들이 낙마해 고꾸라졌다.
그러나 지금 란은 오히려 뮈라처럼 무작정 돌격을 외치며, 명령을 거두지 않았다.
아주 간단한 이유가 있다.
“어차피 이번 단판에서 이기면, 그 다음은 알프스를 넘어야 해. 그때 얘들 다 데리고 갈 수 없어!”
지면 그 뒤는 없다.
이긴다면 어차피 알프스 진공 작전이 펼쳐진다.
나폴레옹은 이런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란은 타고난 전략적 직감으로, 향후 전황을 간파한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방진을 펼친 로셀미니 부대가 황급히 머스킷 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탕! 철컥, 키릭, 스윽, 탕!
하지만 사격 속도에서 오히려 기병들에게 뒤쳐질 정도다.
“대체 왜 사격 속도가 차이가 나는 거야! 그것도 상대는 기병인데!”
로셀미니가 부들부들 떨며 고함쳤다.
예전, 세 차례의 패배가 머릿속을 관통한다.
아르장토, 볼리외, 뷔름제르.
차례로 로셀미니가 모셨고, 모두 패배한 사령관들이다.
이번에는 알빈치의 차례일까?
그 순간 포병대를 맡으러 갔던 프로베라가 돌아와 부르짖었다.
“안 되겠습니다! 일단 북쪽으로 도주를!”
“잊었소? 우리 북쪽 정면에는 프랑스군이 진입하고 있소! 저기, 달려오는 게 보이는군!”
“그렇다면, 다른 방면으로 가지요!”
프로베라는 전혀 다른 방면을 가리켰다.
“남쪽으로 갑시다. 만토바 방면으로!”
문득 로셀미니가 눈을 크게 뜨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신의 한수로군. 전군, 남쪽으로!”
그곳에는 만토바 요새가 있다.
게다가 적군은 북서와 북동에서 밀고 들어오는 중이다.
남쪽 방면은 완전히 텅 비어버린 상황.
일단 전멸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살려서 도주하는 게 낫다고 로셀미니는 판단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이번에는 로셀미니의 운도 다한 모양이었다.
방진을 풀고 황급히 달려가려던 부관, 알로이스가 멈추며 비명을 질렀다.
“저기, 적군이 있다!”
몬테 카스텔로 산맥.
그야말로 오스트리아 군도, 프랑스 군도 기대하지 않았던 방면.
그러나 알프스 산맥 출신인 한 남자에게는 별 개 아닌 곳이다.
스위스가 고향인 남자, 라하르페가 지휘하는 사단이 로셀미니 1만 명을 가로막았다.
한 순간, 고지를 내려온 란이 라하르페와 마주쳤다.
“라하르페 장군!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군요!”
“란 장군님, 오셨습니까! 어떻게!”
“유진 준장이 나보고 가라고 하더군요. 교란은 기마척탄병 여단으로 충분하다고!”
그때 마세나 사단도 도착했다.
“이야, 간만이야! 란 장군!”
마세나, 라하르페, 그리고 란이 포위를 완성한 것이다.
-탕! 탕! 탕!
이로써 로셀미니 방면군, 1만은 완전히 궤멸해 버렸다.
그런데 사격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마세나의 뒤에서 또 다른 사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령관 나폴레옹의 직속 부대다.
“승리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나폴레옹은 전면에서 펼쳐지는 승리를 만끽하는 대신, 행군 명령을 내렸다.
“전군, 아디제 강을 넘는다. 리볼리 협곡 안으로, 적군을 각개격파하러!”
알빈치가 정면에서 포위전을 구사하는 시각.
나폴레옹은 측면에서 각개격파를 개시한 것이다.
-탕!
첫 제물, 생존자 로셀미니가 마침내 죽는 총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