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3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38화(138/547)
(138) 나폴레옹과 유진이 제국을 해체하다
성문이 마침내 열렸다.
-끼이익!
빈을 굳건히 지켜오던 오망성 형태의 성벽, 정문이 열렸다.
카를 대공의 군대는 빈 앞에서 사라졌다.
대부분 항복했고, 상당수가 죽었으며, 소수는 도망쳤다.
지휘관들의 시신이 별로 발견되지 않은 게, 나폴레옹의 이번 원정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이한 광경이긴 하다.
허나 나폴레옹이 대공을 비롯한 지휘관 추격에 열을 올리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이번만은 적군 주력 격파보다 수도 점령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의미에서 말이다.
성문이 열리는 것을 보다, 나폴레옹이 말 위에 탄 채 코웃음을 쳤다.
“저렇게 쉽게 열리다니. 라인 방면군이 왔다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군.”
“그랬으면 영광을 독점하실 수 없었겠죠, 아버지.”
“응? 아버지라. 후후.”
옆에서 수행하던 수석부관, 유진의 말에 나폴레옹은 눈에 이채를 띠다 편히 웃었다.
“그래, 아들. 들어가자.”
이제 스스로 아버지라 부르는 유진의 태도가 무척 반가웠던 것이다.
함께 말을 몰아 양부와 양자는 성문 안으로 들어섰다.
좌우 대열을 달마뉴 근위기병대와 유진 척탄기병대가 에워쌌다.
-뚜벅, 뚜벅, 뚜벅.
빈으로 진입하는 것은 엄선된 기병 2천 기와 정예 보병 5천 명이다.
나머지 병력은 전투가 끝난 후, 빈 앞에 숙영지를 만들었다.
간만에 야영이 아닌 휴식을 취하게 된 셈이다.
빈 진입을 함께 하게 된 사단장 마세나가 슬쩍 오주로를 돌아보며 말했다.
“환영 인파는 없군. 확실히.”
“혹시 환호가 터지면 오스트리아의 또 다른 군대가 왔다는 뜻 아니겠나, 마세나?”
“먼저 진입한 병력의 말로는 무장병력은 없다고 했지? 확실히 오스트리아가 방심하긴 했군.”
대담하게도 적국 수도에 선두로 진입 중인 나폴레옹 쪽을 보다, 마세나가 씩 웃었다.
“그 허를 찌른 우리 사령관이 대단한 거긴 하지만.”
제국의 수도, 빈은 실로 고요했다.
진입하는 정복자를 맞이하는 환영인파도, 압제자에 맞서는 시위대도 없었다.
모든 시민들은 숨죽이며 집 안에서 병사들을 볼 뿐이다.
빈 앞에서 펼쳐진 프레스바움 전투의 충격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그동안 이탈리아에서 제국군이 거듭 패했다는 얘기는 들었다.
친척이 징병되었다가 죽은 시민도 있다.
하지만 이토록 일방적으로 제국의 마지막 희망이라던 카를 대공마저 패배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사실 프랑스 군대도 이렇게 쉽게 이길 줄 몰랐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열 뒤편에서 입성을 허락받은 자칭 후사르 3인방이 떠들었다.
라살, 샹포, 그리고 주베르다.
“하하하! 이야, 역시 오스트리아의 수도다워! 금발 미녀들이 천지인데?”
“다들 숨어 있는게 그게 보이긴 하나? 그리고 난 이탈리아 미녀들이 더 좋더군.”
“샹포, 자네는 맨날 차였잖아. 여기서 그냥 찾아.”
기병들이 떠드는 와중에, 척탄기병대의 대열을 걷던 투르네가 중얼거렸다.
“마침내 여기까지 왔군요.”
유진과 나폴레옹의 행보를 따르던 이폴리트가 힐끗 투르네를 보았다.
“뭐예요. 감개무량해요, 투르네 대위?”
“당연한 일 아닙니까, 샤를 대령님. 우리가 언제 만났는지 기억해 보십시오. 바스티유가 불타고, 처량하게 보르도에서 떠나던 날 아닙니까? 그때는 오슈 장군이나 마르소 장군도, 그저 일개 사병이었죠.”
“그건 그렇긴 한데. 이 정도로 감격할 건 없잖아요?”
