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5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51화(151/547)
(151) 보나파르트가 서지중해를 안방으로 만들다
수십, 수백, 수천의 선박에서 수만 개의 물품이 하선해 항구를 가득 메운다.
“와, 제노바는 벌써 전쟁 끝난 지 수년은 된 것 같군. 이게 유진이 만든 모습인가?”
이제 막 툴롱에서 온 배에서 내리던 신사 한 명이 휘파람을 불었다.
부인과 비서관, 그리고 하인들이 함께 하는 게 전형적인 구왕조 시절 귀족 같이 보인다.
그렇지만 혁명 정부가 들어선 시대, 프랑스에는 귀족이 없다.
귀족 없는 시대의 유력자, 곧 공화국 프랑스의 의원 배지가 옷깃에서 번뜩인다.
다만 이 사람은 그저 일개 오백인 의회 구성원만은 아니다.
그때 제노바의 새로운 유력자, 보아르네 카르텔의 총지배인 다마스가 바삐 신사를 맞이하러 나왔다.
“의원님, 오셨습니까! 육로로 오셨으면 곧바로 보나파르트 사령관님을 만나셨을 텐데 말입니다.”
“아, 어차피 밀라노로 가서 볼 걸세. 이번에 내가 이탈리아에 온 것 자체가 [로마 대사]로 부임하는 것이거든.”
“그럼 교황 성하를 직접 보시겠군요.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조세프 보나파르트 의원님!”
조세프 보나파르트, 그러니까 나폴레옹의 형이다.
제노바 항구의 모든 사람들이 일순, 이곳을 쳐다보았다.
그렇잖아도 다마스는 산 조르조 은행을 인수한 유진의 측근이라 유명인사다.
하물며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위압하는 장군, 나폴레옹과 같은 성을 지닌 자라면 보통 사람일리 없다.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조세프가 짐짓 점잖게 웃었다.
“자넨 아직도 가톨릭 교도로군. 다마스.”
“의원님은 아니십니까? 로베스피에르가 세웠던 [이성숭배교]는 더 이상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던데요?”
“정확하지 않군. 로베스피에르는 이성 숭배와 가톨릭을 합쳐서 ‘최고존재’를 숭배하려 했어. 뭐, 실패하긴 했지만. 하여간, 나야 썩 신실하진 않지만 내 부인은 주일마다 성당에 나가긴 한다네. 그렇지요, 쥘리?”
문득 옆에서 웃고 있던 쥘리 보나파르트가 고개를 저었다.
“이 사람이 그래도, 교황 성하를 직접 뵌다니 얼마나 감격했는지 몰라요. 사실 의원 자리가 더 편하고 좋은데도, 내던지고 달려오는 거라니까요? 호호호!”
그러니까, 조세프는 로마 교황청 대사가 되어 제노바로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혁명은 가톨릭에 대한 반대 세력들이 집결해 일으킨 사건이다.
그러다 보니 이성을 숭배하는 이성숭배교니, 자연을 숭배하는 경신박애교니 하는 반가톨릭 종교 운동도 성행했다.
심지어 푸셰도 이성숭배교를 널리 전파한다고 뛰어다닌 적도 있을 정도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혁명가들 사이에서 정계에 진출한 조세프가 로마로 오는 것은 일종의 큰 정치적 결단이다.
물론 조세프 입장에서는 동생 나폴레옹을 지원하고자 온 셈이지만.
조세프가 쓴웃음을 머금은 채, 비정치적인 부인의 말을 슬쩍 돌려 다마스에게 대답했다.
“그야 교황을 직접 보는 건 인생에 다시 없을 놀라운 일이니까. 하지만, 난 이 항구의 모습이 더 놀라워 보이는군.”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간 전쟁 때문에 밀수 무역만 진행되던 곳이죠. 한데, 본격적으로 프랑스의 식량과 물자가 들어올 테니까요.”
“이탈리아에서는 그간 모아 놓았던 은으로 보답하는 건가? 특별한 물산이라도?”
