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3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32화(132/547)
(132) 나폴레옹은 멈추지 않는다
정작 전 유럽의 시선을 받는 [보나파르트] 장군의 관심사는 따로 있다.
“임신이라고?”
로마, 산탄젤로 요새에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펄쩍 뛰었다.
이곳은 고대 로마제국 시대 묘지를 개조해 만든 중세 요새다.
밀라노 세르벨로니 궁전에 비하면 지극히 협소한 장소지만, 오히려 방어력은 더 뛰어나다.
정복자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한 거처를 택한 셈이다.
사실, 나폴레옹 입장에서는 불편해도 어쩔 수 없었다.
약혼자 조세핀이 로마에 왔으니까.
무엇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까지 들고서.
살짝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조세핀이 눈웃음을 쳤다.
“이제 안정기예요. 마차 정도는 탈 수 있어요.”
“최소한 밀라노에서 내가 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지!”
“그게 문제가 아닐 텐데요, 나폴레오네?”
그때 요새의 사령관 거처로 또 다른 불청객도 들어섰다.
“그래, 나폴레오네. 설마 네 아이를 아비 없는 사생아로 만들 생각이니?”
바로 마담 레티치아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모친이다.
그저 조세핀만 왔다면, 나폴레옹도 당황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대처했을 것이다.
허나 모친까지 동반 도착했다는 소식에 패닉에 빠져 버렸다.
물론 결정타는 역시,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이다.
아직 26세가 되기 직전인 청년, 나폴레옹이 어질어질한 머리를 안고 있다 물었다.
“어머니는 대체 어떻게 오신 겁니까?”
“그야 네 아이의 어미가 로마에 온 방식과 똑같지. 세뤼르에 장군이 부하들을 보내줬다. 여기, 뒤마 대령이 우리를 지켜줬지.”
“뒤마라구요?”
그때서야 나폴레옹은 레티치아의 뒤에 선, 부동자세의 경호원을 보았다.
곱슬머리, 커다란 키, 무엇보다 검은 피부.
꼭 흑인처럼 보이는 군복을 입은 청년이 경례를 취했다.
“사령관 각하께 인사 올립니다. 세뤼르에 사단 소속 연대장, 도마 알렉상드르 뒤마입니다!”
후세 원역사 현대인이라면 방금 청년이 말한 이름을 다르게 알고 있을 것이다.
저 유명한 <삼총사>의 작가, 뒤마와 똑같은 이름이니까.
사실은 그 유명한 뒤마의 부친이다.
세뤼르에 휘하 장교로 이탈리아 군단에 복무하던 중, 로마로 급파된 것이다.
나폴레옹의 가족을 경호하라는 임무를 받고서.
가볍게 턱을 쓰다듬으며 나폴레옹이 흥미로운 얼굴이 되었다.
“과연, 우리 군단에 혼혈인 친구가 하나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맞습니다. 제 모친이 서인도제도의 [노예]입니다.”
“하! 그런 소리는 집어치워. 로베스피에르가 그나마 잘한 게 두 가지 있는데. 그게 뭔지 알아? 나를 발탁한 것과 다른 하나는 노예제를 폐지한 거지!”
1794년, 프랑스 혁명정부는 노예제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물론 뒤마의 부친은 귀족 출신이고, 모친과 무관하게 뒤마를 자기 자식으로 키우긴 했다.
하지만 노예제 폐지가 뒤마에게 감동이었을 것은 분명하다.
“저도, 그래서 혁명을 지지합니다. 각하!”
뒤마가 눈을 빛내며 외치자, 나폴레옹이 피식 웃다 어깨를 두들겼다.
“어쨌든, 내 모친과 아내를 지켜줘서 고맙군.”
“별 것 아닙니다, 사령관 각하. 저는 군인으로서 의무를 다했을 뿐입니다!”
“그래, 좋아.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뒤마 [준장].”
순간, 갑자기 승진한 뒤마가 눈을 크게 떴다.
“저, 저, 저는! 여, 영광의 전장에서 싸워보지 못했습니다! 몬테노테도, 카스틸리오네와 리볼리를 말로만 들었는데요!”
