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2화(13/547)
(12) 나폴레옹을 처음 만나다
마르세유, 프랑스 제1의 항구 도시다.
“이야, 여기도 옛날 같지 않은걸?”
서기 1790년 2월, 겨울이지만 마르세유는 지중해 도시답게 햇살이 쨍쨍했다.
그러나 유진의 산 마리아 호 일행을 맞이한 것은 소동, 행군, 함성이었다.
거대한 파도가 일듯, 사람들이 도시 곳곳을 누볐다.
아무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
긴바지, 붉은 모자, 여기에 뾰족한 창을 들고 다니는 이들.
유진은 전생에서 기록으로만 보았던 자들을 만났다.
상퀼로트.
귀족의 옷차림을 배격하는 혁명의 신도들이 프랑스 남쪽 끝, 마르세유를 점령한 것이다.
“혁명이다! 자유! 평등! 우애!”
“귀족을 몰아내고, 빵을 나누어 갖자! 오, 자유의 프랑스여!”
“여러분! [헌법친우회]에 가입합시다!”
어안이 벙벙한 채, 마르세유의 거리를 보던 유진이 눈을 크게 떴다.
“자코뱅? 벌써 여기까지 왔나?”
헌법친우회, 곧 저 유명한 자코뱅의 본래 이름이다.
이름만 들으면 지극히 보수적인 단체명 같지만, 사실 18세기 말 프랑스는 헌법이 없다.
왕이 아무리 약해도 왕명이 법인 시대다.
그러니 국민의회가 처음 만들어질 때 ‘기본법’, 곧 헌법부터 외친 게 당연하다.
때문에 자코뱅도 시작은 헌법 중시파로 시작했다.
수많은 정치 클럽이 탄생하던 혁명 초기, 시작은 평범한 셈이다.
다만 자코뱅은 다른 점이 있다.
그야말로 전국에 조직을 순식간에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때 옆에서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구경하던 넬슨이 물었다.
“그게 뭔데, 어린 친구?”
“예? 아, 브로타뉴에서 만들어진 정치 클럽이에요. 뭐, 비유하자면 토리 당이나 휘그 당과 비슷한 거죠.”
“프랑스에도 그런 게 있었나? 후후! 이거 정말 격변기긴 하구만? 옛날에 들렀을 때는 아주 평온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도시였는데!”
가볍게 턱을 쓰다듬으며 넬슨이 씩 웃었다.
“아주 재미있는 시대가 되겠어.”
물론 그저 구호로만 그칠 때는 흥미롭고 재미있고, 멋진 게 혁명이다.
하지만 실제 혁명의 구호가 현실로 적용될 때는 어떻게 될까?
이 시대는 아직 세련된 정권교체라는 개념도 없는 시기다.
구호를 외치는 남자의 붉은 모자가 꼭 피처럼 보인다.
유진은 쓰게 웃으며 대꾸했다.
“당하는 사람은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아, 자네는 혁명이 싫어하는 구시대 지배계급이지? 걱정할 거 없어. 내 보기엔 아주 잘 적응할 거 같으니까.”
“예?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넬슨이 껄껄 웃으며 유진의 머리를 휘저었다.
“직감이지. 친구 말대로!”
친구, 굉장히 묘한 말이다.
넬슨과 유진의 나이 차이는 무려 23살 차이다.
게다가 향후 프랑스와 영국은 결국 어떻게 되든 싸우게 될 것이다.
당연히 넬슨은 해군이고, 유진은 굳이 군에 입대하고 싶진 않지만 육군이 될 것이다.
그래도 서로 적이 될지 모를 사이다.
굳이 역사를 몰라도 이미 영국과 프랑스는 수 차례 전쟁을 벌여왔다.
그럼에도 넬슨은 바보가 아님에도 유진에게 말했다.
친구라고.
잠시 멍하니 유진이 서 있을 찰나, 넬슨이 유쾌하게 웃으며 호위선에 올라탔다.
가볍게 상선에서 내리는 유진 일행을 향해 인사하면서.
“자, 그럼. 오슈와 마르소라고 했나? 신사분들, 숙녀와 아이를 파리까지 잘 모시라고!”
순식간에 멀리 떠나는 세인트 엘레나 호를 보다 오슈도 피식 웃었다.
“유쾌한 친구로군.”
“돈도 많이 뜯어가는 친구시구요.”