그때 다마스가 낮은 목소리로 선박 하나를 가리키며 일렀다.
“커피가 들어옵니다, 의원님.”
커피, 18세기 말 유럽 대륙을 흥분시킨 인기 기호품이다.
특별한 마약이 없는 시대에 담배나 커피는 그야말로 정신적 자극을 주는 특별한 물질이다.
부르봉왕가 시절에는 커피에 세금을 매기는 게 왕조의 중요한 세원 중 하나였을 정도다.
그런데 프랑스의 커피는 사실 절반 이상이 서인도제도 식민지에서 들어왔다.
원역사 현대의 아이티, 이 시대 이름으로는 생 도맹그라 불리는 식민지.
유럽의 커피 소비 중 약 60프로를 생 도맹그 산 커피가 차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후, 서인도제도와 프랑스의 교역은 사실상 끊겼다.
영국 로열 네이비가 대서양을 누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아프리카산 커피가 들어오기에는 지중해 교역도 봉쇄된 상태였다.
결국 프랑스는 사실상 [커피] 신규 공급이 끊겨 버린 것이다.
이 인기 기호품이 제노바를 통해 들어오게 된 거였다.
조세프도 커피광이라 눈을 반짝였다.
“과연, 커피는 아프리카산이 제일이지.”
“그렇죠. 에티오피아 쪽 원두가 제일 맛이 좋지요. [홀란드] 인들이 ‘바타비아’에서 가져오는 원두는 영 맛이 부족해요.”
“장사가 제법 되겠군. 좋은 물건을 골랐어. 역시, 유진이 사업 안목은 참 뛰어나단 말이야?”
그때다.
“칭찬 감사합니다, [백부]님.”
조세프는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나폴레옹의 부관인 유진이 직접 조세프를 맞이하러 제노바까지 왔다는 거다.
다른 하나는 백부라는 호칭이었다.
어쩐지 어색한 칭호를 입에서 굴리다 조세프가 빙그레 웃었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관계다.
허나 이미 조세프는 유진에게 꽤 많은 덕을 본 상태였다.
예를 들면 의원이 되면서 받은 많은 정치자금이라든가.
아주 관대한 기분으로 조세프가 유진에게 답했다.
“흐음, 백부라. 참 감회가 새로운 걸. 유진 널 마르세유에서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3년 전이죠. 저도 의원님께서 이렇게 프랑스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되실 줄은 몰랐습니다.”
“푸하핫! 동생 덕에 대사가 된 거지. 난 내 주제를 잘 안다, 유진.”
허영심이 많고, 허술한 구석도 많지만, 자신을 정확히 아는 남자.
자신의 출세가 동생 덕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치인.
조세프가 눈을 찡긋거렸다.
“어디까지나 파리와 ‘밀라노’를 잇는 가교로, 내가 파견된 거야. 동생이 공화국에서 유별난 장군이 되었으니, 공화국 총재들이 불안해하지 않겠니? 그걸 해소하는 게 내 일이지.”
유진은 조세프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다 눈웃음을 머금었다.
“로마에 가시면, 저희 쪽 은행 지점장이 찾아뵐 겁니다. 자금은 그 친구에게 요구하시면 됩니다.”
“후후, 돈 얘기 하려고 널 칭찬한 건 아닌데?”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유진이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다.
왜냐하면 원역사에서는 조세프가 다름 아닌 보나파르트 일가의 재무담당이 되기 때문이다.
악명 높은 보나파르트 가문의 이탈리아 축재행위, 대부분이 조세프가 벌인 일이다.
하지만 유진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이 시점에, 굳이 조세프까지 뇌물을 받을 필요는 없다.
보나파르트 가문의 재무관은 유진 하나로 충분하다.
조세프도 마찬가지 생각인지 고개를 주억거리며 흡족히 미소 지었다.
“좋구나, 참. 혹시 어머님은 언제 ‘코르스’로 가시지?”
