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4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47화(147/547)
(147) 동인도회사는 유진을 주시한다
18세기 말, 이른바 [자본가]가 처음 세상에 등장할 시기다.
그럼, 자본가는 어디에 가장 많을까?
자산을 갖고, 이 자산을 불리는 게 지상과제이며, 또한 불어난 거대자산을 이용해 더욱 큰 힘과 재화를 추구하는 이들.
당연하게도 부유한 부국에 많을 수밖에 없다.
유럽 제일의 부국은 단연 영국이다.
지금, 영국의 수상 피트에게 큰 소리를 치는 남자도 영국의 자본가다.
“수상 피트, 이대로 가면, 우리만 프랑스와 싸우게 되오. 알고 있는 거요?”
영국 런던에는 수많은 거리가 있다.
그중 피트가 자주 출입하는 거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영국 수상관저와 의사당이 있는 화이트홀 스트리트다.
그렇다면 또 다른 거리는 어디일까?
리든홀 스트리트, 영국 동인도회사가 있는 거리다.
이스트 인디아 하우스, 동인도회사의 본사 사옥.
3층의 널찍한 건물, 가장 높은 꼭대기 좁은 다락방에 선 채, 영국 수상 피트가 낯을 찡그렸다.
“화이트홀이 아니라 리든홀이 내게 이 문제를 추궁할 줄은 몰랐군요. 스티븐 루싱턴 의원님.”
“여기선 체어맨이라 불러주시오. 동인도회사 이사회니까.”
“그럼, 날 굳이 수상이라 부르실 필요도 없겠군요, 체어맨.”
동인도회사의 이사회 의장, 곧 [체어맨] 스티븐 루싱턴이 안경을 고쳐쓰며 대꾸했다.
“호칭해야지. 우리 동인도회사는 역할을 다했는데, 의회가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이곳은 영국 동인도회사의 이사회 회의실이다.
좁디좁은 이 공간에서 결정된 바가, 멀리 거대한 인도반도의 운명을 결정한다.
인도에서 면직물을 수입해온 것도, 다시 방직기가 만들어낸 면포를 되팔기로 결정한 것도, 목화 대신 아편을 제배 하자는 결의도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한 해 수입만 5백만 파운드가 넘는 거대한 무역회사.
나아가 영국으로 들어오는 인도산 초석을 모조리 독점 공급하는 제국의 심장.
이 회사가 국가에 복종하는 유일한 이유는 인도 무역 독점권을 의회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오만한 동인도회사의 [왕], 루싱턴이 영국의 수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거 아시오? 우리는 지금 인도에서, 프랑스의 마지막 항구도 모두 점령했소.”
“대단한 업적 축하드립니다.”
“나아가 인도 반도 내륙으로 지속적인 세력 확장을 추진 중이지. 막대한 이익을 동인도 방면에서 획득하고 있고, 국가 무역 수지 흑자에 이바지하는 중이오.”
문득 루싱턴이 낯을 일그러뜨렸다.
“그런데, 의회는 뭘 하는 거요? 네덜란드를 잃고, 동맹국은 떨어져 나가고. 아니, 그건 대륙의 일이라 칩시다. 서인도 제도에선 그래, 승리를 거듭하고 있소?”
결국 네덜란드는 프랑스 플랑드르 군단에게 점령되었다.
한때 영국 왕가를 차지했던 네덜란드 통령 가문, 오라녜 일족은 영국으로 망명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라서, 현재 네덜란드가 차지하고 있던 식민지를 영국이 하나씩 점령하는 중이다.
또한 제국이 해체되고 탄생한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프로이센마저 전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오직 영국만이 프랑스와 전쟁을 계속하게 되었다.
무려 탈레랑을 특사로 파견했음에도, 협상이 결렬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결렬될 수밖에 없는 게, 프랑스가 워낙 압도적으로 이긴 터라 좋은 조건으로 협상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바다는 어떤가?
피트 수상이 변명하듯 말했다.
“어려운 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프랑스에서 구 왕당파를 대거, 서인도로 보내는 바람에.”
“그래 봐야 육군 아니오! 바다를 우리가 장악하고 있는데, 어째서 이기지 못하는 거요!”
“신대륙의 구 반란군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문득 피트가 이죽거리듯 입가를 비틀었다.
“아메리카 연방이라는 그자들 말이죠.”
동인도회사의 이사들이 움찔거렸다.
면직물 상인 제이콥 보산케, 은행가 조셉 코튼, 노예상 윌리엄 데베인즈.
너나 할 것 없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대상인으로서 동인도회사의 이사직을 차지한 이들.
그렇지만 이들은 동시에 미국 독립 사건에 책임이 있다.
왜?
애초에 미국 독립전쟁을 일으킨 [보스턴 차 사건]이 동인도회사의 적자 해결 문제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식민지는 인도산 홍차를 거부하고, 중국산 홍차를 마시자는 열풍이 가득했다.
