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4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40화(140/547)
(140) 1796년, 1차 혁명전쟁이 끝났다
파도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해안을 기병대가 달린다.
-쏴아아! 두두두! 쏴아아!
이곳은 바다, 기병이 돌진하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푹푹 빠지는 진창임에도, 군모를 휘날리며 일련의 기병대가 돌진하고 있었다.
선두에 선 남자는 기수인 양, 삼색기를 거세게 휘두르며 외쳤다.
“가자! 암스테르담이 이제 우리의 손에 들어온다!”
남자의 뒤로 프랑스 병사들이 가득한 전열함 14척이 보였다.
다만 이 배들은 하나 같이 바다가 아니라 얼음 위에 떠 있었다.
파도 소리는 모두 얼음 밖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얼어 버린 바다 혹은 네덜란드 특유의 제방으로 둘러싸인 내해.
그 안에서 출격을 준비하던 네덜란드 전열함대가 모조리 프랑스 경기병들에게 점거되었다.
1796년 1월, 강추위가 밀어닥친 틈을 타 벌어진 전격기습작전.
전함이 기병대에게 탈취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대열을 갖춰 뒤따르던 전열보병 앞에서, 기마를 탄 장군 한 사람이 감탄했다.
“맙소사, 기병으로 함대를 탈취하다니! 이건 정말 기적이야!”
“그렇게 놀랄 게 뭐가 있나. 주르당 장군. 그냥 운이 좋은 거지!”
“운도 실력일세, 피슈그뤼 장군!”
주르당, 곧 북방군 사령관이자 한때는 플랑드르 전역 책임자였던 남자가 외쳤다.
“이제, 네덜란드는 더 이상 싸울 여력을 잃었어! 나아가, 영국 함대도 네덜란드에 지원하는 게 지극히 불가능해질 걸세!”
이곳은 암스테르담 항구 바로 앞, 바다다.
마침내 오슈가 이끌던 플랑드르 군단이 암스테르담 방어선을 돌파한 것이다.
네덜란드, 영국, 그리고 프로이센 연합군이 함께 싸우던 전장.
루이 14세도 뚫지 못한 물의 장벽,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영국의 후원, 여기에 프리드리히 대왕이 만들어낸 프로이센의 강력한 육군까지.
실로 어려운 전장이었지만, 오슈는 겨울 기동으로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군이 연합군에서 빠진 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허나 일찍이 프랑스에서 이루지 못했던 업적인 것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플랑드르 방면군단의 삼장군 중 하나인 피슈그뤼는 인정하지 못했다.
“놈들의 중심지는 원래 ‘라 헤이예’야. 암스테르담이야 그저 상징적인 항구일 뿐이지!”
라 헤이예, 네덜란드어로는 덴하그, 그리고 영어로는 헤이그라 불리는 도시.
이른바 네덜란드 총독과 연방의회가 있는 장소다.
실상 암스테르담은 상징적인 중심지고, 실질 수도는 헤이그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헤이그는 암스테르담보다 남쪽인데다, 벌써 전쟁 초기에 프랑스 손에 들어왔다.
바로 피슈그뤼가 이끄는 [알자스] 군단이 점령했던 것이다.
주르당은 자신보다 한 살 많은 35세의 청년 장군, 피슈그뤼를 보다 피식 웃었다.
28세, 그들에 비하면 새파랗게 어린 오슈를 질투하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자네 공이 가장 크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알겠네. 내, 총재정부에 잘 설명해 줌세.”
“그런 말이 아니잖아, 주르당 사령관! 오슈만 공을 세운 게 아니라 말하는 거야!”
“이해하네, 피슈그뤼. [홀란드 리뉴]를 넘어선 건 전적으로 자네의 생각이 맞으니까.”
홀란드 리뉴, 혹은 더치 워터 라인.
본래 네덜란드는 습지를 개간해 만들어진 나라다.
해서,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하던 건국 초기부터 습지와 운하를 이용해 [물]의 장벽을 쌓았다.
특히 원역사 현대의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가르는 국경지대에 말이다.
이 국경지대를 ‘겨울기습’으로 넘어서자는 작전이 바로 피슈그뤼의 생각이다.
다만 오슈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운하가 언다면 바다는 얼지 않을까?
북해가 아닌 프랑스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발상.
그저 한 끗 차이지만, 이 한 끗이 평범한 장군과 비범한 장군을 가른다.
주르당은 그 사실을 앎에도 그저 씩 웃다, 앞으로 말을 몰아 나아갔다.
“하지만 아직 덴하그도, 암스테르담도 모두 우리 것이 아니지. 우선 진격하세! 응?”
그때 문득 오슈와 후사르 경기병대가 멈춘 광경을 주르당은 목격했다.
“왜 멈췄나? 오슈 사령관?”
플랑드르 방면 사령관, 오슈가 전령을 한 명 맞이하고 있었다.
후방에서 필사적으로 달려온 듯, 흑색 제복의 우편연대병이 숨을 헐떡인다.