그게 벌써 6년 전, 혁명이 시작되던 때의 일이다.
그때부터 이폴리트도, 투르네도 상상도 못한 모험을 했다.
남들에게는 간단히 말하지만, 사실 대서양을 왕복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투르네는 오늘 가장 감동한 얼굴이다.
“감격할 일이 맞습니다. 일개 병사였던 제가 왕정이 무너지는 광경을 봤고, 프랑스가 무너질 위기도 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황제를 쓰러뜨린 현장에 와 있습니다.”
문득 투르네의 시선이 뒤따르던 병사들을 향했다.
“오늘 이 자리까지 온 병사들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겁니다. 나라를 지키고 시대를 바꾼 현장에 동참하고 있다고.”
입성을 허락받은 이탈리아 군단 최정예 집단.
나폴레옹의 근위대와 유진의 기마척탄병 여단, 그리고 마세나와 오주로의 직할 연대 병력이다.
그들 모두가 혁명 지지자라고만 할 수는 없다.
개중 방데의 왕당파도 있고, 툴롱의 반혁명파 출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모두가 이 순간 한마음인 듯 격동하는 얼굴들이다.
제국을 쓰러뜨리고, 프랑스를 지켰으며, 시대를 바꿨다는 생각으로.
병사들을 돌아보다, 이폴리트가 피식 웃었다.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해요, 투르네.”
“예?”
“우리 [파트롱]은 더 멀리 갈 거라구요. 파트롱의 ‘아버지’와 함께.”
이폴리트는 유진과 나폴레옹의 등을 보았다.
“나도 일개 기병장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아요. 거인과 함께 하면 더 거대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거. 우리는 거인들과 함께 걷고 있어요.”
누구나 거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운이 조금 따라준다면, 거인과 함께 길을 갈 수는 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간다면, 거인이 아니라도 더 큰 세상을 보게 된다.
이폴리트는 유진과 함께 하며,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때였다.
“사령관 각하! 여기, 뮈라가 길을 준비했습니다. 핫하!”
저 멀리, 선발대로 진입했던 기병대가 달려왔다.
선두에 선 것은 기마척탄병 여단의 돌격장 뮈라, 그리고 나폴레옹 군단 기병대장 란이다.
나폴레옹은 흡족한 얼굴로 먼저 들여보낸 기병대를 돌아 보았다.
“좋아. 란, 보고하게. 황제가 안에 있나?”
이곳은 호프부르크 궁전.
빈 중심부에 있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겨울궁전이다.
방금 전까지 먼저 입성해 제국의 군인과 신료들에게 통지 선언을 했던 란이 호쾌하게 화답했다.
“예, 사령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방금 항복 선언을 수락했습니다. 궁이 열릴 겁니다!”
그때, 궁의 정문이 열렸다.
-쿠르릉!
육중한 굉음과 함께 황궁 근위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상 무장 병력이 없는 상태지만, 최소한의 근위대만은 남아있었던 것이다.
다시금 나폴레옹의 근위대가 긴장할 찰나, 근위병의 선두에 선 중년인이 외쳤다.
“황제의 외무장관 겸 국무수상, 투구트라고 하오. 폐하를 대신해, 프랑스 군 사령관을 맞이하오.”
그 순간, 나폴레옹이 근위기병들을 제치며 앞으로 불쑥 나섰다.
“황제는? 나오지 않는 건가?”
“폐하께서는 충격으로 쓰러지셨소. 또한 모든 권한을 나에게 위임한 상태요.”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우리 [이탈리아 군단]이 진군할 때, 교황도 직접 맞이했다. 하물며 황제가 나오지 않는다고?”
유진과 척탄기병들이 놀라 나폴레옹을 에워싸려 했다.
허나 나폴레옹은 조금도 겁내지 않은 얼굴로 오스트리아 근위병과 재상을 노려보았다.
한 순간, 아무도 거절할 수 없을 [명령]을 나폴레옹이 내렸다.
“직접 나오라고 전달 드려라. 아니면, 우리 군단은 ‘신사’의 예절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요컨대 나폴레옹이 끌고 온 직할병력, 5천이 황궁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
압도적인 군사력보다 두려운 것은 상대가 혁명군이라는 점이다.
