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4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45화(145/547)
(145) 러시아 제국이 나폴레옹을 알게 되다
혁명의 불길이 아직 닿지 않은 동토의 땅이 프랑스 동쪽 멀리 아직, 있다.
바다에 면한 아름다운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겨울에는 얼어버리는 이 도시의 남동쪽에, 꼭 베르사유를 닮은 아름다운 서유럽풍 궁전이 존재한다.
그곳의 주인, 늙은 노부인이 정원을 보다, 입을 열었다.
“이 궁전을 만든 이가 짐과 칭호가 똑같은 황제라는 사실을 아나?”
궁전의 이름은 차르스코예 셀로, 곧 [차르의 마을]이란 뜻이다.
마을 중심의 가장 높은 언덕에 세워져 있는 높다란 4층 건물로, 무려 1백 킬로그램의 황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황금빛 실크, 바이칼 호수의 청금석, 청제국식 도자기가 궁전 곳곳에서 도드라진다.
동서를 아우르는 대제국, 러시아.
본인들의 언어로는 [로시야]라고 일컫는 이 제국의 군주는 현재 여자다.
일개 프로이센 귀족의 딸로 태어나 러시아의 황후가 되었고, 다시 남편을 제치고 [황제]가 된 일세의 여걸.
차리나(여제) 예카테리나 2세가 지팡이를 짚고, 궁전을 거닐다 물었다.
그 뒤에서 수행하던 새하얀 머리의 노장군이 빙긋 웃었다.
평소 시니컬한 노장군을 아는 이라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따뜻한 미소다.
“예카테리나 1세 황제 폐하가 세우셨지요. 하지만 그때는 이렇게 웅장하진 않았습니다.”
“많은 개축을 했지. 하지만 이곳이 짐의 무덤이 될 줄은 몰랐네, 장군.”
“일어나실 겁니다. 폐하.”
예카테리나 여제는 침침한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는 글렀네. 아마 [폴스카]의 분할이 짐의 마지막 업적이 될 것 같군.”
폴스카, 그러니까 폴란드인들이 자신의 나라를 가리키던 말이다.
이제는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린 이름이기도 하다.
삼인의 군주가 폴란드를 도모했고, 다시 세 개의 나라가 폴란드를 분할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그리고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수우코프스키를 비롯한 폴란드의 귀족들이 조국을 떠나게 된 이유기도 하다.
특히 러시아는 미개발 지역이긴 했지만, 폴란드의 북동부를 차지해 막대한 군사적 이익을 취했다.
동유럽에서 러시아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길을 모두 방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독립을 유지했던 긍지높은 폴란드 인들은 거듭, 반란을 일으켰다.
가장 최근의 반란이 1794년의 일.
예카테리나의 뒤에 선, 원수 수보로프가 그 반란을 막고 온 장본인이다.
어떻게 대반란이라 일컬어지던, 폴란드의 전면봉기를 수보로프가 막았을까?
학살이다.
주군에게는 따뜻하지만, 적에게는 차가운 남자,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 수보로프가 간명히 고했다.
“폴스카 인들은 다시는 반란을 일으키지 못할 겁니다, 폐하.”
“그대에게 못할 짓을 시켰군.”
“제국과 황제 폐하, 그리고 교회가 원하는 바를 신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저만이 아니라 [로시야] 제국, 전체의 군인이라면 누구나 그럴 겁니다. 안 그런가, 쿠투조프 야전원수?”
상당히 통통한 중년인이 땀을 뻘뻘 닦고 있다가, 황급히 부동자세를 취했다.
“물론입니다, 사령관 각하. 그리고 폐하.”
수보로프와 쿠투조프.
현재 러시아 제국군을 떠받치는 대들보다.
투르크와 폴란드의 싸움에서 보여준 바이기도 했다.
다만, 중년인 미하일 일라리오비치 쿠투조프의 얼굴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오른쪽 눈이 사팔뜨기처럼 지극히 삐뚤어져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기괴한 모습과 달리 영광스러운 사연이 있다.
20여년 전, 투르크 전쟁 때 총탄이 머리를 관통했던 것이다.
실로 생사의 위기를 뚫고 전공을 세운 역전의 장군이랄까.
그래도 황제와 노장 앞에서는 애송이지만 말이다.
예카테리나는 흡족한 듯 웃다 낯을 굳혔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대반란]이 나쁜 바람을 몰고 오고 있어.”
“무슨 말씀이십니까?”
