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15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152화(152/547)
(152) 조세핀은 총칼없는 전쟁 중이다
권력자가 된다는 것은 일상을 세상에 전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예로 구 왕실 시절, 루이 16세 일가는 본인들의 모습을 수도 없이 그림으로 만들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도, 죽은 왕세자도, 전직 공주인 마리도 수많은 초상화가 있다.
초상화는 다시 복제 인쇄되어 국가 전체로 퍼져 나가 화목한 왕실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전했다.
요컨대 아직 사진이 없는 18세기 말, 초상화는 선전도구로 아주 유용하다.
혹시 그게 아니라도 성공하면 무조건 초상화를 그리는 게 이 시대 유행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공화국의 실세 장군, 나폴레옹은 어떨까?
부인, 조세핀이 신경 쓸 문제다.
“무슈 그로, 어때요? 난 당신 그림이 마음에 들거든요. 내 제안을 받아준다면, 급여는 월 3천 리브르를 지불하겠어요.”
아직 너무 바쁜 나폴레옹은 이 문제까지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
신문, <보나프르트와 고귀한 친구들> 정도나 유진의 주도 하에 만들어 공적을 선전하는 게 전부다.
유진도 아직 어린 시절에 혁명이 일어난 터라, 초상화 문화에 익숙치 않다.
그렇지만 본래 후작가의 며느리로 귀족 문화를 아는 조세핀은 달랐다.
나폴레옹의 기반이 안정되자마자, 예술가부터 찾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남편의 이미지 선전을 위해서.
특히 프랑스 출신 화가들을 선발하는 게, 예술의 도시 피렌체까지 온 이유다.
앙투안 장 그로.
이제 막 25살이 된 청년 화가는 감격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제 그림을 그 정도 가격으로 사주시다니! 실로 영광입니다, 마담 보나파르트.”
“대신 조건이 있어요.”
“무엇입니까? 그 어떤 조건이든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앙투안 그로는 프랑스의 화가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탈리아의 예술품을 보기 위해 피렌체까지 왔다.
특히 혁명 정국으로 혼란한 프랑스를 피하기 위한 점도 있었다.
허나 별다른 수입이 없어 생활이 곤란하던 터다.
한데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의 부인이 그로를 만나러 온 것이다.
그것도 임신한 몸을 이끌고서.
임산부, 조세핀이 눈을 찡긋거리며 그로에게 일렀다.
“날 가장 화사하게 그려줘야 해요. 우리 남편도. 참, 내가 배가 불러 있다는 건 적당히 리터치해줄 수 있죠?”
원역사 현대적 언어로 표현하면 ‘포토샵’ 처리를 해줄 수 있냐는 얘기다.
실은 그로는 [미화]로 일찍부터 명성을 날린 화가다.
조세핀이 그로의 이름을 들은 것도 귀부인들의 모습을 미화해 준다는 소문을 들은 덕이다.
당연히 수락하고 희희낙락하며 돌아가는 그로를 보다, 조세핀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휴, 이제야 오늘 만나야 할 화가들과의 만남이 끝났네요.”
그 옆에서 시녀로서 수행하던 비스콘티 부인이 조세핀의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마담. 한데, 이런 일은 아랫사람들에게 맡기셔도 되지 않을까요?”
“후훗, 마담 비스콘티. 당신과 달리 난 태생적인 귀족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이런 일을 대신 맡겨도 좋을 만한 ‘집사’가 없답니다. 그러니 직접 해야죠.”
“그래도, 피렌체까지 오실 필요는 없었을 텐데. 밀라노로 부르시지 그러셨어요?”
비스콘티 부인의 말에 조세핀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남편, 아들, 그리고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의 영광을 드러낼 그림을 선택하는 일이에요. 게다가, 어차피 남편이나 아들도 피렌체로 곧 올 예정이거든요.”
피렌체, 꽃의 도시라 불리는 유서 깊은 곳이다.
본래 토스카나 대공국의 수도로, 얼마 전까지 황제의 친동생 페르디난트 대공이 지배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빈에서 이기면서 피렌체의 주인도 바뀌었다.
명목상으로는 피렌체 주민들이 뽑은 의회와 정부수반이 통치한다.