“아니. 후방을 지킨 것도 중요한 공적이야! 게다가 사르데냐 왕국 정복 때는 한 몫 했을 거 아닌가? 곧 세뤼르에 휘하 장교들에게도 승진 발령을 내릴 예정이기도 하고.”
“가, 감사합니다, 사령관 각하!”
방금 나폴레옹이 얘기한 바는 결코 빈 말이 아니다.
이번 이탈리아 원정에서 나폴레옹은 위험한 기동전을 거듭 실행했다.
문자 그대로 후방을 버려둔 채, 주력군 거의 전부를 끌고 오스트리아 군을 격파했다.
한데 만약 후방에 해당하는 밀라노가 전복되기라도 했다면, 이 작전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군이야 나폴레옹을 따라다녔지만, 밀라노에는 친 제국파가 적지 않다.
당장 세르벨로니 공작만 해도 양다리를 걸쳤다.
이 상황을 안정적으로 누른 게 세뤼르에의 가장 탁월한 공적이다.
물론 갑자기 ‘장군’으로 뒤마를 발탁한 것은 가족을 경호했다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그때 방치되어 있던 조세핀이 미간을 찌푸렸다.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요. 나폴레오네.”
일부러 조세핀은 이탈리아식 본명을 읊고 있다.
나폴레옹이 원래 ‘로즈’인 조세핀을 다르게 부르는 것과 흡사한 이유다.
이를테면 애칭이랄까.
하지만 이 호칭이 공식적인 프랑스 군적부 기재명, 나폴레옹으로 언제 바뀔지 모른다.
연상의 약혼녀 눈치를 살피며, 나폴레옹이 눈을 굴릴 찰나 조세핀이 배를 내밀었다.
“이 애, 어쩔 거예요?”
“응? 아니, 어쩌다니. 다, 당연히 내 아이겠지! 내가 설마 그걸 부정할 정도로 못난 놈은 아니야!”
“그게 아니라, 어머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잊었어요?”
아주 당당한 태도로 조세핀이 나폴레옹에게 말했다.
“이대로 가면, 이 아이는 사생아가 돼요. 우리는 혼인한 적이 없으니까.”
사실 원역사에서는 이 시기에 조세핀은 그야말로 난행을 저지른다.
때문에 임신했다 해도 누구의 자식인지 알 수 없을 상황이다.
그렇지만 유진이 워낙 철저히 관리한 데다, 마리가 붙어있었고, 조세핀도 바람을 피울 이유가 딱히 없어 원역사와는 많은 게 이미 달라졌다.
반대로 본래는 이미 결혼했을 조세핀과 나폴레옹이 아직 결혼하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나폴레옹도 평소라면 기꺼이 청혼했을 터다.
문제는 지금 이곳이 로마고, 나폴레옹은 아직 전쟁 중이라는 거다.
“그게 말이야. 지금 당장은 내가······.”
그때 날카로운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레티치아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래! 마침 여기는 로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머니?”
“혼인은 본래 교회의 일이야! 게다가, 이곳에는 교황 성하를 비롯해 수많은 사제들이 있다. 당장, 혼인성사를 올리자! 태어날 아이도 축복을 받는 거지!”
여전히 레티치아는 조세핀이 썩 마음에 안 드는 눈길이다.
그러나 코르시카 귀족으로 혈연을 중시하는 레티치아에게 ‘손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어쨌든 아직 조세프도 애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첫 손주나 마찬가지다.
그런 아이를 혼외자로 만들 수야 없지 않은가?
나폴레옹이 완전히 당황한 채 뒤를 돌아보았다.
“유진? 일단, 뭐라고 말 좀······.”
그러나 분명히 그곳에 있어야 했을 유진은 사라진 뒤였다.
다른 부관들도, 온데간데 없었다.
나폴레옹이 비명을 질렀다.
“이 녀석 어디 간 거야? 나 혼자만 내버려 두고! 부관!”
하지만 그 어떤 부관이든 이미 나폴레옹의 비명을 들을 수 없었다.