유진이 눈을 크게 뜨다 답했다.
“아마 다음 주쯤일 겁니다. 잘하면 시일을 맞추실 수도 있겠군요.”
생각보다 조세프도 정보력이 조금은 있는 모양이다.
레티치아가 코르스, 그러니까 코르시카로 간다는 걸 아는 걸 보면.
***
이탈리아의 일인자, 나폴레옹의 모친이 행차하는 길은 장엄한 의례가 맞이한다.
-척, 척, 척!
코르시카로 떠나는 배가 기다리는 항구에 총검이 움직이는 소리가 요란하다.
유진의 기마척탄병 여단병들이 군복을 입은 채 사열했다.
양 옆으로 펼쳐진 병사들이 의장을 펼치는 가운데, 중년 부인이 나타났다.
일인자의 모친이 입는 옷이라기에는 초라한 의복을 걸친 레티치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 옆에서 장군복을 입은 유진이 수행하고 있었다.
“불편하구나, 이런 의례는.”
“보나파르트 사령관님이 직접 오시지 않은 게, 오히려 결례가 될까 두려울 뿐입니다. 마담. 다만, 사령관께서는 지금 베네치아 반란 진압 때문에 좀 바쁘십니다.”
“그 정도는 안다, 유진. 그리고 ‘아버지’라고 불러야지.”
유진이 눈을 크게 뜰 찰나, 레티치아가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잘하고 있다는 걸 안다. 애쓰는 것도. 그러니, 내 앞에서 조심할 것은 없다. 혹시 뤼시앵이나 다른 아이들 앞이라면 모를까.”
어쩐지 부하 사병들 앞에서 위엄이 꺾이는 꼴이지만, 유진은 기분이 묘하게 좋아졌다.
단순히 그간 노력했던 바가 성과를 거둬서가 아니다.
반대로 레티치아가 진정 유진을 아낀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친할머니보다, 더 할머니 같을 정도다.
“감사합니다. 부인, 아니, 할머니.”
그때 반대편에서 조세프가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일렀다.
“후후, 어머니도 참. 너무 당연한 걸 그렇게 무겁게 얘기할 거 있어요? 유진은 3년 전, 하숙생으로 왔을 때부터 우리 가족이었다구요.”
“그런 말을 참 뻔뻔하게 하는 걸 보니, 정치인 다 됐구나. 우리 큰 아들.”
“저보단 뤼시앵이 잘해요. 벌써 파리에서 자기 파벌도 이끄는 것 같더라구요. 후훗!”
문득 조세프가 진지한 얼굴로 표정을 바꾸며 물었다.
“기왕 이렇게 뵌 거, 저랑 같이 배 타고 로마로 가시는 건 어때요? 페슈 외삼촌도 교황청으로 올 거구요. 동생들 교육에도 로마가 더 좋을 거예요.”
빤히 조세프를 보던 레티치아는 고개를 저었다.
“애들 교육은 네게 맡기마.”
“예? 아니, 그럼 어머니 혼자만 가신다구요?”
“제롬이 나랑 함께 갈 거다. 코르시카의 일이 끝나고 나면, 제롬과 같이 나도 로마로 가도록 하마.”
저 뒤에서 바삐 달려오는 막내, 제롬을 보며 레티치아가 눈에 불똥을 튕겼다.
“하지만 그 전에 코르시카의 우리 집안 재산을 되찾아야 해. 그건 네 아버지가 싸워서 얻은 재산이다.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요컨대 레티치아가 이 시점에 코르시카로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본래 보나파르트 일가는 코르시카의 귀족이다.
대귀족은 아니라도 제법 재산과 토지, 주택을 보유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코르시카에서 추방당하면서 그 모든 자산을 코르시카 독립정부에게 빼앗겼다.
레티치아는 코르시카를 프랑스가 되찾은 이 시점에, 재산을 찾으러 고향에 돌아가는 거였다.
