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3화(14/547)
(13) 보아르네가 나폴레옹의 마음을 빼앗다
본래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은 이른바 ‘난봉꾼이다.
쉽게 반하고, 쉽게 잊고, 또 쉽게 다시 탐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후일 권력자가 되고, 수많은 여자를 경험한 뒤다.
무엇보다 다름 아닌 조세핀에게 [배신]당한 뒤의 이야기다.
아직, 지금은 별다른 애인도 없는 거의 동정남에 가깝다.
새빨개진 얼굴로 나폴레옹은 아무 말도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정신 차리라고 툭툭 옆구리를 칠 정도다.
그때 유진이 침착하게 나섰다.
“괜찮아요, 어머니. 여기 장교님이 구해주셨어요.”
“장교님? 어머나.”
“소위님이세요. 계급장을 보면 아시겠지만.”
반면, 나폴레옹은 제대로 말조차 꺼내지도 못했다.
“나, 나, 나폴레오네 부, 부오나, 파르테라고 하, 합니다. 마, 마담.”
오히려 몸 단장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애들이 사라져 황급히 달려온 조세핀이 더 침착해보일 정도다.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새빨개진 얼굴로 말을 더듬는다.
아무리 선해하려 해도 하나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여자에 대한 저항력이 거의 없는 쑥맥이다.
그것도 미녀 앞에서는 더욱 그런 풋내기 청년이랄까.
이런 청년들을 이미 꽤 만나온 여자, 조세핀이 생긋 웃었다.
“그래요? 흐응. 난 마리 조세프 로즈 라 파제리라고 해요.”
“라, 라 파제리라면 어, 나, 남편 분의 성이, 그, 그건가요?”
“남편? 아, 내 전 남편 성은 따로 있죠. 보아르네라고. 흥.”
유진은 그야말로 번개처럼 끼어들었다.
“이혼하셨어요.”
조세핀과 나폴레옹 두 사람이 눈을 깜박이며 유진을 돌아 보았다.
아직 27살의 여자와 21살의 청년.
전혀 준비된 상태도 아니고, 상호간 닳고 닳은 때도 아니다.
그런데 유진이 반사적으로 말한 얘기에 둘은 잠시 어색해진 것이다.
그러니까, 조세핀은 싱글이란 얘기다.
살짝 머리를 꼬는 조세핀과, 다시 새빨개져 어쩔 줄 몰라하는 나폴레옹이 입을 다물었다.
어색하기 그지 없는 침묵이 세 사람을 감돌았다.
그때 오슈가 간신히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아이고, 마르세유 골목 정말 복잡하군! 내가 늦었나? 어? 이 친구는 또 누구지?”
나폴레옹은 눈을 크게 떴다.
크다.
훤칠하고 상당히 잘생긴 것 같다.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아직 젊고, 쑥맥이고, 당황했지만 나폴레옹은 머리가 좋다.
설마 ‘이혼녀’라는 이 부인, 그것도 아마 애가 딸린 게 분명한 부인의 애인일까?
살짝 오해지만 완전히 오해도 아니다.
나폴레옹이 자신보다 훨씬 큰 남자, 오슈를 올려다보며 낯을 굳혔다.
“군인인가?”
오슈는 유진을 돌아 보았다.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웃을 뿐이었다.
적대적 존재가 아니라 판단했는지, 오슈가 씩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소만. 뭐, 무단이탈로 간주되서 지금쯤 쫓겨났을 수도 있지요. 장교님이신가?”
“그래. 오손의 라페르 연대 포병 소위, 부오나파르테다. 여기 어린 숙녀분을 구해드렸지.”
“이야, 높으신 분이구만. 왕실 근위대의 하사, 오슈라고 하오. 우리 오르탕스를 구해줘서 고맙소.”
그때 나폴레옹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우리 오르탕스라. 부인과는 무슨 사이인가?”
만약 정말 조세핀의 애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결투라도 신청해야 하는 게 아닐까?
허나 따지고 보면 나폴레옹은 오늘 처음 조세핀을 본 게 아니던가?
온갖 망상을 나폴레옹이 순식간에 떠올릴 찰나다.
문득 그때까지 눈망울을 굴리고 있던 오르탕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엄마, 이혼했어? 오빠?”
이 순간, 유진은 실로 부리나케 눈치 없지만 타이밍은 좋은 오르탕스에게 답했다.
“이혼절차 밟던 중이었어. 지금쯤이면 아마 법원에서 인정할걸.”
“그럼 엄마는 누구랑 결혼하는 거야?”
“아니, 그거야 어머니가 알아서 하실 일이지.”
유진은 흘깃 나폴레옹과 오슈를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파리부터 돌아가서.”
파리로 간다.