본국에 대한 반발심리 탓이었다.
적자가 심해지던 동인도회사는 의회를 움직여, 법으로 동인도회사가 직접 식민지에 차를 팔 수 있게 허가를 받아냈다.
그러나 이렇게 되자, 중개를 담당하던 식민지 상인들이 굶어죽을 상황이 되었다.
결국 상인들과 밀수업자들의 주도로 보스턴 항구에 입항한 배를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때를 시발점으로 미국 독립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동인도회사의 욕심이 애초에 이 모든 문제의 원인 아니냐는 피트의 지적은 통렬하다.
그때 한쪽에 앉아 있던 이사, 하원의원 데이비드 스콧이 입을 열었다.
“수상 각하, 저도 의회의 일원으로서, 각하의 어려움은 압니다. 너무 다그치고 싶진 않습니다.”
“깊은 이해 감사드립니다. 데이비드 스콧 의원님.”
“하지만 우리 동인도회사가 아무리 희망봉을 장악해도, 나머지 두 곳을 장악하지 못하면 영국이 바다를 지배하는 일은 요원해집니다.”
스콧은 손을 꼽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지브롤터, 그리고 도버입니다.”
희망봉, 아프리카 남단의 인도양으로 가는 길목.
지브롤터, 지중해를 가로막고 있는 에스파냐, 영어로 스페인이라 불리는 나라의 요충지.
마지막, 도버는 프랑스와 영국 사이의 해협.
이 세 곳에 후일 원역사에서는 싱가포르 해협을 합쳐, 바다를 지배하는 요체로 보게 된다.
현재 대영제국은 세 곳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해 왔다.
스콧이 굳어진 얼굴이 된 피트를 보며 일렀다.
“지금 ‘스페인’이 프랑스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건, 충분히 방어 가능합니다.”
“프랑스도 지중해 함대는 건재하죠. 스페인이 협조한다면 지중해 함대가 언제든 지브롤터를 돌아, 대서양으로 올 수 있습니다.”
피트는 낯을 찌푸렸다.
분명 프랑스 대서양 함대는 영국 해군이 모두 이겨왔다.
그간 전쟁은 육지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주로 브르타뉴, 보르도, 네덜란드 방면에서 수많은 해상 교전이 있었다.
그렇잖아도 미약했던 프랑스 대서양 함대는 일련의 해전 결과, 전멸 직전이다.
하지만 아직 지중해 함대의 30여척 전열함이 멀쩡하게 남아 있다.
만약 그들이 대서양으로 오게 된다면 어떨까?
게다가 이제는 네덜란드 방면의 항구와 함대도 프랑스가 장악한 상황이다.
“그러면 도버가 위험해집니다. 이 심각성, 깊이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피트는 입을 꾹 다문 채 듣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요.”
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피트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나가 버렸다.
아직 젊지만, 십년 넘게 집권해온 수상이다.
배후에서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는 동인도회사의 대상인들이 마음에 들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인도회사는 후세, 글로벌 기업의 효시라 불릴 정도의 대규모 상업집단.
수상이라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해서, 바쁜 와중에 어쩔 수 없이 부름에 응해 온 것이다.
바삐 나가는 피트를 창문 아래로 보다, 보산케와 코튼, 데베인즈가 속닥였다.
“너무 젊어. 역시 전쟁을 치르기에는 애송이인가?”
“늙은이라고 잘했소? 전임자였던 노스 경, 쉘번 백작, 포틀랜드 공작은 결국 신대륙을 잃었소. 피트는 그때부터 10년을 집권했고, 왕국은 회복기였지.”
“그럭저럭 하긴 했지요. 프랑스에 대반란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동인도회사의 이사들이 논하는 얘기를 듣다, 체어맨 루싱턴이 안경을 다시 고쳐썼다.
“일단 지켜봅시다. 영 아니다 싶으면, 미친 국왕 대신 왕세자를 움직여서라도 갈아치우면 되오. 보나파르트라는 장군이나, 혹은 당통을 막을 수 있을지 지켜보면서.”
동인도회사의 이사진이 창가에서 영국 수상을 내려다 보았다.
세계를 내려다보는 듯한 오연한 태도로.
그때다.
“진짜는 따로 있습니다.”
이사들이 시선을 돌렸다.
동인도회사 건물의 꼭대기, 이사회방은 좁고 비밀스런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그곳에는 사람이 몸을 숨기기 좋은 장소도 존재한다.
일종의 다락방에서 방금 전까지 피트를 피해 있던 한 남자가 싱글거리며 나타났다.
삐쩍 마른 남자를 보다, 루싱턴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프랜시스?”
“우리는 상인이죠. 나라든, 군대든, 혹은 세계든 모두 돈으로 움직인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보통 그런 경우가 많구요.”
“그런데?”
남자, 곧 프랜시스 베어링이 뾰족한 얼굴로 웃었다.
