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3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35화(135/547)
(135) 고속질주로 제국역공에 성공하다
프리울리, 베네치아 동부 끝자락으로 알프스가 끝나는 곳이다.
“달려라! 전력을 다해서! 속도가 이번 전투의 최우선 과제다! 이랴!”
선두에서 기병들을 질타하며 뮈라가 외쳤다.
알프스와 달리, 프리울리 방면은 산지가 낮고 길이 평탄한 편이다.
게다가 아직 눈이 내리기 전인 11월.
대군이 기동하기에 적당했다.
물론 선두에서 독려하는 자가 뮈라라면 문제가 있다.
기마의 상태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거다.
문득 뮈라의 외침을 듣다 이폴리트가 혀를 내두르며 유진에게 물었다.
“뮈라에게 저렇게 맡겨도 되나 모르겠군. 기병들은 둘째 치고, 보병들이 따라갈 수나 있나?”
“절대적으로 독려가 필요한 건 사실이야. 어쨌든, 시간이 문제니까.”
“도착했을 때 싸울 수 없으면 무슨 소용이야?”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속보로 기마를 몰며 대꾸했다.
“그 반대야. 도착했을 때, 싸우게 되면 오히려 이번 공세는 차질을 빚어.”
현재 나폴레옹 이탈리아 군단의 총원은 6만.
그중 1만은 라하르페 지휘 하에 가르다 호수 방면, 티롤 루트로 향했다.
해서, 현재 프리울리로 달리는 병력은 5만 내외다.
그중 기병은 기마척탄여단 1천 기와 피레네 엽기병대 5천 기를 합쳐, 총 6천 기.
하지만 리볼리 회전에서 특히 부상자가 다량 발생했기 때문에 현원은 5천 기 남짓이다.
나머지는 전열보병이 주력으로 포병, 그리고 공병대에 의무병대가 포함된다.
제국을 공략하는 병력치고는 단촐한 편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나폴레옹은 뒤를 생각하지 않고 사실상 휘하, 전군을 진격시켰다.
심지어 이미 정복했다고는 하지만, 북이탈리아를 통째로 비워버린 것이다.
알프스 군단이 조금만 늦게 오고, 롬바르디아나 베네치아가 반심을 품으면 배후가 위태로워진다.
자칫 나폴레옹 군단 전체가 진격 도중에 신성로마제국령에 갇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폴레옹은 결단을 내렸고, 군단 전체가 전속력으로 달리는 중이다.
이폴리트가 유진의 옆에서 달리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싸움 없이 이길 수 있어?”
“말이 그렇다는 거야. 한 번은 싸워야겠지. 다만 빈까지는 아니야.”
“수비병력이 있을 거 아냐. 설마 하나도 없지는 않을 텐데?”
그때 유진이 전방을 응시했다.
“그건 저렇게 격파해야 하는 거지.”
속보로 달리던 기병들이 멈춰섰다.
역시, 구보로 따르던 각 보병 사단들도 대열을 재정비한다.
베네치아 동부 국경선 너머, 타글리아멘토 강을 건너면 있는 도시.
우디네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수비대가 주둔한다.
다만 숫자는 지극히 적다.
약 2천 명 내외의 보병연대.
본래 이곳을 지키던 병력을 알빈치가 전부 끌고 온 탓이다.
그래도 무장병력이긴 하니 교전할 필요성은 있다.
사령관, 나폴레옹의 명령이 부관 뮈롱을 통해 전해졌다.
“수비대다! 마세나 사단, 공세 포진하라!”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전열 갖춰!”
“나머지는 다시 전진한다! 마세나 사단은 적을 처리하고 합류하도록!”
전위, 마세나 사단이 우디네 수비대를 맡았다.
나머지는 수비대를 무시한 채, 오늘의 행군을 속행했다.
유진도 여단을 지휘해 가려던 찰나, 마세나의 부름을 받았다.
“어이, 기마척탄병 여단! 그간 놀았지? 우리 좀 도와!”
