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4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46화(146/547)
(146) 세계의 대적자들이 나폴레옹을 의식한다
18세기 말, 유럽인들에게 진정한 서쪽은 신대륙이다.
“뭐? 전쟁이 끝나? 누구 맘대로?”
영국령 서인도제도의 중심, 바베이도스 항구 부근에 HMS 캡틴호가 떠 있었다.
여기서 HMS란 국왕 폐하의 함선(His Majesty’s Ship)이란 뜻이다.
그러니 이 배는 굳이 말하자면 [왕립선장호]라고 할 수 있다.
어쩐지 괴상하면서도 거창한 이 배는 3등급 전열함으로 74문의 대포를 갖춘 거함이다.
물론 1등급이나 2등급보다는 작지만, 오히려 다루기 쉬워 영국 해군의 주력함이기도 했다.
1787년에 건조된 최신예 전함의 선장은 다름 아닌 외눈의 제독, 넬슨이다.
영국 서인도제도 함대의 제독으로 파견되어 온 것이다.
본국에서 달려온 전령, 시드니 스미스가 냉랭하게 넬슨에게 고했다.
“유럽 대륙의 전쟁이 끝났다는 겁니다. 우리 대영제국은 계속 싸웁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우리가 여기서 이긴 게 얼마인데!”
“그래봐야 해전만 이겼지, 정작 정복한 섬은 별로 없지 않습니까? 특히, 마르티니크도.”
시드니의 냉정판 평가에 넬슨이 변명하듯 소리쳤다.
“구 왕당파 놈들이 어찌나 거세게 저항하는지. 보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난리야, 아주!”
구 프랑스 왕당파, 곧 방데 반란군 출신 군대.
현재 마르티니크를 중심으로 프랑스 서인도제도를 수호하는 신대륙 군단.
유진이 정치적 타협으로 파병시킨 로슈자클랭의 부대다.
놀랍게도 본국의 별다른 지원이 없었음에도 로슈자클랭은 서인도제도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마르티니크 섬을 지켜낸 것이다.
해전에서는 패배를 거듭했지만 전함은 대체로 지켰고, 섬으로는 한 발짝도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서인도제도 제압 함대의 제독, 넬슨이 애를 먹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시드니는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것뿐입니까? 그럼 [히스파니올라] 섬은 정복했어야죠. 섬의 서편, 프랑스 식민지인 생 도맹그는 현재 반란 중 아닙니까?”
“소식이 늦군, 시드니 대령. 거긴 벌써 혁명군이 차지했어.”
“예? 혁명군이라구요?”
히스파니올라, 곧 원역사 현대의 아이티와 도미니크가 있는 커다란 섬.
마르티니크의 70배 쯤 되는 크기로 쿠바에 맞먹는 영토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만큼 개척이 덜 된 데다, 동쪽은 에스파냐의 영토고 서쪽은 프랑스 영토였다.
이중 서쪽을 차지하는 게 영국 서인도제도 함대의 임무 중 하나다.
그러나 넬슨은 어디까지나 해군제독이지 육군장군이 아니다.
게다가 히스파니올라의 서편, 생 도맹그 프랑스 식민지에서는 또 다른 사정이 있었다.
“그래, 투생 루베르튀르라는 흑인 놈이 섬을 해방시켰지. 무려 4천 명을 이끈다더군. 거의 로슈자클랭의 프랑스 본국군과도 맞먹는 숫자 아냐? 프랑스 본국에서도 그놈과 타협했다던데?”
바로 노예 해방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서인도제도 대부분은 영국이든, 프랑스든, 에스파냐든 흑인 노예들이 인구 구성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무더운 열대 기후와 풍토병, 그리고 사탕수수 제배의 가혹한 노동환경 때문이다.
그런데 대혁명이 발발한 후, 프랑스령 식민지에서는 노예들이 해방 운동을 일으켰다.
마르티니크는 다마스 총독이 성공적으로 제압했다.
그러나 히스파니올라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후세 원역사에서 흑인 노예해방운동의 선구자로 남은 반란자, 투생이 사실상 섬을 장악한 상태다.
