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3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30화(130/547)
(130) 영원의 도시, 로마를 정복하다
18세기 말, 로마는 교황의 수도다.
-빰! 빰빰! 빰빰빰!
군악대가 나팔을 요란하게 울리는 가운데, 수많은 시민들이 두려움에 떨며 도열했다.
로마 북쪽에서 5천의 기병대가 도래하고 있었다.
북이탈리아의 정복자, 오스트리아 군단의 궤멸자, 혁명의 선포자.
그간 혁명 프랑스와 적대한 로마 교황령도 새로운 정복자에게 굴복했다.
무력 저항을 하지 않겠다고 교황이 선포한 상황에서, 무장한 기병들이 달려온다.
“꼭 이렇게 거창한 준비를 해야 합니까?”
마뜩찮은 얼굴로 붉은 추기경 모자를 쓴 50대 중년 남자가 물었다.
옆에 서 있는 사람은 새하얀 모자를 쓴 노인이다.
수많은 고위 성직자들이 살아가는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자.
교황이다.
교황 비오 6세는 추기경을 돌아보며 대꾸했다.
“짐도 달갑지는 않네, 이몰라 추기경.”
“그럼 왜 이런 준비를 하시는 겁니까?”
“왜냐하면 우리는 고작 5천 명의 병력을 갖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나폴리 왕국이 우리를 보호해줄 것도 아니지 않은가.”
깊은 한숨을 폐부에서 토하며, 교황이 고했다.
“이미 황제는 이탈리아에서 패배했네, 이몰라 추기경.”
황제, 곧 신성로마제국의 대표자이자 오스트리아 가령의 지배자.
합스부르크 가문의 당주인 프란츠 2세 황제다.
비록 싸운 것은 아르장도, 볼리외, 뷔름제르, 그리고 알빈치지만 그 모든 장군들이 섬기는 주군은 제국의 황제였다.
프랑스 혁명 초기부터 부르봉 왕가와의 인연 탓에, 유럽 각국을 대표해 싸워온 나라.
오스트리아가 북이탈리아에서 완전히 패배한 것이다.
굳이 교황이 선언하지 않아도 로마의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몰라 추기경, 니콜로 루이지 치아라몬티는 재차 교황에게 말했다.
“보나파르트 장군도 유리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성하.”
“제국이 바이에른에서 프랑스를 이겼다는 얘기는 짐도 들었네. 하지만 그렇다고 라인을 넘어선 것도 아니지 않나?”
“교착 상태로 질질 끌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그 사이, 제국군이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올지도······.”
아직 제국이 프랑스에게 패배한 것은 아니다.
라인 전선을 맡은 모로는 카를 대공에게 패배해 마인츠까지 밀려난 상태다.
물론 파리까지 밀고 가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인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제국이 전력을 동원한다면, 다시 5만 병력쯤은 모병할 수 있지 않을까?
교황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믿다가, 오히려 항복할 시기를 놓쳤어. 이제는 배상금 정도로 끝내주지 않을 걸세. 저 무시무시한 혁명의 군인들이 말이야.”
볼리외가 패배했을 때만 해도, 교황도 이몰라 추기경과 똑같이 생각했다.
파르마 공작이 항복을 선언하고, 토스카나 대공이 도주만 꿈꿀 때도, 교황은 오스트리아의 편에 섰다.
혁명 프랑스가 교회를 무시하고, 프랑스 내 교회 재산을 몰수하고, 성직자와 수녀들을 학살한 사건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뷔름제르가 죽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알빈치까지 패사했다.
오스트리아 군은 뿔뿔히 흩어져 숨거나, 본국으로 도주중이라 한다.
이 상황에서 다시 오스트리아가 북이탈리아를 지배할 거라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이몰라 추기경이 프랑스에 항복하는 게 마음에 안드는 이유가 있다.
“먼저 온 통지에 따르면 배상금으로 3천 7백만 리브르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신자들의 헌금이 거덜나겠군. 쯧.”
“그것으로 끝낼까요? 저들은 교회령을 몰수한 자들입니다. 프랑스에서만 저지른 짓이 아니라, 사르데냐와 밀라노에서도 똑같이 저질렀습니다. 만약 저들이 이 교황령에서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어떻겠습니까?”
막대한 배상금에, 교황령 폐지까지 당할지 모른다.
도저히 가톨릭 교단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사태다.
최소한 협상이라도 해보고 항복해야 하는 게 아닐까?
교황은 낯을 찌푸리다 답했다.
“일부 영토를 빼앗기는 것은 불가피해. 다만, 교황청과 교황령의 존속만은 보장받아야겠지. 이곳을 프랑스 영토로 내주거나, 공화국으로 바꾸지는 못하게 해야 해.”
