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2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27화(127/547)
(127) 뮈라가 오스트리아의 칼을 부수다
야간, 해가 지는 시각이 왔다.
“일단 행군을 멈춘다. 오늘밤은 이곳에 야영지를 만든다! 모두 마차에서 천막을 내려라!”
알빈치 군단 북동방면군, 라우돈 소장이 명령을 내렸다.
비록 진입 도중 뒷덜미를 잡혔지만, 라우돈 부대는 아직 멀쩡하다.
전열보병 연대 8개, 보조 후사르 연대 2개, 여기에 포병대 1개 대대까지.
유진의 습격은 발을 멈췄을 뿐, 중대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그러나 행군 시간은 늦어졌고 결국 라우돈 소장의 사단급 부대가 멈추게 된 것이다.
-쿵. 쿵. 쿵.
마차가 멈추고 천막을 내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행군을 위해 아예 노숙을 하는 프랑스군과 달리, 오스트리아군은 철저히 교범을 지키는 중이다.
특별히 병사들을 위하기 때문이 아니라, 전투력을 보존하기 위한 원칙이다.
다만 이 원칙을 지키다 보면 자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각 대령급 연대장과 소령급 연대장들이 바삐 병사들을 지휘하며, 야영을 준비했다.
야영 준비를 점검하고 돌아온 부관, 사무엘 쾨블로스가 라우돈에게 말했다.
“고원지대에서 저녁 무렵, 소란이 있었던 거 같았는데요.”
“자비에르 장군이나 브라벡 장군의 부대와 충돌했을지도 모르지.”
“그럼, 우리도 좀 더 전진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우돈 장군님?”
라우돈은 신중히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무엘 쾨블로스 준장. 내일 새벽부터 행군을 시작하지. 초병은 경계를 철저히 서도록!”
분명 라우돈의 지시는 틀린 게 없다.
야간 행군은 원역사 현대에도 기피하는 전법이다.
또한 초병을 세워 경계 태세를 취하는 것도 모두 정석 그대로다.
문제는 상대가 정석대로 움직이지 않는 적수라는 거였다.
-척, 척, 척!
사령관 초소 부근까지 들려올 정도로 발소리가 요란하다.
“누구냐!”
라우돈이 벌떡 일어날 찰나, 쾨블로스가 전방으로 달려갔다가, 황급히 돌아왔다.
“장군님! 적입니다!”
“나도 알고 있다. 전군, 경계 태세! 탄약을 배급하라! 각 연대장들에게 연락병을 보내!”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쾨블로스는 비명을 질렀다.
“적군 전체가 몰려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총격음이 밤을 울리기 시작했다.
-탕! 철컥, 탕! 철컥, 탕!
이제 막 어스름이 드리워진 산지.
야영을 위해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한 게 오히려 표적이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라우돈 부대는 아직 적군과 충돌할 거라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다.
그것도 전방에 반원형으로 쏘아지는 포위사격전이 펼쳐질 거라고는 더욱 예측하지 못했다.
“포위! 포위당했다! 아악!”
“우리도 사격 준비를! 아니, 어, 어서 대포를 가져와!”
“야간에 무슨 대포야! 어디가 보여야 쏘지! 사람 살려!”
아직 젊은 장군, 라우돈 남작이 당황해 고함쳤다.
“바, 방진을 펼쳐라! 어서! 모, 모여서 싸우면 맞설 수 있다!”
그러나 모닥불이 번져 어둠이 밝혀졌을 때, 라우돈은 입을 쩍 벌렸다.
-화르륵!
최소한 1만, 어쩌면 3만 명이 넘을지도 모른다.
구릉과 협곡, 산지를 총을 겨눈 보병들이 잔뜩 도열한 상태다.
요컨대 소수 부대가 아니라, 적군의 주력이 몰려온 것이다.
라우돈이 눈을 부릅떴다.
“정말 보나파르트가 직접 왔나!”
물론 절반만 맞는 판단이다.
현재 라우돈이 위치한 곳은 리볼리 고원 북동부 진입 루트다.
이 루트의 약점은 남동쪽 아디제 강 방면이었다.
그곳을 지켜야할 부대는 로셀미니의 보병대였다.
그렇지만 나폴레옹, 라하르페, 그리고 란에게 공격당한 로셀미니 부대는 궤멸되었다.
이 틈을 뚫고 송곳처럼 찌르고 먼저 달려온 사단이 있었다.
바로 마세나의 전위 사단이다.
마세나가 어둠 속에서 횃불을 보며 신나게 외쳤다.
“자, 쏴라! 오늘밤 중에 우리가 궤멸시켜야 할 부대는 최소 3개 이상이야!”
사실 야간행군은 프랑스 군도 당연히 기피 대상이다.
행군 도중 부상의 위험도 크고, 병사들의 피로도도 높아지는 데다, 오히려 역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허나 라우돈 부대는 사전에 유진의 습격을 받아, 잔뜩 경계가 높아졌다가 막 풀어진 상태였다.