영국과 에스파냐의 군대가 거듭 공격해왔지만 외적까지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이 상황을 눈여겨본 전임 집권자 로베스피에르가 투생과 타협을 시도했다.
노예해방을 인정할 테니, 혁명군의 일원이 되어 프랑스에 귀속하라.
유럽인들의 힘을 아는 투생은 이 타협안에 동의했다.
그 결과 1794년, 프랑스는 영토 내에서 노예해방을 결의했고, 투생도 프랑스 혁명군이 된 상태다.
이렇게 되면 히스파니올라와 마르티니크가 서로 연계하여 영국군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
시드니 스미스가 혀를 찼다.
“쯧! 그래서 마르티니크도 어렵다는 거군요.”
“신대륙의 구 반란자들이라도 우리를 도와주면 더 쉽겠지. 그게 아니면 [스페인]이라도.”
“어려울 겁니다. 미합중국은 우리와 적대적이고, ‘스페인’은 프랑스와 불가침 조약을 막 맺었거든요.”
그러자 넬슨이 흡족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우리는 스페인 놈들도 다 격퇴해도 되는 거겠지?”
시드니도 함께 시선을 돌리다 혀를 다시 찼다.
“벌써 격퇴하신 거 같은데요.”
“아, 그야 에스파냐 함대가 우리 영해를 침범했다고. 격퇴하는 게 당연하잖아?”
“격퇴 수준이 아니라, 이런 건 교전이라고 하죠.”
온 사방에서 불타오르고 있는 함선들이 보인다.
함선의 깃발은 에스파냐 왕립해군의 깃발, 적심기.
전대 국왕 카를로스 3세가 직접 선택한 깃발이다.
그러니까, 방금 전 시드니가 도착하기 직전에 넬슨이 격파한 에스파냐 함대다.
에스파냐 함대의 사령관, 호세 데 코르도바 라모스가 넬슨의 앞에 주저앉은 채 부르짖었다.
“살려줘! 에스파냐는 잉글랜드와 싸울 생각이 없다! 본 선장은 명예로운 항복을 요구한다!”
한때 희망봉을 돌아 마닐라에 다다른 항해자로, 탐험가로 유명한 선장이다.
그러나 서인도제도에서 영국 해군과 교전을 벌이다, 포로 신세가 된 거였다.
전열함대 4척을 격파하는 전과를 이룬 외눈의 제독, 넬슨이 칼을 겨누었다.
-척!
벌벌 떠는 라모스를 향해 넬슨이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그런 말을 할 거였으면, 처음 교전 전에 백기를 들거나 영해 밖으로 나갔어야지. 당신도 다 알고 온 거 아닌가? 본토 유럽에서 이미 프랑스와 에스파냐가 동맹을 체결한걸!”
아무리 넬슨이 제멋대로라도 동맹국 함대를 함부로 공격하는 일은 없다.
오로지 에스파냐 함대가 먼저 영국 서인도제도를 침범했고, 이후 교전 과정에서 항복하지 않았기에 싸우게 된 것이다.
어째서 교전에 돌입했는지 몰랐는데, 시드니가 도착해서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에스파냐는 더 이상 영국의 동맹국이 아니다.
오히려 본국을 지키기 위해, 이 서인도제도에서도 영국과 싸우는 적이 된 것이다.
서슴없이 넬슨이 명령을 내리며 시드니에게 외쳤다.
“모두 무장해제 해. 배는 몰수한다. 시드니, 본국에 내 전공을 잘 알리도록! 특히, 제국을 이겼다는 보나파르트까지 듣도록 널리 알려야 해!”
시드니는 고까운 얼굴로 넬슨을 보다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죠, 넬슨 제독님.”
유럽 대륙에서는 져도, 바다에서는 이기는 나라.
대영제국의 해군이 서인도제도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
한때 유럽 대륙을 철혈의 군대로 누비던 대왕의 나라가 있다.
프로이센, 곧 프리드리히 대왕이 다스리던 나라.
18세기 최고의 강군으로 유명한 프로이센 군단이 아직 건재한 곳이다.
애석하게도 이번 반프랑스전쟁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못한 채, 빈번히 밀리기만 했다.