“어, 그래. 2만 파운드? 그게 대체 몇 리브르야?”
유진은 고개를 기울이다 입맛을 다셨다.
“원래는 리브르와 파운드는 같은 가치지만. 이제는 어떻게 될지 모르죠.”
마르세유가 보여주듯, 혁명은 이미 일어나 버렸다.
물가 폭등 혹은 화폐 폭락도 급격히 시작될 것이다.
나아가, 유진이 운명과 싸워야 할 시간도.
***
그럼에도 당장은 리브르가 유진이 가진 전부다.
“정산은, 어쨌든 리브르로 해주시지요.”
니콜라스 쉬르쿠프가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겨우 20살 남짓한 청년 선장.
허나 이 청년 선장이 없었다면, 애초에 대서양을 건너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또한 니콜라스 자체도 후세 꽤 업적을 남긴 선장이다.
유진은 가볍게 수표를 써주며 말했다.
“우선 갖고 온 돈에서 최종 정산은 해드리죠. 다만 특별성과급을 드리겠습니다.”
“성과급이라구요?”
“그렇습니다. 이 수표를 추후 파리의 레카미에 은행에서 교환하시면 현금으로 지급할 겁니다.”
수표의 숫자를 무심히 보던 쉬르쿠프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20만 리브르〉.
혁명 전 기준으로 파리 고등법원장의 1년 연간수입.
아무리 대서양 항해라 해도, 운임을 제외하고 이렇게 특별금으로 거액을 받기는 어렵다.
유진은 놀란 쉬르쿠프를 보며 피식 웃었다.
두 번째다, 저 표정은.
첫 번째는 단연, 유진이 포도탄을 쏠 때였다.
이 순간, 무뚝뚝하지만 성실한 청년 선장, 니콜라스의 마음이 움직였다.
“만약, 다시 배를 써야 할 때가 온다면. 언제든 불러주시오.”
“왜요? 보수가 후해서?”
“아니.”
니콜라스는 여전히 무뚝뚝하게, 그러나 격동을 숨기지 못한 채 말했다.
“필요할 때 돈을 아끼지 않는 선주라면, 파도의 고난도 넘길 수 있겠지.”
그러자 유진이 눈을 빛냈다.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랑 같이 일 좀 해보겠습니까?”
“일이라고? 무슨 일 말이지요?”
“어, 그거라면 나도 좀 같이 얘기했으면 하는데?”
문득 산 마리아 호에서 이제 막 내리던 소년 한 명이 끼어들었다.
앙투안 오귀스트 드 다마스.
마르티니크 총독, 샤를 드 다마스의 아들이자 꽤 전통 있는 대검귀족 집안 다마스 집안의 자손이다.
원역사에서는 혁명에 동조해, 용기병에 입대했다가, 공포정치 시기 목이 잘린다.
같은 시기 친족인 다마스 일족에서는 줄줄이 왕당파가 나온다.
그러니 앙투안은 꽤 이색적인 인물인 셈이다.
1774년생, 이제 고작 16살.
아직 뭔가 하기는 어리다.
그러나 유진은 이 활력이 꽤 마음에 들었다.
문득 유진이 싱긋 웃으며 되물었다.
“뭔가 해보고 싶습니까?”
“어, 항해 중에 [도박신동]의 얘기를 나도 들었거든. 파리의 모든 도박판을 휩쓸고, 그 도박자금을 종잣돈으로, 수백만 리브르의 채권 거래를 한다지? 이 배도 신동 소유고!”
“······뭔가, 중간 과정이 이상하지만 결과는 맞군요.”
유진의 옆에서 이폴리트가 딴청을 피우는 걸 보니, 이폴리트가 과장한 모양이다.
어쨌든 결과는 정확하다.
수백만 리브르의 채권 거래를 하는 것도.
산 마리아 호가 유진 명의, 정확히는 보아르네 명의인 것도.
앙투안이 눈을 빛냈다.
“어차피 지금 프랑스 전체가 뒤집어졌단 거 아냐? 여기 마르티니크에서 온 사람들도 재정착 시켜야 할 거고. 우리 가족도 살아야 하니, 뭐든 일을 해봐야지!”
고용되었을 뿐 자세한 사정은 몰랐던 니콜라스의 눈빛도 달라졌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더 쉬워진다.
유진은 가볍게 처음 니콜라스에게만 제안하려던 얘기를 꺼냈다.