눈썰미가 있는 이라면, 한때 구왕실 왕비의 시동이었던 아르망 가네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오슈는 굳이 아르망을 소개하는 대신, 혁명파 장군들을 돌아 보았다.
“파리에서 아주 멋진 소식이 온 것 같군요. 주르당 장군님.”
“멋진 소식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보나파르트가 빈을 점령했다고 합니다.”
주르당도, 피슈그뤼도, 그 말을 듣던 여단장과 연대장들도 모두 경악했다.
빈 점령.
그 말이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 전쟁이 끝났다.
오슈가 웃으며 일렀다.
“이제 공식적으로 항복 요구를 하죠, 암스테르담에. 이미 혁명을 준비하던 동지들도 봉기해줄 겁니다.”
본래 원역사에서 프랑스 군이 진격할 때, 네덜란드에서도 혁명이 일어난다.
자코뱅 이념에 공감한 혁명파가 공화국을 세우기 위해 봉기하는 것이다.
그 이전에도 사실 공화국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통령]직을 세습하는 귀족 공화국이었던 탓이다.
이제 암스테르담 코앞까지, 5만의 프랑스 플랑드르 군단이 왔다.
심지어 빈까지 프랑스에게 점령당했다고 한다.
혁명파가 봉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주르당이 환호성을 질렀다.
“사실상 이겼군! 오스트리아 군이 빠지면 이제, 플랑드르 전선도 끝이야!”
“아직은 아닙니다, 주르당 장군님.”
“그게 그거지! 축하하네, 오슈. 자네가 플랑드르와 [바타비아]의 정복자가 되었어!”
바타비아, 곧 네덜란드의 로마 시절 별명이다.
현대로 따지면 벨기에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가 오슈 군단의 발 아래 놓인 것이다.
루이 14세도 이루지 못한 네덜란드 정복을 해낸 남자, 오슈가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것은 혁명의 승리입니다. 제 승리가 아니라.”
그럼에도 오슈 군단은 모두 환호성을 터뜨렸다.
“비바 오슈! 비바 프랑스! 비바 바타비아!”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영국 놈들을 모조리 바다에 처박아줘라!”
신나게 쾌속 진격하는 플랑드르 오슈 군단 속에서, 오직 피슈그뤼만이 이를 갈았다.
“이 승리는 내 것이어야 했는데!”
이로써 플랑드르 전역도 프랑스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원역사에서는 정말로 네덜란드를 정복하는 남자는 피슈그뤼의 원한을 남긴 채로.
***
전쟁에서 모두가 승리의 환호에만 젖을 수는 없다.
“축하하네, 드제.”
오랜 전투로 폐허가 된 마인츠 앞, 지친 얼굴로 무뚝뚝한 남자 모로가 한 청년을 맞이했다.
역시, 몰골이 말이 아닌 청년은 똑같은 몰골의 부하들과 함께 행군해온 상태다.
멀리 포로로 갇혀 있던 뮌헨에서 말이다.
바로 라인 군단의 바이에른 후퇴 당시, 마지막까지 후위를 지키다 잡힌 장군 드제다.
전후 포로 교환으로 풀려난 드제가 쓴웃음을 머금은 채 모로에게 답했다.
“포로 신세에서 풀려난 것도 축하할 일입니까? 이건 좀 지나친 악담이십니다. 사령관.”
“아니, 승진을 축하한다는 거야. 자네는 이제 여단장이 아니라, 사단장일세.”
“예? 저는 아무런 공적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드제에게 모로가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답했다.
“천만에. 라인 전선을 지킨 건 전부 자네 공이야. 후위에서 본군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바이에른에서 모두 전멸했겠지.”
만약 라인 군단이 바이에른의 수도, 뮌헨에서 이겼다면 모로가 영웅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뮌헨에서 덜미를 잡혀 군단이 전멸했다면, 어땠을까?
프랑스 전체가 파멸했을지 모른다.
그 점에서 드제는 국가를 위기에서 구한 셈이다.
모로는 이 점을 강조하며 드제의 공적을 인정받으려 애썼다.
바이에른 후퇴전을 인정받기 위함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모로가 공정한 사람인 탓이다.
슬쩍 감동한 얼굴이 된 드제에게 모로가 고개를 저었다.
“물론 파리에서는 거절하려 했네. 우리가 라인을 지켰다는 건 다 잊고, 승리만 생각하는 거지.”
“승리라구요?”
“그래, 플랑드르와 이탈리아, 그리고 빈.”
문득 모로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떠올랐다.
“어이없게도, 자네 승진에 찬성한 사람이 바로 빈의 승자 보나파르트야. 승자의 관용인가? 흥!”
드제는 눈을 크게 뜨다,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 덕에 우리도 무사했군요. 나중에 직접 보면 인사나 해야겠습니다. 보나파르트라는 장군 말입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지도 모를 농담이다.
이로써 라인 전역도 종전 수순에 접어들었다.
***
만사가 끝난 후에 비로소 소식을 듣는 완전한 패자도 전쟁에는 있다.