***
왜냐하면 산탄젤로 요새 밖으로 도망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망쳐도 되는 거야?”
기마척탄병 숙영지, 여단장 막사에 앉아 이폴리트가 한숨 돌리며 물었다.
요새 밖, 나폴레옹 군단 기병대는 간만에 [천막] 숙영지에서 지내는 중이다.
항상 야영만 하고 있던 것에 비하면, 훨씬 좋은 신세다.
다만 이미 로마에 승리자로 입성했음에도 숙영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나폴레옹의 가족이 온 탓은 아니다.
언제든 출진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진은 도망쳐 온 게 맞지만.
유진이 낯을 찌푸리다 대꾸했다.
“이건 내가 개입할 문제가 아닌데다, 마담 레티치아까지 오셨잖아.”
“지금 상황이 그렇게 여유가 있는 게 아닌데, 사령관 각하 개인 가정사가 겹쳤으니. 아, 이건 유진 너도 마찬가지인가?”
“그러니까, 우리 부관들이 먼저 전략 회의를 열어야겠지?”
그 순간, 참모장 베르티에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빈을 직격할지, 아니면 이탈리아를 평정할지. 그것부터 정해야 하오.”
이게 현재 나폴레옹 군단이 직면한 문제다.
분명 리볼리의 승리로 나폴레옹은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북이탈리아는 완전히 나폴레옹 군단의 말발굽 아래 놓였다.
오스트리아 남부군 15만이 전멸했고, 밀라노와 토스카나와 베네치아의 수비가 뚫렸으며, 나폴레옹 군단의 진로는 활짝 열렸다.
그러나 오히려 모든 진격로가 열린 탓에, 선택을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우선 로마부터 달려온 것도 그 때문이다.
파리에서 본래 요구했던 것처럼 오스트리아를 공격할지, 아니면 북이탈리아를 제압할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로마 입성은 그 어느 쪽을 택하든, 이익이 되는 사안이다.
이탈리아 전체 제압으로 전략을 정한다면, 로마를 제압해야 남부를 공략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로 가게 된다면, 적군이 방심하도록 기만하며 시간을 벌게 된다.
일부러 기병대만 끌고 온 것도 그런 이유다.
문득 오주로가 부관들과 사단장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난 이탈리아 반도 평정이 먼저라고 생각하네. 원래 우리 군단 파견 목적이 그거 아닌가?”
“사령관이 오기 전에는 달랐지, 오주로. 니스 지키고 있는 게 우리 일이었어. 크크큭!”
“마세나, 그렇다 해도, 이제는 이탈리아 전체가 우리의 발 아래 놓이기 직전이야.”
오주로는 사실 꼭 로마로 올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로마 입성은 혁명가들에게는 그야말로 역사적 순간이다.
자코뱅 지지자답게 오주로도 이 대열에 참여해 달려온 것이다.
어쨌든 강경 혁명파에게 로마교회는 정복 1순위 대상이다.
나아가 자코뱅에게 이탈리아에서 로마 다음으로 위험한 곳은 정해져 있다.
“특히 나폴리 왕국은 우리가 점령해야 해. 그래야, 혁명을 위협하는 부르봉 가문을 모두 내쫓을 수 있지! 이 반도에서!”
바로 부르봉 왕가의 친족이 지배하는 나폴리 왕국이다.
현재 나폴리 왕국의 국왕은 페르디난트로 에스파냐 국왕 카를로스 4세의 동생이다.
또한 선대로 올라가면 모두 루이 14세의 자손이기도 하다.
부르봉의 잔재를 유럽 전체에서 밀어내는 일.
자코뱅의 숙원 중 하나다.
그렇지만 단순히 이념적 문제만은 아니다.
나폴리 왕국은 실제로 반혁명 세력으로 대프랑스동맹의 일원이다.
특히 원역사에서 로마를 점령해 제2차 이탈리아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나폴리 왕국이다.
그렇기에 오주로의 판단은 상식적으로 옳다.
그때 가볍게 머리를 긁적이던 란이 유진을 돌아보았다.