반면 나폴레옹은 파리로 가지 못한다.
이 시기에 나폴레옹이 마르세유에 온 이유가 있다.
나폴레옹은 당황해 뭐라 말할지 머뭇거렸다.
분명 반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때였다.
“저기야! 저기 군인 놈이 날 때렸어!”
저 멀리서 국민위병대로 보이는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선두에 선 것은 단연 필립이다.
나폴레옹은 이 어색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이며 나섰다.
문득 오슈도 같이 옆에 섰다.
오슈가 다 알겠다는 듯, 눈을 찡긋거리며 물었다.
“하, 이거 우리가 나설 차례인가? 어떻소, 소위?”
“그래. 보아르네 부인이 보시는 마당이다. 한 판 붙자!”
“좋아. 단숨에 쓰러뜨리자고!”
이상한 곳에서 의기 투합하는 두 사람을 보다,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당장 국민위병대는 최소한 창으로 무장한 병력이다.
어째 마르세유에서 국민위병대에 저항하다 시대의 영웅 둘이 죽는다면, 그것도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야 곤란한 일.
순간, 유진이 품속에 있던 은화 주머니를 던졌다.
-쩔렁!
최소 100리브르는 들었을 주머니를 보며 위병대가 멈췄다.
반대로 나폴레옹도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아직 어린 소년, 유진이 차갑게 비웃음을 머금은 채 서 있었다.
“거기까지 합시다. 국민위병대 여러분. 죽기 싫으면 그 돈 받고 꺼져요.”
나폴레옹은 이번에는 다른 의미에서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저 눈부신 미녀의 아들.
소년은 결코 평범한 아이가 아니다.
유진과 나폴레옹이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
모든 만남은 기회이자, 위기이고, 또한 운명이다.
“이 애새끼가 뭐라는 거야! 당장 죽여줄까? 캭!”
지금 사실 유진은 두뇌가 멎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다.
이 멍청한 위병대 병사 때문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오늘의 만남 때문이다.
넬슨, 나폴레옹, 조세핀.
18세기 말, 역사를 만든 이들이 지금 이 도시, 이 거리, 이 순간에 함께 있다.
물론 이 시대, 조세핀의 아들로 환생한 것부터 이미 역사적 순간이긴 했지만.
그래도 실로 기다려왔던 ‘운명’인 것도 확실하다.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문제는 유진이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운명]을 만나버렸다는 거다.
간신히 심호흡을 하며, 유진은 애써 차갑게 위병대 병사들을 향해 대꾸했다.
“라파예트 장군에게 군법 위반으로 죽고 싶어요?”
필립을 비롯한 병사들이 깜짝 놀라 멈췄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가, 감히 라파예트 장군을 팔아? 이 놈이?”
“어, 어디서 감히! 혁명의 영웅 라파예트 장군을!”
유진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 영웅의 심복이 우리 아버지예요. 당신들은 못 들었겠지만. 알렉상드르 드 보아르네라고.”
살짝 과장이 있지만 틀린 얘기는 아니다.
국민위병대는 기본적으로 라파예트가 조직한 군대다.
그런데 라파예트가 어떤 이들을 장교로 불렀을까?
당연히 미국 독립전쟁 때 부렸던 이들이다.
알렉상드르도 단연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국민위병들이 놀란 얼굴로 서로 쳐다보았다.
“드, 들은 적 있어. 삼부회 의원 중에 국민공회에 처음 가담한 귀족 의원이라고!”
“미국 독립전쟁에서 뭔가 공적 세웠다던데.”
“위, 위병대 책임자도 하나? 구, 군인이란 얘기는.”
아무래도 그 사이 알렉상드르도 제법 위명을 떨친 모양이다.
“그럼, 알아서 물러나주지 않겠어요? 여기 그 보아르네 장군의 부인과 아이들이 있단 말이에요. 뭐, 우리 어머니는 이혼소송 막바지긴 하지만.”
유진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조세핀과 오르탕스를 소개하듯 가리켰다.
권력자.
혁명의 시기는 격변기고, 그렇기에 오히려 권력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돈이 많고, 명성이 높고, 실력이 있어도 권력의 손끝 하나로 죽을 수 있다.
이미 파리에서는 벌써 귀족들이 찢겨 죽고, 베어 죽고, 도망치다 죽은 상태다.
훗날 공포정치 때 만큼은 아니어도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단 얘기다.
고작 국민위병대 사병 따위가 권력자의 눈 밖에 난다?
그야말로 몰살당할 위기다.
-후다닥!
필립이 가장 빨랐다.
순식간에 다른 위병들도 부리나케 도망가기 시작했다.