“수상의 전달이 잘못되었던 것 같소. 양해를 구하오, 사령관.”
황제 프란츠 2세는 파리한 얼굴로 홀에서 프랑스 군을 맞이했다.
사실 18세기의 유럽 전쟁은 적국을 소멸시키려는 목적이 아닌 경우가 많다.
물론 폴란드 분할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영토의 일부를 빼앗거나 해외에 있는 식민지를 노리는 전쟁이다.
그러나 상대는 왕을 죽게 만든 혁명군의 괴수다.
게다가 전쟁의 룰을 어기고, 이탈리아에서 무수한 오스트리아군을 살상했다.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상대다.
때문에 프란츠 황제는 나폴레옹이 궁전을 약탈할지 모른다는 협박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황제는 프랑스어에 익숙해, 통역은 필요 없었다.
나폴레옹이 아주 정중히 황제에게 예를 갖췄다.
“프랑스의 국민 대표자들을 대신하여,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폐하께 인사드립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고 합니다.”
프란츠 황제가 물끄러미 나폴레옹을 보다 혀를 찼다.
“알고 있소. 모를 수가 없지. 나의 군대 절반을, 아니 마지막 희망마저 없애버린 장본인이니까.”
“폐하께서 프랑스에 선전포고를 하지 않으셨다면, 본 사령관이 이곳까지 올 일도 없었겠지요.”
“하! 패자가 무슨 말을 하겠소? 승자의 아량을 바랄 뿐이오.”
홀에 도열해 있던 대귀족들이 숨 죽인 채 나폴레옹과 프란츠를 주시했다.
나폴레옹의 뒤에는 마치 프랑스군을 상징하는 것처럼, 총검을 든 전열보병 100명과 하마한 경기병 100명이 도열한 상태다.
어쩌면 명령을 내려 황제를 죽이라 할지도 모른다.
그때 나폴레옹의 입이 열렸다.
“신성로마제국을 해체하십시오, 황제 폐하.”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오스트리아 전쟁위원회 의장 발리스 백작이 고함쳤다.
“그게 무슨!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감히, 여기가 어디인 줄 아는가!”
“패자의 공간이지. 오스트리아의 노장군.”
“뭐! 가, 감히!”
나폴레옹은 발리스 백작을 쏘아보며 차갑게 코르시카 억양의 프랑스어로 대꾸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협상을 하러 황제를 부른 게 아니다. 통보를 위해서 황제를 부른 거지.”
협상이 아니라 통보를 위해 황제를 불렀다고 말했다.
아주 노골적인 협박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오스트리아의 귀족들만이 아니라, 프랑스 점령군의 군부 장군들도 마찬가지였다.
제국해체.
실로 거대한 사건이다.
당연히 신성로마제국은 이미 18세기 초부터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며, 제국도 아니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다.
그럼에도 느슨한 제국 체제가 천년 넘게 유지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제국을 해체하란 것은 황제에게 물러나란 뜻이 될지도 모른다.
허나 나폴레옹은 여전히 무뚝뚝한 태도로 묘한 말을 덧붙였다.
“또한 황제의 퇴위나 합스부르크 가령의 전면 해체를 요구한 것도 아니다. 단지, 신성로마제국 체제의 폐지를 요구한 거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나?”
발리스 백작이 멈칫거렸다.
연이어 고함치려던 투구트 수상도 눈을 크게 떴다.
퇴위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합스부르크 가문이 갖고 있는 가령, 이를테면 헝가리나 보헤미아를 내놓으란 것도 아니다.
단지, 황제 직위에서 물러나고 더 이상 새로운 황제를 뽑지 말라는 요구다.
그렇지만 그것조차 함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는 아니었다.
그때 갑자기 유진이 한 발 나섰다.
“이 조건은 아주 관대한 겁니다, 투구트 수상. 그리고 프란츠 황제 폐하.”
이번에는 프랑스어를 모르는 귀족들도 알아들었다.
바로 독일 남부 일대의 방언, 고지 독일어였으니까.
***
이 오스트리아 제국은 복잡한 종족과 신분제, 그리고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당장 황제는 알프스 일대의 고지, 독일 남부가 고향이다.