유진은 마세나의 부름에 달려가 물었다.
“설마 수류탄을 쓰자는 겁니까? 빈까지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천만에! 저 녀석들은 마르몽 포병대가 포격을 가할 거야. 마침, 저기 오는군. 자네들이 해줘야 할 일은 포격이 끝나고 대열을 흐트려 주는 거지!”
“포탄이 수류탄보다 더 중요 전략물자 아니었습니까?”
유진이 반문하자, 마세나는 아주 간명히 대꾸했다.
“왕실에서 도박 시동이었지? 이런 명언 들어본 적 있나? 도박은 본래 따서 빚을 갚으면 되는 거라고!”
전생 유학생 도박사였던 유진이 가장 좋아하는 금언이다.
빚은 사슬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자산을 벌어다줄 밑천일 뿐.
만약 패배한다면 그걸로 어차피 끝날 테니, 승리에 모든 것을 걸어라.
그렇지만 엉뚱하게 전직 밀수꾼인 마세나가 유진에게 도박의 금언을 던진 것이다.
살짝 허를 찔려 쓴웃음을 짓던 유진에게 이폴리트가 바싹 붙었다.
“도박꾼은 너 아니었냐?”
“뭐, 뱃사람들도 도박 많이 한다고는 하던데.”
“그런데 어디서 오늘 쓴 포탄을 갚는다는 거야?”
어느새 마르몽 기마포병대가 포진해, 포격을 개시하고 있었다.
-쾅! 쾅! 쾅!
포탄이 떨어지자 우디네에 주둔하던 오스트리아 수비대 대열이 흐트러진다.
일단 아무리 보병이 최우선 병종인 머스킷 시대라도, 전열에 균열이 생기면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아직 후장식 소총을 기반으로 한 엄폐사격은 존재하지 않는 시대니까.
유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쥐노!”
베네치아에서 달려와 군에 합류한 쥐노가 기마를 몰아치며 달렸다.
“크, 말로 달릴 수 있는 이 땅이 얼마나 그리운지! 뮈라의 심정을 알겠어!”
“헛소리 말고 돌격이나 해요!”
“아, 알겠다고. 여단장! 자, 가자! 얘들아!”
라살을 필두로 샹포와 주베르가 함께 하는 척탄기병들이 뒤따랐다.
“히-호! 이 라살 소령님이 가신다! 응?”
그런데 달리던 라살이 갑자기 말을 잡아채며 멈췄다.
무모할 정도로 적진을 돌파하는 라살이 멈추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유진도 조금 놀라 라살을 따라붙을 찰나, 라살이 외쳤다.
“여단장, 저 너머에 창고가 있는 거 같은데요?”
“창고라고?”
“예, 언뜻 보니. 어라? 무기고네요?”
저 멀리 전위사단에서, 마세나가 전열보병을 종대 진격시키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 저 병기고는 모두 우리 거다! 하하핫!”
요컨대 마세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였다.
우디네 방면에는 오스트리아 군의 보급 창고가 있다는 사실을.
정석을 중시하는 알빈치는 죽기 전, 우디네 방면에 철저히 보급품을 쌓아뒀던 것이다.
유진이 피식 웃다 명령을 내렸다.
“진짜 약탈꾼은 따로 있었군. 좋아, 적들 정면을 돌파한다! 지금 기세로는 충분히 가능해!”
그렇잖아도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한 공격이다.
여기에 포병 사격과 기병 돌격으로 대열을 부수자, 우디네 수비대는 와해되었다.
기병 추격전이 요란하게 도시 전역을 울렸다.
-탕! 철컥, 탕! 철컥, 탕!
이로써 프리울리 방면을 지키는 오스트리아 군은 공식적으로 소멸했다.
***
분명히 신성로마제국은 유례없이 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쾅!
카를 대공이 뮌헨 임시 사령부 탁자를 내려쳤다.
고작 2주일만에 마인츠에서 뮌헨까지 달려온 것은 엄청난 행군 성과다.