“지금 대륙을 위압한 것은 프랑스죠. 그리고 프랑스의 명목상 일인자는 당통입니다. 하지만 좀 더 아는 사람은 보나파르트를 단연 최고로 꼽겠죠.”
누구나 베어링이 말한 것처럼 생각할 것이다.
어쨌든 러시아는 너무 멀고, 유럽의 정세에 개입하기 어렵다.
대륙의 중앙부인 신성로마제국이 해체되었고, 프로이센은 이를 용인했으며, 이탈리아 반도가 프랑스 수중에 들어갔다.
사실상 패권까지는 아니라도 주도권은 분명 프랑스가 쥐었다.
이 상황에서 정부의 공식 수반은 5인 총재, 그중에서도 당통이다.
하지만 군사력과 이탈리아 재편 권한을 쥔 자는 단연 나폴레옹이다.
여기까지는 굳이 동인도회사 이사들이 아니라도, 눈 밝은 상인이라면 알 것이다.
그런데 베어링은 엉뚱한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보나파르트를 실제로 움직이는 자는 따로 있습니다. 정확히는 보나파르트가 쓰는 돈을 움직이는 자 말이죠.”
“그게 누군가?”
“유진 보아르네. 제가 거래하는 프랑스의 금융신동입니다.”
루싱턴이 안경을 매만지다 대꾸했다.
“들은 적이 있어. 구 프랑스 왕실의 시동 출신으로, 도박에 천재적 자질을 보였다지.”
베어링은 루싱턴의 정보력에 새삼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는군요. 체어맨.”
“자네가 프랑스와 채권거래를 얼마 전까지 했던 것도 알지. 레카미에 은행과 거래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벌써 3년 전 일입니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그것도 다 접었죠. 다만, 접기 전까지는 유진 보아르네가 제 사업 파트너였습니다.”
문득 베어링이 은근한 말투로 한 가지 제안을 던졌다.
“필요하시다면, 이쪽과 연결할 루트를 제가 마련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오늘 베어링이 동인도회사를 방문한 이유다.
또한 수상 피트를 피해 숨어 있어야 했던 사유기도 하다.
프랑스가 전쟁에서 이겼고, 주도자는 나폴레옹이며, 그 최측근이 다름 아닌 유진이다.
베어링스 뱅크의 거래처였던 유진이 막대한 자금을 다루게 될 게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상재에 능한 베어링으로서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허나 프랑스는 아직 영국의 적국이니, 함부로 거래했다가는 반역자로 몰리기 십상이다.
정부 차원에서 허가를 얻을 수 없다면, 다른 루트를 이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동인도회사처럼 거대한 자본과 권력을 쥔 조직의 힘이다.
하지만 보산케와 코튼, 데베인즈가 서로 쳐다보며 슬쩍 발을 뺐다.
“아직 지켜만 보기로 하는 게 어떨지?”
“그렇습니다. 거래는 전쟁이 끝나야 가능한 일. 우리야 프랑스가 인도에 발을 뻗지 않는다면 별 문제가 안 되긴 하죠.”
“게다가 어린애가 실세라니. 조금 믿기 어려운데요?”
베어링이 실망하려던 찰나, 빤히 베어링을 보던 루싱턴이 입을 열었다.
“베어링, 거래를 하나 해볼 수 있겠나?”
순간, 모두가 루싱턴을 주목했다.
베어링만이 아니라, 동인도회사 이사 전부가 말이다.
이 회사에서 가장 힘 있는 권력자가 결국 루싱턴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면 영국 최고의 자본가, 루싱턴은 무엇을 원할까?
“프랑스를 이용해서, 미합중국이라는 옛 반란군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네. 보나파르트와 유진이라는 자네 거래를 이용할 수 있을지? 가능하면, 우리 손해는 없이. 가능하겠나?”
“과연, 미국에 우리 회사가 참 많은 손해를 입었죠.”
“대영제국 전체가 마찬가지였지. 어떤가, 방법이 있겠나?”
베어링은 눈을 가늘게 뜨다 입가를 틀었다.
“있습니다.”
“뭔가?”
“스페인을 이용하는 거래입니다.”
아주 낮은 목소리로 루싱턴, 베어링, 그리고 동인도회사 거물 상인들의 밀담이 이어졌다.
밀담이 끝났을 때, 모두가 흡족한 얼굴이 되었다.
이 거래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동인도회사에 절대로 손해가 나지 않는다.
루싱턴이 고개를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거래를 시작해도 좋네. 정부에서 문제 삼을 때는 [우리]가 보호해주지.”
베어링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은 거래를 성사시켜 보겠습니다. 체어맨.”
영국을 배후에서 움직이는 자들.
후세 원역사에서 글로벌 대기업의 효시.
음모론자들이 늘 세계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들로 묘사하던 장본인들.
유진이 동인도회사의 가시권에 들어선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