그야말로 마세나 입장에서는 완벽한 야간기습의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그런데 신나게 총탄을 장전하고 쏘던 찰나, 횃불 너머에서 백기가 들렸다.
“백기다! 항복한다! 쏘지 마라!”
공격 시작 1시간 째.
적군 반격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백기가 올라온 것이다.
슬쩍 입맛을 다시다, 마세나가 부관 세르보니를 돌아보았다.
“이거, 예상외로 나오는군. 설마 항복하는 척하다, 쏘는 건 아니겠지?”
“라우돈 남작은 귀족입니다.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큭, 혁명군이 귀족을 신뢰해야 하다니. 이거 좀 웃기는걸.”
마세나는 비웃음을 터뜨리다, 직속 연대장 브륀 준장에게 명령했다.
“이봐! 브륀! 적 무장해제하고 모두 묶어! 사령관께 라우돈 사단 전원 항복이라고 전해! 그리고 우리는 전속 전진한다. 뒷일은 라하르페에게 맡기지!”
적군을 섬멸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항복도 그에 버금가는 공이다.
무엇보다 마세나는 나폴레옹의 전위로, 오늘 문자 그대로 [창]이 되어야 한다.
대각선 방향에서 뚫고 들어올 거라, 전혀 예상치 못했을 알빈치 군단.
제국의 칼을 단숨에 꿰뚫을 기창이다.
“자, 서둘러! 오늘밤 중에 우리가 궤멸시켜야 할 부대는 3개 이상! 오늘, 리볼리를 끝장낸다!”
승리의 여신이 사랑하는 남자, 마세나가 리볼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
지금 이 순간, 야간 포격이 이뤄진다.
이른바 캐니스터 샷이라 불리는 포탄.
곧 대인용 포탄이다.
단연 나폴레옹의 포병 지휘관, 마르몽이 쏘아대는 포탄이다.
-쿠드득!
마치 망사처럼 보이는 포탄이 쏘아졌다가, 그 충격에 안에 있던 파편들이 튕겨져 나갔다.
간혹 불길을 담았다가 터지면서 불을 질러버리는 포탄도 있었다.
문자 그대로 오직 사람을 죽이기 위한 대인포탄인 셈이다.
“파편탄이다! 피해! 아아악!”
포격 위치는 몬테발도 산맥 바로 아래다.
저지에서 고지를 쏘는 격이지만, 각도를 높여 고각으로 쏘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아직도 한밤중이라 탄도나 거리를 재기 어려울 뿐이다.
그래서 마르몽은 파편탄을 선택할 것이다.
이거라면 정확히 적을 맞추지 못해도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야간행군, 야간습격, 그리고 야간포격.
실로 사관학교에서 하지 말라는 짓은 모두 하고 있는 나폴레옹의 부하들이었다.
문득 한창 대포를 점검하던 나폴레옹의 부관이자 마르몽의 친구, 뒤로크가 물었다.
“마르몽, 이렇게 쏴도 될까?”
“쏘면 어때서? 뒤로크, 자네는 포탄에 맞아 죽는 것과 파편에 맞아 죽는 거. 어느 쪽이 더 비참하다고 생각하나?”
“둘 다 별로군.”
마르몽이 피식 웃다, 고지를 보며 일렀다.
“여기서 적군 포로를 더 늘리긴 어려워. 게다가, 사령관 각하는 좀 더 거대한 그림을 그리실 거란 말이야. 그러니, 우리도 최대한 적을 줄여놔야지.”
그 말에 뒤로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림? 북이탈리아 정복이 우리 최종 목표 아니었나?”
“알빈치가 오기 전까진 그랬지. 하지만, 여기서 알빈치가 깨진다면 상황이 달라져.”
“어떻게 말인가?”
문득 마르몽의 눈이 가늘어졌다.
“알빈치를 유인한 브렌네르 고개 말이야. 진짜 넘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때서야 비로소 뒤로크는 마르몽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본래 알빈치는 브렌네르 고개를 지키기 위해,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다.
그런데 만약 알빈치가 깨진다면 브렌네르 고개가 뚫린다.
바로 뮌헨, 신성로마제국 남부로 통하는 길목이다.
마르몽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충분히, 알프스를 넘어 제국 직공이 가능해진다고. 그러니까, 일단 우리는 신나게 쏴대야지!”
마치 화답하듯 포성이 거세게 울렸다.
-쾅!
포탄이 쏘아지는 가운데, 이제 전투가 끝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사람은 낮에 일하고 밤에 자야 한다.
알빈치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또한 전쟁터에서도 이 상식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왜냐면 아군이든 적군이든 체력에 한계가 있고, 가시거리도 한계가 있으며, 누구든 초병 정도는 세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알빈치가 있는 몬테발도 산맥은 분명 전장에서 후방이다.
이런 굉음이 들려올 이유가 없다.
-쾅!
알빈치는 처음에는 너무 긴장해 악몽을 꿨나 착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굉음은 더 커지기만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알빈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황급히 사령관의 막사로 부관이 뛰쳐 들어왔다.