“군대는 어쩌면 작은 문제야. 진짜는 우리 제국의 밑바닥에 있는 농노들이지.”
별궁 앞에 펼쳐진 정원을 노려보며, 예카테리나가 말했다.
“푸가초프가 일으킨 반란을 기억하나? 그때도 별 게 아닌 것 같았는데, 제국 전체를 뒤흔드는 대반란이 되었지. 프랑스도 마찬가지야. 왕을 죽이고, 평민이 집권하고, 나아가 귀족 전체를 무너뜨렸지.”
서기 1773년, 쿠투조프가 크림 반도에서 총탄을 맞을 당시, 러시아는 반란에 직면했다.
본래 러시아 초원지대를 지키던 유목민, 코사크인들이 대반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당시 반란을 주도했던 자가 바로 푸가초프라는 코사크 인이다.
한때 러시아 남부 일대를 휩쓸었던 이 반란은 여제에게 여전히 선뜩한 기억이다.
이후 농노에 대한 탄압을 더욱 강화했고, 제국 통치도 권위적으로 변모했다.
그런데 서쪽 프랑스에서 그보다 더 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단순한 반란을 넘어 왕정을 폐지해버린 사건이었다.
황제, 예카테리나가 이를 악물며 수보로프에게 말했다.
“계몽군주로서 살아왔던 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야 했어. 푸가초프의 반란 때문에. 한데, 다시 서쪽에서 대반란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어!”
“폐하의 진심을 모르는 이는 없습니다. 백성들 모두가 폐하께 감사합니다.”
“천만에! 모두 언제 짐이 죽을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 특히 짐의 아들조차도!”
문득 예카테리나가 수보로프를 정시했다.
“파벨은 글렀어.”
“폐하.”
“얼마 가지 못할 걸세. 그러니 그때는 짐의 손자를 부탁하네. 알렉산드르?”
순간, 별궁의 안쪽에서 창백한 얼굴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 폐하.”
이제 19세의 나이가 된 청년과 소년의 경계선에 선 남자다.
아직 유약해 보이는 외양을 지녔지만, 눈에는 심상치 않은 빛이 감돈다.
때로 총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불안정에 가까운 눈빛이다.
로마노프 가문을 이을 예카테리나의 손자, 알렉산드르.
현재 황태자로 임명되어 있는 파벨의 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예카테리나는 친아들 파벨은 포기하고, 손자에게만 신경쓰는 중이었다.
왜?
예카테리나에게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파벨은 무능한데다, 친부인 예카테리나의 죽은 남편 표트르 3세를 너무 닮았다.
의심이 많고 잔혹하며 판단력이 미숙하다.
반면 손자인 알렉산드르는 꽤 명민한 편이다.
탁월한 군주감은 아니라도, 최소한 정상적인 군주감은 된다.
예카테리나는 주름진 손으로 알렉산드르를 부여잡고, 수보로프에게 소개했다.
“이 아이가 ‘로시야’의 진정한 차기 황제야. 알렉산드르, 이들을 보아라. 네게 충성할 군인들이다.”
“폐, 폐하.”
“폐하, 소장들에게 너무 과중한 짐입니다.”
진녹색 군복의 장군들이 긴장했다.
수보로프, 쿠투조프, 그리고 코르사코프를 비롯한 폴란드 점령군의 수뇌부.
오늘 폴란드 정복이 완료되었음을 여제에게 보고하러 왔을 뿐이다.
그런데 여제는 너무나 큰 임무를 장군들에게 맡긴 것이다.
유사시 파벨을 무너뜨리고, 알렉산드르를 앉히라는 암시를 말이다.
예카테리나가 알렉산드르를 돌아보았다.
“명심해라. 파벨이 잘못된 길을 간다면, 그때는 네가 결단해야 한다.”
알렉산드르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이던 장군들도 예카테리나가 응시하자, 결국 알렉산드르에게 예를 취했다.
무능하고 난폭한 황태자보다, 정상적으로 보이는 황손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카테리나는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다시 물었다.
“휴, 이제야 유언을 마친 기분이군. 한데, 보나파르트라고? 신성로마제국을 해체 시킨 자가?”
“예, 그렇습니다. 폐하.”
“어떤가, 이길 수 있겠나? 수보로프 장군?”
수보로프는 잠시 자신이 들었던 나폴레옹의 정보를 헤아리다 고했다.
“이길 수 있습니다.”
“어떻게?”