게다가 카를 대공 휘하의 병력이 무려 5만에 달한다.
신성로마제국 영내라고 하지만, 독립 제후국들이라 보급 협조를 받기 어려운 데도 이토록 빠르게 온 거였다.
그런데 정작 프랑스 군은 티롤로만 오는 게 아니란 보고가 들어왔다.
렌네르 고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놈들이 양면으로 군대를 보내고 있다고?”
제국의 수도 빈에서 달려온 전령, 카를 필리프 폰 슈바르츠베르크 소장이 긴장했다.
아직 24살로 카를 대공과 동갑내기다.
그럼에도 장군의 지위에 오른 것은 후작가의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대프랑스 전쟁에서 상당한 공훈을 세우긴 했지만, 여전히 노원수들이 가득한 오스트리아 군에서는 애송이였다.
카를 대공 옆에서 눈을 번들거리는 숙장들의 눈치를 보며, 슈바르츠베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지금 빈에서 황제 폐하가 직접 명령하셨습니다. 당장, 빈을 지키러 돌아오라고!”
황제 프란츠 2세의 판단은 간명하다.
티롤이든 프리울리든 적군의 주력이 어느 쪽인지는 모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빈을 지키는 데 주력하는 게 최우선이다.
수비병력 전체를 빈으로 데려오라는 게 황제의 명령인 셈이다.
하지만 카를 대공은 미간을 찡그리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럼 양면에서 당해.”
“예? 대공 전하. 폐하의 명령이십니다!”
“슈바르츠베르크 소장! 프랑스는 라인에 주력군이 있어. 티롤도 넘어오고 있지. 그런데, 프리울리까지 공세를 취한다고? 빈으로 우리가 지키러 가면 이 3개 방면에서 전부 포위당하는 거야!”
이것도 맞는 말이다.
라인에서 모로는 10만 대군을 이끌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비록 뮌헨으로 쳐들어왔다가 카를에게 패배했다지만, 모로가 무능한 장군은 아니다.
게다가 혹시라도 티롤 방면이 주력군이라면 어떻게 될까?
빈으로 카를 대공이 6만 대군을 이끌고 갔을 경우, 바이에른이 함락당한다.
당연히 라인에서 수비를 펼치고 있는 오스트리아-프로이센-바이에른 연합군도 붕괴한다.
그렇게 되면 빈을 지키는 것조차 굉장히 어려워진다.
라이베리히가 퉁명스레 말했다.
“수도에서 전쟁위원회 노인들이 조언하는 건 쉽지요. 전방을 전혀 모릅니다. 차라리 황제 폐하가 빈을 비우시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라이베리히?”
“그럼에도, 빈을 적군에게 내줄 수는 없습니다.”
라이베리히는 지극히 타당한 조언을 건넸다.
“군을 2부대로 나누어야 합니다. 하나는 빈으로, 하나는 이곳 뮌헨을 지켜야지요.”
카를 대공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곳에 끌고 온 5만 명도 정말 겨우 만들어낸 병력이다.
현재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오스트리아 군은 총 15만 명 내외다.
라인에서 싸우는 병력이 실상 9만 명을 넘는다.
나머지 병력은 투르크나 오스트리아 영토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런데 다시 병력을 나누어 절반만 데리고 간다?
고민을 거듭하던 카를 대공이 콜리를 돌아 보았다.
“콜리, 다시 한 번 말해주게. 보나파르트라면 어디로 주력을 보내겠나?”
한때 나폴레옹 군단에게 사르데냐를 빼앗긴 군인, 콜리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패장은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물으신다면. 보나파르트는 주력이 있는 곳으로 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인가?”
“그 자는 수도를 노리지 않습니다. 군대를 노립니다. 이탈리아에서도 그랬지요.”
콜리가 대공을 정시하며 말했다.
“대공 전하께서 병력을 나누어 보내신다면, 그 병력을 노리고 공격해올 겁니다.”