발리스 백작은 사실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 집안으로, 오스트리아에 정착한 귀족이다.
수상 겸 외무장관인 투구트는 보헤미아 귀족이다.
그러니, 왕실에 모이는 대귀족들이라 해도, 각기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저지 독일어’는 모두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황제에게도 ‘독일어’가 편한 것은 마찬가지라, 유진에게 확연히 집중했다.
아직, 소년에 불과하지만 분명 장군복을 입은 모습이 도드라진다.
“관대하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 소년?”
“폐하, 만약 나폴레옹 장군이 아니라 모로 장군이 이곳에 왔다면, 폐하께 요구할 것은 하나입니다. 목이죠.”
“뭐, 뭐, 뭐라고?”
황제가 소스라치게 놀랄 찰나, 유진의 시선이 홀 전체를 한 바퀴 돌았다.
“제가 누군지 이 자리에 숨어 있는 프랑스 망명귀족들은 다 아실 겁니다. 저는 프랑스 부르봉 왕실의 시동이었고,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폐하를 지킨 기사이며, 또한 황제 폐하의 사령관들을 죽인 프라이슈츠입니다.”
이 홀에는 신성로마제국의 귀족들만 있는 게 아니다.
프랑스에서 도망쳐온 망명 귀족들도 함께 나온 상태다.
비록 망명한 몸이지만, 프랑스 군인이 제국을 쓰러뜨렸다고 하니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나아가 앞으로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유진을 안다.
도박으로 혁명 직전 이름을 날렸던 도박신동.
세기의 재판에서 왕비를 지켜낸 공주의 기사.
무엇보다 이번 이탈리아 원정에서 아르장토와 볼리외, 뷔름제르를 죽인 마탄의 사수다.
프라이슈츠 유진이 낭랑히 고했다.
“그렇기에 저는 여러분에게 진실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왕실을 지켰던 자고, 또한 공화국에 충성하는 군인으로서.”
“무슨 진실인가, 소년? 아니, 프라이슈츠?”
“프랑스 공화국은 왕들을 죽일 수 있습니다. 또한, 혁명을 방해하는 적들을 없애기를 바랍니다. 가장 간단한 건 적국의 왕을 죽이고 새로운 공화국을 이곳에 세우는 거죠. 원하십니까?”
황제의 질문에 유진은 예리한 답변을 내놓았다.
혁명군에게 가장 쉬운 방법은 군주를 죽이고 공화국을 세우는 거라고.
이미 파리에서 행해진 일이다.
프란츠 황제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문득 유진이 황제를 안심시키듯 싱긋 웃었다.
“그렇기에, 단지 제국 체제의 해체만을 요구하는 나폴레옹 장군의 요구는 아주 관대한 겁니다. 최소한 폐하의 목숨과 군주로서의 지위는 유지시켜 줄 테니까요.”
물론 지금 유진의 말에는 속임수가 있다.
오스트리아 군대는 아직 라인에 남아 있다.
또한 헝가리와 보헤미아에는 병력자원과 물자가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새로 분할 점령한 폴란드에 주둔하는 병력이 존재한다.
그러니 시간을 끈다면 황제에게 반격의 기회는 있다.
황제는 초조한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새, 생각할 시간을.”
“아니오. 그럴 시간은 없습니다.”
“지, 짐도 천년을 내려온 가문의 당주이자 군주일세. 그 정도의 예의는 지켜줄 수 있지 않나?”
다만 유진이 속이지 않은 점도 있었다.
이 제국에는 시간이 있을지 몰라도, 황제 본인에게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유진은 차가운 시선으로 황제를 보다 대꾸했다.
“폐하, 우리는 혁명군입니다. 만약 루이 16세 폐하께서, 스스로 자결하시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죽였을 겁니다. 병사들에게 폐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할까요?”
침묵이 홀을 채웠다.
하지만 대답 없이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것을 황제도 알고 있었다.
모두가 주시하는 가운데, 한참 후에야 결국 황제의 입이 다시 열렸다.
“······짐은 제국의 해체에 동의한다.”
탄식과 환호가 홀을 가득 메웠다.
서기 1795년 12월 12일.
나폴레옹이 유진과 함께 신성로마제국을 해체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