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3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31화(131/547)
(131) 유럽이 나폴레옹의 승리를 알다
파리는 지금 들끓고 있다.
어쩌면 혁명이 벌어지던 바스티유의 그 날보다도.
“이겼지? 이겼어. 이겼다!”
퇼르리 궁전, 총재정부의 수뇌부 5인 총재들이 머무는 총재실.
그중에서도 가장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는 한 남자가 외치고 있었다.
바로, 5인 총재 중 사실상의 수장인 당통이다.
“플랑드르는 교착, 라인은 패배, 경제는 난국! 이게, 우리 총재 정부의 성적표였지. 그런데, 마침내 승리의 소식이!”
문득 궁전 밖에서 울려퍼지는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일어나라, 조국의 아이들아! 영광의 날이 왔도다!
당통은 눈을 깜박이다 창밖을 보았다.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는 시민들이 도시 곳곳에 보인다.
모두 승전을 기뻐하는 듯 삼색기를 휘두르며 환호성 중이다.
분명히 총재들조차 이제야 공식 승전보를 받은 터다.
그런데 시민들이 어떻게 벌써 환호하고 있는 걸까?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당통이 방금 시내에서 들어온 오귀스트를 돌아보았다.
“저 친구들은 뭘 알고 저렇게 노래를 부르는 건가?”
“우리야 정식 보고서를 받아야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편지를 받는다오. 마르세유 우편연대, 아니 이제는 파리치안군 우편연대인가? 그쪽에 편지가 오지.”
“이런! 그럼 자네가 가장 빨리 승전 소식을 알았겠군, 마르소 사령관. 안 그런가?”
파리 수도치안사령관 마르소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리볼리는 저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다른 소식은 더 빨리 듣긴 했습니다만.”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파리 총재정부로 달려온 공식 승전보고서는 3단계의 절차를 거쳤다.
먼저 나폴레옹이 부관, 그중에서도 유진을 통해 보고서를 쓴다.
다음 몇 차례 문구를 고친 후, 우편연대 출신인 기마척탄병을 통해 파리로 보낸다.
이후, 치안사령부를 통해 공식 보고서임을 확인받고 총재실로 오게 된다.
결국, 병사들이 우편연대나 밀라노 방크를 통해 보낸 사적 서신보다 늦는 게 당연하다.
문득 말더듬이 카미유 데물랭 총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조, 좋군요! 이 승리를 이용해야 합니다! 올해 재정적자가 밀라노 덕분에 단숨에 해소됐습니다. 이제는 내, 내년 적자까지 해결해야 하죠!”
“까미유, 그렇게 소극적으로 임할 일이 아니야.”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다, 당통 총재?”
당통은 가볍게 혀를 차며 손가락을 내저었다.
“전쟁을 싫어하는 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쟁을 피할 수 없네, 까미유.”
당통과 한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데물랭이다.
게다가 총재로서 프랑스 권력의 정점에 올라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가 살아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당통은 데물랭을 한 수 아래로 취급한다.
이름을 부르는 것도 그 버릇 중 하나다.
그때 이름으로 불리는 또 다른 남자,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오, 이번에야말로 빈 직격을 노려야지.”
“무, 무슈 오귀스트. 그, 그건 어렵습니다.”
“어렵다고? 보나파르트 장군은 가능하오. 그 장군은 기적을 일으켰소!”
당통과 다른 이유, 곧 나폴레옹의 광적인 팬인 오귀스트가 포효하듯 외쳤다.
“누구도 이탈리아 군단에 기대한 사람은 없소. 자리만 지키다가 돌아올거라 생각하지 않았소? 특히 당통 총재 당신도!”
사실은 당통은 이탈리아가 공훈을 세우기 어려운 땅이라 생각해 나폴레옹을 보냈다.
적당히 싸우다 돌아오면, 전쟁부 장관 정도로 나폴레옹의 야심을 무마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기적이 재정 위기에 처해 있던 총재정부를 살렸다.
