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4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48화(148/547)
(148) 음모론의 지배자들이 등장하다
세상에는 늘 표면과 이면이 존재한다.
“미스터 탈레랑, 결국 이번 협상은 실패하게 되겠군요.”
표면, 곧 국가권력이 지배하는 세계다.
전쟁과 외교가 국가 간의 관계를 정립한다.
여기, 아직 런던에서 출발하지 못한 느긋한 프랑스 인도 그중 하나를 담당하게 된 자다.
영국의회가 의뢰하여 특사로 임명된 자, 탈레랑이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아직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그렇게 말씀하시니 섭섭합니다. 미스터 베어링.”
“당연한 거 아닙니까? 특사 파견이 거론될 때는 아직 이탈리아만 프랑스 손에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신성로마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은 건재하지요. 충분히 거래가 가능한 조건입니다.”
사실, 탈레랑이 특별히 늦은 게 아니다.
프랑스와 유럽대륙의 상황이 너무 빨리 바뀐 탓이다.
게다가 나폴레옹이 아예 신성로마제국을 해체할 줄은 탈레랑도 예상치 못했다.
나아가 런던의 대은행가 베어링이 찾아와 외교 문제를 거론할 줄도 몰랐다.
평소 미식을 즐기는 취미가 비슷해 교류해온 사이다.
그렇지만 국가 간 외교에는 별 관심 없는 금융업자가 아니었던가?
문득 은행가 베어링이 껄껄 웃으며 대꾸했다.
“후후! 정말 그렇게 믿는 겁니까, 아니면 그런 의도를 가장하는 겁니까? 탈레랑?”
탈레랑은 눈을 가늘게 떴다.
뭔가 탈레랑이 모르는 무언가를 베어링이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정보가 부족하니, 탈레랑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럴 때 적당히 넘기는 게 외교관의 기술 중 하나다.
다시 웃음을 머금으며, 탈레랑이 유들유들하게 답했다.
“어느 쪽이든 저는 프랑스로 돌아가게 되겠지요. 미스터 베어링.”
“과연, 그게 목적입니까?”
“로베스피에르가 살아있을 때와 달리, 다시 온건한 신사들이 정계를 누비게 될 겁니다. 영국처럼.”
아주 가볍게 카피를 마시며 탈레랑이 일렀다.
“저도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영국에 온 지 몇 년 되었지만, 여전히 홍차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담소를 나눌 때 탈레랑은 두 가지 종류의 잔을 준비한다.
하나는 영국인 손님을 위한 찻잔, 다른 하나는 프랑스 망명객을 위한 커피잔이다.
오늘은 자신을 위해 커피잔을 쓰고, 손님을 위해서는 찻잔을 가져왔다.
그런데 정작 베어링도 익숙한 듯, 커피를 고르더니 바삐 들이키며 답했다.
“좋습니다. 제가 정치인은 아니지만, 거래를 하나 제안하죠.”
“거래라구요?”
“저도 프랑스로 곧 갈 겁니다. 그때 두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중 하나는 당신이 만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순간, 탈레랑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
“프랑스 프리메이슨의 수장, 라파예트.”
프리메이슨.
영국에서 시작해 전유럽으로 퍼져나간 비밀결사 집단.
미국 시민혁명과 프랑스 혁명을 주도했던 이들 상당수가 바로 이 클럽의 회원이다.
물론 통일된 집단이 아니라서, 미국 프리메이슨과 영국 프리메이슨, 프랑스 프리메이슨이 모두 따로 움직인다.
그럼에도 동일한 강령과 우호적인 인적 네트워크 정도는 존재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총재 중 하나, 라파예트가 프리메이슨의 수장이다.
여기까지 헤아리던 탈레랑이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프리메이슨이셨군요, 미스터 베어링.”
“원래 영국의 석공들은 상인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지요. 뭐, 나야 이익이 될 것 같아서 가입한 거지만.”
“알겠습니다. 대신 제가 얻을 것은 무엇일까요, 미스터 베어링?”
정치인도, 음모가도 아니지만, 그 모든 것을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상인 베어링이 씩 웃었다.
“내가 만날 또 다른 사람을 같이 보게 해드리지요. 보나파르트 장군의 최측근입니다.”
바로 유진 보나파르트다.
이면의 힘을 이용하는 표면의 은행가와 외교관이 첫 거래를 시작한 순간이었다.
***
아직, 음모론의 주인공이 되려면 한참 먼 이들도 바삐 뛰고 있다.
“거봐, 형! 내가 말했지. 보나파르트와 손잡는 건 대박이 된다고. 반드시!”
프랑크푸르트, 신성로마제국의 자유도시였던 곳이다.
하지만 이제 제국은 해체되고, 도시는 사실상 독립국가가 되었다.
오히려 시민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얼굴로 거리를 걷는다.
황제의 권위가 다른 공작들이나 군주가 도시를 침범하는 일을 막아주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당연히 있다.