“우리 프라이슈츠 생각은 어때?”
란은 마세나와 오주로를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직 어리지만 이 친구도 여단장이라고. 게다가, 사령관 복심을 가장 잘 읽잖아. 어때, 사령관 생각이?”
“정말 잘 읽는 거 맞나? 아까 보니까 모친과 ‘양부’ 예정자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도망쳐 나온 거 같던데. 키킥!””아, 그거야 원래 부모가 싸우면 애는 어쩔 줄 몰라하는 거라고. 하하핫!”
마세나와 란이 호탕하게 웃으며 놀려대는 꼴을 보다, 유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모친이 온 것만으로도 참 곤란했다.
한데 임신까지 한 게 확실해졌으니 더욱 골치 아픈 일이다.
게다가 나폴레옹의 향후 진격로는 유진에게도 오리무중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르겠는데요.”
“엥? 무슨 말이야? 알고 회의 연 거 아니었어?”
“란, 나라고 사령관님의 생각을 모두 아는 건 아니라구요. 게다가, 사령관님 원래 방식대로라면 북이탈리아 재편부터 먼저 하겠죠. 그런데, 로마로 왔단 말이에요?”
유진은 막사 위, 지도를 가리키며 일렀다.
“아직 망설이고 계신 거죠. 주력은 모두 파도바에 남아 있는 거 기억하죠?”
이곳, 로마로 나폴레옹은 장군들과 부관들, 나폴레옹 클럽 멤버를 대부분 끌고 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데려온 병력은 오직 기병대 뿐이다.
나머지 전열보병과 포병대는 모두 파도바에 머무르고 있다.
언제든 회군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놓고 달려온 것이다.
그 순간, 눈치빠른 마세나와 직감이 뛰어난 란의 눈이 마주쳤다.
“빈.”
두 사람의 말이 일치해서 튀어 나왔다.
나폴레옹은 지금 빈을 생각하고 있다.
단지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 뿐이다.
문득 참모장 베르티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둘 다 대비 가능한 형태로 준비해 놓지요.”
“그건 또 무슨 말이지, 베르티에 참모장?”
“간단합니다. 마세나 사단장님. 이탈리아에 남는다면, 이 땅을 프랑스 직할지와 독립 공화국으로 배분해야 합니다. 그건 파리에서 정할 일이지만, 이 과정을 위해 달려가야 할 진격로는 우리가 정할 일이지요.”
이탈리아 재편은 전적으로 정치적 문제다.
결정은 명목상 파리가 하고, 실질상 나폴레옹이 살리체티나 부관들, 특히 유진과 논의해 정할 것이다.
밀라노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재편을 뒷받침하는 것은 전적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의 군사력이다.
군사력을 보존하고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보급과 행군 계획이 필수다.
베르티에의 일이기도 하다.
“거기에 맞는 행군 준비와 보급 체계를 다시 갖춰야 합니다. 이건, 그 반대일 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베르티에의 시선이 지도 북쪽, 알프스를 향했다.
“빈, 직격을 가할 때도.”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다 눈썹을 치떴다.
어느새 모두가 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황한 유진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왜 전부 저를 쳐다보시는 거죠?”
마세나가 눈을 찡긋거리며 유진의 등을 떠밀었다.
“알아오라구. 나머지는 우리가 정할 테니까.”
아무래도, 산탄젤로 요새로 유진은 강제로 다시 돌아가야 할 모양이었다.
***
부부싸움이 벌어질 때, 자녀는 가능한 한 싸움이 식은 후 집에 돌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잘도 도망갔군. 내 아들?”
사령관 처소에 홀로 남아 있던 나폴레옹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유진은 쓴웃음을 머금다, 나폴레옹에게 와인 잔을 건넸다.
나폴레옹은 특별히 고급 와인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식사 때는 늘 물을 탄 와인을 마셨다.
이런 습관이 생긴 이유는 프랑스 군대가 보급품으로 와인을 상비했기 때문이다.
와인을 받아채는 나폴레옹에게 유진이 말을 건넸다.