“물량을 퍼부으면 됩니다. 오스트리아는 물량을 아꼈기에, 더 큰 것을 잃은 것입니다.”
아주 간명한 이치다.
허나 오스트리아가 나폴레옹에게 패배한 이유 중 하나를 정확하게 잡아챈 것이기도 했다.
전시 상황에서 총력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 그게 오스트리아의 패인 중 하나다.
여제는 가만히 수보로프를 보다 미소지었다.
“안심이군, 장군. 뒤를 부탁하네.”
봄의 별궁에 화사한 꽃들이 여제를 맞이하고 있었다.
***
차르스코예 셀로 남쪽, 옛 스웨덴 귀족이 세웠다는 또 다른 궁전이 있다.
-척, 척, 척!
궁전의 이름은 가트치나, 한때는 예카테리나 여제의 애인이었던 올로프 백작이 소유했던 곳이다.
그때만 해도 영국식 정원이 도입되어 정갈하고 아름다운 궁전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살풍경한 녹색 군복의 병사들이 이 궁전을 누빈다.
총검을 들고 행군연습을 하는 군인들을 향해 난폭한 얼굴의 청년이 외쳤다.
“가트치나 중대, 일제 사격 준비!”
행군하던 군인들이 불시에 사격 태세를 갖춘다.
장전 속도가 오스트리아의 정예부대나 나폴레옹 군단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다.
빠르게 장전이 완료될 찰나, 남자가 명령을 내렸다.
“사격 개시!”
녹색 군복의 병사들이 일제히 정면을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탕! 탕! 탕!
동시에 전방에서 피가 튀었다.
“아아악!”
사람이다.
장대에 묶여 도망가지 못하는 이들이 총탄에 맞아 죽었다.
그 뒤로 10열로 세워진 장대가 사람들이 묶인 채로 서 있었다.
모두가 부들부들 떨며 총탄을 볼 뿐이다.
문득 난폭한 얼굴의 청년이 흡족하게 손을 들며 시선을 돌렸다.
“어떻습니까, 대공 전하?”
대공, 곧 벨리키 크냐즈.
러시아 제국은 작위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대공은 오직 직계 황족에게만 하사되는 호칭이다.
처진 눈의 금발머리 중년 남자, 파벨이 가만히 군인들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명중률이 높아졌군. [사형수]들을 한 번에 죽이지 못한 건 아쉽지만.”
바로 예카테리나 여제의 자녀 중 유일한 로마노프 가문의 남자, 파벨이다.
그러나 정작 파벨은 늘 제위 계승 문제로 불안에 떤다.
왜?
궁중에 도는 소문이 있다.
전대 황제, 표트르 3세가 성불구였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파벨도 예카테리나가 다른 귀족과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아이라는 소문이다.
아무도 진위는 모른다.
오로지 예카테리나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
확실한 것은 하나.
예카테리나가 궁중 쿠데타로 표트르 3세를 쫓아냈을 때, 파벨도 같이 쫓겨나 모친의 얼굴을 본 적이 드물다는 거다.
파벨은 그 불안감을 이렇게 해소하고 있다.
아주 잔혹한 군사훈련으로.
그 결과, 서방의 군대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정예 소부대가 편성된 것이다.
물론 덕분에 사형수들은 죽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파벨이 난폭한 청년, 알렉세이 아라크체예프 백작을 돌아보았다.
“신성로마제국이 해체되었다고?”
“예, 대공 전하. 프랑스의 반란군이 결국 이겼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진실로 위험한 일이야. 그런데, 어머니는 방치하고만 있어! 보나파르트라는 자가 언제 여기로 올지 모르는데!”
순간, 그때까지 냉정하게 병사들을 보던 파벨이 격분해 외쳤다.
“저 반란을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폴란드를 점령해선 안 돼. 귀족들은 더욱 통제해야 하고, 군기는 강화해야 하지. 농노의 부담을 줄여서 반란 가능성을 줄이고! 정예병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해! 저런 중대 규모가 아니라!”
모두가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황태자다.
하지만 의외로 판단 자체는 정확한 지점이 있었다.
거대한 제국처럼 보이는 러시아는 여러 약점을 가지고 있다.
너무 강한 귀족집단, 너무 많은 농노들, 너무 넓은 국토.
귀족들은 중앙권력을 약화시키고, 농노의 존재는 국가생산성을 약화시키며, 드넓은 국토는 방어선을 약화시킨다.
예카테리나가 업적으로 내세우는 폴란드만 해도 문제다.