유대인 특유의 복식을 한 채, 뛰어드는 동생을 보다 23세의 청년 은행가 마이어는 혀를 찼다.
“넌 런던 사업은 안 하고 여기까지 온 거냐? 나탄?”
“그게 문제야? 당장 대륙에서 이탈리아의 지배자가 바뀌었잖아!”
“그럴수록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거야.”
셋째 동생 나탄을 향해 마이어가 서류를 하나 건네며 일렀다.
“게다가 우리는 당분간 이탈리아 이권에 크게 신경 쓰긴 어렵다.”
바삐 서류를 받아들며, 나탄이 눈을 크게 떴다.
“왜? 보나파르트 장군의 측근, 유진 보아르네는 우리에게 호의적이었어. 아버지에게 말해서, 형이라도 가야지!”
“이제는 유진 보나파르트야. 상회 이름은 보아르네로 유지할 모양이지만.”
“어? 그럼 정말 조세핀 파제리와 보나파르트 장군이 결혼한 거야?”
이곳은 바로 로트실트 가문의 저택이다.
후세 영어로 로스차일드라 불릴 유대인 금융가 일족.
허나 아직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이제 막 성장 중인 가문금융집단이다.
물론 구 신성로마제국에서 손꼽히는 ‘유대인’ 금융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일국을 좌우하기는커녕 일국의 수위권 대부호도 겨우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래도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제일가는 금융가 2세, 마이어는 나탄에게 건넨 서류를 가리켰다.
“그래. 일단 우리 회계사들은 이 보나파르트 일족에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거라 예측하고 있지. 그게 그 보고서야.”
보고서를 훑어보던 나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정도로 많이? 거의 2백만 프랑이 넘는데? 잠깐. 유진 보아르네, 아니 보나파르트가 있잖아. 별명이 프라이슈츠였나? 마탄으로 사령관들을 쏘는 솜씨 만큼이나 사업 수완이 대단하던데.”
“그 친구가 보나파르트 장군의 형과 동생에게도 충분히 자금을 줄까?”
“응?”
문득 마이어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보나파르트 장군의 형 조세프와 동생 뤼시앵은 현재, 프랑스 하원의원이야. 구 제국으로 따지면 대략 남작쯤 되는 영향력 아닐까? 그런데, 정치라는 건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
물론 유진은 조세프와 뤼시앵에게도 정치자금을 후원한다.
허나 정계에서 자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후원 경로가 많으면 더 좋고, 상대가 어렵지 않으면 가장 좋다.
유진 보나파르트는 조세프와 뤼시앵에게 어려운 상대다.
나폴레옹의 총애를 경쟁하는 위치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마이어의 말을 음미하던 나탄이 눈을 빛냈다.
“파리에도 진출해야겠구나.”
“그래. 당분간 런던과 파리를 네가 오가야겠다. 나탄. 네 동생들은 아직 어려. 솔로몬은 빈을 담당해야 해서 바쁘고.”
“맡겨만 줘, 그럼 이번에는 파리로 가야겠군! 일단 기초자금은 내가 융통해 볼게!”
신나게 외치던 나탄은 고개를 다시 갸웃거렸다.
“어, 그런데 왜 이탈리아에 신경을 못 써?”
그때 밖에서 일꾼들과 함께 둘째, 솔로몬이 들어섰다.
-텅!
일꾼들이 놓는 은화 자루를 힐끗 보며, 솔로몬이 냉정하게 일렀다.
“우리 주군이신 [헤센] 공작께서 군자금을 통째로 맡기셨거든, 나탄.”
헤세-카센의 공작 빌헬름.
통칭 헤센 공작.
현재 로트실트 가문의 가장 큰 고객이다.
용병 활동으로 큰 자산을 모은 헤센 가문은 이 돈을 관리할 자로, 로트실트의 암셀을 골랐다.
형제들의 부친, 암셀은 자산을 착실히 굴려 헤센 가문에 더 큰 이익을 주었다.
그 공적을 인정받아, 이번에 전쟁이 끝나자마자 남은 군자금도 맡겨온 것이다.
언뜻 보기에도 백만 단위의 은화를 둘러보며, 나탄이 혀를 내둘렀다.
“와, 이걸 다 우리 가문에서 관리하는 거야? 솔로몬 형?”
“그렇게 됐다. 사실 너도 이 자금 투자처나 찾게 하고 싶은데. 나폴레옹이니 유진이니 하는 작자들은 엄밀히 말해 우리 적국인이라고.”
“에이, 우리는 유대인인데 그런 게 어딨어?”
문득 나탄, 혹은 영국식으로는 네이던 로스차일드라 불릴 청년이 은화 자루를 하나 쥐며 웃었다.
“돈 되는 곳이면 어디는 손잡는 거지. 하여간, 잘 쓸게!”
후일 원역사에서는 유럽을 지배하는 제5세력이라 불리는 가문.