문득 교황의 시선이 ‘정복자’를 환영하는 대열, 뒤를 향했다.
“마침, 우리에게는 좋은 ‘카드’가 한 장 있지 않은가?”
바로 며칠 전 로마로 입성한 1천 명의 또 다른 프랑스 군대다.
밀라노의 지배자, 세뤼르에 장군이 정중하게 모셔달라 서신을 직접 써서 보낸 귀빈과 함께.
이 귀빈들을 교황은 인질로 쓰는 대신, 아주 정중히 대했다.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추기경은 입맛을 다셨다.
“저,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정복자에게 통할까요? 제국군과 싸우며, 포로 하나 제대로 남기지 않은 자입니다. 차라리 협박하면 몰라도.”
“가족은 다르지. 또한 자기 자식도.”
“하긴, 그건 그렇군요.”
그때다.
“프랑스 군이 옵니다!”
저 멀리 달려오는 기병대를 보며, 전령이 고했다.
이몰라 추기경은 긴장하며 흙먼지를 응시했다.
과연, 새로운 정복자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
문득 남쪽에 보이던 로마 성벽을 보다, 나폴레옹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밀라노로 갔어야 하나? 어떻게 생각해, 마르몽. 역시 조세핀이 화가 났을까?”
바로 약혼자, 조세핀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달리고 있던 부관 겸 포병대 지휘관 마르몽 ‘준장’이 주위를 급히 돌아보았다.
허나 유진을 비롯한 다른 부관들은 일제히 시선을 회피했다.
아주 곤란한 질문에 굳이 답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마르몽이 예의바르게 최대한 다치지 않을 답변을 꺼냈다.
“글쎄요. 아무래도 마담 파제리라면 충분히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요?”
“천만에! 마르몽 네가 조세핀을 몰라서 그래! 아주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여자지!”
“아, 네. 그것이. 저기, 유진 프라이슈츠 준장도 여기 있는데요.”
재빨리 유진에게 마르몽이 공을 넘길 찰나, 나폴레옹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외쳤다.
“유진! 너도 동의하지? 네 엄마는 정말 이기적인 여자야. 편지 한 번 먼저 보내온 적이 없잖아? 항상 내가 보내야 겨우 마지못해 답장을 썼지!”
물론 그 이기적인 조세핀을 찾지 않고, 로마로 달려온 사람은 나폴레옹이다.
공적인 의미에서는 전략구도를 애인보다 중시하는 훌륭한 결정이다.
그러나 아마도 별로 전략구도에 관심없는 조세핀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게 뻔하다.
게다가 유진이 출진 전, 짐작했던 바가 맞다면 조세핀이 정말 화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
굳이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대신, 유진은 전방에 활짝 열린 정문을 가리켰다.
“사령관 각하, 여긴 로마입니다. 저 성벽은 그 유명한 아우렐리아누스 성벽이구요.”
“누가 모르나? 내가 명령해서 왔어. 그것도 너와 란의 기병만 데리고 왔지. 왜? 속도전이 필요했으니까!”
“나아가 교황이 머무르는 곳이죠. 가톨릭의 종교적 수도이고, 파리의 혁명가들이 가장 짓밟기를 원했던 도시입니다.”
사실 파리에서 이탈리아 정복을 원했던 이유는 오스트리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반종교를 지향하는 혁명 이념적인 부분이 훨씬 컸다.
왜냐하면 혁명은 가톨릭 교회 성직자들이 제1귀족이던 구체제를 무너뜨린 것이니까.
당장 혁명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몰수한 재산도 모두 교회 재산이다.
그런데 그 가톨릭 구교회의 수도가 바로 로마다.
“지금 로마가 나폴레옹 사령관님께 항복했습니다. 이 역사적 의미를 아실 텐데요?”
교회를 정복한 자는 곧, 시대의 정복자였다.
아직은 종교가 여전히 상당한 힘을 갖고 있는 근세다.
혁명이 사람들의 생각마저 뒤엎어버리는 근대 전야의 시대.
나폴레옹은 입가를 비틀다 껄껄 웃어제쳤다.
“하! 이럴 때 보면, 이 녀석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단 말이야. 거위 참모장보다 더해! 자기 모친을 보는 것보다, 이 도시 정복이 중요하다고 말하다니!”
“장군님 아들 아닙니까? 장군님을 닮았겠죠.”
“어이, 마세나! 유진은 어디까지나 내 의붓아들이지 친자는 아니야! 난 저렇게 매몰차지 않아!”
최소한의 호위대와 함께 달려온 마세나를 향해 대꾸하며, 나폴레옹이 씩 웃었다.
“하지만, 내 뜻은 가장 정확히 알지. 그래, 로마다. 난 로마의 정복자가 됐어!”