“이 산 마리아 호는 제법 큰 배죠. 지중해나 북해를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응? 그렇지. 대양도 건넜으니?”
“이 배를 이용하는 [소시에테]를 하나 만들려구요.”
소시에테, 그러니까 [회사]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그러나 이 시대 프랑스에서 소시에티는 보통 [상사]나 [은행]을 의미하는 단어다.
요컨대 지금 유진은 무역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를 만들려는 거다.
본래는 파리로 돌아가 상황을 지켜보며 만들려 했다.
하지만 니콜라스의 반응, 그리고 앙투안의 열의가 유진을 움직였다.
“회사 이름은 소시에테 드 보아르네. 이 배를 바탕으로 거래할 수 있는 건 다 해도 좋아요. 내가 부를 때까지.”
“부른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앙투안, 아까 내가 채권거래를 한다고 했죠? 그 말은 국내에서만 거래한다는 게 아니에요.”
유진이 낮게 니콜라스와 앙투안에게 말했다.
“영국의 내 거래인, 베어링스 뱅크와 직접 거래해야 할 때가 있죠.”
당장 배가 아까운 것도 있다.
니콜라스와 앙투안이라는 인재를 손에 넣을 기회인 것도 맞다.
그러나 사실 원래 유진이 회사를 만들고, 배를 운용하려는 진짜 이유는 이거다.
가장 큰 거래처, 베어링스 뱅크와 혁명기에도 계속, 거래를 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신용 거래를 한다 해도 지금은 18세기다.
실물을, 특히 은화를 직접 실어날라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요컨대 산 마리아 호와 소시에테는 결국 유진의 채권거래업을 돕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다.
그때 니콜라스가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그럼, 이 배. 당분간 [밀수업]에 써도 됩니까?”
유진은 눈에 이채를 띠었다.
확실히 역사에 탁월한 사략선장이자 밀수업자로 남은 사람다운 말이다.
반대로 나름 귀족집안 아들인 앙투안은 당황했다.
“엥? 아니, 그건.”
“좋아요. 앙투안, 당신도 당분간 이 일을 같이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그, 그게. 음, 하긴 세상이 바뀌긴 했지? 그럼 도박신동, 네가 사장인가?”
금세 적응하는 모험심 강한 남자, 앙투안을 보며 유진이 싱긋 웃었다.
“아뇨. 난 대주주로서 지분만 보유할 겁니다. 명목상 사장은 당신이 되는 겁니다. 명망높은 다마스 가문의 후계자, 앙투안 당신이.”
잠시, 앙투안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입을 쩍 벌릴 찰나였다.
순간, 오르탕스가 배 위에서 뛰어 내려왔다.
아직 진짜 ‘아이’인 오르탕스는 거침이 없었다.
“와, 드디어 육지다!”
유진은 깜짝 놀랐다.
쉬르쿠프, 앙투안과 회사 문제를 논의하던 와중이라, 미처 말리지도 못했다.
배멀미에 시달리던 조세핀은 아직 선실에서 나오지도 못한 듯 하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
지금 이 항구, 마르세유는 위험하다.
“어, 오르탕스! 함부로 뛰어다니지 마! 여긴 안전하지 않아!”
“배 싫어! 다시는 안 탈 거야! 아, 정말 힘들었어. 사탕수수도 이젠 질려!”
“아니, 그건 치아에는 좋겠는데······. 잠깐, 거기 서!”
문득 배에서 내린 오르탕스가 신나게 항구 위로 달려가 버렸다.
“이런, 오슈! 마르소! 저 애 잡아요!”
“아니, 쟤는 왜 저렇게 빨라? 누구 딸 아니랄까봐!”
“맙소사! 거기 서, 오르탕스!”
황망히 유진과 오슈, 마르소가 따랐지만 오르탕스는 너무 빨랐다.
-타다닥!
어수선한 항구 사이를 뛰는 오르탕스의 발은 가벼웠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항구는 텅 비어 있지 않았다.
특히 항구를 지키는 병사들이 하필, 한창 순찰을 돌고 있었다.
바로 상퀼로트로 구성된 민병대.
이들과 오르탕스가 그만 충돌해 버렸다.
“아야!”
오르탕스가 엉덩방아를 찢으며 주저앉을 찰나였다.
“뭐야, 이 꼬마!”
병사 한 명이 눈을 부라렸다.