만약 레티치아가 보통 귀족가 노부인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레티치아의 모친이 나폴레옹이라는 점이었다.
조세프와 유진이 차례로 기가 막혀 물었다.
“아니, 그거 다 합쳐봐야 2만 프랑도 될까 말까인데, 고작 그걸 되찾으러 코르시카로 가신다구요?”
“할머니, 제 입으로 이런 말하긴 뭣하지만, 여기 제노바에 있는 제 은행이 1천만 프랑짜리입니다.”
“뭐? 정말? 야, 유진. 나 다시 네 은행 고문시켜주면 안 되냐?”
하지만 레티치아는 요지부동이었다.
“그 모든 게 다 날아가고, 다시 너희가 내 빵을 먹게 되는 날이 올지. 누가 알겠니? 난 코르시카의 재산을 반드시 되찾아야겠다.”
결국 레티치아는 코르시카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다.
나폴레옹이 직접 보낸 호위병들이 같이 탔지만, 사령관의 모친 일행이라기에는 초라하다.
당연히 레티치아가 요구한 바였다.
그런데 떠나기 직전, 레티치아가 잊은 게 있다는 듯한 얼굴로 유진을 돌아보았다.
“참, 유진!”
“예? 하, 할머니.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잊으신 게 있다면 바로 갖고 오겠습니다.”
“아니, 네 엄마 말이다.”
레티치아가 유진을 향해 차분히 일렀다.
“곧, 출산할 것 같더구나. 한 번쯤 너라도 만나서 돌봐주렴. 지금, 아마 피렌체에 있을 거다.”
미처 유진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레티치아가 엉뚱하게 얘기해준 것이다.
원역사에서 레티치아가 조세핀과 원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로 묘한 일이었다.
게다가 사실 유진은 그게 아니라도 조세핀을 만나러 한 번 가긴 해야 했다.
왜냐면 마리가 지금 조세핀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 할머니.”
마침내, 배가 출발했다.
저 멀리 남쪽으로 향하는 배를 한참 보다, 조세프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문득 조세프가 변명하듯 유진에게 말했다.
“정말 고집 센 어머니 아니냐? 이탈리아 전체가 나폴레옹과 네 손에 들어왔는데.”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전부는 아니에요. 아직 섬들이 남았거든요.”
“응? 섬이라고?”
“나폴리는 우리 손에 들어오겠죠. 하지만 이탈리아를 둘러싼 삼대 섬 중, 우리 손에 있는 건 코르시카 하나 뿐이라구요.”
그러니까, 유진은 이탈리아가 ‘자신’과 나폴레옹의 손에 들어왔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군사력으로, 유진은 재력으로 이탈리아를 장악하는 중이다.
다만 아직 섬들은 제압하려면 조금 멀었다.
“사르데냐, 그리고 시칠리아는 아직 멀었어요.”
사르데냐에는 아직 사르데냐 왕국이 남아 있다.
시칠리아는 현재 나폴리 국왕이 왕위를 겸임하는데, 아마도 나폴리가 점령되면 도주할 가능성이 높다.
둘 다 대규모 공략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점령하기 어려운 장소다.
본래 프랑스 영토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략이 쉬웠던 코르시카와는 달랐다.
이 두 섬을 장악해야, 비로소 이탈리아 전체를 손 안에 넣었다고 할 수 있다.
“허어, 그 섬들이 꼭 필요한가?”
조세프가 물을 찰나, 항구 저 편에서 선장 한 사람이 달려왔다.
“파트롱!”
다름 아닌 니콜라스 쉬르쿠프가 전에 없이 흥분한 표정으로 달려와 외쳤다.
“지중해 함대가 드디어 입항한다고 합니다. 쾌속선이 먼저 돌아와 소식을 전했습니다!”
코르시카를 점령한 해군.
브뤼에의 지중해 함대가 돌아온다.
바로 이곳, 제노바로.
유진은 조세프에게 대답하는 대신, 싱긋 웃으며 돌아섰다.