마치 알고 보냈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당통이 대꾸했다.
“흠, 나도 보나파르트의 비범함은 알지. 왜 그런 생각을.”
“정말이오?”
“당연한 거 아닌가! 이기지도 못할 전쟁을 내가 왜 보내나! 어흠!”
그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한 총재가 입을 열었다.
“난 반대합니다.”
바로 5인 총재 중 푀양파의 대표자, 라파예트다.
현재 총재정부는 5인 총재가 각 공화국 파벌을 대표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구 자코뱅 파벌을 대표하는 당통과 오귀스트.
지롱드와 타협을 추구하는 역시, 구 자코뱅 파벌인 데물랭.
그리고 입헌군주파였던 푀양파의 라파예트와 군부 나폴레옹 파벌을 대표하는 살리체티.
이중 라파예트는 푀양파만이 아니라 지롱드의 브리소나 콩도르셰까지 아우르는 자다.
요컨대 의회 내에서는 가장 지지세가 강한 정치인이랄까.
여기에 본인이 썩 드러내지는 않지만 [프리메이슨] 프랑스 수장이기도 했다.
문자 그대로 막대한 정치적 무게를 지닌 남자, 라파예트가 무게감 있게 말했다.
“살리체티가 올 때까지 기다러야 합니다.”
“라파예트 총재,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오? 승전보고서를 보내왔는데!”
“빈 직격은 너무 변수가 많아요. 게다가 이탈리아 군단은 지금 재정비가 시급할 겁니다. 벌써 3차례나 격전을 연속으로 치른 상황 아닙니까?”
본래 장군 출신으로 한때, 공화국을 구원한 라파예트다.
이 자리에 있는 총재들이 대부분 변호사나 언론인이라 군과 무관하다는 점을 찌른 것이다.
게다가 유일한 군인, 마르소도 어쩐지 수긍하는 표정이다.
라파예트가 당통을 정시했다.
“롬바르디아, 베네치아, 그리고 교황령을 완전히 손에 넣는 게 먼저입니다. 나아가 나폴리 왕국도.”
“그럼 빈 직격은 어려워지오!”
“대신 이탈리아가 프랑스의 손에 들어오지요. 전쟁은 순서대로,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아니면 승리가 쉽게 무너지게 되어 있어요.”
요컨대 라파예트는 군을 움직이는 정론을 거론한 셈이다.
“적들도 기세를 늦출 겁니다. 이 기회에 라인 전선 재정비를 하지요.”
당통은 마뜩찮은 얼굴이 되었지만, 다른 총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미 대승을 거둔 나폴레옹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차라리 승세를 굳히고, 위기에 빠져 있는 라인 전선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문득 밖에서 열렬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오,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그러나 무기를 든 군인에게 때로 멈추라고 말해야 하는 게, 정치인의 임무기도 하다.
물론 그 말을 군인이 잘 들을 때 얘기지만.
***
이곳은 마인츠, 한때 프랑스의 도시였고 클레베르가 빼앗겼다가, 모로가 다시 되찾은 요새다.
모로는 마인츠를 사령부로 삼아 신성로마제국 중심부까지 파고 들었다.
하지만 바이에른까지 치고 들어갔다가, 오히려 역으로 공격당해 패배했다.
다시금 반격해온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연합군에게 마인츠까지 밀려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마인츠까지 모로를 격파해 밀어붙인 장본인, 카를 대공은 비명처럼 외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 대체, 어떻게 뷔름제르 원수에 이어, 알빈치 원수까지?”
그때 저 멀리서 포성이 울렸다.
-쾅!
전투는 소강 상태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군이 위협용 대포를 쏘는 이유가 있다.
모로가 하늘에 정찰용 기구를 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구에 닿지는 않지만 가까이 오지 못하게, 공격할 필요는 있었다.
사령부 막사에서 정찰기구를 흘깃 보다, 카를 대공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극히 눈에 거슬린다.