“무슨 소리인가, 이게?”
부관, 참모장 베이로데르가 안경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부르짖었다.
“사령관 각하! 큰일 났습니다! 포격입니다!”
“뭐? 포격? 야간에 무슨 포격인가? 화약고가 잘못 터진 게 아니고? 정확히 알아봐!”
“포격이 맞습니다, 각하!”
그때서야 무표정하던 알빈치의 얼굴에 균열이 처음으로 일어났다.
“브라벡은! 대체 브라벡은 뭘 하고 있는 건가! 당장 회군하라고 해!”
일부러 직속 연대나 마찬가지인 브라벡 보병대를 전방에 보냈다.
만약 리볼리 고원에서 적군이 밀고 들어올 경우, 브라벡 보병대가 1차로 방어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브라벡 보병대 인근에는 자비에르 총기병대가 있다.
무슨 일이 있다면, 먼저 사령관에게 연락이 왔어야 하지 않을까?
그 순간, 불길이 번졌다.
-화르륵!
포탄은 작열탄이었던 모양이다.
진영 곳곳에 떨어진 포탄이 모닥불을 어지러히 흐트렸다.
그 서슬에 몬테노테 산맥 곳곳이 화염으로 휩싸였다.
화염이 비춘 어둠 속 산은 병사들로 가득했다.
아군이 아니라 적군, 곧 푸른 군복의 프랑스 군대다.
“이럴 수가.”
문득 전방에서 잠옷차림으로 지휘하던 다넨펠트가 달려왔다.
“이미 브라벡 방면군도 교전 중입니다! 고원에서 정면으로 쳐들어왔습니다!”
“대체 언제 여기까지 왔단 말이지? 게다가 우리 본영을 공격하는 자들은 대체 누군가!”
“아무래도, 보나파르트 본인인 듯 합니다!”
순간, 저 멀리 횃불 너머로 깃발이 펄럭이는 게 보인다.
-펄럭!
프랑스 혁명군 삼색기.
각 연대나 사단의 깃발이 아니다.
국가를 상징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마세나가 라우돈을 항복시키고, 브라벡을 붙잡은 찰나, 비어버린 길로 나폴레옹이 직접 돌진한 것이다.
라하르페 사단을 직속 보병사단으로 삼고, 마르몽 포병대를 전력으로 동원해서.
전략구도 전체를 알지 못하는 알빈치도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리볼리 고원을 포위해 적군을 섬멸한다는 작전이 실패했다는 거다.
알빈치가 이를 악물다 명령했다.
“후퇴한다.”
“예? 사령관 각하. 아직 라우돈 장군, 로셀미니 장군, 그리고 프린츠 자비에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브라벡이 궤멸 직전이야. 어두워도 그 정도는 보여. 그렇다면 다른 부대는 어떻게 되었겠나?”
산 아래 마세나 사단에게 공격당하는 브라벡 부대를 보다, 알빈치가 고개를 저었다.
“모두 어둠 속에서 죽고 있는 거다.”
이미 몬테발도가 뚫린 이상, 상황은 명백하다.
알빈치의 작전은 실패했고, 나폴레옹은 주도권을 잡았다.
저항을 해봤자 오히려 적의 사격 과녁이 될 뿐이다.
이럴 때는 장소를 이탈해서 반격의 실마리라도 잡아야 한다.
“당장, 후퇴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어. 우리 사령부가 존속해야 군의 재편성이 가능하다. 서둘러라!”
패배 속에서도 알빈치가 냉정한 명령을 내릴 찰나였다.
-두두두!
갑자기 말발굽 소리가 진영을 울렸다.
“이 뮈라 님이 리볼리로 오셨다!”
오스트리아 군 전열보병들이 포격에 잠시 흩어진 상황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폴레옹이 기병돌격을 지시한 것이다.
당연히 야간돌격이라 곳곳에서 거꾸러져 낙마하는 기병들이 속출했다.
그럼에도 뮈라는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본인은 멀쩡했으니까.
뮈라가 선두에서 사브르를 휘두르며 포효했다.
“모두 짓밟아 버려!”
너무 빨리 사령부 막사로 들어와, 아무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는 알빈치도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당혹한 알빈치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잠깐, 난 사령관 알빈치다! 정식으로 항복을 요청한다!”
그러나 뮈라는 일단 독일어를 모른다.
-슈칵!
사브르가 알빈치의 목을 가르고, 말발굽이 다넨펠트를 짓밟았다.
뮈라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격해 달려갔다.
흐린 눈으로 뮈라의 뒷모습을 보던 알빈치는 입가를 비틀었다.
뮈라와 달리, 프랑스어를 좀 아는 알빈치가 아까 뮈라의 말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큭, 여기는 리볼리가 아닌데······!”
리볼리 북쪽, 몬테발도 산맥.
오스트리아의 칼, 알빈치가 뮈라의 칼에 죽었다.
저 멀리 동이 트기 시작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