로스차일드가 이제 비약의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
이미 대영제국을 패배시키고, 프랑스 왕조를 무너뜨렸으며, 세계의 배후에서 암약하는 음모론의 주인공도 유럽에 존재한다.
-뚜벅, 뚜벅, 뚜벅.
촛불이 가득한 [홀]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문득 두건을 쓴 남자가 낭랑한 목소리로 고했다.
그때까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이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동그란 돔과 직사각형의 방, 그리고 벽에 그려진 [빛]의 삼각주 도안이 엿보인다.
중심에서 타오르는 듯 촛불빛을 받는 문양은 하나.
전시안.
지혜의 눈이라 불리는 도안.
도안 아래, 남자가 고했다.
“그랜드마스터가 오셨습니다.”
분분히 두건을 쓴 이들이 몰려가 고개를 조아렸다.
복도에서 걸어오는 한 남자를 향해서.
오직 남자만이 두건을 쓰지 않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마스터.”
“정말 요즘은 뵙기가 어렵군요. [롯지]를 연 게 십년 전인 것 같습니다.”
“과장하시긴, 그 정도는 아니지만 간만입니다. 마스터.”
마스터, 혹은 라파예트라 불리는 30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다 두건을 쓴 이를 보았다.
“오랜만이오, 네케르. 그쪽은?”
“제 딸입니다. 스탈 홀스타인 남작과 결혼했다가, 최근 별거하고 돌아왔지요.”
“아, 명성은 들었소. 마담 스탈.”
두건을 쓴 묘령의 여자가 생긋 웃으며 무릎을 살짝 굽혔다.
“시대를 이끄는 거인 중 하나이시며, 위대한 지혜의 승계자인 그랜드 마스터를 뵈어 영광입니다.”
그랜드 마스터, 곧 프리메이슨의 지도자.
18세기, 영국에서 시작해 전유럽으로 퍼져나간 비밀결사.
하지만 사실 지식인 사이에서는 유행처럼 번져, 딱히 비밀이랄 것도 없는 조직이다.
조직의 강령은 진리를 탐구하고, 인류를 우애하며,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다.
아주 좋게 들리지만, 동시에 이 강령은 군주지배체제를 뒤집을 우려가 있다.
실제로 미국독립전쟁도, 프랑스혁명도 프리메이슨 회원들이 다수 참가했다.
그 증거로 한때 루이 16세의 재무대신이었던 네케르가 회원으로 서 있는 상태다.
당대 프랑스 오리엔트 프리메이슨 지부의 대수장, 라파예트가 시선을 돌렸다.
“클레베르, 자네도 이제 슬슬 일선에 복귀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때 방데에서 유진과 함께 싸웠던 장군, 클레베르도 두건을 쓴 남자 중 하나였다.
요컨대 클레베르도 프리메이슨의 중요 멤버인 셈이다.
클레베르가 피식 웃으며 라파예트에게 답했다.
“전쟁도 끝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푹 쉬어야죠.”
“그렇지 않네. 이탈리아만 해도 앞으로 계속 반란이 일어날 테니.”
“그곳은 보나파르트 장군 부하들이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제가 갈 부임지가 있을지?”
라파예트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이 있네. 사령관의 ‘양자’ 유진이지. 내 추천이면 받아줄 걸세.”
그 말에 혁명의 주도자들이기도 한 프리메이슨 회원들이 수군거렸다.
“그러고 보니, 그 도박신동이 전임 마스터 쫓아낸 거 아니었어?”
“전임 마스터는 어떻게 됐지? 오스트리아에 있었던 거 같은데.”
“아, 토스카냐야. 근데 진작에 영국으로 달아난 모양이야. 루이 17세는 반대로 러시아로 달아나고.”
전임 마스터, 오를레앙 공작 얘기다.
오를레앙 공작은 빈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토스카나로 향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이끄는 이탈리아 군단의 폭풍 아래서, 프랑스 망명 귀족이 설 곳은 없었다.
바삐 달아나 영국으로 피신했다는 거다.
이 소식은 아직 프랑스 혁명정부도 모른다.
프리메이슨의 전 유럽 네트워크가 기능해, 미리 입수한 정보다.
라파예트는 고개를 끄덕이다 회원들을 향해 일렀다.
“모두, 그간 잘해줬습니다.”
네케르, 스탈, 클레베르를 비롯한 프리메이슨 회원들이 라파예트를 주시했다.
“우리는 진리의 이름으로 혁명을 성공시켰고, 다시 왕정의 압제를 무찔렀으며,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단 한 발만 더 나아가면, 우리는 진리가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라파예트의 선언에 프리메이슨 회원들이 일제히 화답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세계를 배후에서 움직이는 결사체.
미국독립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
나아가 프랑스 혁명에 투신해 마침내, 왕정을 뒤엎은 역사의 숨은 주역들.
프리메이슨 프랑스 지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