물론 기구 자체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쟁터에 기구를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오스트리아보다 프랑스가 유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 [남부군]이 전멸한 것도 혹시 그 때문은 아닐까?
그때 55세의 중년 장군, 대공의 부관 케르펜이 입을 열었다.
“대공 전하, 서둘러 결정하셔야 합니다.”
“무엇을 말인가?”
“라인 공세를 지속할지, 아니면 빈으로 회군할지를 말입니다.”
카를 대공과 함께 바이에른을 승리로 이끈 남자.
빌헬름 로타르 폰 케르펜.
본래 원역사에서는 몬테노테로 갔다가 크게 패배했을 자다.
하지만 오랜 숙장답게 상황은 정확히 숙지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이번에는 우리가 프랑스에게 양면전선을 강요당하게 될 겁니다.”
카를 대공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가 시선을 돌렸다.
“콜리, 그대는 보나파르트와 싸운 적이 있지. 어떤 자인가? 빈으로 올까?”
미켈란젤로 알레산드로 콜리 마르키, 곧 전직 사르데냐 사령관이 입맛을 다셨다.
본래 콜리는 사르데냐 왕국이 점령되기 직전, 세뤼르에 사단에 대패했다.
그러니 나폴레옹과 직접 싸워본 적도 없는 처지다.
사르데냐 왕국 함락 후, 간신히 본국인 오스트리아로 도주했지만 변변한 직책을 맡지 못한 이유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서 그나마 나폴레옹 군단과 싸워본 사람은 콜리 뿐이다.
콜리가 한숨을 내쉬다 답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전하.”
“왜 그렇게 판단하지?”
“누구도 프랑스가 처음, 사르데냐를 [침략]할 때, 진군 방향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보나파르트는 어디로도 갈 수 있고, 또 어디로도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선문답 같지만, 콜리의 분석은 정확했다.
나폴레옹의 기동 핵심은 의도를 숨기고 적을 기망하는 것이다.
그러니 빈으로 가는 것 자체는 나폴레옹에게 꼭 중요하지는 않다.
반면 빈에 가지 않더라도, 오스트리아 군을 속여 약점을 파고들 수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물론 다른 장군들이 듣기에는 말장난이다.
“그건 좀 하나마나한 얘기 아니오? 차라리 적이 대담해서 수도직공도 가능하다고 말하시지. 대공 전하, 이미 브렌네르 루트가 뚫렸습니다.”
문득 40대의 장군이 퉁명스레 끼어들었다.
카를 마르크 폰 라이베리히, 선대 황제 요제프의 군사 보좌관이었던 자다.
오스트리아 군 장군치고는 나이가 젊지만, 라이베리히의 군사경력은 화려했다.
바이에른 승계전쟁, 투르크 방어전, 혁명전쟁 초기 플랑드르 전역 승리.
무엇보다 뒤무리에 배신 작전의 성공을 요시아스 공작 아래서 참모로서 끌어낸 장본인이다.
계략에 능숙하고 작전의 명수인 장군, 라이베리히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탈리아 각국은 앞다투어 항복하는 중입니다. 특히, 토스카나 대공국마저 두 손 들었습니다.”
“한때는 우리 선황 폐하가 그곳의 대공이셨는데, 안타깝군.”
“이제 도리가 없습니다. 라인을 포기하고, 빈을 지켜야 합니다.”
아주 명쾌한 결론이다.
나폴레옹이 빈으로 올 거라고 라이베리히는 본 것이다.
카를도 그 말에 동의했다.
자신이라도, 이 좋은 기회를 놓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하지만 눈앞의 모로가 저렇게 공세 중인데?”
저 멀리 마인츠에서 아직도 공격 태세를 뽐내는 모로의 군단이 보인다.
최소 10만이 넘는 대군이다.
어쩌면 후방의 예비병력까지 합하면 30만에 달할지도 모른다.
프랑스는 정말 라인 전역에 주력을 투입하고 있다.
지금은 카를이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다시 쳐들어올 게 뻔하다.
