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4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49화(149/547)
(149) 유진 카르텔이 이탈리아 전역으로 진출한다
사실 진정한 이면의 지배자는 따로 있다.
최소한, 이탈리아에서는.
“맙소사, 여기도 보아르네 간판이야?”
문득 이폴리트가 혀를 내두르며 유진에게 물었다.
-〈보아르네 방크 드 이탈리아〉
서기 1796년 4월, 새로운 간판이 세워졌다.
이곳은 옛 제노바 공화국의 수도, 제노바.
본래라면 사실 제노바의 이름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진은 일부러 [이탈리아]라는 이름을 골랐다.
아직은 현존하지 않는 이탈리아지만, 반도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야심을 보인 셈이다.
나아가 건물이 들어선 공간도 특별하다.
문득, 유진의 앞에서 굽신거리며 한 남자가 고개를 조아렸다.
“이 파산한 은행을 인수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진은 남자를 향해 정중히 예를 갖추며 웃었다.
“천만에요. 오히려 덕분에 역사적 은행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산 조르조 은행은 제노바의 역사 아닙니까?”
“그래봐야 50년 전, 신성로마제국의 군대가 황금을 다 강탈하면서 사실상 망했던 은행입니다. 이번에 유진 장군님이 인수해주지 않으셨다면, 제노바 시민들의 피해가 막심했을 겁니다.”
“깊이 양해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군요, 메세르 코르베토.”
남자, 루이지 코르베토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우선 필요한 인력은 전부 남겼으니, 앞으로 활용하시면 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이곳은 본래 산 조르조 은행이라는 제노바 최대 은행이 있던 [산 조르조 팔라초]다.
무려 1407년에 세워진 르네상스 시대 유물로, 제노바의 영광과 실패를 함께 했던 곳이다.
특히 흑해 무역과 에스파냐의 신대륙 진출을 후원했던 금융기관으로도 유명하다.
허나 제노바의 몰락과 함께, 이 은행의 운명도 정해졌다.
파산.
50년 전, 오스트리아가 에스파냐 왕위승계 전쟁으로 이탈리아를 누비던 시절, 이 은행은 황금을 강탈당하고 파산 위기에 처했다.
그나마 제노바의 귀족들이 후원해서 버텨왔는데, 그것도 이제 끝난 것이다.
왜?
북이탈리아를 나폴레옹이 사실상 차지하게 되었으니까.
요컨대 귀족이 아닌 공화파가 제노바 정국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방금 전 유진과 대화한 코르베토도 제노바 내부 친자코뱅 파벌이다.
팔라초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코르베토를 보다,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와서 보나파르트라고 이름을 바꿀 수도 없잖아, 이폴리트.”
“아니, 이름 말하는 게 아냐. 제노바까지 진출한 걸 말하는 거지. 이거 인수하는데 얼마나 들었어, 대체?”
“1천만 프랑쯤? 3백만 리브르 정도밖에 안 돼. 그것도 사실 대부분 밀라노 은행의 예금을 동원한 거야.”
유진이 간판을 튕기며 말하자, 이폴리트가 입을 쩍 벌렸다.
“1천만 프랑이라니! 그거면 밀이 몇 푸대야? 아니, 그렇게 돈 낭비할 필요 있어?”
“제노바는 앞으로 우리 사업의 새로운 본거지가 될 거야. 좋은 매물이 나왔는데, 인수하는 게 당연하지.”
“왜? 밀라노도 있잖아. 거긴 돈도 안 들고!”
문득 유진의 시선이 언덕 아래, 제노바 시가지를 향했다.
“여긴 좀 달라. 이곳은 프랑스의 외항이 될 장소니까.”
4백년 가까이 제노바와 서지중해 경제를 지배했던 대은행.
그 은행의 새로운 주인이 된 유진이 제노바와 바다를 보고 있었다.
수많은 배가 몰려드는 서지중해 제일의 항구도시의 모습을.
***
제노바의 항만은 수심이 깊어, 커다란 배가 드나들기 좋다.
-텅! 텅! 텅!
수많은 물품이 항구에 가득 쌓였다.
특히 눈여겨볼 물품은 다름 아닌 마르세유산 [비누]다.
얼마 전, 클라리 가문에서 운영하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품들이었다.
비누 상자를 열어보던 다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최상급이군! 이 정도면 밀라노에도 팔 수 있겠습니다, 무슈 클라리. 이걸 시작으로, 비누와 실크, 양모와 포도주까지 교역해보죠!”