만약 폴란드가 남아 있었다면, 서쪽에서 몰려올 프랑스 군을 막을 완충지대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여제, 예카테리나는 프랑스 군이 머나 먼 러시아까지 올 거라 생각 못하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다만 이토록 정확하게 판단하는 황태자를 귀족과 군인들, 여제가 포기한 이유도 있다.
“이런 병력으로는 부족하단 말이야!”
일순, 흥분한 파벨이 달려가 병사들에게서 총을 빼앗아 들었다.
병사들이 당황했지만 파벨은 멈추지 않았다.
총검이 달린 머스킷을 들고 파벨이 사형수들을 향해 달렸다.
사형수들이 눈을 크게 뜰 찰나, 파벨이 한 사형수를 향해 총검을 찔렀다.
-퓨욱!
피가 튀어 파벨의 얼굴이 피로 물들었다.
가트치나 부대원들이 놀랐지만, 자신들의 주군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지휘관 아라크체예프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다.
“백작, 아버지를 말리지 못하겠나?”
아라크체예프는 놀라 몸을 돌려 고개를 숙였다.
“대공 전하. 이곳에 어쩐 일로.”
“어머니를 뵈러 왔지. 혹시 아버지는 어떠신가 보러 왔는데, 엉망 진창이군.”
“그, 그게, 지금 프랑스의 반란군 소식을 들으셔서 그렇습니다.”
파벨의 아들, 예카테리나의 손자, 러시아의 대공.
알렉산드르는 자신의 부친이 총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뒤에서 뚫어져라 보았다.
비록 할머니는 포기했다고 하지만, 알렉산드르는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저런 모습을 볼 때면, 알렉산드르도 외면하고 싶어진다.
“끝나면, 제대로 정리하게. 밖에 새어나가선 안 돼.”
알렉산드르가 몸을 돌렸다.
등 뒤에서 사형수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러시아 제국 차기 계승권자, 파벨이 벌이는 유혈의 향연이었다.
***
이런 사유로, 정작 러시아 제국의 수도에는 황제도, 황태자도 없다.
황제는 별궁에 가 있고, 황태자는 영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도를 지키는 것은 엉뚱하게도 황손이다.
황태손 알렉산드르와 동생 콘스탄틴을 비롯한 파벨의 자식들이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지킨다.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알렉산드르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황궁 거처로 돌아왔다.
“알렉산드르, 파벨 대공 전하는 어때요?”
오자마자 알렉산드르를 맞이한 것은 황태손 대공비, 엘리자베타였다.
“여전하셔. 군대 놀이 중이시거든.”
“어머님도 걱정이시겠어요. 차라리 카트치나에서 거처를 옮기시는 게 어때요? 벌써 다른 동생분들은 모두 페테르부르크로 왔잖아요?”
“안 돼.”
알렉산드르가 지친 얼굴로 엘리자베타에게 고개를 저었다.
“황제 폐하가 곧 돌아가실 테니까.”
황제, 예카테리나의 병세는 위중하다.
그러니 파벨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차기 [차르]다.
사형수를 죽이는 것 정도로 차르의 지위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알렉산드르 본인도, 부친을 저버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예카테리나의 기대와는 달리.
그때 엘리자베타와 담소를 나누러 황태손궁을 방문했던 한 소녀가 물었다.
“오라버니,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알렉산드르에게는 여섯 명의 여동생이 있다.
그중 둘째 여동생, 12살의 옐레나다.
여동생들 중 가장 예쁘다고 할머니, 예카테리나가 총애하는 아이기도 했다.
알렉산드르도 이 동생을 가장 총애한다.
심지어 요 근래 사이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부인보다도 더욱 말이다.
문득 알렉산드르가 옐레나를 보며 빙긋 웃었다.
“걱정하지마. 내가 널, 그리고 우리 가족을 지킬 테니까.”
가볍게 옐레나를 들어 올리며, 알렉산드르의 눈이 번뜩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혁명에서도, 아버지에게서도. 혹시, 보나파르트인가 하는 자가 정말 [로시야]까지 온다 해도 말야.”
알렉산드르의 시선은 황태손궁 벽의 저편, 지도를 향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
지구상 그 어떤 나라보다 커다란 나라 러시아의 영토가 그려진 지도다.
“절대로, 우리 제국을 이길 수는 없어.”
1796년, 아직 러시아는 겨울잠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 잠이 깰 때, 나폴레옹은 누구보다 더 무서운 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유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