무엇보다 전선은 라인 강변에만 펼쳐진 게 아니었다.
“게다가 플랑드르는 사실 말이 교착이지, 이미 암스테르담 점령 직전이야.”
“그건 우리보다 영국과 프로이센이 신경 쓸 일입니다. 이미 플랑드르의 황제령은 빼앗긴지 오래 아닙니까?”
“그것도 그렇군. 이미 빼앗긴 땅, 되찾겠다고 공세를 할 여력이 없지.”
가볍게 혀를 차다, 카를 대공은 다시 머리를 감싸쥐었다.
“15만이 죽었어. 맙소사, 보나파르트는 정말 악마인가?”
덕분에 지금 오스트리아는 전군을 다 긁어모아도 겨우 15만이 될까말까다.
투르크 국경의 최소 수비병력을 제외하면, 라인에 거의 전군이 집중되어 있다.
만약에 나폴레옹이 브렌네르를 넘는다면, 막을 군대가 없다.
결국 카를은 결단을 내렸다.
“빈에 전령을 급파하라. 이곳은 일단 라이베리히, 자네에게 맡기지.”
“알겠습니다. 그럼, 대공전하께서는?”
“나는 바이에른 공국으로 간다. 카를 테오도르 선제후에게도 전쟁 준비를 서두르라고 전해라!”
오스트리아 군의 마지막 희망, 카를 대공도 결국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의 알프스 직공을 막기 위해서.
그러나, 카를의 뜻대로 나폴레옹이 움직여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
대륙에서 벌어진 소식이 도버 해협을 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뎅! 뎅! 뎅!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소리를 듣다, 회색머리의 청년이 혀를 찼다.
“시계탑 소리가 요란하군. 저렇게 시끄러울 것은 없을 텐데.”
이제 36세로 당통과 동갑인 남자.
하지만 당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삐쩍 마른 남자가 머리를 두들긴다.
반대편에는 우아한 태도가 돋보이는 41세의 중년인이 가볍게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중년인은 거위의 간을 나이프로 자르다 빙그레 웃었다.
“저는 저 종소리를 좋아합니다. 수상 각하.”
“그래요? 어쩐지 그것도 저와 안 맞는 것 같군요.”
“혹시 음식이 안 맞으시는 겁니까? 그럼, 요리사에게 다시 내오라고 전하겠습니다.”
수상, 의회의 지도자, 그리고 그레이트 브리튼의 대표자.
이미 미쳐버린 ‘왕’은 영국을 대표하지 못한다.
아직 젊지만 엄숙한 얼굴에는 위엄이 넘친다.
영국 의회 수상, 윌리엄 피트가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 난 간단히 먹는 걸 좋아합니다. 프랑스식 정찬은 참 불편하군요. 게다가 내가 가장 ‘미스터’ 탈레랑과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수상 피트가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 페리고르.
사제 출신으로 프랑스 혁명 동조자이자 미식가.
현재 영국으로 망명 온 사제귀족인 자다.
물론 프랑스인이라고 피트가 이 남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미식가인 것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화를 낼 이유는 없다.
문제는 언제나 다른 지점에 있다.
“우리의 좋은 친구, 폭스와 너무 자주 만나시더군요. 아닙니까?”
피트의 정적과 친하다는 게 문제다.
물론 탈레랑은 그 정적인 폭스와 친할 사적인 이유가 있다.
폭스는 피트의 정적일 뿐만이 아니라, 프랑스 대혁명의 강력한 옹호자이기 때문이다.
탈레랑은 굳이 그 애기를 거론하는 대신, 우아하게 웃으며 답했다.
“수상 각하, 저는 망명자로서 그저 영국의 유력자들과 친교를 맺기를 즐길 뿐입니다.”
“고작 그것 뿐이라구요? 폭스는 프랑스 [대반란]의 옹호자요. 당신도 원래는 대반란을 옹호했던 걸로 아는데?”