그러자 물품을 선적한 중년의 상인, 에티앙 클라리가 껄껄 웃었다.
“이제는 화약이 아니라, 비누를 갖고 오게 됐군. 평화가 다가왔다는 증거인가? 허허!”
바로 데지레 클라리, 아니, 데지레 오슈 부인의 오빠인 에티앙이다.
한때 마르세유 지사 프레롱의 기요틴에 죽을 뻔했던 사람으로, 보나파르트 일가와 클라리 가문이 혼맥을 맺으며 겨우 살아났다.
당시 혼사를 추진했던 부친 프랑수아는 연전에 노환으로 사망한 상태다.
그래서, 현재 클라리 가문을 운영하는 게 에티앙이다.
나아가 [보아르네 카르텔]과 거래해 사업 규모를 확장 중인 마르세유 최고 거부기도 했다.
이번에 제노바로 첫 거래 물품을 갖고 온 것도 에티앙의 상회였다.
다만, 이 물품을 선적해온 배는 에티앙의 배가 아니다.
“여기서 뵙는군요, 무슈 다마스.”
무뚝뚝한 얼굴의 청년 선장, 니콜라스 쉬르쿠프다.
다마스가 처음 마르티니크에서 마르세유로 올 때, 배를 운행했던 선장이다.
또한 보아르네 카르텔에서 밀수무역을 담당해 현금창출에 지대한 공적을 세웠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밀수가 필요 없다.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을 시작한 지 1년.
고작 1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사실상 봉쇄 중이던 프랑스의 남해안이 활짝 열린 것이다.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이제는 에스파냐 방면까지 말이다.
1795년 초만 해도 프랑스의 적대국이었던 제노바도 마찬가지다.
“오, 그래. 무슈 쉬르쿠프. 제노바 공화국이 망한 후에는 처음 보나? 하핫!”
“망했습니까? 아직 입항할 때 서류를 보니 공화국이라 적혀있던데요.”
“자세히 안봤군. 이제는 리구리아 공화국이라고, 이름이 바뀌었어. 뭐, 이름만 공화국이지 사실상 프랑스군이 군정을 하지.”
리구리아 공화국.
과거 제노바가 다스리던 영역을 새롭게 통치하는 프랑스식 민주공화국이다.
물론 정치체제 형식이 그럴 뿐이다.
실제 통제를 하는 이들은 따로 있다.
니콜라스는 힐끗 항구를 돌아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중해 함대 친구들이 벌써 와 있군요.”
“아, 해군 친구들? 툴롱 본부에서 온 병사들이야. 아직 코르시카에 가 있는 본 함대는 오지 않았어.”
“설마 브뤼에 제독도 제노바로 오는 겁니까?”
다마스가 항구 곳곳을 누비며 상선들을 통제하는 프랑스 군인들을 보다, 목소리를 낮췄다.
“그건 군사기밀이라. 하지만 그렇게 될 걸세.”
바로 툴롱에 본부를 둔 프랑스 지중해 함대다.
명목상 파리에 있는 전쟁부의 명령을 듣지만, 실질은 이탈리아 사령관 나폴레옹의 휘하나 마찬가지다.
왜냐면 지중해 함대의 제독, 브뤼에가 유진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꼭 그게 아니라도 제노바를 비롯한 이탈리아 전체가, 사실상 나폴레옹의 손아귀에 놓여 있기도 하지만.
나폴레옹의 형, 조세프의 처남인 에티앙이 휘파람을 불었다.
“대단하군. 보나파르트 장군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겠어. 유진 파트롱도 그렇겠지?”
“보실 겁니까?”
“응?”
다마스가 씩 웃으며 비누 상자를 쳤다.
“비누는 모두 창고에 잘 넣으시죠. 제노바의 유력자들이 충성맹세를 하는 게 오늘입니다.”
그 맹세를 받을 이는 단연, 나폴레옹의 양자 유진이다.
***
산 조르조 팔라초, 곧 성 조르조 궁전이 간만에 화사하게 촛불로 빛났다.
“방코 디 이탈리아의 탄생을 축하합시다!”
필리포 부오나로티, 현 리구리아 공화국 수상이 외쳤다.
한달 전 나폴레옹에게 임명된 남자다.
본래 친 자코뱅 파로 과거에는 제노바 귀족들에게 쫓겨다녔던 도망자였다.
허나 나폴레옹이 신성로마제국을 해체한 직후, 구 제노바 귀족 지배자들도 모조리 쫓겨났다.