이것은 나폴레옹의 군사교리에도 맞지만, 빈이라는 요새를 공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예전 투르크 제국이 빈을 수 차례 공략했지만, 거듭 실패했다.
공성용 대포 수십 대를 끌고 와야, 겨우 공략 가능한 게 이 시대 성채 요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나폴레옹은 공성용 대포가 거의 없는 상태로 행군 중이다.
속도를 중시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때문에 빈으로 진군하더라도, 나폴레옹은 성채가 아니라 군대를 공략해야 한다.
카를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폐하의 명령을 전적으로 따르지. 전군, 빈으로 간다.”
그때까지 불안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뮌헨의 주인, 카를 테오도르 선제후가 깜짝 놀랐다.
“대공! 그렇게 되면 이 뮌헨이 비지 않소! 절반, 아니 1만이라도 남겨주시오!”
라이베리히도, 콜리도, 슈바르츠베르크도 모두 놀랐다.
대공 본인이 말하지 않았던가?
빈으로 가게 되면 라인 전선까지 붕괴할 수도 있다고.
그럼에도 카를 대공은 파리한 얼굴로 예의 바르지만, 차갑게 대꾸했다.
“그건 프로이센 왕에게 부탁하십시오. 우리 신성로마제국 황제 폐하의 군대는 폐하를 보위해야 합니다.”
카이저리히, 백색 군복을 상징으로 하는 합스부르크 황제의 군대.
비록 신성로마제국이 볼테르 말처럼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고, 통합된 제국도 아니지만 여전히 황제는 중심으로 존재한다.
무엇보다 오스트리아를 핵으로 하는 합스부르크 가령을 지배하는 자로서.
선제후는 몸을 떨다 부르짖으며 뛰쳐 나갔다.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요! 대공!”
라이베리히가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대공 전하?”
“보나파르트를 이긴다면 모든 게 괜찮아지네.”
“혹시라도, 패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뷔름제르와 알빈치가······.”
역전의 노장들도 패배했다.
애송이 카를 대공이 이길 수 있을까?
그러나 대공은 굳은 얼굴로 결의를 비쳤다.
“어차피, 보나파르트도 나보다 2살 많은 애송이일 뿐 아닌가! 제국의 존망을 걸고 힘껏 싸워보세!”
애석하게도, 카를 대공은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단판 회전을 가장 원하는 자는 결국 나폴레옹이라는 진실을.
***
레오벤, 해발 500여미터의 지대로 알프스 산지에서는 지극히 낮은 장소다.
-쾅! 쾅! 쾅!
서전은 여전히 포격으로 시작된다.
본래 모자랄 수도 있을 포탄은 프리울리 루트를 돌파하며 적군의 보급기지에서 획득했다.
우디네, 트리에스테, 클라겐푸르트.
베네치아 방면에서 빈으로 가는 알프스 루트에 존재하는 도시들이다.
이 모든 곳이 거의 무저항에 가깝게 무너져 내렸다.
혹시 저항하더라도 포격을 가하고, 산지에서는 피레네 기병대를, 더 높은 고지에서는 전열보병을 돌격시키면 모두 항복했다.
레오벤을 지키던 500명 남짓한 오스트리아 군도 마찬가지였다.
수비대장 요세프 대령이 비명을 지르며 백기를 들었다.
“살려주시오! 명예로운 항복을 원합니다!”
그야말로 손쉽게 요새가 될 수도 있었을 요충지가 점령된 것이다.
나폴레옹도 이전 이탈리아 원정 때와 달리, 적을 전멸시키기보다 무장해제 후 가두는 데 집중했다.
전위대 사단장 마세나가 부관, 세르보니 준장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정말 처음인데?”
“오스트리아 군이 이탈리아에서 얼마나 날려 먹었는지 보여주는 거죠. 아무래도 화약 절대량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격 반격을 못하더군요.”
“꼭 우리 혁명군이 처음 징집됐을 때 같군. 그때, 총탄이 없어서 총검 돌격한 거 알아?”