물론 100리브르의 은화 주머니는 잽싸게 챙겨가는 것을 보니, 정신은 말짱한 모양이다.
어쩌면 이게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지는 광경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진의 뒤에서 오슈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 유진. 너 나한테 유감 있냐? 왜 내가 로즈 부인 앞에서 활약 좀 하려니까 나서는 거야?”
“저 치들 쓰러뜨리고 나면 어쩌려구요? 우리 마르세유에서 못 벗어나요.”
“음, 그러려나? 하긴.”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오슈가 씩 웃었다.
“그럼 다 쓰러뜨리고 가면 되지! 너무 우리 과소 평가하지 마라, 유진.”
문득 유진은 다시 깨달았다.
이 시대 역사를 헤쳐나갈 또 다른 영웅을 깜박했던 것이다.
너무 늘 곁에 두다 보니 잊었달까.
공화국의 영웅, 오슈다.
그때 살짝 키가 작은 나폴레옹이 자신보다 훨씬 큰 군인, 오슈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 하사가 돌아갈 근위대는 해체되었으니까. 아마 지방군이나 국민위병대에 편제되어야 할 거요.”
물론 예상된 일이긴 하다.
어쨌든 바스티유 요새 점령 후, 국왕은 군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이제 왕은 헌법에 의해 통치하는 정부 수반 비슷한 존재다.
그나마도 곧 모두 잃게 되겠지만.
오슈도 예상한 바라 어깨만 으쓱이며 되물었다.
“그러는 소위님은 왜 마르세유에 있는 거요? 오손이면 저 북쪽인데? 탈영이라도 했소?”
“장기 휴가를 받았지. 고향으로 갈 예정이오.”
“고향? 그러고 보니 어투가 좀 지방사람 같긴 하군?”
그 순간 나폴레옹이 턱을 내밀며 오연하게 말했다.
“코르스, 그곳이 내 고향이오. 고향에 혁명의 불길을 전하러 갈 거요.”
바로 이게 1790년 1월, 나폴레옹이 마르세유에 있는 이유다.
코르스, 그러니까 코르시카의 프랑스 이름이다.
나폴레옹의 고향섬.
이곳에서 나폴레옹은 혁명이 일어나자마자 달려가 독립을 꾀한다.
당연히 실패로 돌아갈 일이다.
그러니 나폴레옹이 코르시카의 왕이 아니라 프랑스의 황제가 되었겠지만.
유진은 빤히 나폴레옹을 보다 싱긋 웃었다.
어차피 가지 말라고 한다고 안 갈 사람은 아닐 것이다.
“코르스에 가면, 너무 애쓰지 말고 파리로 오세요.”
“뭐?”
“그곳은 어차피 [파올리] 선생이 장악했어요. 한데, 파올리 선생은 소위님 일가를 싫어할 거예요. 소위님은 달리 생각하겠지만.”
파스콸레 파올리.
당대 코르시카의 독립 운동가이자, 나폴레옹의 부친과 동지였던 자다.
물론 나폴레옹의 부친 샤를은 프랑스에 항복했다.
이런 샤를의 아들이 파올리의 눈에 뭘로 비칠까?
한국식으로 비유하자면 이완용의 아들쯤으로 보일 것이다.
정작 나폴레옹은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지만.
나폴레옹이 낯을 굳히다 되물었다.
“아까부터 내 이름을 알고 있었지. 넌 누구지? 그저 보아르네 장군의 아들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한데.”
유진은 적당한 변명을 생각하다, 다시 싱긋 웃었다.
“혁명의 적, 국왕 폐하의 시동인 유진 드 보아르네입니다. 하지만, 혁명이 세상을 바꿀 걸 아는 소년이기도 하죠.”
왕의 시동, 혁명의 적, 그러나 혁명을 아는 자.
실로 묘한 소개에 나폴레옹은 눈을 크게 떴다.
순간, 유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프랑스가 진짜 더 큰 무대가 될 겁니다. 제 말, 잊지 마세요.”
조세핀이 나폴레옹과 이어지든, 이어지지 않든 상관없다.
유진은 결심했다.
최소한 나폴레옹에게 깊은 인상은 박아두겠다.
이렇게 만난 것을 보면 피하려 한다고 피할 운명도 아닌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먼저 연을 맺어두는 게 낫다.
나폴레옹은 뚫어져라 유진을 보았다.
역사에 기록된 게 있다.
나폴레옹의 시선은 항상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듯, 선뜩했다고.
그러나 유진은 피하지 않았다.
문득 나폴레옹이 입을 다시 열었다.
“돌아오게 되면, 반드시 널 찾아가지. 또한.”
그 강렬한 눈빛으로 나폴레옹은 조세핀을 정시했다.