실제 지배자는 나폴레옹이 파견한 군정 대리인, 맥쿠아드 장군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배후에는 당연히 프랑스 이탈리아 군단 총사령관, 나폴레옹이 있지만.
그럼 왜 나폴레옹과 유진이 피렌체로 곧 와야 할까?
새로운 프랑스 위성공화국, 토스카나 공화국의 의회 개원식이 있기 때문이다.
사령관과 수석부관은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자리다.
조세핀도 이 기회에 새로운 화가를 충원하고자, 피렌체를 방문한 것이다.
특히 오늘 채용한 그로는 후세 원역사에서도 유명한 화가다.
다비드의 제자로, 아르콜 전투를 그리기도 했으니까.
지금도 조세핀이 가장 먼저 의뢰한 그림이기도 하다.
아들, 유진이 활약한 전투이기 때문이다.
비스콘티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은 토리노에서는 어려우시겠어요. 거긴 예술가들이 머무는 도시는 아니죠.”
“그래서 아직 밀라노에서 머무는 거잖아요? 하긴, 남편도 토리노가 부임지면서 밀라노나, 이곳 피렌체를 더 많이 오가는 것 같지만요.”
“결국 밀라노도 보나파르트 장군의 손 안에 들어가겠죠?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말하더군요.”
밀라노의 귀족 부인, 비스콘티가 슬쩍 떠보는 말에 조세핀의 낯이 굳어졌다.
“그건 모르죠. 난 권력자가 망하는 걸 너무 많이 봤어요, 마담 비스콘티.”
비스콘티 부인은 입을 다물었다.
애인, 베르티에 장군도 ‘보나파르트’ 장군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거라 침대에서 가끔 말한다.
밀라노의 다른 귀족들도 나폴레옹의 다음 행보가 무엇일지 초조하게 물어온다.
어쩌면 ‘왕’이 되는 게 아닐까, 막연히 비스콘티 부인도 상상해본 적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도 나름 시녀장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서.
하지만 정작 ‘왕비’ 후보라 할 수 있는 조세핀은 좀 더 냉소적이었다.
어쨌든 혁명 당시 조세핀의 살롱에 출입하던 무수한 권력자들 중 지금껏 남아있는 자가 손꼽을 정도다.
게다가 전 남편 보아르네 남작부터 비명에 가지 않았던가?
문득 조세핀이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
“어쨌든 그런 우울한 얘기만 하면 아기에게 안 좋겠죠?”
“당연하죠, 마담! 어떤 애가 나올지 참 궁금하네요. 아들이 나오면 장군님이 기뻐하실 텐데!”
“글쎄요? 나폴레오네는 딸이든, 아들이든 기뻐할 거예요. 아직은.”
조세핀은 턱을 괴며 묘하게 웃었다.
“공화국의 장군인 한, 아들이든 딸이든 별로 상관없을 테니까.”
역시, 묘한 함의를 품은 말이다.
만약 공화국의 장군이라면, 특별히 아들에게 승계할 필요가 없으니 딸도 무방하다.
허나 지위를 ‘세습’해야 할 위치가 된다면, 본인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들이 필요해진다.
비스콘티 부인은 조세핀의 말이 담은 속내를 헤아리다, 조세핀의 ‘아들’을 생각해냈다.
“참, 잊어버릴 뻔했네요. 아드님이 선물을 보내오셨어요.”
“응? 유진이? 의외네요, 그 아이는 신경 쓸 게 많아서 선물을 보낸 적이 없는데.”
“그야 너무 바빠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듣기로, 아드님께서 마담을 구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넜다던데요!”
바삐 선물을 가지러 가는 비스콘티 부인을 보다, 조세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죠. 돌아오다, 나폴레오네를 만났고.”
그때만 해도 조세핀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나마 고향에 있던 재산마저 모두 폭동으로 날아가버리던 시절.
수중에 쥐고 있던 모든 것을 잃고, 유진의 인도로 오르탕스와 함께 몸만 갖고 돌아왔던 날.
나폴레옹을 마르세유에서 만났다.
어쩌면 그 날이 조세핀의 운명을 바꾼 것은 아닐까?