가볍게 농담하던 마세나가 순순히 항복하는 수비군을 보며 일렀다.
“하지만 저 친구들은 총검돌격할 태세가 안 보이는군.”
전위대가 레오벤을 점령하자, 속속들이 나폴레옹 군단도 도착하기 시작했다.
오주로 사단, 세뤼르에 사단, 그리고 란의 기병대.
여기에 나폴레옹 직할 사단과 기마척탄병 여단, 그리고 마르몽 포병대가 뒤따랐다.
행군을 지켜보던 참모장 베르티에가 행군 태세를 점검하고 돌아와 보고했다.
“사령관 각하, 이제 슬슬 숙영지를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나폴레옹은 말에 탄 채, 가장 높은 언덕으로 향하다 물었다.
“후방에 병력을 남겼나?”
“아뇨. 사령관께서 모두 끌고 오라고 지시하셔서.”
“좋아, 거위. 뒤는 알프스 방면군이 지켜주겠지.”
그 뒤로 유진과 이폴리트, 쥐노가 뒤따르고 있었다.
아무리 낮다 해도 이곳도 알프스다.
산맥 아래로 펼쳐진 경관은 깎아지른 듯 위태로워 보였다.
고지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던 이폴리트가 유진에게 낮게 물었다.
“와, 우리 이래도 되는 거야?”
많은 말이 생략되어 있지만, 유진도 무슨 뜻인지 안다.
후방 방면을 모두 점령하고 오긴 했지만, 정작 수비대는 하나도 놔두고 오지 않았다.
만약 베네치아에서 민병대라도 일으킨다면 퇴로가 막힐 판이다.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는 안 되지. 퇴로 확보를 해야 하는데, 하나도 안 하고 왔어.”
“잘못되면, 오스트리아 땅에 갇혀서 죽는 거냐?”
“알프스에 갇혀 죽을 수도 있고.”
그때 나폴레옹이 레오벤 언덕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거의 500킬로미터를 15일 만에 주파했군.”
모두가 나폴레옹을 보았다.
프랑스 군대 역사상, 이곳까지 온 사람은 실로 나폴레옹이 처음이다.
심지어 에스파냐 승계 문제로 오스트리아와 싸웠던 루이 14세도 이렇게 빈에 가까이 오지는 못했다.
“이제 빈이 코앞이다.”
물론 코앞이라고 나폴레옹은 말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약 160킬로미터 전방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알프스 산맥을 넘어야 했다.
반면 이제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대를 평탄하게 행군할 수 있다.
나폴레옹 군단의 행군 속도라면 5일 거리다.
반면 뮌헨에서 빈까지는 400킬로미터다.
유진이 나폴레옹의 옆에 섰다.
나폴레옹은 유진을 돌아보며 일렀다.
“더 이상은 적을 기만할 수 없어. 황제도, 오스트리아 군부도, 동맹국도 다 알게 되겠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빈으로 바로 내려갑니까?”
“그래야지. 정찰은 먼저 보내. 하지만 적군은 아직은 없을 거다.”
순간, 나폴레옹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만약, 온다면 빈 앞에서 때려 부순다. 그게 우리의 결전이다.”
공성전은 나폴레옹의 장기가 아니다.
또한 빈은 과거 포병을 앞세운 투르크 제국의 공세를 2차례나 막아낸 요새다.
물론 16세기와 17세기의 일이라, 18세기 말인 현재의 대포와는 다르다.
허나 공성용 거포가 없는 나폴레옹 군단에게 썩 유리한 조건은 당연히 아니다.
그렇지만 만약 빈 앞에서 적군을 부순다면 어떨까?
모든 전의를 상실시킬 수 있다.
그 순간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을 혁명의 이름 아래 부숴지게 되겠군요. 아니, ‘아버지’, 나폴레옹의 이름 아래.”
나폴레옹은 대답하는 대신, 알프스 아래를 내려 보았다.
제국의 수도 빈이 나폴레옹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