“부인, 당신을 다시 보기를 기원합니다. 반드시.”
유진은 숨이 멎는 기분을 느꼈다.
아직 27살의 여자와 21살의 청년.
전혀 준비된 상태도 아니고, 원역사에서 만났을 때처럼 상호간 닳고 닳은 때도 아니다.
사실 조세핀과 나폴레옹은 원래는 5년 뒤에나 첫 만남을 가진다.
반대로 말하면 유진도 이 만남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조세핀이 원역사처럼 나폴레옹과 결혼하는 게 좋은가?
아예 만나지 말고 다른 인생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전생을 깨달은 후, 수없이 반복했던 질문이다.
그래도 나폴레옹을 만날 일이 아직 없을 테니, 미뤄두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너무 빨리 만난 것이다.
그 순간 조세핀도 움직였다.
-슥.
손을 내민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동시에 나폴레옹은 격렬히 조세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손등키스.
이 시대에는 일반적인 에티켓.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것, 이 자리의 모두가 깨달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린애 오르탕스만 빼고.
-후다닥!
마치 잘못이라도 한 듯, 나폴레옹이 뒤돌아 달아나 버렸다.
너무 빨리 달려가 뒷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문득 오슈가 피식 웃으며 조세핀을 놀렸다.
“와, 로즈. 당신에게 반한 청년이 또 생겼는데?”
“놀리지 마요, 오슈. 저런 촌뜨기랑 뭘 한다고.”
“왜? 당신 매력이 아직도 넘친다는 얘기지. 하하핫!”
문득 살짝 붉어진 얼굴을 손부채질 하며 조세핀이 아들을 돌아보았다.
“참, 날카로운 인상인 사람이야. 그렇지, 유진?”
확실히 아직 나폴레옹이 못 먹어서 삐쩍 말랐을 때긴 하다.
그러나 ‘날카로움’은 아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조세핀의 심장을 찌른 눈빛이었을 것이다.
유진은 피식 웃다 흘리듯 말했다.
“엄마도 기억하는 게 좋을 거예요. 저 사람은 반드시 파리에 올 테니까.”
그때는 유진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나폴레옹이 조세핀과 결혼하도록 내버려 둘지를.
아울러 유진의 운명을 나폴레옹이란 광풍에 함께 띄울지를.
그때다.
“어이! 우리 아직, 일 얘기 안 끝났잖아!”
항구 쪽에서 앙투안, 그리고 니콜라스가 달려오고 있었다.
너무 놀라운 일을 당해 두 사람을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름 무역회사 [보아르네] 설립이라는 거창한 일을 앞두고 말이다.
유진은 싱긋 웃었다.
“그래요. 일을 합시다!”
운명의 폭풍과 맞설 때까지, 아직 유진이 할 일은 많다.
***
그럼, 나폴레옹은 어디로 갔을까?
“어이, 나폴레오네. 뭘 하고 있는 거야? 배 늦어. 나도 곧 여기서 귀환해야 하고.”
“브리엔, 봤어? 그 여자!”
“옆에서 잘 봤지. 애엄마에게 반해가지곤. 야, 내가 슈투르가르트로 같이 데려가 줘? 거기 금발 미녀 많아. 처녀들도.”
친구, 루이 앙투안 드 브리엔이 콧방귀를 뀌었다.
유년 사관학교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던 ‘나폴레오네’다.
아주 친한 사이라 할 수 있다.
혁명 와중에 걱정이 되서 신성로마제국, 슈투르가르트 외교공관에서 일하다 만나러 올 정도로.
그러나 이런 격정을 발휘할 때는 전혀 이해가 안 간다.
분명 미녀이긴 했지만, 이혼녀가 아닌가?
그것도 둘이나 아이가 딸린 애엄마다.
당장 코르시카를 해방시키겠다고 군에서 장기휴가를 내, 마르세유까지 달려온 상황 아닌가?
이건 나폴레옹 입장에서도 일종의 승부다.
오랜 꿈, 곧 고향을 해방시킨다는 열망을 이루기 위한 결단의 시간이랄까.
그런데 애 딸린 미녀에게 혹해서 헤롱거리다니, 냉정한 브리엔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원역사에서도, 브리엔은 끝내 ‘친구’ 나폴레옹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폴레옹이 자신이 달려온 방향, 조세핀이 있을 곳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필요없어.”
“뭐?”
“내가 코르시카를 해방시키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날.”
순간, 나폴레옹의 눈이 번뜩였다.
“저 여자가 그때까지 남편이 없다면, 저 여자는 내 거야. 그 애들도, 모두.”
두 명의 보아르네.
유진과 조세핀.
1790년 2월, 마르세유.
나폴레옹이 두 보아르네에게 마음을 빼앗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