그러나 결코 오스트리아처럼 완전히 패배한 적도 없다.
“왕세자 전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정전이라니오! 폐하께선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그러니 전선에서 맹활약하던 장군 중 하나, 게브하르트 블뤼허가 펄펄 뛰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번지수를 잘못 찾은 분노다.
정전 협정에 서명한 사람은 왕세자 빌헬름이 아니라, 국왕 빌헬름이니까.
다만 국왕이 아닌 왕세자에게 블뤼허 장군이 뛰어온 이유가 있다.
말이 안 통하는 국왕과 달리, 왕세자는 상식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왕세자, 프리드리히 빌헬름이 장군을 맞이하며 간결하게 답했다.
“블뤼허 장군, 유감일세. 허나, 난 왕세자일 뿐이네.”
“그럼 이대로 프랑스에게 굴복하는 겁니까! 우리는 분명 아직 더 싸울 수 있습니다!”
“단독으로?”
아주 간결한 반문에 블뤼허가 멈칫거렸다.
왕세자는 말이 짧기로 유명하지만, 또한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가 나가 떨어진 상황에서 프랑스와 단독으로 싸우는 것은 무리다.
거대 부국 영국이 있다지만, 실상 육군은 미약한 상황이다.
홀로 프로이센이 수십만 대군을 동원하는 프랑스와 맞싸울 수 있을까?
지극히 무리한 일이다.
문득 왕세자의 옆에서 차를 따르던 왕세자비, 루이제가 생긋 웃었다.
“그래요, 장군. 지금은 무리한 전쟁을 할 때가 아니에요. 차라리 평화시기에 새로운 군대를 준비하는 게 더 나아요.”
미모와 기품으로 유명한 왕세자비의 말에, 블뤼허도 잠시 분기를 가라 앉혔다.
본래 블뤼허는 프리드리히 대왕 시절, 이 성격 때문에 쫓겨났던 노장이다.
무려 18년이나 야인생활을 해야 했던 것도 불 같은 성질 때문이다.
만약 이 성격을 왕세자가 받아주지 않았다면, 군에 복귀할 수도 없었을지 모른다.
간신히 울화를 누른 블뤼허가 빠른 어조로 왕세자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군제 개혁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왕세자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아직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는 살아 있다.
허나 무능한 존재로 낙인찍혀 있는 데다, 귀족과 군부의 신망을 잃은 상태다.
비록 전쟁이야 국왕의 몫이지만, 일부 정책 정도는 왕세자도 추진할 수 있었다.
“복안이 있나?”
“어렵습니다. 군 원로들이 방해하고 있어요. 이번 전쟁에서도 몇 번이나 걸림돌이 되었을 지경입니다. 대신, 새로운 인재들을 모집해서 차세대를 준비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왕세자, 빌헬름의 간명한 질문에 블뤼허가 속사 사격 같은 속도로 설명했다.
“베를린에 사관연구소가 있습니다. 전대 프리드리히 대왕께서 세우신 곳이지요. 이곳에 이번 전쟁에서 공적을 세운 이들을 교관으로 모집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이후에 군의 새로운 장교들로 세우시는 거죠.”
18년 간 야인생활을 하며 블뤼허가 놀기만 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간 어떤 형태로 프로이센 군을 바꿔야 할지 계속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차기 군주가 새로운 군대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존재들.
바로 신예 엘리트 장교집단이다.
잠시 숙고하던 왕세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 정도는 가능하다. 봐둔 인재는?”
성격 급한 블뤼허는 이미, 인재도 점찍어 둔 상태였다.
“있습니다. [하노페] 제후국 군대 장교인데, 플랑드르 전역에서 활약한 친구죠. 샤른호스트라고 합니다.”
패전 아닌 패전을 거둔 프리드리히 대왕의 나라, 프로이센.
이곳에서 향후 나폴레옹에 대항하게 될지 모를 [장교집단]이 처음 태동한 순간이었다.
***
지극히 무더운 더위가 사계절을 지배하는 땅, 인도 남단 마이소르에서는 총소리가 요란하다.
-탕! 철컥, 탕! 철컥, 탕!