유진은 살짝 마음을 찌르는 단어를 웃으며 넘겼다.
의붓아들.
실로 아무리 나폴레옹이 유진을 총애한다 해도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
직계 혈연이 아니라는 거다.
이 선은 굳이 유진이 아니라 나폴레옹의 형제들도 넘지 못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직 먼저 이 문제를 생각할 시간은 아니다.
슬쩍 시선을 로마 정문 너머로 다시 돌리며, 유진이 태연히 일렀다.
“저기, 교황이 보입니다. 직접 나왔군요.”
새하얀 모자를 쓴 성직자가 백마를 탄 채 서 있는 게 보였다.
백마란 늙은 말이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온순하고 평화롭다.
교황은 결국 평화의 상징으로 백기 대신 백마를 타고 나온 셈이다.
나폴레옹 기병대를 교황이 정중히 고개를 든 채 맞이했다.
“프랑스의 정복자를 그리스도의 종, 비오가 맞이하오.”
비오 6세.
프랑스 혁명을 로마에서 맞이한 구 시대의 종교 대표자.
종교인들이 재산만 빼앗긴 게 아니라, 학살까지 당한 프랑스를 규탄하며, 대프랑스 동맹에 참전했던 교황령의 성직군주.
그러나 이제 압도적인 나폴레옹 군단에 밀려 항복하게 된 노인이다.
-타닥!
문득 나폴레옹이 말 위에서, 정중히 교황을 정시하며 고했다.
“혁명의 파수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교황 성하를 뵙습니다. 교황령은 유지될 것이며, 교황 성하와 로마 교회의 안전은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이 지킬 것입니다.”
나폴레옹은 교황령의 존속을 택한 것이다.
***
사실 당연한 선택이다.
‘아직, 오스트리아를 완전히 꺾은 게 아니니까.’
유진은 나폴레옹의 뒤에서 말을 탄 채, 내리지 않았다.
나폴레옹도, 다른 부관들과 사단장들도, 고위 장군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불손한 태도 하나 없이 모두 공손하게 예의는 갖춘다.
그러나 말에서 내리지도 않았고, 복종하는 자세를 취하지도 않았으며, 당연히 교황의 권위도 특별히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군주도 아닌 일개 공화국의 군인이 교황과 동등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 태도는 중대한 함의가 있다.
나폴레옹이 사실상 이탈리아에서 프랑스 전체의 대리인이란 의미다.
심지어 총재정부의 총재, 살리체티도 이 자리에 없음에도.
하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교황청에서 나온 고위 성직자와 로마 귀족들은 더욱 그랬다.
“오! 다행이군.”
“교황령이 유지되다니.”
“신이여,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코르시카 억양이 섞인 이탈리아어로 덧붙였다.
“단, 북부 이탈리아에 걸쳐 있는 교황령과 [로마냐]는 프랑스에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실상 교황령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영토다.
특히 로마냐는 중요하다.
교황 영지의 동편 끝, 남부 이탈리아 반도로 통하는 전략적 루트이기 때문이다.
눈을 크게 뜬 교황 비오 7세에게 나폴레옹이 부드럽게 말했다.
“합스부르크와 부르봉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꼭 필요한 땅이기 때문이죠.”
이탈리아 남부에는 나폴리 왕국이 있다.
루이 14세의 후손으로 에스파냐 부르봉 왕국의 후예가 지배하는 나라다.
또한 동족인 프랑스 부르봉 왕가가 무너질 때, 크게 반발해 대프랑스 동맹에 참전했던 적국이다.
예전 나폴레옹이 처음 실전을 치렀던 툴롱 전투에도 나폴리 군단이 왔을 정도다.
유진이 지휘한 보르게토 전투에서도 나폴리 왕국의 지원군이 전멸한 바도 있었다.
요컨대 나폴레옹은 이탈리아 북부 패권을 장악한데 이어, 남부도 손을 뻗겠다 선언한 셈이다.
교황은 애써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장군. 그건 전부 장군 뜻대로 하시오. 그런데.”
그때 이번에는 나폴레옹이 경악할 얘기가 교황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혹시, 장군의 약혼녀는 만나 보셨소? 먼저 밀라노에서 달려와 로마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소이다.”
나폴레옹의 약혼녀, 곧 조세핀이다.
미처 나폴레옹이 대답하지 못해 눈을 크게 뜰 찰나였다.
누구보다 놀란 사람, 곧 유진이 말에서 뛰어내리며 외쳤다.
“어머니가 로마에 왔다구요?”
서기 1795년 10월 13일.
나폴레옹이 로마에 입성했다.
조세핀이 한 발 먼저 왔다는 소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