“뭐, 일단은 코르시카를 되찾은 바다의 영웅을 보러 갈까요? 백부님이 치하해주면 좋아할 겁니다. 파리를 대표하시는 분이니까.”
아직, 조세프에게는 이 문제를 밝힐 단계가 아니기 떄문이다.
***
제노바는 대규모 함대가 입항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항구다.
-쏴아아!
물결을 헤치고 거대한 함선들이 도래하기 시작했다.
전열함, 이 시대의 바다를 지배하는 거선들.
항구에 선 제노바 시민들이 외쳤다.
“프랑스 지중해 함대가 입항한다!”
순간, 환영음악이 울려 퍼졌다.
-빰! 빰빰! 빰빰빰!
환영인사를 위해 나온 이들 중에는 리구리아 공화국의 고위 인사들이 가득했다.
당장 현재 공화국 대표인 필리포 부오나로티까지 있을 정도니까.
가볍게 유진이 눈인사를 하며 서로 아는 체를 할 찰나, 이폴리트가 속삭였다.
“꼭 제노바 함대가 승전보를 올리고 귀향하는 거 같군.”
“이제는 자국 함대나 마찬가지가 될 거야. 마르세유나 툴롱보다 제노바에 더 자주 있게 될 테니까. 원래 군대는 점령지에 머무르는 거라고.”
“혹시 저 함대로 뭔가 할 게 있는 거냐, 유진?”
역시, 이폴리트는 유진의 속마음을 가장 빨리 알아챈다.
어린 시절부터 유진을 보아왔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잠시, 항구 저편에서 들어오는 대함대를 보다 유진이 미간을 좁혔다.
“아직은 확실하진 않아. 일단, 이탈리아부터 완전히 평정해야지. 지금 현재는 베네치아 공화국과 나폴리 왕국 접수가 끝나지 않았어.”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함대는 대단해 보인다.
그러나 저 함대가 넘어서야 할 적은 훨씬 더 대단할 게 분명하다.
대영제국의 로열 네이비가 바로 그 적이다.
과연, 로열 네이비를, 혹은 넬슨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유진이 복잡한 상념에 잠길 순간, 배가 항구에 입항했다.
“파트롱,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기함에서 내려선 회색머리의 브뤼에를 맞이하며, 유진이 활짝 웃었다.
“고생 많았습니다, 브뤼에 제독님. 이탈리아 군단 수석부관으로서 원정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저야 코르시카 점령이 전부지요. 하하! 여기 로베르를 보내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됐구요.”
“안녕하쉽니까! 간만에 인사드륍니다, 파트롱!”
로베르 쉬르쿠프가 경쾌하게 경례하는 모습을 보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백이 좋군. 위험한 전장에서도, 큰 도움이 되겠어.”
지중해 함대 제독, 브뤼에가 흠칫 놀라는 얼굴로 물었다.
“해상 작전을 생각하시는 게 있습니까? 혹시, 보나파르트 장군이? 아니면, 파리입니까?”
“둘 다 아니에요. 다만, 파리에서는 제독을 앞으로 자주 부를 겁니다. 영국과 싸우는 데 조언이 필요할 테니까요.”
“지중해 함대를 대서양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면, 환영할 일이군요. 해군 재건이 필요하니.”
유진은 눈썹을 치뜨다 묘한 표정으로 답했다.
“어쩌면, 지중해를 건너는 게 더 위험천만할지도 모르죠.”
예를 들면, 지중해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이집트로 가는 작전이라든가.
그러나 브뤼에도, 쉬르쿠프도 그런 문제를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자리에는 나폴레옹의 형이자 로마 대사인 조세프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 내 고향 코르시카를 회복한 영웅들이로군! 반갑습니다. 오백인 의회 의원, 조세프 보나파르트라고 합니다!”
아직 이집트 원정을 생각하기에는 조금 먼 시간.
서기 1796년 5월.
유진이 제노바에서 지중해 함대와 조우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