미신처럼 여겨지면서도 그런 생각이 든다.
뱃속, 아이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상념에 잠겨 있던 조세핀에게 불쑥 비스콘티 부인이 화사한 물건을 건넸다.
조세핀은 눈을 크게 떴다.
장미꽃 10송이.
그런데 꽃잎은 루비로, 꽃대는 사파이어로, 장식하는 안개꽃은 작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져 있다.
문자 그대로 보석 꽃다발.
어지간한 조세핀도 이 선물에는 감탄해 버렸다.
“어머나, 보석으로 만들어진 꽃이라니!”
“맙소사, 엄청나게 비싸겠어요? 정말 아드님이 마담을 사랑하시나 봐요!”
“그런 것보다는, 음. 이건.”
조세핀은 활짝 웃으며 향기 없는 보석 꽃을 맡았다.
“유진은 내 취향을 너무 잘 아네요. 후훗!”
화려한 보석 같은 인생.
조세핀이 추구하는 삶이다.
***
그렇지만 보석 같은 인생을 살면, 가족과 평안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빌어먹을, 정말로 베네치아 놈들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감히 누굴 죽여?”
정작 피렌체에 도착한 나폴레옹은 쉬지도 않고 토스카나 궁전에서 펄펄 뛰는 중이다.
심지어 아들, 유진도 긴급히 달려왔음에도 조세핀과 환담을 나눌 시간조차 없다.
왜냐면 동북부, 구 베네치아령 베네토 공화국에서 연쇄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해군 없이는 점령하기 어려운 베네치아 리알토 섬에서 시작된 반란이었다.
나폴레옹은 반란은 예상했지만, 베네치아 본토에서 반란이 일어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물론 유진은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침착하게 보고했다.
“해군 장교가 배를 몰수하다가 죽었다고 합니다. 로지에라는 대위라더군요.”
“지중해 함대를 당장 출격시켜! 함포사격으로 베네치아를 불태워 버린다!”
“벌써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에 나폴리에도 지원 사격을 한 번 할 예정입니다.”
지중해 함대 출격 소식에 나폴레옹이 안심하는 얼굴이 되었다.
“영국 함대는 없는 게 확실한가?”
“지브롤터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모르죠, 조만간 움직일지도.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좋아. 잘못하면 지중해 함대가 아드리아 해에 붙잡힐 수도 있으니, 브뤼에 제독에게 주의하라는 전갈을 보내. 뮈라와 쥐노를 출동시킨다.”
물론 옆에서 듣는 조세핀은 이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른다.
전쟁이니 구도니 외교니 하는 일은 조세핀의 관심사가 아니다.
당연히 나폴레옹과 유진이 일부러 베네치아의 반란을 유도했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어나갈 거라는 사실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조세핀은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자신이 오늘 나폴레옹과 유진의 옆에 필요하다는 점이다.
유진과 나폴레옹의 대화가 잦아들 찰나, 조세핀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얘기 다 끝났어요? 내 드레스는 어때요, 나폴레오네? 그리고 우리 아들?”
그때서야 나폴레옹이 비로소 한숨 돌리며 조세핀을 보다 칭찬했다.
“당신은 뭘 입어도 아름다워. 심지어 배가 나왔는데도 그렇군.”
“흐응, 임산부도 파티에 내보내는 사람이 할 소리인가요?”
“어쩔 수 없지. 오늘 연회에는 토스카나 공화국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나와. 사령관 부인의 우아한 자태가 정치적으로 필수야. 안 그러냐, 유진?”
유진도 조세핀의 드레스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쉬시는 게 좋긴 하지만, 오늘은 필요합니다. 여긴 밀라노보다도 특히 옛 군주국 지지자들이 많거든요. 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군주상]이 필요해요. 그러자면, ‘왕비’가 필수적이죠.”
이제야 조세핀이 아는 얘기가 나왔다.
옛 군주를 대신할 상징, 구귀족들로 짐작되는 유력자, 그들과의 환담.
파리에서 조세핀이 직접 하던 일이다.
활짝 웃으며 조세핀이 사랑하는 아들에게 이마 키스를 건넸다.