훗날이라면, 오르탕스는 위엄을 보이며 호통을 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783년생, 아직 7살 어린애.
오르탕스는 울먹거리며 움직이지 못했다.
“어, 어, 엄마!”
“감히 우리 혁명의 기수, 국민위병대가 행군 중인데! 어디서 어린애가 길을 방해해!”
“자, 잠깐만요. 제 동생이 잘 몰라서.”
황급히 달려온 유진이 오르탕스와 병사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흥분한 병사는 콧방귀를 뀌었다.
유진과 오르탕스의 옷차림을 보았기 때문이다.
굳이 사치스럽지는 않지만, 당연히 고급 옷감이다.
귀족이 틀림없다.
“그럼 대가를 치러야지!”
유진은 낯을 굳히다, 병사에게 뛰어들려 했다.
오슈와 마르소가 올 때까지, 일단 시간을 끈다.
그때다.
-꽈득.
문득 누군가 병사의 팔을 잡아채 억누르고 있었다.
“라파예트 장군이 국민위병대를 이러라고 창설한 줄 아나? 그건 혁명 정신이 아니야!”
라파예트와 국민위병대.
어느 쪽이든 실로 혁명기 초기의 위협적인 이름이다.
왕실시동 출신인 유진 입장에서는 일단 피하고 봐야 할 정도로.
그러나 유진은 병사를 막아선 군복의 남자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알 수 밖에 없다.
전생의 역사연구자로서, 너무나 수도 없이 보았던 초상화 때문에라도.
초상화와 너무 똑같다.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나, 나, 나폴레옹?”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혁명의 종결자가 혁명의 시대에 혁명을 논하는 순간.
유진은 일순 깨달았다.
백은문자가 하필 유진을 마르세유로 인도한 이유를.
유진이 마침내 미래의 양부를 처음 만난 것이다.
***
국민위병대, 곧 프랑스 혁명 초기에 만들어진 지원제 민병 군대다.
“아아악! 이, 이거 놔주시오. 잘못했소!”
프랑스는 이 시대 유럽 1위를 다투는 군사 강국이다.
하지만 혁명이 시작되고 정규군을 믿을 수 없었던 국민의회는 민병대를 규합했다.
그게 바로 부르주아 시민이 주축이 된 민병대, 국민위병대다.
총사령관은 단연 라파예트 장군.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모집된 터라 당연히 군기는 엉망이다.
지금 마르세유의 위병 필립이 오르탕스 같은 아이를 때리려 할 정도랄까.
그럼, 사병 필립을 징계하고 있는 나폴레옹은 무슨 신분일까?
“혁명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거지, 해치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
“예, 예, 아, 알겠습니다요!”
“너 같은 자가 혁명의 대의를 망치는 거야! 알겠나! 가봐!”
어이없지만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정규군 포병 소위다.
그러나 나폴레옹 본인은 스스로 혁명군 장교나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당장 군에서도 혁명파로 불릴 정도다.
손을 털며 콧방귀를 뀌던 나폴레옹이 문득 유진을 돌아보았다.
“괜찮나, 소년? 그건 그렇고 아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 같던데. 좀 잘못 부르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나폴레옹은 프랑스식 이름이다.
하지만 분명 이 소년은 나폴레옹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유진이 눈을 깜박이다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 예. 나폴레오네 부오나파르테 소위님.”
“정말 날 아는군. 어떻게 알지? 그냥 일개 소년은 아닌 것 같고.”
“그게 말이죠.”
수상한 소년에게, 나폴레옹이 설명을 듣기도 전.
마치 비명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다.
“오르탕스! 유진! 세상에!”
나폴레옹은 돌아본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실로 흐트러진 모습 그 자체다.
하지만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 검은 브로치가 돋보인다.
숨막힐 것 같은 향이 물씬 풍겨, 심장을 옥죈다.
엄청난 미녀일까?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눈을 뗄 수가 없다는 거다.
그때 나폴레옹이 뭐라 대응하기도 전에 ‘미녀’가 유진과 오르탕스를 껴안았다.
조세핀이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 오, 하나님. 큰일날 뻔 했어!”
그 순간 나폴레옹은 두 가지를 깨달았다.
이 여자는 정말 애석하게도, 유부녀다.
그런데, 이 유부녀에게 반해버린 것 같다.
-두근, 두근, 두근!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인생에서 처음으로 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