삼열 횡대로 사격하던 붉은 군복의 병사들이 뿔뿔이 흩어져 고지 뒤로 숨었다.
왜냐하면 상대방도 총을 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터번을 쓴 병사들을 힐끗 보다, 청년 아서 웰즐리가 고개를 돌렸다.
“으, 이제는 [힌두]인들도 총을 쓰나? 저거, 어디서 받은 거래?”
아서의 형, 지휘관 윌리엄이 군모를 고쳐쓰며 낯을 찡그렸다.
“프랑스 동인도회사에서 준 거라던데.”
“거기 해체된 거 아니었어, 형?”
“해체됐지. 하지만 남은 직원들이 마지막 물량을 보내온 모양이야.”
아서와 윌리엄이 이끄는 [레드코트]의 영국 병사들은 사실 정규군이 아니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파견한 기업 소속 사병집단에 가깝다.
물론 어디까지나 영국 내각이 허가한 병력이란 점에서 공식적인 면은 있지만, 정규군은 아닌 것이다.
허나 이 기업 소속 군대가 현재 거대한 인도반도에서 영국의 이권을 지켜내는 첨병이다.
당장 영국인들을 모두 쫓아내려는 인도 남부의 대세력, 마이소르 왕국과 싸우는 것도.
문제는 인도에 발을 뻗어놓은 유럽 세력이 영국만이 아니란 거다.
프랑스제 총기를 들고 영국군과 맞서는 인도인들을 보다, 아서가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작전을 좀 바꿔야겠는데.”
“응? 뭘 어떻게?”
“현지에서 협력자를 만들어야겠어. 바다는 우리가 이미 장악했잖아? 문제는 육지고.”
아서는 제법 유럽식 총을 잘 사용하는 마이소르 병사들을 보다 씩 웃었다.
“그럼, 이 육지에서 우리랑 함께 싸워줄 동맹군이 있으면 되는 거 아냐? 안 그래, 형?”
동인도회사 파견군 지휘관, 윌리엄 웰즐리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본국 이사들이 딱 좋아할 만한 해법이다.
어쨌든 본국에서 육군 병사를 모병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병력을 모집하는 게 더 싸게 먹히지 않을까?
“현지 협력자 군대를 만든다?”
“기왕이면 영국식으로 훈련도 시키고.”
“그걸 어떻게 믿어?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아서가 눈을 빛내며 방금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보강했다.
“그건 화약과 총탄을 통제하면 되지. 간단한 일이야.”
실제 원역사에서 영국군이 인도 현지 협력군을 통제하는 방안 중 하나다.
화약과 총탄을 전투 시작 시점에 보급하는 방법.
그렇지만 이 방법을 지금까지는 어떤 영국인도 아예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윌리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선은 여기서 빠져나가서 생각하자.”
아서는 상대방의 화약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고지 뒤에서 총을 장전했다.
아일랜드의 영국 귀족으로, 인도에서 신세를 바꾸기 위해 온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아서와 형 윌리엄은 이곳에서 소모전을 벌일 뿐, 의미있는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
예전 플랑드르에서 첫 교전을 벌일 때도 그랬다.
비슷한 나이인 오슈가 플랑드르를 정복할 때, 아서는 일개 대위로 복무하며 패전을 거듭했다.
반년 전에는 아예 아서와 동갑내기인 한 장군이 신성로마제국을 해체했다는 소식도 있다고 한다.
아서가 브라운식 머스킷 총을 잡으며 묘하게 웃었다.
“휴, 유럽에서는 내 나이 또래 장군이 대륙을 장악한다는데, 난 여기서 이러고 있군.”
그러나 낙담하는 대신, 낙천적으로 싸우는 게 아서 웰즐리의 성격이기도 하다.
다음 순간, 아서는 벌떡 일어났다.
총소리가 그쳤기 때문이다.
“좋아. 우선 너희들부터 처리하고, 난 올라간다! 가자, 33연대!”
아서 웰즐리가 자신의 연대, 33연대를 이끌고 마이소르 왕국군을 향해 돌격했다.
후일, 원역사에서 웰링턴의 공작위를 받는 청년이 인도를 달리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