“또한 혁명정부에게 죽을 뻔하고, 진정한 자유를 찾아 런던으로 온 옛 성직자기도 하지요.”
역시, 우아하게 말싸움을 비껴가는 탈레랑을 응시하다, 피트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럼, 곧 귀국하시는 것도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탈레랑도 조금 놀랐다.
“귀국이라구요? 설마 강제 추방입니까?”
“아니, 그럴 리가. 오늘 내각에서 결정한 사안입니다. 프랑스 망명자 중 믿을 수 있는 사람 1인을 뽑아, 프랑스 공화정부에게 특사로 보낸다는 거요.”
“저를 믿으십니까?”
피트는 탈레랑을 쏘아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의 균형감각은 믿지. 곧, 우리 국왕 폐하의 친서를 전달하겠소. 출발 준비를 해두시오.”
탈레랑은 슬쩍 눈썹을 치뜨다, 빙그레 웃었다.
방금 탈레랑이 살짝 기분이 상했던 것은 별 이유가 아니다.
음식을 먹다 말고 일어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식가에게 음식이란 신성한 것.
하지만 또한 권력자에게 굳이 심기를 드러낼 필요는 없다.
또한 탈레랑은 자신의 속내를 외부에 보여주지 않는 자다.
“기꺼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살펴 가십시오. 수상 각하.”
나오는 길, 결국 참지 못한 쪽은 피트였다.
걷다 말고 피트는 길거리를 굴러다니던 돌을 걷어찼다.
옆에서 수행하던 하원의원, 윌리엄 윌버포스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빌어먹을!”
“피트, 왜 그래? 탈레랑은 약 올리는 말은 하지 않았잖아.”
“그게 아냐! 저 여우는 알고 있어. 프랑스가 이탈리아에서 이겼다는 걸! 그러니까, 저렇게 여유로운 거야. 왜 자기를 보내느냐고 한 마디도 묻지 않았잖아!”
바로 리볼리 회전의 승리를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게 아니라면, 영국 의회가 프랑스에 특사를 파견할 이유가 없다.
또한 수상인 피트가 아무리 프랑스 고위망명자라도 탈레랑을 보러 올 이유도 없다.
허나, 반대로 생각하면 일개 망명자인 탈레랑이 프랑스 내부정보를 입수할 정도로 인맥이 튼튼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피트가 탈레랑을 특사로 보내는 것이다.
문득 피트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부르짖었다.
“대체, 그 나폴레옹인가 뭔가 하는 놈은 뭐야! 당장 해군에 정보수집을 요구해야겠어. 아니, 멍청한 해군은 코르시카도 빼앗기고 왔지?”
“서두르지 말게. 아직 전쟁이 끝난 것도 아니잖나.”
“이제 그 나폴레옹인가 하는 ‘난쟁이’가 진격하는 방향에 따라 끝날 수도 있다고! 그렇잖아도 암스테르담이 점령되기 직전인데!”
윌버포스가 주위를 황급히 돌아보았다.
다행히 이 근처에는 수상의 경호원들만 있을 뿐, 지나가는 시민들은 없다.
군사 기밀을 분노에 차 떠들어대던 영국의 수상, 피트가 문득 멈춰 섰다.
“대체, 이 나폴레옹이란 자가 어디로 갈까? 정말 알고 싶군!”
18세기 말, 비록 미국이 독립했어도 영국은 유럽 제일의 부국이다.
또한 대프랑스동맹을 이끌어낸 장본인이기도 했다.
게다가 인도 아대륙과 서인도제도로 영국 해군이 급파되어 프랑스 거점을 파괴하는 중이다.
압도적인 승리가 눈앞에 있던 상황.
그럼에도 멀찍이 떨어진 이탈리아의 전황이 모든 것을 뒤바꾸고 있었다.
-뎅! 뎅! 뎅!
아직, 빅벤은 없지만 런던의 시계탑은 존재하는 시대.
세기말의 종언을 알리듯,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1795년 10월, 나폴레옹의 승리가 유럽을 흔들기 시작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