“다시 한 번 말해봐라. 뭐라고? 제국이 해체돼?”
오스트리아와 바이에른의 경계에 잘츠부르크라는 도시가 있다.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합스부르크에 충성하는 잘츠부르크 주교가 지배하는 도시다.
빈 이상으로 방어가 쉬운 요새지라, 유사시 병력을 재결집하기 좋은 곳이다.
카를 대공이 프레스바움 회전에서 패배한 후, 부상을 치료하던 장소기도 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서야 비로소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소식을 알고 있던 부관 케르펜을 비롯한 장군들이 일부러 숨긴 탓이었다.
참담한 얼굴로 케르펜, 라이베리히, 콜리, 그리고 슈바르츠베르크가 대공을 외면했다.
오직 이 소식을 가져온 청년, 메테르니히만이 태연했다.
“이미 결정된 사실입니다. 대공 전하.”
“아무리 프랑스 군이 이겼어도, 빈의 성벽은 굳건해! 최소한 투르크 방면군이 돌아올 때까지는 기다렸어야지!”
“그런 군대는 없습니다, 전하.”
메테르니히는 아무렇지도 않게 참혹한 말을 입에 담았다.
“모두 이탈리아에서 전멸했으니까요. 또한 라인 방면군도 주력은, 빈 앞에서 패퇴하지 않았습니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카를 대공도 아는 사실이다.
그저 억지를 썼을 뿐이다.
허나 헝가리와 보헤미아에서 병력을 강제징집했다면, 최소한 방어전은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카를 대공이 뇌전증 후유증에 시달리지만 않았더라도, 항전 정도는 가능했을지 모른다.
자신에 대한 분노와 제국이 해체되었다는 절망에 카를이 머리를 감싸 쥐다 물었다.
“플랑드르는 어떻게 됐지?”
“그곳도 프랑스가 이겼다고 합니다. 심지어 함대가 전멸당했다고 하더군요.”
“뭐? 프랑스 함대는 지중해 함대만 남지 않았나?”
이번에는 메테르니히도 살짝 낯을 찌푸리며 일렀다.
“기병대가 멈춰 있던 함대를 덮쳤다고 합니다. 얼어붙은 바다 위를 건너서.”
원래 메테르니히는 부친 때부터 플랑드르, 그러니까 현대의 벨기에 총독을 지냈다.
메테르니히가 이전까지 지냈던 최고 지위도 바로 플랑드르 방면 총독이었다.
그러니 기병이 함대를 함락시키는 괴상한 사건이 달가울 리는 없었다.
기가 막혀 주저앉은 채 카를 대공이 한탄했다.
“행운이 프랑스와 함께 하는군. 아니, 불행이 제국과 함께 하는 건가. 그것도 아니군. 제국이 이제 없지?”
“그렇게 낙담하실 건 없습니다. 폐하는 아직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국이 없어졌는데, 자네 같으면 기뻐 날뛰겠나? 게다가 무엇을 포기하지 않으신 건가? 헝가리 왕위? 아니면, 사라진 토스카나 대공? 보헤미아 왕인가?”
합스부르크 가문의 작위를 주워섬기는 대공에게 메테르니히가 침착하게 일렀다.
“폐하는 새롭게 제국을 선포하실 겁니다. 이번에는 허울뿐인 신성로마제국이 아니라, 진정한 합스부르크 가문의 제국입니다.”
아직 민족주의가 태동한 시대가 아니다.
프랑스, 네덜란드, 베네치아 같은 공화국이 아닌 이상, 국가의 상징은 곧 군주다.
제국체제가 해체되었어도, 군주가 왕위를 갖고 있다면, 국가는 다시 뭉칠 수 있다.
하지만 제국이 해체되면 황위가 사라진다.
카를이 절망했던 이유다.
그런데 다시 새롭게 제국을 선포한다?
흩어진 합스부르크 가령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상징, 황제가 다시 선다는 뜻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대로 포기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카를 대공이 눈을 빛냈다.
“폐하께서는, 아니, 형님은 포기하지 않으셨군.”
“황실에 충성하는 모든 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전하께 이 사실을 고하러 제가 온 게 아니겠습니까? 다시, 제국을 일으켜야 하니까요.”
“그럼 보나파르트는 우리 황가를 멸망시키진 않는다는 건가? 왕을 죽인 괴수들의 군인인데?”
메테르니히는 새로운 국무상, 바인스베르크에게 한 말을 대공에게도 꺼냈다.
“그자는 이익에 민감합니다. 또한 영광에 목말라 있죠. 오히려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카를은 복잡한 기분으로 다시, 침상에 주저 앉았다.
자신을 패배시킨 자가 기왕이면 일세의 영웅이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욕심만 많은 속물이란 얘기는 썩 달갑지는 않았다.
“그래, 어쨌든 결국 전쟁이 패배로 끝났군.”
결국 제국의 최후 보루, 카를도 패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1796년, 1월.
오스트리아가 주도했던 대프랑스 동맹군과 프랑스의 대결이 끝났다.
프랑스의 완전한 승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