부오나로티를 비롯한 친 자코뱅 파가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자코뱅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친 프랑스 파벌이다.
이전에도 제노바는 이름은 공화국이었지만, 왕이 없을 뿐 대귀족 가문들이 지배하는 체제였다.
이른바 과두 체제에 반대하고 오스트리아 대신 프랑스와 친교를 맺자는 게 이탈리아의 친 자코뱅 파벌이다.
나폴레옹은 친 자코뱅 파벌을 통치 협력 대상으로 골랐다.
바로 이들, 신 라구리아 공화국 유력자들이 오늘 [이탈리아 은행]의 탄생을 축하하러 모였다.
상당히 큰 궁전인데도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유진은 싱긋 웃으며 유력자들을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부오나르티 수상 각하.”
“하하하! 수상이라뇨. 가당찮습니다. 전 어디까지나 프랑스의, 아니, 나폴레옹 사령관의 통치대행일 뿐입니다.”
“겸손이 지나치십니다. 제노바의 혁명을 위해 노력하신 걸 잘 아는데요.”
그러나 부오나로티는 고개를 힘차게 저으며 외쳤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제노바인들은 제노바의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나폴레옹 장군, 그리고 아드님이신 유진 장군의 보호를 받고자 합니다!”
지극히 노골적인 발언이다.
잠시, 제노바 유력자들을 초청한 유진도 당황할 정도였다.
혹시 다른 제노바 정치인들, 은행가들, 무역상들이 화를 낼까 유진이 돌아볼 찰나였다.
문득 또 다른 유력자들이 나서 외쳤다.
“우리는 지금껏 오스트리아의 위협을 받았습니다. 이곳, 조르조 궁전에 있던 은행도 오스트리아 때문에 파산했죠!”
“맞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는 코르시카에 영국 함대가 주둔하며, 제노바를 지배하려 했어요!”
“그뿐입니까? 전통적인 제노바의 지배자, 에스파냐 왕국도 호시탐탐 제노바를 노립니다!”
미켈레 캄비아소, 지롤라모 세라, 그리고 아침에 만났던 루이지 코르베토.
모두 새로 구성된 리구리아 공화국 고위 관료, 그리고 의원들이다.
이들 모두가 알고 있다.
현재 제노바는 독립국가로 존속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제노바 시민들의 안전과 평화, 재산을 맡겨야 할까?
“이 모든 상황에서 제노바를 지켜줄 분은 오직 한 분. 나폴레옹 장군 뿐입니다.”
리구리아 공화국 수상, 부오나로티가 힘주어 말했다.
이미 구 사르데냐 왕국을 중심으로, 프랑스의 직할지를 통치하는 것도 나폴레옹이다.
또한 새롭게 생겨난 롬바르디아, 베네토, 토스카나 공화국의 배후자도 나폴레옹이다.
나아가 가톨릭의 최상위자 로마 교황을 통제하고, 반혁명의 유산 나폴리 왕국을 공략하고 있는 것도 나폴레옹이다.
요컨대 이탈리아 전체가 나폴레옹 일인의 손에 사실상 들어왔다.
그렇다면 먼저 이 상황에 편승하는 게 이익이다.
상인도시국가, 제노바의 시민들은 이렇게 계산한 것이다.
유진은 그들을 보다 묘하게 웃었다.
“그건, 제가 투자한 1천만 프랑을 믿기 때문입니까?”
순간, 부오나로티를 비롯한 유력자들이 당황하다, 활짝 웃으며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것도 그렇죠! 우리 제노바에 이탈리아 반도 최고의 은행이 세워질 테니까!”
“와하하! 확실히 정답입니다, ‘피콜로’ 보나파르트!”
“아버님께 잘 말씀해 주십시오! 허허헛!”
그 모습을 조금 멀리서 보던 니콜라스가 다마스를 돌아 보았다.
“피콜로라면, 작다는 이탈리아어가 맞습니까?”
“그래. 사실 유진은 나폴레옹 장군보다 키가 큰데.”
“작은 보나파르트라.”
평소 무뚝뚝한 니콜라스가 문득 유진을 응시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우리 [카르텔]이 이탈리아를 장악하기 시작했군요, 확실히.”
한때 코르시카를 지배하던 제노바다.
이 도시의 지도자들이 일제히 코르시카의 도망자, 나폴레옹의 아들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그야말로 세상이 뒤바뀌는 혁명적 순간.
나폴레옹의 정복과 함께, 유진 카르텔이 이탈리아 전역을 향해 진출하기 시작한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