“그러니까, 내조를 하면 된다 이거지? 걱정하지 말아라, 유진. 살롱의 안주인은 내 전문이야.”
오늘은 토스카나 공화국 의회 개원을 알리는 축하연 자리.
이탈리아 프랑스 주둔군 사령관 나폴레옹과 그 부인, 조세핀이 파티에 참석하는 날이다.
실로 간만에 만난 남편과 아들조차, 이렇게 공식행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조세핀은 활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런 인생을 조세핀은 늘 꿈꿔왔으니까.
***
화려한 샹들리에의 불빛 아래, 눈부신 보석 드레스가 빛나고,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마담 보나파르트, 정말로 아름다우시군요! 세상에, 이 드레스는 대체 어디서 온 건가요?”
구 토스카나 대공국의 귀족들과 그 부인들이 조세핀을 중심으로 둘러쌌다.
물론 파티의 주인공은 당연히 나폴레옹이다.
허나 나폴레옹은 이제 막 발족한 토스카나 공화국의 통치자들과 밀담을 나누기 바빴다.
양자 유진도 그 뒤를 수행하며 따르고 있으니 말을 붙일 틈이 없다.
때문에 실권에서 벗어난 귀족들은 하나 같이 조세핀에게 달려왔다.
조세핀도 이런 일을 무척 좋아하는 터라 웃으며 귀족들을 대했다.
“로즈 베르탱의 작품이랍니다. 아시죠? 옛 프랑스 왕실의 디자이너죠.”
“세상에! 그 사람이 아직도 살아있나요? 혁명의 기요틴이 모두 목을 잘라버린 줄 알았는데!”
“부인! 맙소사, 그런 말씀을 사령관 부인 앞에서 하시다니!”
귀부인 한 명이 실언한 바를 다른 귀부인이 질책할 찰나, 조세핀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할 거 없어요. 저도 옛날엔 목이 위태로운 귀족 부인이었거든요. 게다가, 이 자리에는 구왕실의 공주님도 오신답니다.”
파티에 함께 참가한 마리 테레즈를 조세핀이 소개했다.
역시, 로즈 베르탱의 드레스를 입은 마리가 생긋 웃으며 조세핀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귀부인 한 명이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소녀를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보나파르트 장군의 동생도 같이 오네요?”
조세핀은 살짝 눈을 크게 뜨다 여유롭게 웃으며 일렀다.
“마리, 그리고 폴린. 모두에게 인사해요. 토스카나 공화국의 유력자 분들과, 그 부인들이시랍니다.”
빈에서 이제 막 돌아온 마리와 폴린도 파티에 참여한 것이다.
나폴레옹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집안에 관련된 모든 미녀를 출동시킨 파티인 셈이다.
물론 참가하는 여자들 입장에서는 서로 썩 달갑지 않은 동료들이지만.
마리가 폴린을 의식하며 토스카나 구귀족들에게 인사했다.
“인사드립니다. 마리 테레즈 카페라고 해요. 저도 기요틴에 목이 잘릴 뻔했답니다.”
살짝 비꼬는 듯한 농담에 귀부인들이 서로 돌아보았다.
조세핀도 눈살을 슬쩍 찌푸렸다.
파리의 혁명가들을 비난하는 듯한 말은, 이런 자리에서 좋지 않다.
그때 폴린도 가슴을 반쯤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 채 귀부인들에게 인사했다.
“폴린 보나파르트입니다. 보나파르트 장군의 동생이죠. 다들, 아시죠?”
이번에는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듯한 태도다.
토스카나 공화국 누구라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남자.
나폴레옹.
이 권력자의 동생이라는 것만으로도 귀부인들이 비위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문득 조세핀을 수행하던 비스콘티 부인이 속삭였다.
“부인, 두 분 다 성격이 보통이 아니네요?”
조세핀도 눈웃음을 치며 답했다.
“정말, 둘 다 유진을 주기 싫네요. 후훗.”
총칼 없는 전쟁, 곧 사교계 가십전.
오늘도 조세핀은 이 전투를 수행 중인 셈이다.
그것도 만삭의 몸을 끈 채로.
나폴레옹, 유진, 그리고 자신의 보석 같은 인생을 위해서.