“이곳이 로마이고, 결혼은 교회의 일이며, 마침 교회의 수장이 이곳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령관 각하.”
“아버지라고 불러.”
“아직 아닙니다. 제 ‘동생’은 모르겠지만요.”
슬쩍 나폴레옹의 눈치를 살피며, 유진이 덧붙였다.
“그 동생이 사생아가 되는 건 저도 보고 싶지 않군요.”
이제는 피할 수 없다.
나폴레옹이 조세핀과 결혼해야 한다.
본래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은 조세핀과 아이가 없어도 결혼한다.
나아가 나폴레옹의 나이는 25세로 젊지만, 조세핀은 31세다.
18세기 말 기준으로는 만혼 그 자체다.
그러니 유진도 혼인을 청원하기로 정한 것이다.
나폴레옹이 유진을 흘깃 보다 피식 웃었다.
“교활한 녀석! 그래, 좋아. 어차피 내가 청혼했고, 또 나도 원했어. 게다가 내 아이라니. 내가 아버지가 되다니!”
“아직 안 태어났습니다.”
“곧 태어날 거 아냐! 그것도 교황의 축복 하에!”
어쩐지 들뜬 얼굴처럼 보이는 나폴레옹에게 유진이 물었다.
“그럼 승리의 증거로, 교황이 축성하는 결혼식을 올리실 겁니까?”
“안 돼.”
“예? 하지만 교황은 기꺼이 받아들일 텐데요?”
나폴레옹은 와인을 다시 들이키며 대꾸했다.
“결혼식은 한다. 다만, 프랑스 혁명식으로, 혼인신고만 올리고 결혼을 성사시킬 거야. 애석하게도 우리 아들은 성인이 아니라서 증인은 되지 못하겠군.”
오늘 조세핀과 레티치아에게 종일 시달린 끝에 결정한 모양이다.
결혼은 하되, 시간 소모는 최소화하겠다고.
그렇다면 왜 나폴레옹이 이렇게 약식으로 결혼해야 할까?
다른 곳에 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빈 직격이군요.”
유진이 눈을 크게 뜨며 말할 찰나, 나폴레옹이 열띤 어조로 답했다.
“그래. 빈 직격이다. 이탈리아에서 멈춘다는 건, 오히려 전쟁을 오래 끌게 되는 일이야. 그러면, 우리는 소모전을 벌여야 해.”
“하지만 시기가 늦지 않았습니까? 지금쯤이면 이미 브렌네르 고개 쪽으로, 라인 전선에서 수비병력을 보낼 겁니다. 게다가 곧 겨울이 올 텐데요? 알프스 길은 겨울에 막힙니다.”
“누가 브렌네르 고개로 간다고 했지?”
나폴레옹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거긴 이미 알빈치도 꿰뚫어 본 길이야. 게다가, 빈이 아니라 뮌헨으로 가는 길이잖아?”
본래 리볼리 회전은 알빈치가 브렌네르 고개를 지키려다 벌어졌다.
한데 이 고개를 넘으면 뮌헨, 곧 바이에른 공국이 나타난다.
빈은 그곳에서 다시 동쪽으로 달려야 한다.
북이탈리아에서 빈으로 가는 직행로는 따로 있다.
순간, 유진이 경악해 외쳤다.
“티롤! 맙소사, 사령관 각하. 그건!”
티롤, 오스트리아 황제령의 핵심부다.
알프스 동부로 뷔름제르와 알빈치가 내려온 길이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본래는 오스트리아 군부가 최중요 핵심지로 방어하는 지역이다.
본래라면 그렇다는 얘기다.
지금은 티롤 방면에 있던 남부군 전부가 이탈리아에 투입되었다가, 사라졌다.
허나 다시 급하게 지원병을 모을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나폴레옹은 흡족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 정도는 눈치채야 내 아들이지. 당장 준비시켜. 오늘밤 혼인을 올리고, 내일 출발한다.”
순간, 나폴레옹의 눈이 번뜩였다.
“제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 제국 수도, 빈 직공을 결단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